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넛지의 천재들... 왜 그들이 손대면 팔리기 시작할까?
[리뷰] 넛지의 천재들... 왜 그들이 손대면 팔리기 시작할까?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1.01.10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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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를 뜻하는 넛지는 행동경제학에서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정의로 사용된다. 옆 사람의 팔을 잡아끌어서 어떤 행동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팔꿈치를 살짝 툭 치면서 어떤 행동을 유도한다는 의미이다. 시카고대학교 리처드 탈러 교수가 ‘넛지 이론’을 처음 소개한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정부 정책의 효과를 높이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힘써왔다. 반면에 개인의 업무와 비즈니스에서는 그동안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왜 사람들은 넛지를 자신의 일에는 적용하지 않을까? 영국 최고의 행동과학자이자 오길비의 전략 이사로 근무하던 제즈 그룸은 이 물음에 답을 찾고자, 오길비에 비즈니스 넛지를 유일한 목적으로 삼는 행동과학 연구소 ‘오길비 체인지’를 세웠다. 이후 그는 영국과 프랑스, 태국, 멕시코,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전 세계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며 작은 변화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폭발적 성과를 이루는 넛지의 효과를 성공적으로 증명해 보였다. 『넛지의 천재들』은 이러한 넛지 프로젝트의 현장 한가운데로 독자들을 초대함으로써 우리가 알지 못했던 행동과학의 세계를 탐사하도록 돕는다.

넛지 프로젝트는 가장 먼저 런던에서 시작됐다. 런던 길거리 폭동이 끊이지 않자 해결책을 고민하던 그들은 이를 공권력으로 제압하기보다 인간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방안을 떠올렸다. 거리에 더 많은 경찰을 배치하는 대신 아기들의 귀여운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다. 페이스북을 통해 지역에 사는 아기 얼굴을 모으고 가게 셔터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이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기 얼굴 그리기 캠페인이 탄생했고, 놀랍게도 이는 반사회적 범죄를 65퍼센트가량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 캠페인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칸 국제광고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그 성과를 증명했다

멕시코는 전체 인구의 70퍼센트가 비만일 정도로 그 문제가 심각하다. 비만의 가장 큰 원인은 잘못된 식습관에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채식을 멀리하는 것이었다. 특히 멕시코 남자들은 과일이나 채소를 먹는 것을 허약함의 표시로 여겨 더 기피했다. 과일과 채소를 남자다움과 연결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결책을 연구하던 이들은 멕시코에서 가장 유명한 WWE 레슬러 선수의 팔을 본뜬 팔씨름용 주스기를 만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남자와 겨뤄야만 생과일주스를 먹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칠레 돼지 도살장에서 가장 큰 고민거리는 근무자들이 일을 하고 손을 제대로 씻지 않는 것이었다. 위생 관리에 대해 논의하던 중 한 가지 넛지가 떠올랐다. 휴식 시간마다 근무자들의 손에 보기에 불쾌감을 주는 세균 모양의 스탬프를 찍는 것이다. 그러자 근무자들은 손을 제때 씻을 뿐만 아니라 충분히 오랜 시간 씻기 시작했다. 이러한 행동 변화는 세균 스탬프가 철수 된 이후에도 계속 유지되었다.

『넛지의 천재들』은 행동경제학과 행동과학, 최신 심리학 연구를 기반으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는 행동 설계의 틀과 실용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레스토랑을 운영하는데, 특정한 음료의 매출을 올리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이때 필요한 행동과학 이론과 함께 테이블 세팅부터 메뉴 구성, 주문 멘트까지 손님의 심리를 자극할 만한 넛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2016년 저자는 코리 컨설팅(Cowry Consulting)을 설립하고, 행동 설계를 통해 아마존, 테스코, 스카이, 에이곤, 스탠더드 라이프, HSBC 등 세계 유수 기업의 비즈니스의 구조를 개선하는 데기여함으로써 주목을 받았다. 투자회사의 통화 대본을 수정해 투자 유치 금액을 목표보다 두 배 넘게 달성했고, 영국에서 가장 큰 슈퍼마켓 체인의 고객 확보 프로젝트를 가장 최적화된 이메일 형식을 고안해내어 성공시켰다. 또한 감정을 진정시키는 분홍색의 효능을 활용한 공간 설계를 통해 건설 현장의 안전을 도모했다.

『넛지의 천재들』에서 보여주는 성공적인 변화는 엄청난 비용이나 자원을 앞세우지 않는다. 아주 작은 아이디어, 간단한 역발상, 단순한 움직임으로 눈에 띄는 매출의 성장과 괄목할 만한 변화를 이룬다. 물론 이러한 성공에는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어디를 쿡 찔러야 하는지를 정확히 꿰뚫은 통찰력이 전제되어 있다. 이 책이 돋보이는 점은 바로 독자 스스로가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넛지를 찾을 힘을 기르도록 풍부한 스터디 사례와 실질적인 하우투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탁월한 아이디어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 책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창출하도록 설계된 행동과학 틀 ‘마인드스페이스(MIND SPECE)’을 상세히 소개하는데, 아홉 가지 원리로 구성된 이 틀은 각 단계를 지날 때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고안해내도록 돕는다. 이후 쏟아져 나온 아이디어 가운데 가장 간단하면서 강력한 것이 무엇인지를 분석해 적용한다. 저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오프라인 매장 내 심카드 매출 상승’이라는 목표로 진행된 사업 현장으로 독자를 안내하는데, 간단명료한 해법이지만 이전에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발굴하도록 이끄는 마인드스페이스의 역할을 만날 수 있다.

『넛지의 천재들』은 각장 말미에 지금 당장 실전에 접목할 수 있는 넛지 활용법 39가지를 알려준다. 자신의 팀에 넛지 효과를 강력하게 소개하는 방법부터 회의적인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한 프레젠테이션 전략,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장려하는 팀을 꾸리는 법, 워크숍을 효과적으로 진행하는 노하우, 조직 내 행동과학 교육법까지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실질적인 적용법을 총망라해 비즈니스 넛지를 위한 완벽한 가이드를 제시한다.

지금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는가?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전략이 필요한가? 팀에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가? 주어진 자원과 권한은 없지만 영향력을 미치길 원하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들어라. 이 작은 시작이 당신 인생에서 최고의 변화를 불러오는 가장 강력한 넛지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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