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흥행 실패한 한국당·바른정당 ‘보수재건’은 가능할까?
전대 흥행 실패한 한국당·바른정당 ‘보수재건’은 가능할까?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7.07.10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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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도 못하면서…보수 적통 쟁투는 부질없는 짓, 기본부터 하라”

자유한국당 7·3전당대회를 끝으로 이른바 보수야당이 모두 새 지도부를 확정했다. 3일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신임 대표로 선출된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전체 65.7%(5만1891표)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얻으며 원유철(22.9%), 신상진(11.2%) 의원을 여유롭게 제쳤다. 사실상 홍 전지사의 독주였다. 이번 결과는 모바일 사전투표와 현장투표 결과 70%,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를 합산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6일엔 바른정당이 신임 당 대표로 이혜훈 의원을 선출했다. 이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원대표자회의에서 당원 투표와 일반국민 대상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36.9%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하며 당권을 차지했다. 이어 하태경 의원은 1만 5085표로 득표율 33.1%로 2위에 올랐고, 정운천 의원 8011표(17.6%), 김영우 의원 5701표(12.5%)이 뒤를 이었다. 이들 하태경·정운천·김영우 의원은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에 입성했다.

 

이구동성 ‘보수재건’ 약속한 홍준표와 이혜훈

보수 제1야당과 제2야당의 새 지도부 체제가 완성되면서 시선은 자연스럽게 보수재건으로 모아진다. 두 야당의 신임 당 대표 역시 첫 일성으로 이 같은 각오를 다졌다. 홍준표 대표는 당선 후 중앙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유한국당을 바로 세우고 대한민국 보수우파를 재건하는 대장정을 시작하겠다”며 취임일성을 냈다.

홍 대표는 인적혁신, 조직혁신, 정책혁신의 3대 혁신을 추진하겠다며 즉각적인 혁신위원회 구성의 뜻을 밝힌 뒤 “오늘 여러분은 당 대표라는 막중한 책임을 제게 맡기셨다”며 “그것은 위기 극복의 해법을 찾아달라는 간절한 바람이자 당을 혁신하고 한국 보수우파를 재건하라는 준엄한 역사의 명령”이라고 했다. 홍 대표는 보수재건을 위해 △단합 △혁신 △국민 △우파이념 등을 꼽으면서, 특히 “보수우파의 가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며 “정치적 이익만 쫓아다니는 권력 해바라기는 안 된다. 가치도 없고 이념도 없는 무능 부패정당은 희망이 없다. 보수우파의 가치에 따라 행동하고 정치적 운명을 함께 하는 게 진정한 동지”라고 역설했다.

이혜훈 대표는 당선사에서 “바른정당이 보수의 본진이 되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열겠다는 목표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국민이 주신 권력을 사유화하고도 책임지지 않을 뿐 아니라 무능하기까지 한 몇몇 사람들 때문에 보수 전체가 궤멸됐다. 낡은 보수에게 대한민국을 맡길 순 없다”며 “이제 바른정당이 비상이 시작된다. 낡은 보수와의 골든 크로스가 바로 코앞”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또한 “보수의 미래, 보수의 희망인 젊은 인재들을 찾아내고, 모셔오고, 키워내는 매머드급 보수의 대수혈에 앞장서 지방선거부터 전진 배치할 것”이라며 “지방선거부터 제압하고, 총선을 압도하고, 정권을 되찾아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고 역량의 바른정당은 여당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생산적인 대안정당, 합리적인 대안정당부터 시작하겠다”며 “강한 야당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보수야당 두 당 대표의 이 같은 포부와 다르게 현실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80%대 안팎의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보수재건을 외치는 두 정당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높지 않다. 한국당은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제 2차 전당대회 전국 동시 현장투표에서 고작 7.04%의 투표율을 기록했고, 최종적으로 25.24%로 당초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당원을 포함한 국민 여론의 무관심과 냉대가 수치로 드러난 셈. ‘달라질게요’란 슬로건을 내건 전대는 지방순회를 거쳐 7·3전대를 남양주 한 농촌 마을 감자밭에서 봉사활동을 펼치는 것으로 마무리했지만 대중의 관심을 끄는데 실패했다. 전대가 ‘친박 청산’을 놓고 벌어지는 시비로 번진 것도 문제였다. 과거 친박계와 친이계 다툼의 재연이라는 인상 탓이다.

흥행실패는 바른정당의 전당대회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개혁과 혁신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이에 대한 비전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김무성, 유승민 의원 등이 불출마하면서 중·경량급 인사들의 무대가 됐다. 집단지도체제를 채택하고 있어 이혜훈, 하태경, 정운천, 김영우 후보(기호순) 등 4명이 등록하면서 득표순에 따른 순위 경쟁 구도로 맥빠진 전당대회가 된 셈이다.

“국민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 관심 없다…보수재건 위해선 새 술은 새 부대에”

보수정당들의 이런 현실에 대해 전여옥 전 의원은 7월 4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자유한국당이라는 좀비정당이 전당대회를 감자밭에서 하건 고구마밭에서 하건 관심 없다”며 “내가 보수적통이라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말싸움을 하건 멱살 잡고 싸우건 관심 없다”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전 의원은 “오로지 내 권력, 내 출세, 내 생존에만 매달리는 자칭 보수정당을 지켜보지도 않는다. 무관심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없다고 한다.”며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잊혀가고 있다. 보수정당은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리고 있다. ‘나는 보수다’라고 말했던 이들도 ‘나는 이제 중도’라고 말하고 있으니까”라고 비꼬았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뼈아픈 현실은 지지율이 가리키고 있다. 6월 30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한국당의 지지율은 7%,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9%였다. 두 정당을 합해도 48%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보수야당은 ‘보수재건’ 이전에 지지층 복원에도 실패하고 있다. 선명한 야당색으로 지지층을 결집시키는데 실패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은 것. 문재인 대통령의 코드인사, 적폐인사 논란에도 현재까지 단 한명의 낙마인사도 없는 ‘무딘 칼’로 보수야당들이 정부의 독주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문 대통령이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홍준표 대표를 기소했던 문무일 검사를 신임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면서 대여투쟁에 있어 홍 대표 운신의 폭이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

합리적 보수를 표방하는 바른정당은 당초 “도와줄 것은 도와주고 견제할 것은 견제하겠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실제로는 “민주당 2중대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을 만큼 대여투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대로 간다면 내년 지방선거 참패가 예정돼 있다”는 우려 속에서 무기력한 보수야당의 재건은 과연 가능할까?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두 야당의 문제는 보수가 무엇인가라는 개념정립부터 안 돼 있다. 두 정당 간의 보수적통 경쟁은 헤게모니 다툼일 뿐, 실제 보수가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전혀 정립이 안 돼 있다”며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안보문제가 생겨도, 문재인 정부가 여러 진보적 테제에 강드라이브를 걸어도 잘못됐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전혀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황 평론가는 “이런 마당에 보수재건을 이야기해봐야 무엇을 재건하겠다는 것인지 국민들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 보수적통 논쟁이나 쟁투는 부질없는 짓”이라면서 “보수재건을 위해서는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한국당이든 바른정당이든 모두 낡은 부대에 불과하고 국민에 감동을 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을 우선 해체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안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선 급한 대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돌풍을 일으킨 일본의 고이케 도쿄도지사나 프랑스 마크롱 같은 사례처럼 보수정당도 새로운 인물들을 수혈할 필요가 있다”며 “결국은 몇몇 사람의 열정과 용기와 행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새 정부에 대한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실에 눌려 위축될 게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는 비전 있는 인물을 수혈하는 것이 보수재건의 1순위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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