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권 방송장악 초읽기
文정권 방송장악 초읽기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7.10.2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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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폭행에 시달리던 공영방송 이사진 잇달아 사퇴 이사회 지배구조 역전…보궐 이사 추천권 문제 새롭게 대두

사퇴 압박에 시달리던 MBC·KBS 공영방송 구 여권(자유한국당) 추천 이사들이 속속 사퇴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방송장악 완성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9월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방문진) 유의선 이사(이화여대 교수)가 사퇴한 지 약 한 달 후인 10월 19일 김원배 이사마저 사퇴서를 제출하면서 방문진은 지배구조 재편이 불가피하게 됐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의 골프회동 등 언론노조 측의 일방적 폭로와 비방에 시달려오던 고영주 이사장은 1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직 결론은 내리지 않았다”면서도 “공인으로 합당한 처신이 어떤 것인지 여러 의견을 듣고 있다”고 했다. 사퇴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고 이사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언론노조가 광우병 보도의 후예답게 조작, 왜곡, 허위선전에 능해 아무 잘못도 없이 엄청난 비난을 받는 형국”이라며 “빈총으로도 여러 번 맞으면 아프다는데, 평생 받아보지 못한 수모를 지금 받고 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구속을 각오하고 내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다”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구 여권 추천 이사 2명이 사퇴하면서 고 이사장은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이사장직을 유지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방문진은 MBC 관리감독을 담당하는 이사회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6명은 여권에서, 3명은 야권에서 추천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하는 구조다. 구 여권이 추천한 유의선·김원배 이사가 사퇴하면서, 박근혜 정부에서 각각 추천돼 6대3으로 구성됐던 방문진 구도는 4대3으로 축소됐다.

현 여당이 사퇴한 구 여권 추천 이사 2명을 대신해 보궐 이사를 추천할 경우 이사회 구도는 역전된다. 그렇게 친정부 이사들이 방문진 이사회 다수를 차지하게 되면, MBC 관리감독 소홀 등의 이유로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안과 김장겸 MBC 사장 해임안이 이사회에 상정돼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 KBS 이사회가 열린 11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로비에서 KBS노조원들이 이사회 해체와 고대영 사장의 퇴진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

사퇴한 이사 추천권은 누구에게?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방송장악 논란은 향후 보궐이사 선임 문제로 옮겨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보궐 이사 추천권이 한국당에 있다며 이 부분을 쟁점으로 삼을 태세다.

자유한국당 과학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강효상, 김성태, 김재경, 김정재, 민경욱, 박대출, 송희경, 이은권)들은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 정권은 반민주적 폭거에 의해 강제로 뽑히다시피 한 공영방송 이사들의 자리를 홍위병 인사들로 채우려고 하고 있다”며 “사퇴한 공영방송 이사들 추천권은 추천 정당에 있다”고 문재인 정부는 추천권을 날치기 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이번 국감에서도 중도 사퇴한 이사를 추천한 쪽에서 잔여 임기를 채울 후임 인사를 추천한다는 원칙을 허욱 부위원장, 표철수 위원 등 방통위원들로부터 확인한 바 있다”며 “바로 이것이 ‘정권에 흔들리지 않는 방송’을 실현할 수 있는 요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송문화진흥회법 제6조(임원) 1항에는 “진흥회에는 임원으로 이사장 1명을 포함한 9명의 이사와 감사(監事) 1명을 두며, 임원의 임기는 3년으로 한다. 다만, 보궐임원의 임기는 전임자 임기의 남은 기간으로 한다”고 돼 있다. 보궐이사의 임기를 전임자 임기의 남은 기간으로 돼 있다는 규정은 “보궐 이사 추천권은 추천 정당에 있다”는 한국당의 주장에 설득력을 싣는 대목이다.

이효성 위원장의 방송통신위원회가 보궐 이사를 친정부 인사들로 임명 강행할 경우 이중잣대 논란을 피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과거 이명박 정부 당시 방통위가 동의대에서 해임된 신태섭 KBS 이사를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자격을 상실했다는 이유로 해임하고 여당인 한나라당 추천 인사를 보궐 이사로 추천하자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은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음모라고 비판한 바 있다. 언론적폐 청산을 주장하는 문재인 정부가 과거 보수정부의 적폐를 똑같이 되풀이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이사진에 대한 사퇴 압박도 더 거칠어지고 있다. 김경민 이사에 이어 다음 ‘타깃’으로 보이는 강규형 이사(명지대 교수)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강 이사가 KBS 법인카드를 무분별하게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 제기와 함께, 이와 관련한 제보자들에게 욕설 및 협박성 메시지를 보냈다는 폭로에 나선 것.

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성재호)는 10월 18일 KBS본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 이사가 제보자 A씨에게 약 200여 통의 협박성 메시지를 보냈다”며 “이와 함께 법인카드 사용 내역 입수와 관련해 KBS노조에 대한 명예 훼손도 있어 강 이사를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 밝혔다.

강 이사는 이에 대해 “제보자들은 J모 견사라는 포천 소재 특정 견사와 그 측근들로, 이 견사는 본인의 지원을 받으면서 여러 가지 약속 불이행을 했고 그에 따라 관계를 청산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많은 비상식적인 행동을 했고 애견계에서는 이미 다 알려진 사실”, “그것에 대한 앙심을 품고 강x영 등의 측근을 동원해 본인에 대한 비방을 끊이지 않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이사는 또한 “본인이 수입해 지원해 준 종견들을 법인카드 등 공금으로 샀다는 증언 등은 일단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고, 아무런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한마디로 지나가던 개가 웃을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2노조(언론노조) 측에 증거를 내놓으라고 요청하니 꼭 그렇다는 얘기가 아니고 이런 의혹에 대해 설명을 하라는 취지였다고 뒤로 빼는 자세를 취했다”면서 “이 황당한 주장에 대해서는 이사회에서도 논의된 바 확실한 증거를 내놓지 않으면 제보자들이나 2노조나 법적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이사는 제보자들이 자신에게 막말을 퍼부었다며 관련 사실관계도 밝혔다. 이어 “이렇게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방송장악 시도와 본인에 대한 마구잡이식 음해는 중단되기를 기원한다”며 “아무리 본인들의 목적이 있다 해도 넘지 말아야 할 금도가 있는데 그 금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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