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을 수행했던 미국 방문
회장님을 수행했던 미국 방문
  • 미래한국
  • 승인 2017.05.18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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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중 경기대 교수 · 한미우호협회 대화의모임 위원장

1992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김상철 회장님에 관한 이야기는 언론을 통해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를 직접 만나 뵙는 영광이 찾아온 것은 마침 청와대에서 노태우 대통령이 베푼 연회에 함께 참석하고 나오는 길에 세종문화회관 앞에 도착했을 때였다.

일찍이 통일원 공산권담당 보좌관으로 근무하다가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미국의 중국정책과 미중러 삼각관계, 그리고 미국정치론을 공부하고 돌아온 나는 세종연구소에서 남북한 담당연구위원으로 일하면서 한미관계와 한반도 평화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한국외교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두 요인은 미국과 북한이다. 따라서 미국과의 우호 증진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따라서 나는 이런저런 자리에서 만나게 되는 분들과 한미관계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를 즐겨하곤 했다.

그러던 차에 김 회장님으로부터 마침 당신께서 한미우호협회를 창립해 활동하고 있노라는 말씀을 듣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회장님은 협회 모임에 와서 강의를 해 달라는 황송한 부탁과 함께 입회를 적극 권해 주셨다. 평생 좋은 인연의 시작이요, 미국과의 우호 증진을 위해 자그마한 일이나마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순간이었다.

그러나 협회에 참여하고 계신 분들의 면면에 대한 설명을 듣는 순간 너무도 저 멀리 저 높이 있는 분들의 모임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나보다 어린 회원이 한 명도 없었다. 그처럼 얼어 있던 나를 협회로 친절히 안내해 주신 분이 회장님이셨다. 그 후 강의도 하고 협회보에 글도 쓰고 다양한 모임에 참석해 여러 훌륭하신 분들을 만나게 되는 등 점점 협회 활동에 깊이 빠져들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실로 멋진 모임이었고 내가 지금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행사들이 계속되고 있었다.

마침 당시 한미우호협회 미 중부대서양지부를 맡고 계셨던 분은 내가 박사과정을 밟던 시절의 모교인 메릴랜드대 총장님이셨다. 그 분이 한국에 오실 때면 당연히 자리를 같이 했고 회장님이 미국을 방문하실 때는 나도 그 즈음에 가기로 돼 있던 미국 출장과 날짜를 맞춰 회장님을 모시고 갈 기회를 일부러 만들었다.

나는 협회에 부탁해 명함을 하나 만들었다.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명함이 아닌 한미우호협회 미 중부대서양지부 코디네이터라는 명함이다. 공무원 시절이나 사회 그리고 직장에서 내가 맡았던 일이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미국과의 관계에서 어떤 일을 맡고 있다는 것을 보이는 명함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내 스스로 정한 일은 회장님의 미국 방문시 혹시나 필요한 심부름을 하거나 협회 대표단의 일원으로 회의에 참가해 자리를 빛내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회장님과 사모님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보는 영광을 누리게 됐던 것이다.

그 후에도 나는 가능한 미국 출장을 김 회장님의 미국 방문 시기에 맞추는 노력을 계속했고 미국에서 우리 협회를 방문하는 미국 인사들의 환영 만찬 등의 행사에도 적극 참여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내가 미국에서 공부하고 일하던 시절에 만났던 여러 분들이 이번에는 우리 협회의 손님으로 한국을 방문한 것이다. 나는 동시에 나와 우리 가족이 미국에 있을 때 미국 정부와 미국 친구들로부터 받은 큰 도움을 내 나름대로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즐겁게 일했던 것을 기억한다.

여러 행사가 있었는데 메릴랜드대 총장 방문, 버지니아에 있는 교회에서의 김상철 장로님의 간증, 한국과 미국에서 여러 목사님들과의 만남, 조지타운대 방문, 워싱턴에서의 여러 모임 참가 등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미국 유학 시절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고위층 인사들을 만나는 행운도 누렸다. 평소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지라 회장님의 미국 방문 시 이모저모를 찍을 수 있었던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그러면서 회장님으로부터 내 나름대로 몇 가지 배운 것이 있다.

 

그의 빛나는 가르침들

 

첫째는 한미우호를 증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국 친구들을 직접 만나 환담을 나누고 그들을 방문하며 또한 그들의 한국 방문을 자주 주선하는 일이라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에 있는 협회 지부를 활성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인데 이를 위해서는 회장님과 협회 임원들의 육체적(?)인 기여가 절실하다. 그들을 만나 함께 식사를 나누고 한국과 미국 얘기를 나누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영어로 계속 말한다는 것은 아무리 해도 결코 녹록치 않은 것이다.

둘째는 협회의 여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에서 보람을 찾는다는 것이다. 현재 내가 위원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일하는 ‘한미 대화의 모임’이 좋은 예인데 그 이른 아침에 항상 말쑥하게 차려입고 나타나시던 김 회장님을 보면 절로 존경의 인사를 드리게 된다. 내가 저 분의 연배가 됐을 때 과연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셋째는 한미동맹을 통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그리고 평화통일에 대한 회장님의 확고한 의지이다. 우리가 미국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여러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통일을 이루는 데 있어서 미국의 지지가 결정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통일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인권을 존중하는 토대 위에 달성돼야 한다. 회장님은 한미우호협회 창설 이후 지금까지 튼튼한 기초를 쌓을 수 있도록 불철주야 애쓰고 눈물로 기도하며 한국과 미국의 장래를 걱정하던 거목이셨다.

통일의 그 날이 아직 멀었는데 너무 빨리 우리 곁을 떠나신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회장님의 유지를 받드는 후배들과 동학들이 나오지 않는다면 더 유감스러울 것이다.

제2, 제3의 김상철이 우리 협회에 들어와 회장님의 가르치심을 따르며 남북 평화통일을 향해 우리 회원들과 미국 친구들과 모두 함께 일하기를 바란다. 이 거룩한 일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나에게 소중한 기회를 주신 회장님께 감사드린다. 부디 한미우호협회와 한미대화의 모임을 지켜봐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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