클린턴 왜 패했나? ‘부정직한’ 정치인 이미지 극복 못해
클린턴 왜 패했나? ‘부정직한’ 정치인 이미지 극복 못해
  • 이상민 미래한국 기
  • 승인 2016.11.16 0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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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미국 대통령 선거

정직성과 신뢰도 면에서 트럼프46%, 클린턴 38%로 트럼프 8% 높았다. 

워싱턴=미국 대선 기간 중 힐러리 클린턴의 발목을 잡고 있었던 것은 그녀는 ‘부정직하고 믿을 수 없는 정치인’이라는 미국인들의 부정적인 생각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은 정직성과 신뢰도면에서 낮은 지지를 받아왔다. 선거 직전 워싱턴포스트와 ABC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직성과 신뢰도 면에서 트럼프 46%, 클린턴 38%로 트럼프가 8% 높았다. 

부동산 재벌이 되면서 탈세 등을 아무렇게나 했을 것이라며 정직성을 의심받아온 트럼프보다도 오히려 클린턴이 더 부정직해서 더 믿지 못하겠다는 인식이 미국인들 사이에 팽배한 것이다. 

퍼스트레이디, 연방상원의원, 국무장관 등 화려한 경력의 힐러리 클린턴의 정직성을 미국인들이 의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이메일 스캔들’ 때문이다. 

이메일 스캔들은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보안장치가 갖춰진 정부용 이메일을 쓰지 않고 개인 이메일로 국가안보와 관련된 기밀을 주고 받은 것을 말한다. 국무장관으로서 보안문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자신의 개인 서버를 따로 두고 개인 이메일로 국무장관 일을 했다는 것 자체가 미국인들에게 충격이었는데 문제는 이것을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대하고 말을 바꾸는 클린턴의 태도에 많은 미국인들은 실망했다.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은 2015년 3월 뉴욕타임스의 보도로 시작되었다. 2012년 리비아 벵가지에서 리비아 주재 미국대사 등 4명의 미국 외교관이 사망한 이 사건을 조사하던 국무부와 연방하원 벵가지 특별위원회는 당시 국무장관이던 클린턴이 공무를 볼 때 정부 이메일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대신 개인 이메일을 써온 것을 알게 되었다. 

연방정부 기록법과 정보공개법(FOIA)에 따르면 미국에서 공무원이 개인 이메일을 사용해서 공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사전에 관련 부처와 협의해야 하고 국가안보와 관련된 비밀 정보는 개인 이메일로 주고 받아서는 안 되며 공무에 사용한 개인 이메일은 다 보관해서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데 의도적으로 그 이메일과 관련 문서를 삭제할 경우 징역형 등 처벌을 받는다. 

클린턴은 공무를 개인 이메일로 한 것은 위법이 아니고 다른 국무장관들도 개인 이메일로 공무를 했으며 비밀 정보를 개인 이메일로 보내거나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콜린 파월 등 전 국무장관들 가운데 공무를 개인 이메일로 공무를 본 경우가 있지만 클린턴처럼 자기 집에 개인 서버를 설치하고 개인 이메일을 사용한 경우는 없었다. 개인 서버를 통해 개인 이메일을 사용할 경우 서버를 조사하지 않는 한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을 숨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는 클린턴이 재임 중 주고 받은 개인 이메일 가운데 비밀 정보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클린턴의 재임 중 공무로 사용한 모든 개인 이메일을 요청했고 클린턴으로부터 받은 5만5000여 개의 이메일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국무부 검사관은 2015년  7월 클린턴은 사전에 국무부에 공무로 개인 이메일 서버를 사용할 수 있는지 승인을 구하지 않았고 클린턴이 개인 이메일로 보낸 내용 중 국가안보와 관련된 비밀 정보가 있었다고 밝혔다.

국무부와 정보국 검사관 조사에 따르면 클린턴의 개인 이메일 중 40개를 샘플로 무작위 추출했는데 그 중 4개가 중앙정보국(CIA)와 국가안보국(NSA)에서 온 비밀 정보들로 개인 이메일로 보내져서는 안 되는 것들이었다. 

▲ 선거 패배 후 울먹이는 힐러리 클린턴. “한 남편을 만족 못시키는 여인이 과연 미국을 만족시키겠는가?”라는 트럼프의 공격은 이번 선거에 먹혀 들었다. 힐러리는 냉정하고 신경질적인 아내로 알려져 있다.

이 때부터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은 연방수사국(FBI)에 넘겨졌고 FBI는 클린턴으로부터 개인 서버를 달라고 요청하며 본격적인 수사를 했다. 클린턴은 FBI에 개인 서버를 넘겨주기 전 개인적인 내용이라면서 3만1000여 개의 이메일을 삭제했는데 이것이 많은 의혹을 가져왔다.

트럼프는 대선 토론에서 계속 이 부분을 문제 삼았다. 왜 FBI가 조사한다고 하니까 그제서야 3만1000개의 이메일을 삭제했느냐며 뭔가 국가 기밀과 관련된 내용이었을 것이라며 클린턴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클린턴은 이메일 스캔들이 터지면서 언론의 질문이 계속 되었지만 공화당의 정치적 모함이라며 무시하는 태도를 일관했다. 개인 이메일로 공무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은 허가된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대응을 해왔다.

개인 서버에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비밀 정보는 없고 순전히 개인적인 것들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국무부 검사관을 통해 비밀 정보가 있었던 것으로 나오자 클린턴은 그 비밀 정보를 이메일로 보내거나 받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개인 서버를 통해 국가안보와 관련된 비밀 정보를 다루다 해킹 등을 당하면 그 정보가 적국에 알려질 수도 있는데 어떻게 국무장관으로 그런 결정을 했느냐는 질문에 역시 별다른 대응을 보이지 않았다. 잘못했다고 하면 자신의 잘못된 판단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FBI로 개인 서버가 넘어가면서 그제서야 클린턴은 공무를 개인 서버를 통한 개인 이메일을 통해 수행한 점을 사과했다. 자신의 실수라며 그렇지 않고 더 잘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인정했다. 

FBI는 지난 7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클린턴과 그의 보좌관들이 매우 민감하고 고도의 비밀 정보를 다루는 데 극도로 부주의(extremely careless)했다는 증거가 있지만 형사 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 발표에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 형사 처벌 대상인데 클린턴이 대선 후보이기 때문에 무기소 처분을 한 것이라며 이번 선거는 이미 조작되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FBI가 형사 처벌은 하지 않았지만 클린턴의 개인 서버와 개인 이메일 사용에 대해 극도로 부주의하다고 말한 것은 그만큼 클린턴의 판단 능력이 잘못된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FBI의 수사결과 발표로 클린턴을 붙잡고 있던 ‘이메일 스캔들’은 씻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28일 FBI는 클린턴 이메일 사건을 재수사한다고 갑작스럽게 발표했다. 새로운 증거를 찾았기 때문이다.

FBI는 클린턴의 최측근 보좌관이 후마 애버딘의 남편이지만 현재 별거 중인 앤소니 위너 전 연방하원이 15세의 미성년자 소녀에게 성적인 문자를 보낸 사건을 조사하다 그의 랩탑 컴퓨터에서 클린턴의 이메일 60만여 개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의 아내인 후바 애버딘이 클린턴과 주고 받은 이메일들로 FBI는 이 이메일들을 조사해야 한다며 클린턴 이메일 사건 재수사를 밝혔다. 

선거 12일 전에 나온 FBI 재수사 발표는 이메일 스캔들과 관련된 클린턴에 부정직성 이미지가 다시 커지며 트럼프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등 파장이 컸다. 일부에서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할 FBI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 이틀 전인 지난 11월 6일 FBI는 밤샘 조사 결과 앤소니 위너 전 의원 랩탑 컴퓨터에서 발견된 이메일들은 이미 조사한 것들이 대부분이고 개인적인 것들이라며 지난 7월에 발표한 클린턴에 대한 무기소 처리 결정을 바꾸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FBI는 이번에는 민주당 편을 드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으며 씁쓸하게 물러났고 클린턴은 이메일 스캔들에 대한 구름을 걷어내고 대선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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