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반도체 회복 진짜 맞나
[심층분석] 반도체 회복 진짜 맞나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4.02.27 13: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반도체 수출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1월 수출입 동향’을 통해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56.2% 증가했다고 밝혔다.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수준이다. 반도체 수출은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었다. 1월 수출은 546억9000만 달러로 지난 해 같은 달보다 18% 늘었다. 월간 수출액도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연속 증가했다. 수입액은 543억9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8% 줄었다. 그 덕에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10∼12월) D램 사업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가 작년 4분기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선 데 이어 삼성전자도 D램 부문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반도체 업황 회복세가 본격화 되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1월 31일 삼성전자는 지난 해 매출 258조9400억 원에 영업이익 6조5700억 원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2022년과 비교해 보면 매출은 14.3%, 영업이익 84.9%가 줄었다. 하지만 정보기술(IT) 수요 회복과 생성형 인공지능(AI) 관련 수요 증가로 인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1∼3월) 중 메모리 사업 전체가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밋빛 전망에 의문을 갖는 이들도 있다. 

2022년과 2023년 공급 과잉 속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생산량을 줄였고, 그렇게 줄어든 공급에 의해 가격 상승이 수반되어 전체 매출 금액이 늘어난 계산이 아니냐는 것이다. 다시 말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공급 과잉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삼성과 SK의 채산성이 개선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다. 

해결되지 않는 불확실성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CES 2024 현장에서 D램 시장이 회복되고 있다는 시그널 이유로 “1분기 감산 전략과 관련해 변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질의 회복이라면 판매 가격 상승이 아니라 칩 판매 대수가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칩 컨설팅 회사 퓨처 호라이즌의 말콤 펜 창업자는 “매출 성장 수치는 단위(Unit) 출하량(출하되는 반도체 개수) 상승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면서 “2024년 하반기까지 단위 출하량 성장이 어떨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공급 부족 단계로 들어가기 전까지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즉 현재는 재고 물량들이 소진되는 상태이고 상승한 가격에 반응한 생산이 이뤄지는 시점에서 수요가 그 효용을 다한다면 기대보다 반도체 수익성 개선이 더뎌질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지난 수십 년간 반도체 산업은 공급 부족과 과잉 사이를 왔다갔다 했다. 최근까지 상황은 코로나 19 팬데믹과 인플레이션 압박 속에 공급 과잉 현상이 벌어졌고 이는 관련 업계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이러한 공급 과잉 상황에서 D램 감산을 하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는 이윤 극대화보다는 시장 점유율 극대화를 선택한 경영적 판단이 아니었느냐는 생각을 불러온다. 

그러면 진짜 수요는 어떤 상황일까. 펜 창업자는 “반도체 산업은 이전 사이클들과 비교해 빨리 바닥을 쳤다. 클라우드 업체들이 반도체 구입에 공격적이라고 해도 지출에 신중한 개인 소비자들 및 기업들에 의해 상쇄되고 있어 회복 속도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즉 성능이 좋은 PC나 스마트폰을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수요 증대가 있어야 하는데 이미 가격이 하락할 대로 하락한 반도체를 싸게 구매해 PC 등을 만들어 공급했던 시장에 신규 기기 수요가 추가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물론 AI는 이미 반도체 시장에서 확실한 성장 엔진으로 부상했고 빅 클라우드들 및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들은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시장 지분 확대를 위해 고성능 고가 칩 구매에 그 어느 때보다 공격적이지만, AI가 주도하는 반도체 수요의 사이즈가 과연 성장을 견인할 만큼 유효한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시설 평택캠퍼스 3라인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시설 평택캠퍼스 3라인

그러면 현실을 보자.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최근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매출이 지난 해와 비슷했다. TSMC의 경우 애플, 엔비디아 같은 회사들이 첨단 칩 제조를 위해 가장 먼저 찾는 회사로 꼽힌다. 특히 AI칩으로 쓰이는 엔비디아 GPU는 몇 개월은 기다려야 살 수 있을 정도로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서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TSMC가 매출 기준으로 지난 해와 비슷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것은 AI칩 외 다른 반도체 분야는 여전히 수요 회복이 지지부진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퓨처 호라이즌의 말콤 펜 창업자는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평균 판매 가격 상승이 매출 성장률 회복에 결정적인 요인”이라며 “현재로서는 평균 판매가 상승이 왜 이렇게 강력한지는 분명치 않다. 

엔비디아는 AI 시스템에 수만 달러를 청구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소량만 판매한다. AI는 스마트폰이 아니며, 이것이 문제다. 전체적으로 보면 큰 숫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삼성과 SK로서는 벽장 안에 해골이 있는 셈이다. 이 문제는 시간이 좀 더 지나면 판명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반도체 회복이 진정한 것이라 해도 문제는 남는다. 지금처럼 재고가 소진되는 단계를 넘어 추가 생산에 이르는 시점에서 생산에 애로나 병목이 없어야 공급이 수요를 만나면서 진정한 성장이 이뤄진다. 이는 반도체 생산 부문에 규제나 비용이 가능한 적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즉 시장에 대해 회복 탄력성을 갖춰야 하는데, 규제나 노동 생산성이 따라가지 못하면 비효율에 의한 공급 회복 탄력성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이 부분을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 특히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에 대한 수출, 반입 규제는 명확한 방향이 없이 해소와 위기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 1월 31일 미 연방정부 관보에 따르면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1월 17일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미 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시행하고 있는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 통제를 언급하며 공평한 경쟁을 위한 다자간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BIS가 동맹국들과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해 비슷한 수준의 규제를 채택하도록 설득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전에 있었던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 문제가 해결되는 듯하더니 다시 규제 목소리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반도체 산업도 미국의 기업들 입장에서는 아메리카 퍼스트를 구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복병들이 무역 장벽과 규제로 등장하지 않도록 한미 간에 긴밀한 협력 네트워크가 가동되어야 하는 것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