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그립다
그가 그립다
  • 미래한국
  • 승인 2017.05.1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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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 태평양시대위원회 이사장
많은 사람들을 대하며 85년의 긴 세월을 살았습니다. 만나서 사귄 사람들을 다 기억하기는 어렵지만 소수의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 잊지 못할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 김상철 변호사입니다.
 
그가 병상에 누웠다는 소식을 듣고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는 좀 괘씸한 후배라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나처럼 나이 많은 선배들을 두고 자기가 먼저 가다니….” 그럴 수는 없다는 일종의 원망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 볼 때 그는 그렇게 빨리 하늘나라로 가서는 안 된다고 할 만큼 나라를 위해 매우 필요한 인물,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었습니다. 그를 그렇게 불러 가신 하나님의 뜻은 무엇일까? 쉽게 답을 찾기 어렵습니다. 날마다 격무에 시달려 피곤한 그를 쉬게 하시려고 그렇게 일찍 불러 가신 것일까? 답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니까, 그렇게 김 변호사를 누구보다도 하나님이 사랑이심을 믿고 살던 돈독한 신앙인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 사랑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지만 그는 그 답을 이미 찾았고 하나님의 사랑의 품에서 그의 특유한 미소를 지으며 복락을 누리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나라를 위하여 그리고 우리가 몸담아 사는 대한민국을 위하여 정의롭게 살고자 최선을 다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유능한 변호사였으므로 많은 변호사들이 그렇게 하듯 개업하여 열심히 변호사 일이나 했으면 돈도 잘 벌고 떵떵거리며 살 수 있었을 텐데, 그는 그런 세속적인 ‘영광의 길’을 포기하고 희생 봉사의 가시밭길을 끝까지 걸었습니다.
 
사람의 크기란 ‘무엇을 가졌는가’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을 버렸는가’로 측정된다고 합니다. 슈바이처가 훌륭한 것도 만델라가 위대한 것도 그렇습니다. 한 사람은 아프리카의 병든 흑인들을 위하여, 또 한 사람은 자유를 잃고 신음하는 남아공화국의 동족들을 위하여 자기가 가진 것을 다 버렸던 것입니다. 김 변호사는 자기의 재능을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하여 몽땅 바쳤습니다.
 
단 위에 오르면 ‘사자’가 되었던 김상철
 
그와 함께 여러 번 대중 강연의 강단에 섰습니다. 그는 문자 그대로 ‘투사’였습니다. 한 정권의 비민주적 또는 반민주적 처사들을 비판하며 시정을 촉구함에 있어서 칼날 같은 언변으로 청중을 감동시켰습니다. 우람한 체구나 용모를 가진 사람이 아니었지만 일단 단 위에 오르면 사자처럼 한 시대의 비리를 질타했습니다.
 
그는 미국과의 우호관계가 한국의 안보에 가장 시급한 과제임을 깨닫고, 남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던 ‘한미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습니다. 일반인의 관심이 희박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반미’가 고개를 들던 무렵, ‘한미친선’을 감히 외치고 나온 그는 진정 용감한 사나이였습니다. 대한민국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고는 감히 그런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일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변호사 김상철은 조국의 민주주의가 친북이니 종북이니 하며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기로 몰아넣던 몰지각한 인간들 때문에 어지럽고 험악한 시대를 맞이했을 때 하늘이 그에게 맡기신 사명을 다하기 위해 몸과 마음과 정성을 다 바친 용감한 투사였다고 나는 그를 평가합니다.
 
그는 높은 수준의 교양을 지닌 예의 바른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선배들을 대함에 있어 언제나 그는 공손했고 후배들을 거느림에 있어 항상 다정다감했습니다. 나는 나이가 많은 사람으로서 김 변호사와 같은 유능하고 단정한 후배와 조국을 위해 함께 일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의 일생을 평가함에 있어 크리스천으로서의 그의 신앙을 언급하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의 삶의 원동력은 뭐니뭐니 해도 그의 독실한 신앙이었습니다. 나는 그의 이름 앞에 ‘고(故)’라고 붙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는 우리 곁을 떠난 것이 아닙니다. 그는 오늘 살아 있는 우리와 더불어, 그리고 앞으로 이 땅에 태어날 수많은 선량한 후손들과 함께,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날빛 보다 더 밝은 천국
믿는 맘 가지고 가겠네
믿는 자 위하여 있을 곳
우리 주 예비해 두셨네
 
이 세상 작별한 성도들
하늘에 올라가 만날 때
인간의 괴롬이 끝나고
이별의 눈물이 없겠네
 
며칠 후 며칠 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며칠 후 며칠 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나도 어느 날, ‘요단강 건너가’ 김상철 변호사를 기쁜 낯으로 만나게 되리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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