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북한인권운동가들의 외로운 투쟁담은 다큐멘터리 <퍼스트 스텝>
탈북민 북한인권운동가들의 외로운 투쟁담은 다큐멘터리 <퍼스트 스텝>
  • 백요셉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7.02.2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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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정권 인권유린·3대세습·반인륜적 폭정 고발

탈북민 출신 김규민 감독 연출,

미국에서 열린 ‘제12회 북한자유주간’ 행사 참석 과정 담아

▲ 다큐멘터리<퍼스트 스텝>을 연출한 김규민 감독

지난 2월 10일 오후 7시,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롯데시네마 브로드웨이에서 북한인권 다큐멘터리 <퍼스트 스텝> 첫 시사회가 열렸다.

다큐멘터리는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권유린, 3대 세습, 김정은의 반인륜적 폭정을 고발하기 위해 20여 명의 탈북민 출신 북한인권운동가들이 뉴욕과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12회 북한자유주간’ 행사에 참석하는 과정을 담았다.

낮은 목소리, 큰 감동 <퍼스트 스텝>

북한의 굶주리고 헐벗은 현실을 묘사한 <겨울나비>(2011)로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알려진 탈북민 출신 김규민 감독이 연출한 두 번째 작품인 <퍼스트 스텝>은 탈북민 출신 북한인권운동가들의 활동 과정에서 겪은 실제 체험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설득력과 공감의 폭이 넓다.

이전 북한인권 소재 영화들이 직설적인 고발 형태를 유지했다면, 이번 영화는 목소리의 감정을 낮췄다. 활동 과정에서 겪은 무시와 외로움, 막막함,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로부터의 위협 등 여러 가지 체험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오히려 낮은 목소리의 절제가 객석의 관람객에게 더 큰 울림으로 다가간다.

저마다 겪은 사연들에 귀 기울이게 만드는 것. 각각의 활동가들이 펼쳐온 활동을 영화를 통해 서로 나눌 수 있는 것도 기대 밖의 효과다. 동지적 연대감을 나누며 서로가 격려하는 효과를 실감했기 때문이다. ‘큰 화면으로 보니 실제와는 또 다른 감동이 솟아나며 지난 시간이 떠오른다’며 눈물을 훔쳤다는 소감도 나왔다.

더욱이 영상촬영 과정에서 북한정권 관계자들과 직접 조우하면서 작품 속 주인공인 탈북민들이 김정은의 암살리스트에 오르고, 북한공작원들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는 등 제작과정에 서 아슬아슬한 고비가 많았다는 후문이다. 극적인 내용 전개와 함께 여러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 힘들게 작품을 완성하게 돼 더 뜻이 깊다고 한다.

<퍼스트 스텝>은 북한의 인권 문제를 주제로 다룬 만큼, 북한 문제에 별다른 관심이 없던 관객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프로듀서를 맡은 강태원 SC미디어협동조합 대표는 “이 다큐멘터리를 지금도 여전히 암흑의 땅에서 고통 받고 있는 북한 동포들에게 직접 선보이고 싶은 심정”이라며 “국내에서는 정치적인 문제로 취급되어 무관심해진 북한인권 문제가 이런 다큐로 인해 언젠가는 꼭 모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국민적 이슈로 부각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심정을 전했다.

유엔 대표부에서 북한 대표단의 노골적인 방해공작 생생

한마음프로덕션과 SC미디어협동조합이 공동 제작한 <퍼스트 스텝>은 2015년 4월 27일부터 5월 2일까지 미국 위싱턴 DC와 뉴욕 등에서 진행된 12회 북한자유주간 행사에 참가한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를 비롯한 24명의 탈북민 북한인권운동가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특별히 응원하는 사람도, 반겨주는 이도 없는 가운데 어렵사리 자비를 털어 미국으로 간 24명의 탈북민 출신 북한인권운동가들은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북한의 반인권적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리고 그들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들은 미 의회 청문회와 국무부, 그리고 미국의 교회들과 각종 세미나 및 토론회,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계속해서 북한참상을 고발한다.

2015년 4월 29일 수백리 길을 달려 찾아간 유엔 본부에서 뜻밖에 북한대표단과 맞선 가운데, 집요한 북한 측의 방해공작을 물리치며 북한정권이 얼마나 어리석고 비상식적인 정권인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는 자리로 만든다. 참가자들의 단합된 시위와 성토로 방해공작을 시도하던 북한 대표단을 회견장에서 쫓아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갑작스런 북한 대표단의 출현에 긴장했던 참가자들은 환호와 박수로 작은 승리를 축하했다.

예정에 없던 이 장면은 오히려 북한인권운동가들의 활동을 부각시키는 반전의 효과로 작용한 측면도 있다. 영화에서는 잔잔하게 흐르던 구성이 갑자기 긴장감과 생동감을 더하며 극적인 클라이맥스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결국 이들 탈북민들은 이 사건으로 김정은 정권의 암살리스트에 오르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이들은 북한정권으로부터 테러 위협에 시달리며 불안함 삶을 살아가고 있다. 시사회가 끝난 며칠 후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김정일의 아들이자 김정은의 배다른 형인 김정남이 북한 측 자객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에 의해 독살된 사건이 일어나 세계적인 충격을 줬다. 탈북민 운동가들이 살해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는 증언이 결코 과장이거나 엄살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슬퍼도 외로워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북한민주화”

▲ 다큐멘터리 <퍼스트 스텝>

<퍼스트 스텝>에 등장하며 진행자 역할을 하는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우리 탈북민들에게 그 누가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못하는 일, 청원하고 강요해도 함께 하지 못하는 일, 슬퍼도 외로워도 누구를 탓할 수 없는 일 이 있다면 바로 ‘북한민주화운동’”이라며, 이 운동은 “남한사람이나 탈북민이나, 일본인이나 미국인이나 북한주민들이 겪고 있는 무(無)권리 한 삶과 자유의 갈망을 읽을 줄 알고, 나와 내 형제의 아픔으로 저들의 고난으로 승화시킬 때에만 가능한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또한 그는 이 운동은 “고향으로 가는 길을 스스로 열어가는 탈북민들의 고향사랑이며 애국운동으로서, 무권리한 고향 사람들에 대한 탈북민들의 사랑이며 헌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한 이유 때문에 자유와 풍요 가득한 남한 땅에서 누구는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를 위한 전단을 날리고, 방송을 전하고 있으며 또 누군가는 새벽 찬바람을 가르며 미지의 언덕을 넘는다”면서 “그 외롭고 고독한 삶속에서 웃을 줄 알고, 희열을 느끼는 이들을 우리는 북한민주화운동의 선구자, 탈북민들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인공인 탈북 작가 림일 씨는 “남북의 통일을 위해 자기의 청춘과 한생을 묵묵히 희생하고 있는 이 시대 최고의 통일애국자들의 활동을 담았다”면서 “부디 나라를 사랑하고 통일을 염원하는 많은 국민들이 이 영상을 보고 그 내용을 가슴에 새기고 또 많은 사람들에게 소문을 내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소망을 피력했다.

림 작가는 당시 유엔 본부 국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이 열릴 때 북한대표단이 들어와 방해하는 행동을 예로 들면서 “그때 북한대표단이 방해 공작을 하던 일, 참가자들이 일제히 비난하던 일, 대표단이 쫓겨나다시피 자리를 피해 도망가던 일은 아직도 생생하다”며 “당시 상황을 스크린에 담아 세상에 나온 영화 <퍼스트 스텝>은 북한의 참혹한 인권 실태를 고발하는 외침이자 김정은 파멸의 엄중한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큐가 아니라 북한 독재에 항거하는 투쟁 현장이다”

주인공 가운데 또 다른 한명인 강철호 새터교회 목사는 “북한인권 개선만이 통일의 답”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북한인권 운동에 탈북 투사들과 동참하면서 주변의 일부 사람들로부터 ‘한국에 왔으면 북한을 자극하지 말고 그냥 조용히 자기 일이나 잘 할 것이지 왜 북한인권 같은 정치 활동에 참여하느냐’는 비난도 받아왔다”며 “하지만 우리는 사람들은 왜 북한인권이 정치운동이라고 말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인권의 보편적 가치는 하나님께서 인간 누구에게나 주신 권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특별히 북한 사회에서 정치범으로 수용소에서 오늘도 짐승처럼 인권을 유린당하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말 한마디 잘못한 사람들이라는 사실 앞에서도 과연 인권은 정치적 문제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지 가슴에 손을 얻고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며 “우리 대한민국이 북한인권 문제 하나 해결할 수 없다면 우리는 하늘의 축복을 받을 자격이 없는 나라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오래 전부터 대북 풍선활동을 해오며 북한정권으로부터 여러 차례 암살과 테러 위협에 시달려 온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도 한마디 했다. 그는 “<퍼스트 스텝>은 단순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목숨 걸고 자유대한으로 달려와 북녘의 부모형제들의 인간해방을 위해 김정은 세습독재에 항거하는 탈북인권운동가들의 투쟁 현장 일부를 보여주는 실화”라며 “비록 해외에서 '북한자유주간'이라는 짧은 행사 기간에 있었던 실화지만 이 다큐를 통해, 대한민국 정부와 사회의 무관심과 냉대, 김정은의 살인테러 공갈 협박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직 북한 주민들의 자유와 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탈북인권활동가들의 결의와 투지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이 다큐를 접할 많은 관객들에게 열악한 북한인권 활동에 대한 새로운 감명과 시각을 제공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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