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북한인권 문제로 고립되는 文정부
[전문가진단] 북한인권 문제로 고립되는 文정부
  • 김태훈 미래한국 편집고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회장
  • 승인 2021.03.1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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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은 현대사회 어디에서도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인권 침해로 신음하고 있다. 그 인권 침해의 많은 경우는 반인도범죄(crimes against humanity)에 이르고 있다. 그리하여 2020년 3월 43차 유엔 인권이사회는 18년 연속, 같은 해 12월 16일 75차 유엔 총회는 16년 연속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해 북한의 오래되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인권 침해를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하고 유엔 회원국들의 북한인권 증진을 위한 노력을 장려하고 있다. 나아가 유엔 총회와 유엔 인권이사회는 2014년부터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권고에 따라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 규명을 위해 사실상 김정은을 겨냥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 상황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를 권고해오고 있다. 


75차 유엔 총회 북한인권결의안은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안과 마찬가지로 74차에 이어 투표 없이 컨센서스에 의해 채택되었다. 이제 북한인권 문제의 심각성과 그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세계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특히 지금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46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외교정책의 중심에 두고 있다는 바이든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을 주장하고 있어 강도 높은 북한인권결의안이 예상되고 있다. 

마이클 커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이 2014년 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인권최종보고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로이터 연합
마이클 커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이 2014년 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인권최종보고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로이터 연합

대한민국은 헌법 전문(조국의 평화적 통일의 사명)과, 제3조(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 제4조(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 제10조(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국가의 기본적 인권 보장 의무) 등의 규정에 의하여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 추진하고, 열악한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개선할 의무가 있다. 


  이리하여 5년 전인 2016년 3월 2일 북한인권 증진을 위하여 북한인권법이 국회에서 236명의 국회의원 중 단 한 사람의 반대도 없이 통과되고, 그 이튿날 공포되어 정식 제정되었고, 그해 9월 4일부터 시행되었다. 이미 2004년 미국에서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후이고, 2005년 북한인권법안이 발의된 지 11년 만의 일이었다. 


하지만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래 북한인권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지금까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과 역대 통일부 장관은 북한인권법 제12조에 따른 핵심기구인 북한인권재단의 이사 12명 중 민주당 몫 5명, 통일부 장관 몫 2명의 추천 및 임명을 끝내 하지 아니하고 있다. 


또 제9조에 따른 공석인 북한인권대사도 임명하지 아니하고, 제13조에 따른 북한인권기록센터는 북한주민의 인권 실태 조사·연구에 관한 사항 등을 수행하고 각종 자료 및 정보의 수집·연구·보존·발간 등을 담당하게 되어 있으나 아직 그 보고서가 발간된 바 없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도 목적에 맞지 않게 수사전문가인 검사 없이 운영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4월 및 9월 북한 김정은과 만남을 가졌고, 2019년 6월엔 트럼프·김정은과 사상 최초로 3자 회동도 가졌으나 북한인권법에 제7조에 따른 인권 대화는 없었다. 


2019년 7월 8일은 하나원 개소 20주년이 되는 날이었지만 통일부 장·차관 누구도 이날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7월 31일에는 서울 한복판에서 굶어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 모자가 2달 만에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1월 7일 전대미문의 탈북선원 강제북송 사건을 일으켰다. 

북한인권 문제에 비상식적인 정부

정부는 그해 11월 2일 동해 NLL 인근 해상을 통해 귀순한 북한 선원 2명의 눈을 가리고 포박한 채 닷새만에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몰래 추방함으로써 세계를 경악시켰다. 정부가 이들을 북측으로 추방한 사실은 JSA 현역 중령이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7일 국회 취재 카메라에 우연히 잡히면서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정부는 그들이 동해상에서 조업 중인 오징어잡이 배에서 선장 등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므로 북한이탈주민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고 또 이들로부터 남한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댔다.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월 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출석하여 같은 입장을 되풀이하며 탈북 선원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보지 않았다고 태연히 답변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청와대 수뇌부가 직접 관여해 헌법 제3조의 명문 규정과 대법원 판례를 무시하고 대한민국 국민을 적법절차 없이 전격적으로 고문, 처형 위험이 높은 북한으로 강제 북송한 것은 우리나라가 가입한 유엔고문방지협약 제3조에도 위반한 대한민국 초유의 중대 인권 침해 사건이다. 이제 귀순 탈북민들은 강제북송을 우려해 한국군 접근을 두려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이후 정부는 2008년 이후 처음으로 2019년 12월 18일 74차 유엔 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서 빠졌고, 2020년 75차 유엔 총회에서도 마찬가지로 빠져서 대북 굴종외교로 비난을 받고 있다. 나아가 통일부는 2020년 6월경 전례 없이 25곳의 북한인권단체들을 콕 집어 사무검사를 실시하겠다고 압박하면서 ‘큰샘’ 등 단체의 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했다. 


한편 2020년 6월 4일 북한의 김정은 여동생 김여정이 한국 내 탈북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고 요구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대남 겁박을 했다. 그러자 4시간 반 만에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제도 개선 방안을 이미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고 이어 6월 30일 송영길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남북간 합의에 배치되는 민간단체들의 전단 등 살포행위를 막기 위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대북전단금지법안)을 발의했다. 김여정 하명법으로도 불리는 이 법안은 2020년 12월 14일 본회의에서 절대다수인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강행 처리되었고 12월 29일 국무회의에서 공포해 2021년 3월 3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은 세계인권선언 및 자유권규약 제19조, 헌법 제21조 등의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위헌소지가 큰 악법이어서 유엔 등 국제사회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법 제4조 제6호는 ‘“살포”라 함은 선전, 증여 등을 목적으로 전단등을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13조 또는 제20조에 따른 승인을 받지 아니하고 북한의 불특정 다수인에게 배부하거나 북한으로 이동(단순히 제3국을 거치는 전단등의 이동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시키는 행위를 말한다’고 규정하여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을 금지하고 있는 헌법 제21조 제2항에 정면으로 반하고 있다. 


또한 이 법은 북한 주민의 표현의 자유도 심각하게 제한한다. 북한의 인권 침해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북한 주민의 알권리를 내용으로 하는 표현의 자유 침해다. 대한변호사협회의 탈북민들에 대한 2006년부터 지금까지의 인권 실태 조사결과에 의하면 북한에 있을 때 가장 힘들게 느낀 인권 침해가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는 의사표현의 자유 억제가 가장 힘들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120만 명의 북한군 중 80%가 평양과 원산 남쪽을 잇는 지역에 전진 배치되어 있고, 대북전단 풍선은 해당 지역과 DMZ 사이의 많은 곳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비록 장교와 하사관들만 대북전단을 읽게 되더라도 그 영향은 상당할 것이다. 이것이 북한 정권이 그토록 완강하게 대북전단 풍선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북한은 2020년 12월 4일 ‘반동 사상·문화 배격법’을 제정하여 “남한 영상물 유입·유포는 최고 사형에 처하고, 시청은 기존 징역 5년에서 15년으로 강화했으며, 영상물뿐 아니라 도서·노래·사진도 처벌 대상이고, ‘남조선 말투나 창법을 쓰면 2년의 노동교화형(징역)에 처한다’는 조항도 신설했다. 이러한 북한의 움직임은 외부 정보 유입의 효과를 반증할 뿐 아니라 이에 대한 김정은 정권의 공포심의 일단을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 법의 목적은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신체 및 주거 안전 도모”라면서 그 근거로 대법원 판결(2016년 2월 25일 선고 2015다247394)을 제시하고 있다. 당시 대법원은 이민복 대북풍선단 대표가 “국가가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 바람에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이민복)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의정부지방법원 2015년 10월 8일 선고 2015나50546판결)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헌법상 표현의 자유, 특히 북한주민의 알권리에 영향을 주는 중요사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상고심절차에관한특례법에 따라 본안 심리도 없이 상고를 기각한 것은 유감이다.)하였다. 원심은 원고의 대북전단 살포행위와 2014년 10월 10일 휴전선 부근 주민들의 생명, 신체에 급박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북한의 고사총 도발행위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2014년 고사총 사례는 특정 상황에 관한 것일 뿐 일반화할 수 없으며, 2014년 당시는 물론, 그 이전이나 이후에도 대북전단 살포로 인해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협박’은 ‘국민 기본권 제한’의 요건인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지역 긴장은 북한 정권이 만드는 것이고,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도 표현과 위협 사이에 분명한 연관성이 필요한데, 2014년 판결 사례만으로는 대북 전단과 접경지역 불안 사이에 직접적이고 긴급한 관련성은 입증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나아가 설사 접경 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해 대북 전단 살포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그 기본권의 제한(처벌)은 최소한에 그치고 최후수단이 되어야 한다. 기존 법률인 ‘경찰관직무집행법’ 제5조 등을 활용하여 충분히 통제·제한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인권법이 통과된 지 5년이 넘도록 북한인권재단 이사의 추천, 임명을 의도적으로 회피하여 북한인권법을 사문화시키는 것은 의회민주주의의 자기 부정을 넘어 북한의 반인도범행을 방조하는 직무유기라 아니할 수 없다. 심지어 국가인권위원회까지 최근 발간한 ‘인권증진행동전략 보고서(2021-2025)’에서 북한의 요구를 유엔 권고로 둔갑시켜 북한인권법 폐지를 ‘주요 권고 향후 과제’에 포함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이 한국 국회 정문 앞에서 화요집회를 하는 모습./자유아시아방송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이 한국 국회 정문 앞에서 화요집회를 하는 모습./자유아시아방송

북한인권법 사문화는 반인도 방조

토마스 오헤야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조차 2019년 12월 74차 유엔 총회, 2020년 3월 43차 유엔 인권이사회, 같은 해 12월 75차 유엔 총회, 2021년 3월 46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누누이 한국의 북한인권법에 따른 북한인권재단의 조속한 출범을 촉구하고 있다. 


 이미 2014년 1월 16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을 비롯한 60여개의 시민단체, 북한인권단체들은 올인모(올바른 북한인권법을 위한 시민모임)를 결성하고 2014년 10월 14일부터 올바른 북한인권법 제정을 촉구하는 화요집회를 진행하였고, 2016년 3월 2일 북한인권법 통과와 함께 74회를 끝으로 종료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이 북한인권법이 사문화됨에 따라 그 정상시행을 위해 2020년 9월 8일부터 다시 정부와 민주당에 북한인권법의 정상시행을 촉구하는 화요집회를 시작하여 지난 3월 2일로 100회를 맞이한 바 있다.


문 정부의 굴종적인 대북 평화외교는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로 직격탄을 맞았다. 김정은은 미국과의 실무협상 결렬 이후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파기를 시사했고, 2020년 6월 북한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에 대한 북한의 보상과 사과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2018년 남북, 미북 정상회담 이후의 대화 국면이 사실상 ‘비핵화 쇼’였다는 가면이 벗겨지고 있는 것이다. 


30년 동안 북핵 문제 해결을 내세운 평화 무드를 조성하면서 실패한 북한 비핵화 외교의 교훈은 북한인권을 무시하고는 결코 비핵화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 정권이 적대적 외부 환경으로 인해 인권 유린을 하기 때문에 우선 북한 체제를 인정하고 관계 개선을 해야 한다는 것은 본말(本末)이 전도(顚倒)된 것이다. 세계인권선언도 전문 첫머리에서 모든 인류 구성원의 천부의 존엄성과 동등하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세계의 자유, 정의 및 평화의 기초라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의 민주화 경험은 독재 정권이 자발적으로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바깥의 관심이 해결 열쇠가 됐음을 말해준다. 그러므로 우리는 북한인권에 지속적이고 일관된 관심을 기울이고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특히 북한인권법의 정상시행, 대북전단금지법의 폐지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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