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막말러’ 낙인 민언련판 블랙리스트는 ‘新적폐’
‘프로막말러’ 낙인 민언련판 블랙리스트는 ‘新적폐’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7.11.08 11:5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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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묻는다. 단체 이름에 민주주의자 붙이고 이렇게 홍위병짓 하는 게 부끄럽지 않은가? 이게 당신들이 목청껏 부르짖는 적폐와 뭐가 다른가? 아무튼 나는 매일매일 이게 마지막 출연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마이크를 찬다.

밥줄 지키기 위해 생각을 바꾸진 않겠다고 재삼재사 다짐한다.”-(차명진 자유한국당 전 의원이 모 종편에서 프로그램 하차 통보를 받고 자신의 심경을 페이스북에 쓴 글의 한 대목)

민주언론시민연합(약칭 민언련)이 3년마다 정부(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방송사 재허가 심사를 받아야 하는 종편(종합편성채널)의 생사여탈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언론 독립과 표현의 자유를 위태롭게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언련은 스스로 “‘언론권력’을 견제·감시하는 대표 언론시민단체”로 소개하지만 실제 행태는 이와 딴판인 ‘신적폐’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 이제는 종편에서 사라진 패널들의 모습. 민언련은 [민언련 종편때찌 프로젝트]를 통해 이들의 방송 퇴출을 주도했다.

민언련에 찍혀 퇴출된 종편 패널들

실제 언론권력에 대한 견제·감시로 보기 어려운 이유들로 민언련에 ‘찍힌’ 종편 패널들이 각종 프로그램에서 사라졌다. 이 단체가 지목한 문제적 패널들은 주로 보수·반문반노 성향으로, 상대적으로 현 정권에 비판적인 발언들을 한 인물이 대부분이다.

대선을 앞둔 지난 2월 작성된 이른바 민언련 판 ‘블랙리스트’에 오른 11인이 대표적인 케이스. 민언련은 2월 초 “방송통신위원회는 3월 ‘종편 재승인 심사’를 똑바로 해야 한다”며 ‘퇴출이 필요한 종편 진행자·출연자’ 11인 리스트를 발표한 바 있다.

김진 중앙일보 전 논설위원,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장, 박종진 TV조선 진행자, 여상원 변호사, 이영작 서경대 석좌교수, 조갑제 대표, 차명진 전 의원, 최희준 TV조선 진행자, 최병묵 전 월간조선 편집장, 황태순 정치평론가 등이다.

민언련이 밝힌 이들의 퇴출 사유는 주로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친문세력 등 여권을 비판했다거나 촛불집회 비판, 박근혜 전 대통령을 미화했다는 등의 이유였다. 현재 종편에서 볼 수 없는 황태순 정치평론가의 경우, (3차 촛불집회 참여 인원) “대부분 자발적으로 참여했던 사람들은 죄송합니다만 보수가 더 많습니다” “(근거는) 제 눈입니다. 그날 여러 차례 가서, 아니 그건 다녀보면 알아요”, (촛불집회 청소년 교통비 지원을 비판하며) “참교육 청년 뭐 거기에서 보니까 지금 보면 온라인으로 학생들을 갖다 내일 거기(민중총궐기에)다 구천 원 내면 실어 나를 그런 광고를 하고 있다는 거예요. 동원입니다. 동원” 등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이영작 서경대 석좌교수는, (블랙리스트 관련 장차관 구속에 대해 논하며) “지금 친박이 폐족 비슷하게 되고 있지만, ‘다 화려하게 돌아올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해요”, “우리나라 정치 생리 같아요. 옛날에는 민주화운동에서 감옥 갔다 온 분들이 다 화려하게 돌아왔고, 이제는 뭐 반대파에 의해서 처벌받는 건데요” 등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최병묵 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박근혜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해서) “세월호가 침몰하는 것은 기억이 나는데 그 전후에 뭘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날 수도 있다”, (정유라 학사 비리에 대해) “김연아 씨도 만약에 F 두 개 맞아서 김연아 어머니가 고(려)대하고 어떻게 어떻게 이렇게 해서 대충 넘어가고 했으면 김연아 씨도 그 이후에 공부 안 했을 거예요” 등이 막말 사례로 꼽혔다.

다른 패널들과 함께 비슷한 시기에 종편에서 하차했던 최 전 편집장은 지난 6월 경 전속해설위원 제안을 받은 TV조선으로 옮긴 후 곧바로 <이것이 정치다> 진행을 맡았다가, 최근 다시 프로그램 진행에서 하차할 것을 통보받았다.

박종진 전 앵커와 함께 퇴출이 필요한 진행자로서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최희준 TV조선 전 앵커의 경우, 민언련은 최 앵커가 JTBC의 부적절한 취재 행태를 비판한 발언을 트집 잡았다. (JTBC 정유라 덴마크 체포 보도 관련 클로징 멘트) “JTBC가 이번 최순실 사태 취재 과정에서 통상적인 취재활동을 넘어서 사안마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경우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기자가 경찰과 함께 같이 다니면서 범인을 잡고 마약 중독자와 함께 마약을 하고, 정치인과 함께 직접 정치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 같습니다”라고 한 발언이 민언련 레이다망에 걸렸다. 최 앵커는 민언련의 블랙리스트가 발표된 이후 TV조선 편성실장으로 인사발령이 났다.

차명진 전 의원의 경우, (문재인 전 대표를 취한 모습으로 그려 놓고 조롱하며) “고구마가 안 팔리니까. 고구마로 사이다보다 더 쏘는 고구마술을 만들어서 파는 거예요”, “이재명 시장이 막 뜨니까 문재인 대표가 오히려 요즘에는 거리에서 ‘즉각 퇴진시키자’ 이렇게 더 세게 나온단 말이에요”라고 발언한 것을 민언련은 대표적 막말로 소개했다.

 

논란을 부르는 민언련의 황당한 막말 기준

민언련에 ‘프로막말러’로 꼽힌 뒤 대부분 사라진 종편 패널 가운데 최근까지 살아남았던 차 전 의원은, 그러나 최근 모 종편 프로그램에서 하차 통보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차 전 의원은 10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억울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앞서 민언련은 10월 24일 <정권 바뀌니 종편의 ‘프로막말러’가 사라졌다> 제하의 미디어오늘 기사를 통해 “차명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MBN ‘아침&매일경제’, ‘뉴스와이드’, ‘시사스페셜’에 출연하며 MBN의 터줏대감으로 활동 중”이라며, 차 전 의원이 여전히 종편에 출연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었다. 특히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지나치게 편향적인 사람들이 종편에서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반면 채널A는 조심하지 않고 있다.

MBN은 차명진 전 의원이 눈에 띄게 문제”라고 노골적으로 표적 삼았다. 민언련이 차 전 의원의 종편 출연을 문제 삼은 뒤 불과 며칠 뒤에 MBN은 차 전 의원을 프로그램에서 하차시킨 셈. 이 같은 정황으로 볼 때 차 전 의원의 종편 프로그램 하차 배경에 민언련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민언련이 막말이라고 지적한 발언들을 진짜 막말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다. 또 막말 기준이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3월 방송 재허가 심사를 앞둔 종편의 보수패널 무더기 퇴출 러시가 한창일 때 TV조선 등에서 하차했던 이종근 데일리안 논설실장은 “최근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해) 구속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에 능소화하고 배롱나무를 심어달라고 했다는 이슈를 다뤘는데, 배롱나무는 원래 육영수 여사가 좋아하던 꽃으로 옥천 생가에도 심어져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며 “이걸 가지고 민언련이 꽃을 이야기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미화하고 찬양했다는 식으로 지적했다.

민언련은 그런 식”이라고 했다. 민언련은 지난 9월 25일자 종편시사 모니터 보고서에서 “채널A는 박근혜 씨의 ‘배롱나무 사랑’을 적극 대변하는 수준을 넘어, 어째서 배롱나무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그 ‘서글픈 사연’까지 전했다. 박 씨 관련 이슈가 나오면 늘 따라붙는 ‘사모곡 사부곡 타령’”이라며 채널A 뉴스특급 9월 18일자 방송에 출연한 이종근 논설실장의 관련 발언을 꼬투리 잡았다.

이종근 논설실장은 2016년 11월 15일자 TV조선 <뉴스를쏘다>에 출연 당시 추미애 대표를 바지사장에 비유했다가 민언련으로부터 “추미애,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지적당하기도 했다. 이 논설실장은 “그렇게 표현할 만한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말한 것인데, 민언련이 방통위에 경고를 주라고 난리를 쳤다. 워낙 말도 안 돼서 신경도 안 쓰지만 그런 기가 막힌 일도 있었다”고 했다.

‘퇴출이 필요한 종편 진행자·출연자’ 11인 리스트에 올랐던 여상원 변호사는 “민언련 그 사람들은 막말했다고 그러는데, 막말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자기들 생각과 틀리면 막말이라고 한다”며 막말의 기준이 자의적이라고 했다. 여 변호사는 “민언련 생각, 주장과 다르다고 해서 그걸 막말이라고 한다면 이건 명백히 모욕이고 손해배상 소송감”이라고 했다.

여 변호사는 표창원 의원의 풍자 누드화 논란 당시 “박 대통령이 지금 이 난국에 처한 것도 사실 최순실이 너무 오버해서 낳은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결국은 지금 친문이 벌써 무슨 정권을 잡은 듯한. 거기서 나온 오만의 빛이 벌써 비치기 시작하니까 바로 패권주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거다”라고 발언했다가 ‘퇴출이 필요한 종편 진행자·출연자’ 리스트에 올랐다.

자의적이고 편파적인 민언련판 블랙리스트는 소송으로 번지는 불씨가 되기도 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와 함께 종편이 가장 선호했던 패널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가 모든 프로그램에서 사실상 퇴출 상태인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장은 “(민언련이) 내가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에게 나댄다고 했다는데,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며 이와 관련해 소송을 제기했던 사실을 밝혔다.

심각한 민언련의 언론독립·언론자유 훼손

민 원장 설명에 따르면, 최민희 전 의원이 해당 내용이 담긴 민언련 기사를 가지고 TV조선 측에 ‘이런 막말을 하는 사람을 어떻게 출연시키느냐’ ‘여성 비하 발언’ 이라고 항의하자 TV조선 측이 자신에게 이 문제로 고민을 털어놓으며 곤란해 했다는 것이다. 민 원장은 “최민희 전 의원과 쓴 기자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및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민언련은 단체가 복잡하다보니 나중에 고소장에서 빼 소를 취하했다”며 “2주 전에 검찰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지만 민사소송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민 원장은 “내가 김정숙 여사가 나댄다고 말했다고 한 것은 가짜뉴스”라며 “자신들에게 밉보인 사람들을 교묘하게 방송 출연 정지시키고 있는 것 아니냐. 자유한국당도 신블랙리스트라고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입맛에 맞지 않는 몇 몇 발언을 꼬투리 잡아 특정 성향의 패널들을 막말 발언자, ‘프로막말러’로 찍어 방송에서 하차시키는 이 같은 행태는, 언론 독립과 표현의 자유를 심각히 해쳐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자연스럽게 방송의 연성화로 이어져 권력 감시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은 현재 종편의 방송 행태에 대해 “정작 정권에 예민하고 국민에 중요한 시사 문제를 배제하고 화제 이슈 위주로 만담형 평론에 집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언련이 ‘퇴출이 필요한 종편 진행자·출연자’ 11인 리스트에 우선적으로 꼽았던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지난 8월 2일자 유튜브 방송 ‘김진의 정치전망대-민언련에 대한 결투 제의’에서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양태와 다르지만 본질은 같은 일”이라며 민언련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 전 위원은 지난 해 12월 모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해 “방화범이 문재인 전 대표의 말에 영향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누가 장담을 해요? 안 받았다는 장담을 누가 합니까? 그 사람이 (문 전 대표의 발언을) 전해 듣고 혹시라도 이 취약한 정신 상태에서 방화의 충동을 느꼈다면 문재인 전 대표는 엄청난 어떤 그런 것을 한 겁니다”라고 발언했다가 민언련으로부터 프로막말러로 낙인찍혔다.

그러나 김 전 위원은 유튜브 방송에서, 당시 그 전달인 11월 청계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위한 민주당 결의대회’에 참석한 문재인 전 대표의 ‘가짜 보수 정치 세력을 횃불로 불태워버리자’ 발언이 나온 후 서문시장 화재와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화재가 잇달아 발생한 점을 들어, 정치인들의 발언은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민언련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 전 위원은 “지난 2월 초 민언련은 퇴출이 필요한 종편 출연자들 11명 명단을 발표했다. 막말 사례와 얼굴 사진과 이름을 공개하고, 종편 재허가 심사에서 이들을 쓰지 말라고 방송사들을 협박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사실상 대다수가 방송에서 사라졌다”며 “이것의 심각한 문제는 종편 재승인 심사를 걸고 사실상 협박을 했다는 것. 11명의 출연자들 조치를 안 하면 종편 재허가에 영향이 있다는 협박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김 전 위원은 “민언련이 문제를 제기한 11인이 방송에서 사라진 데 어떤 단정적인 이유가 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면서 “다만 민언련이라는 좌파시민단체가 하는 저런 행동에 방송사들이 심리적으로 무언의 영향을 받았다면 그것은 언론의 독립성, 정체성과 바람직한 공정 언론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언론은 어떤 형태의 권력과 파워, 자본이든 극우의 공세든 좌파세력의 공세든 어떤 형태의 권력으로부터도 독립해야 한다”며 “만약 민언련이라는 저런 공세적인 좌파단체로부터 이 나라 방송사들이 조금이라도 영향을 받았다면, 그리하여 11인의 다수가 방송에서 사라진 것이라면 이것은 좌파세력의 블랙리스트”라고 했다.
한편 민언련판 블랙리스트와 이에 따른 언론 자유, 표현의 자유 침해 등에 관해 묻고자 민언련 김언경 사무처장과 통화하고자 민언련 측에 해당 질문의 취지와 연락처를 남겼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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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1-30 21:51:56
저 사람들 별로 문제 없었다는 주장은 진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겁니다

어진 2017-11-14 00:28:31
솔직히 저것들 퇴출되고 종편이 깨끗해진 것도 사실... 한쪽으로 일방적으로 쏠리는 사람도 없고... 그리고 민언련이 지적한 발언만 문제였냐? 하루종일 이곳저곳 나오면서 막말질 했지. 예시로 한두건 든거 가지고 저 말하나때문에 퇴출되었다고 하는 기자 마인드도 문제가 많아보인다.

백수 2017-11-08 22:31:25
굳이 민언련을 들억이지 않더라도 이 사람들 사고방식에 모두 문제가 많은 편협된 사람들이다....사라져야 할 사람들이다...특히 최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