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놈놈놈’들을 현실에서 보아야 하는 시대
영화 ‘놈놈놈’들을 현실에서 보아야 하는 시대
  • 조희문 미래한국 편집장
  • 승인 2017.02.21 16: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부영화 ‘석양에 돌아오다’(1966)의 원 제목은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다. 영화 내용에 비추어 번안을 한다면 ‘좋은 놈, 나쁜 놈, 치사한 놈’ 쯤 되겠다. 미국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  이탈리아 출신 세르지오 레오네가 감독했다.

미국에서 만든 정통 서부영화가 아니라 이탈리아에서 제작한 이른바 ‘마카로니 웨스턴’ 또는 ‘스파게티 웨스턴’의 대열에 든다. 마카로니나 스파게티는 이탈리아 음식의 일반적인 메뉴. 개척시대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설정하면서도, 이탈리아에서 적은 제작비를 들여 만든 서부영화들을 가리켜 비아냥거리듯 이름 붙여 구분하는 용어가 ‘마카로니 웨스턴’ ‘스파게티 웨스턴’이다.

짝퉁이라는 빈정거림이 가득하지만 1960년대에는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원조는 ‘황야의 무법자’(1964).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이다. ‘석양에 돌아오다’는 ‘황야의 무법자’ 인기를 등에 업고 만든 변종이지만, ‘무법자’ 시리즈 중의 하나로 꼽는다.

처음에는 마카로니 웨스턴을 우습게 알던 미국 영화계도 나중에는 제작에 나설 정도로 짝퉁의 인기는 높았다. 2008년 김지운 감독이 만든 한국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The Good, The Bad, The weird)은 ‘석양에 돌아오다’의 패러디 버전. 일제시대 만주를 배경으로 삼았다. 제목이 긴 탓에, 줄여서 ‘놈놈놈’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더 많다.

한국 영화 ‘놈놈놈’이나 이탈리아 영화(이탈리아, 스페인, 서독, 미국 합작이기는 하지만) ‘놈놈놈’의 공통점은 어디에도 좋은 놈은 등장하지 않는 것이다. ‘좋은 놈’으로 설정한 캐릭터 역시 들여다보면 나쁜 놈이나 치사한 놈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그저 누가 더 나쁜가, 조금 덜 나빠 보이는가의 차이일 뿐 험한 바닥에서 자기 잇속을 챙기려는 계산은 이놈이나 저놈이나 이기 때문이다. ‘놈놈놈’은 누가 더 나쁜 놈인가를 경쟁하는 ‘악당 열전’ 쯤으로 보는 것이 더 어울린다.

대통령 탄핵 사태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 ‘놈놈놈’의 실사판 같다. 권력을 등에 업고 잇속을 챙기려던 사기꾼들과 그동안 누리던 권력의 혜택을 빼앗겼다고 여기며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던 언론, 대통령 주변을 둘러싼 측근 몇몇이 권세를 누릴 뿐 눈 밖에 난 의붓자식 취급받는 것에 불만을 가진 전 새누리당 내 이른바 비박계 의원들의 불만, 어떻게든 지금의 정권을 흔들고, 망신주어야 한다고 벼르고 있던 야당들, 전술적으로 대한민국을 뒤집을 수 있는 혁명적 전기를 만들겠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던 종북 좌파들, 정치적 흐름의 눈치를 보던 검찰 등 각계 세력들이 공동 전선을 형성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각각의 위치에서 노리는 바는 달랐지만, 대통령 타격이라는 공동의 이해에서 서로 만난 꼴이다.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음모를 꾸몄다 하더라도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질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못했을 터이다.

잘하면 한판 크게 흔들거나 여론에 흠집을 내는 정도의 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고 보지 않았을까? 대통령과 정부의 역량과 맷집이 이 정도로 허약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터이니까. 하지만 톡톡 던진 잽에 맞은 대통령이 탄핵까지 몰리는 상황을 만들었으니, 개구리 잡겠다고 풀 섶을 툭툭 건드리다가, 멧돼지 잡은 격이 된 셈이다.

그 ‘놈놈놈’들이 뒤집어 놓은 대한민국을 구해야 한다. 잠자는 보수 우파들이 각성하라고 던지는 시련일까?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