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언론 검열의 新도구 언론중재법 개정안 
[심층분석] 언론 검열의 新도구 언론중재법 개정안 
  • 이인철 미래한국 편집위원·변호사
  • 승인 2021.05.2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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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보궐선거 이후에도 집권 여당은 변화가 없다. 무슨 말만 나오면 검찰개혁이 안 되어 그렇다는 입버릇처럼 이번에는 언론개혁을 주장하면서 종래에 걷던 길을 그대로 걷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집권 여당이 언론개혁을 한다는 명분으로 발의한 많은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올해 2월 여당은 가짜뉴스, 혐오표현 규제 취지의 정보통신망법, 언론중재법 등의 개정안들을 소위 미디어피해구제6법 및 가짜뉴스3법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 언론개혁법안이라고 선전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가짜뉴스 개념 정의와 규제, 징벌적배상제도, 정정보도 크기를 원 보도와 같은 크기로 하는 것, 인터넷기사 열람 차단 조치, 게시판 중단조치 등이다.

보궐선거 이후 집권 여당은 언론 지형이 편향적이라고 거듭 주장, 위의 법안들에 대한 입법을 서두르면서 언론개혁을 표방하고 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은 2021년 2월 5일 허위보도를 한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연합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은 2021년 2월 5일 허위보도를 한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연합

소위 개혁법안은 여럿이지만 가장 문제되는 법안은 언론중재법개정안(의안번호 7949, 최강욱 의원 등)이다. 언론에 대한 전반적인 심의기구 창설을 내용으로 하므로 헌법 질서에 위배되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법안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국회에서 발의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에서 핵심 내용은 현행 언론중재위원회를 언론위원회로 바꾸고 권한을 강화하는 것으로서 종래의 조정 및 중재 기관을 언론 심의 기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언론 중재제도는 언론피해사건에서 당사자간의 분쟁을 다루는 기관으로서 조정이나 중재를 통해 분쟁을 해결함으로써 재판으로 가기 전 단계의 구제 절차다.

개정안은 언론위원회에 언론피해 사건의 침해 여부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침해여부 판정권을 부여함으로써 중재제도를 심의제도로 그 성격을 변경하고 있다. 

피해자의 구제신청을 받아 조사를 하고 침해 여부를 판단한다고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민원 접수 외에 자체 모니터를 통해 심의 대상으로 삼아 심의를 하는 것과 동일한 역할을 언론의 영역에서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문 등 모든 언론에 대한 포괄적인 사후 심의기관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변경된 심의의 권한 행사를 위해 구성원을 증원하고 있다. 개정안은 인권 분야 및 언론감시 활동에 종사한 경력이 있는 사람을 위원회 구성원의 일정 비율 이상을 반드시 두도록 규정하는데, 많은 친정부 성향의 재야 언론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문을 만들고 있으며, 상임위원과 조사관을 두도록 해서 언론위원회의 새로운 기능인 조사와 심의 권한의 행사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러한 조사와 심의 권한의 강화를 위해 언론위원회에 시정명령권을 부여하고 시정명령에 응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권한을 준다. 시정명령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는 길이 있다고 하지만 사법적 판단을 받기 전 단계에서 시정명령권의 행사는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음이 명백하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두 번째 내용은 언론 사건에서의 침해 요건 및 배상과 관련해 상세한 내용을 법으로 정하는 것이다. 정정보도를 하는 경우에 정정보도의 분량을 원보도와 같은 크기로 하도록 규정해서 언론사에 과중한 부담을 부과한다.

징벌적 배상을 하는 경우로서 명예훼손의 요건을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연히 거짓 또는 왜곡된 사실을 드러내는 경우라고 규정하는데 비방, 거짓, 왜곡이라는 용어는 판단기준이 모호하고 해석에 있어 자의적일 수 있는 불명확한 개념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징벌적 배상을 하는 경우인 비방의 목적이 있는 경우를 추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비방이라는 개념 역시 불명확해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언론 보도로 인한 이익이 부담하게 되는 손해배상액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는 비방의 목적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규정하는 것은 사실 판단 이전에 법정 책임을 부과하는 것으로서 문제가 있다. 사실을 가리기 전에 비방의 목적이 있는 경우를 법정하는 것은 문제다.

개정안이 징벌적 배상을 하는 경우를 자세하게 규정한 것은 구체적 개별적인 사안에 따라 사실 심리를 통해 가려야 하는 사건을 추정 규정에 의해 책임을 법으로 정하는 것이다, 

이는 재판을 거치기 전에 법에 의해 법정 책임을 부과하는 것으로서 사법권에 간여하여 재판권을 침범하고 독립된 법원에 의해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징벌적 배상이 피해액을 초과하여 배상하도록 배상액을 미리 법정하는 것도 다른 손해배상 사건과 비교해 언론사에 과중한 부담을 줌으로써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언론위원회를 설치하는 개정안은 침해행위를 조사하고 시정명령과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심의기관으로서 성격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언론 전반에 대한 심의기구가 창설되는 것이다. 언론에 대한 종합적 심의기구의 탄생은 87년 민주화 이후의 민주화시대에 역행하는 놀라운 사건이다. 방송통신의 경우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사후적 심의를 하는 것은 방송과 통신의 공적인 성격에 기인한 것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핵심 내용은 현행 언론중재위원회를 언론위원회로 바꾸는 등 언론 통제의 목적이 짙어 보인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핵심 내용은 현행 언론중재위원회를 언론위원회로 바꾸는 등 언론 통제의 목적이 짙어 보인다.

신문 등 언론은 헌법상 보장되는 언론 자유의 영역이므로 사후적 심의라도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공직선거법상의 선거언론에 대한 심의는 선거의 자유라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선거시기에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언론위원회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처럼 상시적 언론심의기관으로 설치되는 것인데 이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언론에 대한 사후 심의는 시정명령과 이행강제금 제도에 의해 강제력을 발휘하게 되는데 심의로 인한 제재를 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 몸을 사리게 되는 위축효과와 자기 검열의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언론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약을 가하는 것으로 헌법상 언론의 자유를 짓밟는 행위다. 

방송과 통신에 대한 심의를 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그 구성원이 정부와 의회에 의해 정치적으로 구성되어 정파적으로 운영되어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상세하고 포괄적으로 규정된 방송 및 통신 심의 규정에 의한 과도한 심의로 인해 방송과 통신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도의 이러한 문제로 인해 폐지론이 주장되고 있다. 언론중재제도의 연원을 살펴보면 법원을 통해 이미 실시되고 있는 정정보도청구 등의 제도에 대해 법원 외에 조정기구를 설치한 옥상옥의 제도로서 정부가 정정보도청구를 이용함으로써 정부의 대언론에 견제제도가 되었다는 비판이 있다. 

방송 통신을 비롯한 미디어 융합의 시대에 규제법 체제인 방송법을 근간으로 하는 심의 제도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불필요성이 지적되고 그 폐지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언론에 대한 전반적인 심의기구를 창설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소위 가짜뉴스 논란은 기존의 법제도로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수년간의 가짜뉴스 입법과정에서의 논의에서 확인되었음에도 언론에 대한 사후 심의를 하겠다고 나오는 것은 과잉 대응을 넘어 가짜뉴스 논란을 이용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기회로 삼겠다는 정치적인 의도로 보인다.

개정안에서 언론위원회 제도는 의도적으로 정치적 독립성을 배제하고 있다. 언론위원회는 종래의 중재위원회가 독립된 기관임에 반해 문체부 소관의 행정조직이다. 현행 언론중재법에서 공무원은 중재위원회의 위원 자격이 없다는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공무원을 언론위원회에 투입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개정안은 대통령이 언론위원회 위원을 임명할 수 있고, 언론위원회 위원장은 문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며 상임위원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대통령이 언론에 대한 조사 심의의 권한을 언론위원회를 통해 행사한다. 사실상 대통령이 관여하는 기관으로 설계함으로써 청와대 직속 언론 심의 기관이라는 비판을 들어도 마땅할 정도다. 이러한 설계를 보면 정부 여당의 언론개혁이라는 것이 결국은 정부가 주도하는 언론 통제를 가리키는 것임이 분명하다. 

언론중재법이 대상으로 하는 언론의 범위는 상당히 넓다. 신문은 물론이고 정기간행물, 인터넷신문, 포털뉴스를 포함하고 있어 대부분의 언론이 대상이 되므로 언론위원회는 사실상 모든 언론을 심의하는 기관이 된다. 개정안은 피해 구제 절차라는 측면에서 규정을 하고 있지만 피해 조사업무도 함께 수행하도록 되어 있는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업무의 경우를 보면 언론위원회도 광범위한 조사를 실행할 것이 예상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수동적으로 피해신고만 받는 것만이 아니라 내부에 모니터 인원을 두고 직접 방송 모니터를 하면서 모니터 된 내용에 대해서도 조사와 심의를 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규정을 보면 상당히 넓은 범위의 내용을 심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언론위원회도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 분명하므로 언론 기사의 대부분이 심의 대상으로 심의가 될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본따서 언론에도 심의기구를 만들고자 하는 정부 여당의 놀라운 발상의 배경에는 규제법인 방송법이 근간으로 삼는 공익성과 공정성 개념을 자유를 원칙으로 하는 언론의 영역에 도입해 언론에 대해서도 규제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엿보인다.

그러나 방송법과 언론법은 취지와 성격 및 목적이 다른 것으로서 언론 영역에 대한 규제를 시도하는 여당의 태도는 헌법과 미디어법의 기본 원칙상 부합하지 않는다. 의제 설정을 통해 민주사회를 이끌어가는 언론의 영역은 자유롭게 지켜져야 하는 것이지 규제적 시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언론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정권말에 언론을 심의의 대상으로 삼고자 언론심의기관을 창설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권력에 대해 견제할 수 있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이므로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언론을 통제하려는 청와대의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법안은 폐기되어야 한다. 언론 기사를 사후 심의하겠다는 취지로 법에 의해 언론에 대한 규제를 명문화하는 것은 87년 민주화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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