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전격 발탁한 ‘反중국 정책’의 선봉
트럼프가 전격 발탁한 ‘反중국 정책’의 선봉
  • 이상민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7.11.28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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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분석]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내세운 기치는 ‘America First’(미국 우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통상면에서 미국이 자유무역협정을 여러 국가와 체결하면서 미국의 제조업이 붕괴되었고 그 결과 많은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성토해왔다.

그는 미국에서 사용되는 웬만한 공산품을 제조, 공급하는 중국을 향해 환율 조작을 통해 미국에 불공정하게 수출을 해 엄청난 무역흑자를 보고 있다고 비난했고 미국이 체결하고 있는 북아메리카자유무역협정(NAFTA), 한미자유무역협정(KORUS)이 미국에 불리한 협정이었다며 탈퇴를 운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약대로 취임 후 바로 오바마 행정부 당시 가입한 태평양 연안국들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했고 북아메리카자유무역협정과 한미자유무역협정은 재협상이 시작되었다.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후 세계는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경제적으로 하나로 통합되는 흐름이 지배적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이 정책은 시대를 역행하는 ‘반(反) 글로벌(anti-global)’이라는 비판이 컸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보호주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트럼프 미 대통령, 마크펜스 미 부통령과 함께 있다. / 연합

자유무역에서 보호주의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 정책을 계획, 준비하고 추진하는 사람이 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부 국장이다. 그는 원래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이었다. 트럼프는 2016년  12월  백악관에 미국의 무역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무역위원회를 신설하고 그 수장으로 피터 나바로 UC 어바인 경제학과 교수를 임명했다.

국가무역위원회는 안보를 다루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경제정책 전반을 다루는 국가경제위원회(NTC)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역협상 및 국방산업 전반에 대한 전략을 조언하고 미국 제조업과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도록 각 기관 업무를 조율하는 역할을 했다.

나바로 교수가 NTC 위원장으로 임명되자 언론은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진 경제학자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나바로 위원장은 1주일에 한번 15분씩 트럼프 대통령을 독대하는 등 영향력이 컸다.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인 나바로 교수는 반(反) 글로벌화를 외치며 ‘중국 때리기’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그는 1990년대 정계 진출에 거듭 실패한 후 2000년대에 들어서며 미국의 높은 실업률의 원인을 중국 탓으로 돌리며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 그는 2006년 ‘슈퍼파워 중국(The Coming China Wars)’을 출판한 이후 지속적으로 중국과 관련된 책을 출간하고, 다큐멘터리까지 찍어 중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중국 위협론’을 강하게 내세웠다. 그가 2011년 내놓은 책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Death by China: confronting the dragon)에서는 중국의 부상이 미국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의 목차를 보면 제1장 중국의 독극물에 의한 종말, 제2장 중국산 저질 제품에 의한 종말, 제3장 사망 선고를 받은 미국의 제조업 기반, 제4장 환율 조작에 의한 종말, 제5장 미국의 변절 기업에 의한 종말, 제6장 중국의 식민주의에 의한 종말, 제7장 대양해군에 의한 종말, 제8장 중국 스파이에 의한 종말, 제9장 붉은 해커 여단에 의한 종말, 제10장 중국의 우주 제국에 의한 종말 등 중국 때문에 미국이 종말을 맞을 수 있다는 위협을 상세하게 적고 있다.

나바로 국장은 이 책에서 중국과의 불공정한 무역 때문에 미국에서 5만여 개의 공장이 문을 닫았고 25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정부가 나서서 환율을 조작하고 중국 기업에 수출보조금을 주고 있어 미국 기업들은 중국 기업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정부와 경쟁하고 있어 절대 이길 수 없다며 이런 불공정 교역이 시정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또 미국의 제조업 쇠퇴가 NAFTA와 같은 자유무역협정 때문이라며 미국은 다자간자유무역협정 대신 양자협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수십년 간의 자유무역이 미국 제조업 기반을 무너뜨리고 특히, 중국, 멕시코, 캐나다 등과 같은 나라들이 미국을 이용하게 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나바로 교수는 중국의 위협에 대응해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43% 인상하고 군사비를 증가하며 대만의 군사력을 강화하도록 하며 미국이 체결한 모든 자유무역협정에서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바로 교수가 트럼프 대통령 눈에 들어온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나바로 교수의 책 <Death by China>를 읽고 정책자문으로 초대받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는 2015년 트럼프 대선 선거팀 정책자문으로 윌버 로스 현 상무부 장관과 함께 트럼프 경제정책 공약을 마련했다.

하지만 많은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나바로 교수의 주장대로 중국산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교역량을 줄이면 결국 미국 소비자들이 타격을 입게 되고 또 중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며 반대했다. 19명의 노벨경제학자 수상자를 비롯, 370명의 미국 경제학자들은 트럼프의 보호주의 경제정책에 반대하는 편지를 쓰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선거공약과 달리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부르지 않고 있고 탈퇴하겠다던 북아메리카자유무역협정과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유지하고 다만 재협상을 하고 있다.

나바로 위원장이 수장이었던 국가무역위원회는 지난 4월 명칭을 ‘무역과 제조업 정책부’로 바꾸어 국가경제위원회 밑으로 들어갔다. 이 부서 국장인 나바로는 자신과 달리 자유무역협정을 지지하는 게리 코헨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에 보고하는 처지로 떨어졌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유세 때와 달리 현실을 본 후 미국의 교역정책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고 분석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나바로 국장의 ‘반 중국, 반 자유무역’의 목소리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 지배적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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