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박물관 세우고 크리스마스에는 기도광고 내는 사람
성경박물관 세우고 크리스마스에는 기도광고 내는 사람
  • 이상민 미래한국 특파원
  • 승인 2017.12.1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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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분석] 데이비드 그린 하비라비 회장

워싱턴 DC=지난 11월 17일 워싱턴 DC에 성경박물관(museum of the Bible)이 오픈했다. 연방의사당에서 세 블록 떨어진 워싱턴 DC 한복판에 세워진 이 박물관은 7년 전 시작되어 5만여 명 기부자들의 참여 가운데 5억 달러의 비용이 들었다. 43만 평방 피트의 지하 2층, 지상 6층의 성경박물관에는 성경 말씀으로 가득하다.

▲ 지난 11월 17일 워싱턴DC에 세워진 성경박물관

박물관 입구에는 라틴어로 쓰인 창세기 1장이 대문처럼 입구 양쪽에 있다. 이 창세기 1장은 1440년대 금속 활판 인쇄술을 개발한 구텐베르크의 인쇄기로 찍어낸 성경 인쇄본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당시 구텐베르크 인쇄술로 성경을 폭발적으로 인쇄할 수 있어 성경이 사람들에게 대거 보급되어 성경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을 기념하며 박물관 입구에 붙여 놓았다고 박물관 관계자들은 말한다.

입구 전면에는 헬라어로 된 시편 19편이 큰 글자로 써 있다. “여호와의 율법은 완전하여 영혼을 소성시키며 여호와의 증거는 확실하여 우둔한 자를 지혜롭게 하며, 여호와의 교훈은 정직하여 마음을 기쁘게 하고, 여호와의 계명은 순결하여 눈을 밝게 하시도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도는 정결하여 영원까지 이르고, 여호와의 법도 진실하여 다 의로우니 곧 많은 순금보다 더 사모할 것이며 꿀과 송이꿀보다 더 달도다. 또 주의 종이 이것으로 경고를 받고 이것을 지킴으로 상이 크니이다”(시19:8-11)

성경박물관에는 4만 4000여 권의 성경이 전시되어 있다. 현존 구약사본 중 최고의 사본인 사해 두루마리 원본을 비롯, 1631년 킹제임스버전(KJV) 성경을 만든 영국 제임스 왕이 썼던 성경, 500년 전 95개조 반박문으로 종교개혁의 물꼬를 연 마틴 루터 목사가 읽었던 성경, 유명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가 소장했던 성경 등 보기 드문 성경이 가득하다.

▲ 지난 11월 17일 워싱턴DC에 세워진 성경박물관 내부

이 성경박물관을 공사하는 기간 내내 제기된 질문이 있었다. 성경박물관을 짓는 목적이 뭐냐는 것이다. 사람들을 기독교인으로 개종시키려는 전도용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복음주의 기독교인(Evangelical)으로 일요일에 문을 닫는 대형공예품 회사인 하비라비(Hobby Lobby)의 그린(Green) 패밀리가 이 박물관 건립을 시작하고 비용 대부분을 기부하면서 의혹은 컸다.

지난 17일 박물관 봉헌식에서 스티브 그린(Steve Green) 하비라비 사장은 박물관의 목적을 분명히 했다.

“이 박물관은 모든 사람들이 성경을 접하도록(engage)하는 것이 목적이다. 성경은 세상을 바꾼 책이다. 사람들이 박물관에 와서 성경이 얼마나 큰 영향을 줬는지 그 사실들을 알고 성경에 대해 더 알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린 사장은 그러면서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오늘 성경을 읽었습니까?” 그는 휴대폰에 성경앱을 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며 성경을 읽으라고 성경은 인생을 바꾼다고 강조했다.  그린 사장의 이런 신앙은 그의 아버지이자 하비라비를 설립한 데이비드 그린(David Green) 회장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하비라비는 미국 47개주 800개의 지점을 두고 있고 2만 800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으며 2015년 4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76세의 데이비드 그린 회장은 올해 미국 400대 부자 중 76위로 64억 달러의 순자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 회장은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그는 40년 전 은행에서 600달러를 빌려 차고에서 소형사진 액자를 조립해 팔면서 시작한 하비라비가 이렇게 커진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한다. 그는 하비라비의 진짜 주인은 하나님이라며 일요일에는 문을 닫는다.

그린 회장은 1996년부터 매년 크리스마스, 부활절 때는 미국 전역의 주요 신문에 수십만 달러를 들여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부활을 알리는 전면 광고를 내고 있다. 그린 회장은 1995년 신문에 실린 크리스마스 광고가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부족하다며 뭔가 다르게 하라는 부담을 하나님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 하비라비가 성탄절, 부활절, 독립기념일에 신문에 게재한 광고들.

그는 1996년 다음 문구로 간단하게 크리스마스 신문 광고를 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족과 집의 따뜻함을 축하하면서 구세주에게 다가서기를 바랍니다. 그는 우리를 위해 하늘의 영광을 버리고 우리를 그분과 같이 되게 하기 위해 우리와 같이 되셨습니다.

당신이 예수님을 당신의 구세주로 알고 있으면 이 계절은 이미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만일 당신이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당신이 사는 곳에서 성경을 믿는 교회를 찾아가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당신을 사랑하는 하나님과 이 크리스마스의 관계를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그린 회장은 그 뒤 크리스마스, 부활절, 독립기념일의 진정한 의미를 알리는 전면광고를 신문에 매년 내고 있다. 2007년 부활절 때는 30개주 290개 신문에 부활절 광고를 냈는데 4700만 명이 이 광고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전문지 포춘은 그린 회장을 ‘세계 최대의 복음주의 자선가’라고 표현했다. 그린 회장은 2004년 1050만 달러를 주고 구입한 버지니아 린치버그의 한 공장 단지를 고(故) 제리 파월 목사가 설립한 기독교 대학인 리버티 대학에 기증했다.

2007년에는 매사추세츠 헤버힐에 소재한 시온성경대학에 1600만 달러 어치의 땅을 캠퍼스로 기부했고 릭 워렌 목사의 새들백 교회에 리트릿 센터를 기증했다.

그린 회장은 해외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손에 성경을 쥐어주도록 하는 활동을 재정 지원하고 있다. 그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의 4세에서 14세 사이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성경을 전달하는 One Hope Foundation, 이 지역의 가난한 나라들에 집집마다 성경을 전달하는 Every Home for Christ 등의 재단을 통해 성경 보급을 하는 등 100개국 이상에서 14억 개의 복음전도지가 배포되도록 재정 후원을 해왔다. 그는 스마트폰에 144개 언어로 된 300여 개의 성경을 무료로 제공하는 YouVersion이라는 성경 앱 개발을 지원했는데 이 앱은 5000만 번 이상 다운로드 되었다.

이렇게 복음전파 사역에 그린 회장이 기부한 돈은 5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당신이 뭔가를 갖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 창조주가 주신 것이다. ‘보세요. 하나님, 이 모든 것은 당신 것입니다. 이것들을 다 당신께 드릴 것입니다’라고 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그린 회장에게 자신의 신앙을 테스트하는 큰 도전이 있었다. 2014년 오바마 행정부 당시 시행된 전국민건강보험제도인 오바마케어다. 오바마케어는 회사들이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건강보험에 여직원들의 피임도 커버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제시된 피임 내역 중 성관계 후 임신을 막기 위해 먹는 응급피임약, 수정된 난자의 자궁 착상을 막는 기구 등은 피임이 아닌 낙태용이라는 데 있었다.
그린 회장은 “오바마케어는 우리 회사가 낙태에 사용되는 약까지 제공하라고 명령하고 있다”며 “기독교인으로 우리는 낙태에 사용되는 약에 돈을 내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은 수정된 생명을 죽이는 것으로 우리의 신앙에 배치될 뿐 아니라 지금까지 회사를 운영해온 성경적 기초들에 반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연방법인 오바마케어를 거부하게 되면 벌금으로 하루에 130만 달러를 내야 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러니 법을 따르라고 했다. 하지만 그린 회장은 ‘옳지 않다’며 소송을 선택했다.

▲ 데이비드 그린 하비라비 회장

그는 “정부는 우리가 자신의 신앙을 따르든지, 법을 따르든지 선택하라고 강요하고 있다”며 “정부는 우리의 근본 신앙의 양심을 거스르는 법을 따르라고 강요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이 법의 이 규정을 멈추게 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냈다”며 “사람이 손익계산보다 중요하고,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 이익을 내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 소송에 대해 하비로비와 같은 영리 기업은 교회와 같은 종교의 자유를 누릴 자격이 없다며 반발했고 이 사건은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지난 2014년 6월 30일 연방대법원은 영리 기업도 종교의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판결하며 그린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종교적인 이유를 근거로 직원들에게 주는 건강보험 중 사실상 낙태에 해당하는 피임까지 커버하라는 오바마케어의 규정에서 제외될 수 있게 되었다.

이날 그린 회장은 오클라호마 하비라비 본사에서 가족들과 함께 손을 잡고 기도하다 이 판결 소식을 듣고는 얼싸 안으며 기뻐했다고 언론들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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