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태블릿 PC 논란은 소모전
지금 태블릿 PC 논란은 소모전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7.10.26 12: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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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진실게임이 아니라 더 나은 현실을 얻기 위한 투쟁. 정권을 되찾아야 문제가 해결된다

지난해 10월, JTBC가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보도하며 그 증거로 제시했던 태블릿 PC에 대한 진위 공방이 1년 후 다시 소셜관계망(SNS)을 통해 재점화되고 있다.

발단은 지난 9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선거 캠프에서 SNS 홍보를 담당했던 서강포럼의 신혜원 씨에 의해 일어났다. 신씨는 JTBC가 보도했던 최순실 소유의 태블릿 PC가 사실은 본인이 사용했던 것이라며 애국당이 마련한 기자회견을 통해 주장했던 것.

▲ 박근혜 전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일했다고 밝힌 신혜원 씨가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jtbc가 최순실씨 소유였다고 밝힌 태블릿 PC가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

포렌식 보고서로 드러나는 JTBC 방송의 문제점

이와는 별도로 JTBC가 보도한 문제의 태블릿 PC에 대한 검찰의 디지털 포렌식 조사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일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죄를 주장하는 언론사들과 네티즌, 시민들은 조사 보고서의 내용과 JTBC의 방송 내용 간에 차이점을 지적하며 JTBC의 방송조작 혐의를 추궁하고 있다.

그러한 내용 가운데는 JTBC가 명확하게 해명해야 할 문제들도 있다. 예를 들어 JTBC가 문제의 태블릿 PC의 소유자인 마레이컴퍼니와 개통자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을 검찰의 정보통신 조회 시점에 앞서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에 대한 문제다.

지난해 검찰 측이 이 태블릿 PC를 입수해 SK텔레콤에 수사협조 공문을 보낸 뒤 소유주 명의가 마레이컴퍼니였다는 사실을 알아내 주임검사에 보고한 시기는 10월 27일이었다.

그런데 JTBC는 하루 전인 10월 26일 ‘최순실 태블릿 PC…새로 등장한 김한수 행정관’ 제하의 기사에서 “태블릿 PC의 소유주 명의를 확인한 결과, 최 씨가 아닌 마레이컴퍼니라는 법인이었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현행법에 의하면 이동통신 가입자에 대한 개인정보는 본인이 아니면 통신사에서 알려주지 않는다. 따라서 검찰이 정당한 절차를 통해 JTBC로부터 넘겨받은 태블릿 PC의 개통자와 소유자를 확인하기 전에 JTBC가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은 이 태블릿 PC와 관련해 JTBC가 사전에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문제는 김한수 씨나 JTBC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속 시원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의혹을 제기하는 측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또 다른 문제는 태블릿 PC 분석보고서에 존재하는 연락처들이다. 연락처 중에는 any.smkim@gmail.comzeniahsecret@gmail.com, zspiny@gmail.com 등의 이메일 주소가 담겨 있었다.

관계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서 직원들은 이러한 이메일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다. 문제의 태블릿 PC가 선거 캠프에서 업무용으로 사용되고 있었다는 의미였고 따라서 문제의 태블릿 PC가 최순실의 것이라는 JTBC 보도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의 정확성을 가진 보도가 아니었다. 이러한 점은 이미 본지 <미래한국>에서 처음으로 제기했던 문제이기도 했다.

탄핵의 기폭제 태블릿 PC 보도. 그러나 결과는 다른 데서 비롯됐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이제 더 이상 태블릿 PC와는 관계가 없어져 버렸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탄핵은 JTBC가 최순실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국정농단의 증거로 문제의 태블릿 PC에 대해 방송조작에 가까운 편집과 사실 왜곡, 과장 등이 있었고 이 방송으로 자세한 영문을 몰랐던 대통령이 사과를 했으며 검찰이 인지수사 차원에서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고, 법원 역시 JTBC의 영향력에 의해 영장을 발부했고, 그 결과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의 수첩과 정호성 비서관의 휴대폰이 압수되면서 검찰의 수사가 대통령에게 향하게 되었다는 점은 사실이다. 여기에 특검과 국정조사가 국회에서 의결됐고 대통령은 탄핵소추가 의결됐다.

여기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JTBC의 최순실 보도는 결정적이었으며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치고 기밀자료를 받아보았다는 최 씨의 태블릿 PC 속의 파일 관련 보도들은 JTBC와 손석희 사장에게 결정적인 승리를 안겨줬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탄핵은 주권자로부터 그 권력이 위임된 헌법재판소에 의해 8인 만장일치로 인용되고 말았다.

태블릿 PC가 아니더라도 안종범 수석의 수첩과 증언, 그리고 특검에 의한 피의자들의 주장과 증거들이 제출됐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줄줄이 기소되어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심에서 5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포괄적 뇌물죄였다.

이러한 상황들은 이제 더 이상 태블릿 PC를 JTBC가 허위, 과장, 날조, 편파, 왜곡으로 보도했다고 해서, 탄핵심판의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요인이 된다. 달라질 것이 있다면 JTBC의 불법취재 혐의가 고발되어 재판에 넘겨지면 벌금 정도가 나오리라는 것 뿐이다.

이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촛불을 훔쳐서 성경을 읽었는데, 그 구절이 마침 원하던 구절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옥중정치를 하고 그 효과가 나타난다면 JTBC의 태블릿 PC 왜곡, 불법 취재 혐의는 보수 우파의 정치적 분노가 되어 탄핵무효 저항 운동으로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단 그렇게 되려면 막대한 희생을 감수해야만 한다.

헌정의 결정력과 주권자의 심판에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전에 버금가는 희생이 따르게 된다. 현재 정권은 그러한 저항을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기에 5·18 광주항쟁과 같은 무력 저항이 일어나고 승리하지 않는 한, JTBC가 태블릿 PC를 어떻게 보도했든, 그것은 탄핵심판의 결과를 되돌리는 것이 아니게 된다는 이야기다.

정치는 진실게임이 아니다

이러한 현실들은 우리에게 정의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정의는 힘인가, 법인가, 아니면 양심인가. 독일의 저명한 법학자 라드부르흐는 ‘힘이 곧 정의는 아니지만, 승리한 힘은 정의를 세운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탄핵 전에 이미 국민들로부터 신임을 잃었다. 소통하지 못했기 때문이었고 그렇기에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탄핵 발의까지 갔던 것이다. 만일 국민들로부터 지지 받는 대통령이었다면 국회가 탄핵을 발의하고 결의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이제 JTBC의 태블릿 PC 보도 문제는 다음 정권을 보수 우파가 되찾아 올 수 있을 때 해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수는 깨달아야 한다. 만일 지금처럼 효과를 볼 수 없는 문제에 보수 우파가 매달리면 소모전을 치르게 된다. 정치는 진실게임이 아니라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적과 동지의 질서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다가오는 지방자치 선거에서 보수가 무엇으로 어떻게 승리할 것이며, 그 다음에 총선에서 승리해서 대선으로 정권을 회복할 것인가에 대해 현실적이고 유효한 전략과 실천들을 모색해야 할 때다. 태블릿 PC는 그런 점에서 죽은 자식의 그것에 해당한다. 주물러 터뜨린다고 해서 죽은 자식이 살아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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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e 2017-10-27 16:47:33
한국의 정치 지형에서 태블릿 피씨가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갖고 있는 점을 간과한 글이 아닐까? 테블릿 피씨의 조작, 과장이 증명되는 경우 우리 국민은 탄핵을 비롯한 그
간 일련의 과정, 그것이 헌정 과정이었건, 혁명 과정이었건, 그 모두를 부정하고 새로운 촛불을 들고 일어날 것 아닐까? 우리 국민은 충분히 그렇게 할 민주 국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