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의 한국 경제, 한미동맹·FTA·법인세가 변수
트럼프 시대의 한국 경제, 한미동맹·FTA·법인세가 변수
  • 조동근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6.12.0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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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한국 경제의 취약성은 저성장이 문제의 근원이다. 모든 정책 역량은 성장 페달을 밟는 데 모아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당선에 대해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다. 그만큼 트럼프를 체계적으로 연구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우리 언론은 냄비 근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CNN 등 미국 동부 언론의 언론플레이에 장단을 맞췄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돼서는 안 될 금기 인물로 여겨졌다. 

▲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미래한국 편집위원

미국 내에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승리를 점친 언론이 거의 없었다는 것은 ‘예측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미국 동부의 주류 언론들이 하나같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로 기울어진 것은 그렇게 하는 것이, 후술(後述)하는 바와 같이 그들의 이익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클린턴과 동부 언론의 사실상의 연대와 싸워야 했다. 선거에 기적은 없다. ‘예상 밖의 결과’라는 해석은, 보고 싶은 것만 봤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부 언론은 ‘미치광이’의 이미지를 씌우는 데 급급한 나머지 미국의 다수인 백인 중산·서민층의 바닥 정서를 읽어내지 못했다. 트럼프 리더십의 불확실성은 트럼프의 당선 과정을 복기(復棋)하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트럼프의 승리 요인은 ‘위선적 정치 모범답안(Political Correctness, PC)’ 공격과 ‘워싱턴 기득권(Washington Establishment)’ 비판으로 압축될 수 있다. 선거에서 인기 영합보다 더 유효한 전략은 ‘분노’를 결집시키는 것이다.

트럼프는 PC에 대한 미국 유권자의 분노를 ‘표’로 연결시켰다. PC는 ‘기독교의 정체성’을 부정했다. 오바마 집권 이후 ‘Merry Christmas’가 사라지고  ‘Happy Holiday’가 대신 쓰였다. 크리스마스를 인정 안하는 무슬림들이 불쾌해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트럼프의 감각, ‘정치적 모범답안’ 공격

종교 자유의 왜곡도 PC의 다른 예이다. 일리노이의 한 배달회사에서 일하는 무슬림 배달 트럭기사가 선물 배달에서 술이 발견되자 종교적인 이유로 배달하기를 거부했고 선물 배달이 중단되면서 손님들의 불만이 자꾸 접수되자 회사는 문제의 무슬림 트럭기사를 해고했다.

이에 오바마 행정부는 배달회사를 ‘종교 탄압죄’로 고소하고 그 회사에 엄청난 벌금을 물렸으며 무슬림 트럭기사에게는 24만 달러의 보상금을 지불했다. 

합리적 근거에 따른 이유 있는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원리주의적 사고’도 PC의 한 유형이다. 남녀임금격차(Gender Pay Gap)에 대한 경제학적 연구에 따르면 성별 임금차이는 ‘남녀차별’이 아닌 ‘전공차이’에 기인한다.

여학생들은 대부분 문학이나 심리학, 예술을 전공하는 반면, 남학생들은 고소득으로 연결되는 공학, 물리, 과학, 경제, 경영을 전공하고 있다. 또한 남성종업원들은 여성종업원보다 초과근무(overtime working)를 하는 비율이 높다. 연봉 차는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합리적 차이는 남녀차별에 묻혀버렸다. 

미국에서 모든 정치인들은 '불법 이민자'에 대해 말하기를 꺼린다. 불법 이민자 문제를 지적하면 바로 히스패닉 표를 잃고 인종주의 차별자로 낙인찍혀 정치적 타격을 받기 때문에 불법이민자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이 같은 불문율은 ‘위선적인 정치적 정답’으로 PC의 전형이다. 누구도 불법이민자들이 일으키는 심각한 범죄와 마약 밀수에 대해 말하지 못했던 것이다. 

트럼프를 제외한 힐러리, 부시, 크루즈 같은 후보들은 PC에 대해 말하기 어려웠다. 그 이유는 이들 후보들은 슈퍼팩(SuperPac·정치행동위원회로 불리는 정치자금을 지원하는 외곽 후원단체)이라는 거대한 로비스트의 후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캠페인을 대부분 자기 돈으로 했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다할 수 있었다. 

트럼프는 기존의 정치세력과 동부 언론에 기반하지 않은 철저한 ‘국외자’(outsider)였다. 동부 언론이 트럼프보다 클린턴을 선호한 것은 이 때문이다. 선거의 승패는 얼마나 선거자금을 잘 모금하는가에 의해 결정돼 왔다.

선거자금의 상당 부분은 후보의 공약을 알리는 정치 광고로 지출되고, 이러한 지출은 고스란히 언론 기업의 수입으로 잡힌다. 선거 프로세스상 정치와 언론은 공생 관계를 유지했다. 언론 입장에서는 선거법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슈퍼팩을 통해 거액을 모집한 클린턴 후보를 지원하는 것이 그들의 이익에 부합했다. 
따라서 트럼프는 외톨이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약점일 수 있는 국외자로서의

처지를 ‘역(逆)이용’해 동부 언론과 클린턴 진영을 ‘워싱턴 기득권층(Washington Establishment)’으로 몰아세웠다. 그의 정치적 감각이 진가를 발휘한 것이다. 상대방을 부패한 기득권층으로 묶어놓을 수 있다면 선거에서 반은 이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상대를 기득권층으로 묶어 놓은 상태에서 그는 ‘위대한 미국의 재건’(Make America Great Again)이란 멋진 정치 슬로건을 구사했다. 하지만 클린턴은 이에 필적할 만한 정치적 슬로건을 착안하지 못했다. 대신 그를 광인으로 몰고 갔다. ‘숨은 트럼프 표’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트럼프는 ‘숨은 표의 반란’으로 선거에서 극적인 승리를 따냈다. 

▲ 뉴욕 맨해튼 복판에 트럼프에게 한미관계에 힘써 달라는 광고가 등장했다. 이 광고는 트럼프 당선을 축하하기 위한 광고다. / 연합

트럼프는 ‘고립주의자’ 인가?

많은 사람들은 트럼프가 통상정책에서 극단적 보호주의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많은 사람들이 염려하는 것처럼 보호무역을 신봉하는 ‘고립주의자’는 아니다. 그는 실용적 사고를 가진 기업인이다. 그의 참모진은 상당 정도 시장경제를 주창하는 헤리티지 재단 인사로 채워졌다. 자칫 전 세계를 불황으로 몰고 갈 수도 있는 보호무역주의를 채택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는 선거 과정에서 대(對) 미국 흑자국에 의해 자국의 일자리가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 국익 우선’(American First)의 기치를 내건 정치인으로서 당연한 선거 전략일 수 있다. 대(對) 미국 흑자국에 통상 압력을 가하겠지만 다른 국가와는 공존을 모색하는 ‘차별적 보호주의’로 보는 것이 정확한 시각일 것이다. 

트럼프는 대선 후보 시절 중국을 거칠게 다뤘다. 중국은 미국에 대한 ‘경제적 성폭행범’으로 묘사됐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중국에 대해 4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45%의 관세 부과는 불가능하다. 중국의 반격이 당연히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취임 100일 구상 자문을 맡은 윌버 로스는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45% 관세 논의는 와전됐다”고 말했다. 중국 위안화가 시장에서 45% 저평가된 것으로 드러났음에도 협상을 하려 들지 않는다면, 45% 관세를 협상 수단으로 고려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위안화 평가절상을 주문한 것이다. 

한미 FTA 재협상이 정식 아젠더가 된다면, 트럼프는 ‘공정무역’(fair trade) 차원에서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의 기본 인식은 전술한 바와 같이 한국과의 무역에서 미국이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한미 FTA 발효 이후 미국의 한국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폭이 크게 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쪽에서는 한미 FTA 룰(rule) 하에서의 ‘자유무역이 공정무역임’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 유리하도록 환율 정책을 편 적이 없으며 한미 FTA 자유무역이 가져다준 미국 소비자의 후생 증진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또한 경상수지 흑자는 원화의 평가절상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적시할 필요가 있다. 

재정확대를 통한 인프라 투자 및 금리인상 

트럼프는 법인세, 소득세, 상속세 등 대폭적인 감세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한다. 1980년대 초 ‘레이거노믹스’를 연상케 한다. 재정지출과 감세를 동시에 추진한다면 ‘재정적자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경기가 살아나기까지 늘어날 재정적자를 국채로 메운다면 국가채무가 늘어나고 국채금리가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 국채금리가 올라가면 민간부문의 투자가 감소하는 ‘구축 효과’(crowding out effect)가 나타나 경기회복에 역행한다. 

트럼프는 민간자본을 대거 참여시키면 국채 발행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BTL(Build Transfer Lease)’은 잘 알려진 민자 유치 방법이다. 민자 유치를 위한 수익률 보전은 대체투자인 주식, 채권 등 전통적 민간투자 수익률이 워낙 떨어졌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재정확대를 통한 인프라 투자’ 공약은 금리인상의 복병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낡은 인프라를 대체하는 데 임기 동안 약 1조 달러를 쏟아 붓겠다고 했다. 민간자본을 유치하겠다고 하지만 일정 부분 국채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다.

국채 발행은 자연스럽게 국채금리 급등(국채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트럼프 당선 이후 실제 미국 국채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대표적 장기채 금리 중 하나인 10년물 국채금리는 트럼프 당선 이후 1주일 만에 40bp(1bp=0.01%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트럼프 당선으로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저금리시대가 끝날 것으로 예측된다. 트럼프는 그동안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오바마의 의중을 읽고 저금리를 유지함으로써 작위적으로 선거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 왔다는 의심을 해온 터이다.

여기에 미국의 고용과 물가 상황 개선이 지속되고 있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도 연내 금리인상을 시사한 만큼 미 중앙은행(Fed)는 12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점진적이지만 지속적인 금리인상과 그에 따른 달러 강세가 예측된다. 

트럼프가 재정지출과 감세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면, 늘어나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국채 발행으로 ‘옐런 수수께끼’(Ellen’s conundrum)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옐런 수수께끼는 Fed의 통화정책 기조인 ‘완만한 금리 인상 기조’를 흐트러뜨릴 수 있을 정도로 ‘장기채 금리가 이상 급등’하는 현상을 말한다.

옐런 수수께끼가 발생하면 금리인상을 받아들일 여건이 미처 성숙하지 않았음에도 금리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빨리 올려야 한다.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실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옐런 수수께끼가 우려되는 또 다른 이유는 달러 가치가 미국 경제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보다 더 강세를 띨 가능성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불과 1주일 만에 선진 6개 통화에 대해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1’대로 뛰어올랐다.

달러 강세는 미국 수출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겠지만, 우리에게 숨통이 된다. 경제 변수는 서로 맞물린다. 자국에게 유리한 효과만 발휘하게 하는 정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미동맹·주한미군 

트럼프는 개인소득세와 법인세의 감세를 약속했다. 공약대로라면 법인세는 35%에서 최대 15%까지 내려가게 돼 있다. 15%의 법인세율이면 개인소득세율보다 훨씬 낮은 세율이다. 많은 미국인들이 절세 차원에서라도 자신의 경제활동을 법인 형태로 꾸려나갈 것이다. 새로운 창업 붐이 불 수도 있다.

한마디로 ‘비즈니스 프렌들리’다.  미국의 법인세 감세가 현실화되면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 감세 전쟁이 촉발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법인세 증세론’이 탄력을 잃을 것으로 예측된다. 

트럼프는 선거 과정에서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한국과 일본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지 않을 경우에는 주한미군을 철수하거나 두 나라의 핵무장을 용인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주장의 진의를 잘 살펴야 한다. 

그의 주장은 미국 국익 우선이다. 따라서 방위비 분담금을 올려 미국의 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신(新)고립주의’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용인은 기존의 핵확산방지원칙을 깨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하기 보다는 전술핵 배치 카드를 쓸 것으로 예측된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증액 요구는 굳이 트럼프가 아니더라도 미국 입장에서 요구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차제에 한미동맹을 보다 강화하는 조건으로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방위비 분담 증액 요구를 한미 FTA 재협상과 연계시키면 우리 쪽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 그리고 방위비 분담이 높아질 경우, 높아진 분담금의 일정 부분이 한국으로 환류될 수 있는 장치를 고안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첫 전화 통화에서 “미국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굳건하고 강력한 방위 태세를 유지할 것인 바, 흔들리지 않고 한국과 미국의 안전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며 한미동맹 강화 및 방위 협력을 재확인했다. 

또한 한미동맹이 아태 지역 평화 번영의 초석이 됐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100% agree)고 화답했다. 트럼프의 신고립주의로 한미동맹이 약화될 것이란 예단은 설득력이 없다.

에필로그 

한국 경제는 삼각파도에 직면하고 있다. ‘저성장이 구조화’되어가고 있다. 내수는 여전히 부진하고 수출도 복합적인 요인으로 예전과 다르다. 가계 빚은 올 6월말 현재 GDP 대비 90%에 육박하고 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비율(DSR)이 40%를 넘는 한계가구는 이미 2015년 3월에 134만 가구를 돌파했다. 

사면초가에 빠질수록 원칙에 입각한 사고에 충실해야 한다. 한국 경제의 취약성은 모두 저성장에서 비롯된다. 저성장이 ‘문제의 근원’인 것이다. 따라서 모든 정책 역량은 성장 페달을 밟는 데 모아져야 한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시간 문제이다. 우리도 시차를 두고 금리를 일정 부분 올릴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 폭탄을 관리하려면 가계소득을 올려 부채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역시 성장 페달이 답이다.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성장률을 올리려면 규제 완화는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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