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
탄핵심판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7.03.0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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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決戰)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 2월 27일 대통령 변호인단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의 최종변론을 마쳤고 이제 헌재 재판관들은 약 2주간의 토론을 거쳐 탄핵심판 선고를 하게 된다.

헌재의 탄핵심판 결론이 어떻게 나든, 태극기와 촛불로 양분된 국민 분열과 정치적 갈등은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헌재의 탄핵심판은 재판관 8명 가운데 6인 이상이 탄핵에 찬성하면 탄핵소추가 인용된다. 문제는 탄핵심판 절차에 이미 중대한 하자가 있음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 미래한국 고재영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했던 대통령 측 변호인 김평우 변호사는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를 ‘섞어찌개’라는 표현으로 압축해 주장했다.

즉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13개 탄핵소추 사유는 소추 사유별로 의결되어야 하며 소추 사유 모두를 하나로 해서 국회가 ‘찬반 투표’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헌재 강일원 주심 재판관은 ‘소추인단과 변호인단간에 국회 소추 절차의 하자에 문제가 없기로 한다는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미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 소송지휘에 ‘법원 직권주의’를 표방했던 만큼, 하자가 명백했던 국회의 탄핵소추를 양쪽 합의로 무마한다는 것은 국민주권이라는 헌법정신에 위배된다.

대통령의 변호사가 대통령의 변론권을 대리한다고 해도 이는 개인 박근혜에 대한 재판이 아니라, 주권의 위임 통치자에 대한 탄핵심판이므로 헌법재판소는 국민주권의 차원에서 소송절차를 처리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된다는 이야기다.

‘빵은 둘로 합의해 갈라도 여전히 빵이지만, 아기는 합의해서 둘로 가를 수 없다’는 타협의 한계원칙이 자연법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헌재가 탄핵소추 절차에 하자가 명백했다면 직권으로 각하결정을 내렸어야 한다는 것이 보수적인 법조인들의 의견이다. 

물론 이 문제에 대해 강일원 헌재 주심은 ‘법무부에서 국회 탄핵소추 의결에 문제가 없다라는 회신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법무부의 의견일 뿐, 심판의 권한과 책임이 있는 헌법재판소가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헌재 재판관은 오직 헌법과 직업적 양심에 의해서만 심판해야 하는 것이며 법무부의 의견이 어떻다는 것은 그저 검토의 대상이었을 뿐이다. 따라서 탄핵이 인용될 경우, 헌법재판소 스스로 헌법에 위배되는 심판을 추진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에 탄핵 인용의 경우 태극기 집회 시민들의 강력한 반발과 불복종이 예상된다.

탄핵 기각 또는 각하 1개월이 골든타임

헌법 재판관 8인 가운데 3인 이상이 탄핵 인용에 반대하면 탄핵은 기각된다. 법조계에서는 헌법재판관 8인 가운데 보수성향인 2인 재판관들은 탄핵에 반대할 것으로 예상하고 중도적인 1인 재판관의 결심이 결정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는 달리, 예상외로 헌재 재판관 대다수가 탄핵을 각하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망도 있다.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과정에 심각한 하자가 이미 드러난 바이기에 헌재 재판관들이 이를 무시하고 인용이든 기각을 내리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이러한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 탄핵심판은 기각이 아니라 각하된다.

문제는 탄핵 각하는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 심판한 것이 아니므로 여전히 불씨가 남게 된다는 점이다. 국회가 탄핵소추를 재의결하겠다고 나올 수도 있는 문제다. 이렇게 되면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 시민세력과 국회 간에 정면 충돌은 피할 수 없으며, 복권되는 대통령 역시 중대한 정치적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국회가 태극기 집회 시민세력에 의해 점거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국회 경비대와 유혈 충돌이 벌어질 경우, 대통령이 어떤 결심을 하느냐에 따라 사태는 전혀 다른 국면들로 각각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한, 대통령이 국회와 언론을 상대로 통치권 회복을 위해 정치적 반격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된다. 따라서 탄핵이 기각되든, 각하되든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일정 부분 전략적 판단이 요구된다 할 수 있다.

대통령이 헌재에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고백한 만큼, 탄핵 기각이나 각하 시에 대통령은 자숙하는 의미에서 잠시 2선으로 후퇴하고 황교안 권한대행을 책임총리로 임명하는 방법이 있다.

그렇게 되면 유력한 미래권력의 후보로서 황교안 책임총리의 권위가 행정당국과 검찰을 지휘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고영태 일당과 친노 정치검찰 세력, 그리고 Jtbc와 같은 정치 언론들의 합작으로 발생한 반역적 행위들을 수사하고 그 전모를 드러낼 이는 대통령이 아니라 황교안 총리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게 되어 대통령의 누명이 벗겨져야 비로소 대통령은 다시 통치권을 발휘할 수 있다.

‘국민불복종운동’ 선언 잇따라

탄핵 기각 또는 각하 시에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할 문제는 탄핵소추 사유가 되었던 고영태 일당과 언론의 부당한 협잡, 그리고 역시 이들과 야합하거나 내통해 대통령을 퇴진시키려 부당하게 수사권을 남용한 검찰, 그리고 국회에서 결의된 수사 범위를 넘어 역시 권리를 남용한 특검, 그리고 권력 찬탈을 위해 이번 사태를 총괄 기획한 정치적 역모세력에 대한 발본색원이 아닐 수 없다.

▲ 2월 18일 오후 서울광장 인근에서 열린 제13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대형 성조기와 태극기를 펼쳐 흔들고 있다. / 연합

이들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책임자들을 처벌하는 문제는 대통령의 실추된 통치력을 회복하는 선결 조건이 된다. 무엇보다 부당하게 대통령을 탄핵 소추했던 국회에게 책임을 묻는 주권자의 행동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탄핵 인용되면 보수는 단결할 것인가

헌재에 의해 탄핵이 인용될 경우 탄핵심판에 항의하는 태극기 집회의 성격이 문제가 된다.  본격적인 국민 불복종 운동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탄기국(탄핵기각국민운동본부) 대변인인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지난 2월 27일, “사형을 감수하더라도 내전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같은 날 탄핵심판의 보수진영 히어로로 등장한 김평우 변호사는 ‘이제 나를 변호사가 아니라 혁명가로 불러 달라’고 열변을 토했다. 정광용 회장은 탄핵반대 태극기 집회를 실질적으로 지도하고 집행해 온 탄기국의 지도자다. 여기에 김평우 변호사가 국민 불복종 운동에 가세할 경우 탄핵 인용이 불러올 국민적 저항의 위세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탄핵 인용 후 파면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고 구속되는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도 예상된다. 탄핵 반대에 나섰던 태극기 집회 시민들 가운데 열혈 박사모 회원들이 격렬한 시위를 주동하면서 공권력과 충돌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인 자유수호연합(자수연)의 김철홍 이념분과 지도위원(장신대 교수)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탄핵의 인용, 기각의 여부와 관계없이 국회해산이 목표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의 탄핵 소추 자체가 이미 규범성과 정당성에서 위헌적이기에 애국시민들이 적극적으로 국회해산을 요구하며 주권자로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과 SNS상에서도 본격적인 국회해산 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들이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법론은 논의되지 않는 상황이며 탄핵 인용 후 60일내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국회해산 주장이 얼마나 실행력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문제는 대통령을 잃은 보수 여권의 대선 상황이다.

60일 이내의 대선 과정은 여, 야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된다. 일단 야권에서는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유력한 대선 후보의 티켓을 거머쥘 것으로 예상된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도전이 계속되고는 있으나 당권을 장악한 문재인을 넘어선다는 것은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탄핵 인용 시 보수 여권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느냐는 숙제도 남아 있다.

일단 탄핵 인용 시 황교안 권한대행이 계속 대통령 권한대행을 할 것인지도 확실치 않다. 만일 권한대행을 계속한다면 황 대행의 실질적 임무는 60일 대통령선거의 관리자에 그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여권 내 유력한 대선 후보는 홍준표 경남지사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정도로 압축된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이 두 후보가 모두 친박에 구원(舊怨)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홍준표 지사는 최근 상당히 어조를 낮췄지만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이 있고 나자 자신의 대권 행보를 견제할 목적으로 ‘양박(양아치 친박)이 모함을 했다’는 원색적인 감정을 쏟아 놓기도 했다. 이러한 홍준표 지사에게 박사모를 비롯해 친박진영에서 얼마나 호응을 보낼지 여전히 미지수이다.

홍준표, 유승민 두 인물은 이미 친박진영과는 금이 갈대로 간 사이이므로 이들이 친박세력을 포용하려 해도 친박세력이 이 두 인물을 포용할 가능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검찰이 파면된 대통령을 구속할 경우 친박과 박사모를 중심으로 하는 ‘마이웨이’식의 정치 세력화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당연히 친박쪽 세력은 황교안 권한대행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 이러한 가능성도 탄핵심판이 기각되거나 각하된다는 전제에서 가능한 시나리오이기에 탄핵 인용시에는 기대하기가 어렵다. 현재 탄기국을 중심으로 신당 창당을 모색하는 분위기가 있는 만큼, 탄핵 인용시 친박과 박사모를 중심으로 제3의 보수 시민 후보 추대도 점 쳐볼 수 있다.

탄기국의 정치세력화 서둘러야

탄핵 결과에 관계없이 정국에 상수로 작용하는 것은 태극기운동세력이 어떤 경로로 정치세력화 되느냐의 문제다. 탄핵 인용이 실질적인 보수진영의 패배라는 점에서 기존의 정치세력으로는 정권 재창출은 커녕, 대선 이후 구심점 없는 보수 야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태극기 집회 대중 운동력을 어떻게든 정치세력으로 조직화 해내는 일이 보수진영의 당면 과제가 된다. 다행히도 이번 탄핵심판 과정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김평우 변호사로 인해 태극기 집회세력이 식상할 수도 있는 단순 활동가들을 넘어 정치적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참신한 지도자급의 인사를 얻었다는 것은 큰 수확이라 할 수 있다.

김평우 변호사 스스로 자신을 ‘변호사가 아닌 혁명가로 불러 달라’고 한 만큼, 그의 정치적 행보는 제도권 밖에서 탄핵심판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탄기국이 하루 속히 정치세력화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탄핵 인용이 되면 탄기국은 국민저항본부로 개칭하고 본격적인 국민 불복종 운동을 펴기로 선언했지만 탄기국은 여전히 박사모라는 사조직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럴 경우 탄기국이 시민들로부터 걷은 막대한 후원금과 서명, 인적정보 등이 문제가 된다. 탄기국 주변 인사들의 전언에 의하면 탄기국에 답지한 태극기 시민들의 후원금은 약 20억 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진다.

동시에 탄핵무효 서명으로 100만 명에 가까운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확보한 것으로도 알려진다. 사정이 이렇다면 탄기국이 공적 구조를 갖는 정치세력기구화 되지 않을 경우, 탄핵 인용 후 손쉽게 검찰의 수사 타겟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탄기국 주요 인사들이 탄핵 인용으로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 저항운동을 펼칠 경우, 지도부가 구속될 수 있는 상황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는 지도부 와해를 의미한다. 일단 탄기국이 정당과 같은 정치세력화에 성공하면 검찰의 수사에 대해 정치탄압으로 맞설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아울러 탄기국 초기 활동에서 있을 수 있었던 피치 못할 흠결을 차단 분리해 낼 수 있다.

즉 탄기국이 회원들의 총회를 통해 대표단과 집행부를 공식적으로 선출할 경우, 그 이전에 있었던 조직의 활동을 현재와 분리시켜서 법적인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다만 탄기국의 현황을 잘 아는 소식통들에 의하면 탄기국내 여러 복잡한 상황들이 얽혀 있어서 향후 공적 조직으로 전환되는 문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울러 기독교단체가 주도하고 있는 태극기 집회 세력과 기타 군소 세력들이 분진합격(分進合擊: 각개 전진 후, 합동으로 총공세를 폄)의 전략을 총결산하고 단일대오로 전략을 수정하는 것도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태극기 집회 세력들 간에 여전히 주도권 경쟁이 있다는 점, 크고 작은 다툼이 없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 때문에 탄핵 인용이나 기각, 혹은 각하 후에 단일대오를 갖출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들이 존재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또는 각하되든, 변하지 않는 사실은 보수 우파진영에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탄핵 기각으로 대통령의 명예와 권위가 실질적으로 복권되지 못하면 2017년 대선은 대단히 어려운 싸움이 된다.

탄핵 기각으로 주어지는 반격의 칼날이 반역을 모의한 세력을 제압하려면 무엇보다 부당하게 권력 찬탈을 노린 검찰과 언론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태극기 애국 시민세력의 더 단호하고 큰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 문제는 애국 보수진영 내 분열이 없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얼마나 단결할 수 있느냐가 탄핵심판 이후 대통령이 통치권을 회복하는 데 관건이 된다. 따라서 탄핵이 인용된다면 보수우파 진영에서 결단(決斷)이 필요하게 된다.

탄핵 결과에 승복하고 대안적인 정치세력을 만들어 갈 것인가, 아니면 국민 불복종 운동으로 혁명적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인가. 이 결단은 대단히 어렵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분진합격’이 필요해진다. 그렇게 되어 국민들의 지지가 높은 쪽으로 재 단결하는 방법이다.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탁월한 법철학자이자 정치철학자였던 칼 슈미트(Carl Shumitt)는 ‘정치적 질서란 적과 동지의 구별’로 시작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대한민국의 건국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국시(國是)로 하는 것에 찬성하는 국민들이 전체주의와 공산주의를 적(敵)으로 해서 만장 일치된 주권으로 수립했다.

따라서 국민들끼리는 적이 아닌 동지이며, 민주주의란 동질적인 국민들이 이질적 문제를 다루는 방법일 뿐이다. 하지만 헌정(憲政) 질서가 유린된 상황에서는 주권에 예외적 상황이 등장하게 된다. 그러한 예외적 상황을 결정할 수 있는 자는 역시 단일하고 분할되지 않는 주권자 외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정치적 결단이며 적과 동지를 새롭게 배치하는 ‘정치적인 것’의 본질이다. 결단하지 못하는 자는 주권자가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질문의 대답은 오로지 행동으로서만 찾아진다. 질서는 행동으로만 등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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