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대통령들의 말로 제도의 운명인가, 사람의 운명인가
[논단] 대통령들의 말로 제도의 운명인가, 사람의 운명인가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1.04.19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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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0월 27일 새벽 라디오에서는 장송곡이 흘러나왔다. TV도 마찬가지였다. 아침 7시가 되자 뉴스 아나운서는 침통한 표정으로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를 알렸다. 당시 국민들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떠하든 말이다. 그리고 30년의 세월이 흐른 2009년 5월 23일 TV 화면에 갑자기 커다란 속보가 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두 눈을 의심케 하는 뉴스 자막이었다.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 온 국민의 이목은 한 사람의 입에 모아졌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입을 열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대통령 탄핵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총탄에 쓰러지고 그의 딸은 탄핵당하면서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보다 더 비극적인 소설을 누가 감히 쓸 수 있을까? 

대한민국 대통령 자리는 ‘독이 든 성배(聖杯)’라고 한다. 달콤한 성배에 취한 뒤끝은 항상 비참했다. 망명길에 올라야 했거나, 아니면 심복의 총탄에 목숨을 빼앗기고, 친구와 함께 나란히 법정에 서기도 했다. 그리고 전직 대통령 두 분은 현재 감옥에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 직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독이 든 성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셰익스피어의 비극보다 더 비극적인 것이 대한민국 대통령의 말로였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청와대를 거쳐 간 대통령은 모두 열 분이다. 이승만,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다. 이 중 김대중, 김영삼 대통령은 퇴임 후 옥고를 치르지 않았다. 그러나 자식들의 삶이 순탄치 못했다. 

대통령이 되기 전 정치적 박해와 옥고를 치른 것을 고려한다면 대한민국 대통령들은 결국 하나같이 다 옥고를 치른 셈이 된다. 물론 최규하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다. 식물 대통령으로서 치욕을 겪어야 했다.

왜 대한민국 대통령의 마지막 길은 험난할까? 정치학자들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그 원인으로 꼽는다.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하면서 대통령제의 핵심인 3권분립이 무너지고 필연적으로 권력은 부패한다는 것이다.

부패한 권력은 결국 정권이 바뀌면 정치적 단죄를 받기 마련이라는 분석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대한민국 대통령제가 한 번도 바뀌지 않은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제는 지금까지 크게 3번 바뀌었다. 4년 중임제였던 3공화국의 대통령제는 3선개헌을 통해 유신헌법의 4공화국을 맞이했다. 장기독재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결국 4공화국의 대통령제는 ‘김재규의 총성’으로 막을 내렸다. 5공화국 헌법의 핵심은 대통령 7년 단임제다. 대통령의 장기집권이 권력을 부패하게 만든다고 보고 대통령 임기를 7년 단임으로 헌법에 못 박은 것이다. 

5공화국을 전두환의 독재시대라고 치부하지만 정권이 교체될 수 있는 대통령 단임제를 법제화한 것은 우리나라 민주 발전의 한 과정이었다. 그러나 변화를 바라는 우리나라 국민은 한 사람이 7년씩 대통령 자리에 있는 것을 너무도 길다고 느꼈다.

1987년 6월 항쟁은 대한민국 대통령제를 또다시 바꿨다. 5년 단임 대통령제다. 바로 현재 6공화국 하의 대통령제다. 5년 단임제로 지금까지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직 대통령이 거쳐 가고 현재 문재인 대통령은 7번째다. 

4년 중임에서 장기집권으로, 그리고 7년에서 5년 단임제로 대통령제가 바뀌었지만 독이 든 성배라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말로는 여전히 비극적이다. 이 상태로 간다면 문재인 대통령 역시 퇴임 후 전직 대통령과 다를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이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는 방법은 무엇일까? 일부 정치학자들은 내각제 개헌을 주장하기도 하고 또 일부에서는 프랑스 방식의 2원집정부제를 언급하기도 한다. 또 어떤 학자는 정치제도만의 문제가 아니라고도 한다. 

근본적으로 정치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제는 미국식 대통령제에 기원한다. 미국에 의해 해방되고 정치제도 역시 미국식 대통령제를 채택했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미국식 대통령제의 핵심은 권력 분립이다. 대통령과 의회, 그리고 입법부에 의한 3권분립은 민주제도의 근간이다.

권력분립은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한 장치다. 3권분립과 함께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또 하나의 기둥은 ‘법치’다. 사람에 의한 통치가 아니라 법에 의한 통치야말로 민주제도의 ‘키포인트’다. 

링컨은 미연방의 헌법을 지키기 위해 전쟁까지 불사했다.  ‘미합중국’을 만든 것도 헌법이며 미연방이 해산되려면 그 역시 헌법적 가치에 따라야 한다는 법치를 강조했다. 미 헌법을 지킨 링컨은 오늘날까지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대통령은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법치에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문에는 “헌법(憲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 근거이고, 국민은 그 헌법을 만들어내는 힘의 원천”이라는 구절이 있다. 헌법은 곧 법치를 의미한다.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불행한 비극적 말로는 역시 법치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어떤 권력이나 이념도 법 위에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법치의 정의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비극은 법치를 거스르는 데서 시작됐다. 단순히 대통령의 중임제나 단임제가 원인이 아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헌법은 입법부를 무력화시켰다. 5공화국의 대통령 간선제는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도 집권 후반기에는 법치보다 인치(人治)로 흘렀다. 측근들의 비리는 항상 집권 후반기에 봇물 터지듯 했다. 같은 의미에서 노무현 정부도 그리고 현재 문재인 정부도 자유롭지 못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을 속보로 알린 MBC 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을 속보로 알린 MBC 뉴스

비극적인 운명을 따라가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정부는 180석이라는 압도적인 의석을 무기 삼아 소위 ‘입법독재’를 서슴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듣는다. 시장경제원칙을 무시하는 졸속입법으로 부동산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자신들이 야당이던 시절 그토록 부르짖던 ‘소수의견 존중’이라는 관용의 가치를 스스로 내팽겨쳤다.

정권의 비리를 수사한다고 검찰총장을 식물 총장으로 만들었다. 검찰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고위공직자에 대한 검찰의 수사조차 막았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법치를 지탱해 오던 수사 기능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영국의 민주주의 시작은 최고 권력자가 국민들로부터 함부로 세금을 걷지 못하는 데서 시작했다. 독재정권은 하나같이 국민들을 못 살게 만들었다. 그 방법은 세금 착취다. 조선이 망한 것도 가렴주구(苛斂誅求)에 기인한다.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기 때문에 세금을 마구 올렸다. 

박정희 정권 말기에 신설한 ‘부가가치세’로 민심은 완전히 떠나갔다. 당시 민심의 아우성을 청와대는 무시했다. 그리고 10·26 사태가 터졌다. 노무현 정권에서도 부동산 가격은 미친 듯이 올라갔다. 결국 레임덕에 지지율은 한 자리 수까지 떨어졌다. 집권여당조차 노무현 대통령을 버렸다.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은 더 심각하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내집 마련의 꿈은 이미 물거품이 되었고 세금은 미친듯이 올라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는 계속되고 있다.

정권의 내로남불 위선은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민심이 떠나간 권력의 말로는 비극만 남는다. 이대로 간다면 문 대통령의 미래 역시 전임대통령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열 명의 대통령이 청와대를 거쳐 갔다. 취임 때와는 정반대로 퇴임식은 초라하거나 아니면 비극으로 끝났다. 하나같이 법치를 거역한 결과다. 그렇다면 현 문재인 대통령의 미래도 어느 정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전임 대통령의 사례로 비춰 본다면 또 하나의 비극적 말로가 잉태되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대통령 한사람에게만 맞기기엔 너무 위험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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