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공항 현대화 지원, 아직은 아니다
북한의 공항 현대화 지원, 아직은 아니다
  • 서정순 국제정치학 박사. 가톨릭상지대 교수
  • 승인 2021.05.2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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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순 국제정치학 박사. 가톨릭상지대 교수

인천시가 4조4000억 원의 대한민국 예산이 소요되는 북한의 공항 건설과 낙후된 기존 공항을 현대화시키는 방안을 검토했고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는 내용이 보도되었다. 1991년 채택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 이후 2018년 평양선언에 이르기까지 남북한 간에 토의되거나 합의되었던 내용들을 고려 할 때 예상이 가능했던 내용이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 그간 남북한 간에 공항이나 항만, 도로와 철도 현대 등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는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하고 긴장이 해소되어 한반도에 완전한 평화가 정착되었을 때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전에 있어 핵심적 군사시설인 비행장을 현대화 시킨다는 것은 적에게 나를 찌를 수 있는 비수를 쥐어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북한은 50여 개 공항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체가 군전용 내지는 민군 겸용이며, 민군 겸용 비행장도 평양 북방의 순안공항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군 우선으로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IATA(국제항공운송협회) 또는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에서 국제 공항코드를 부여받은 순안, 원산, 선덕, 삼지연, 어랑, 의주 등 6곳마저 인민무력부 예하의 민용항공총국에서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이 강원도 원산갈마비행장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비행지휘성원들의 전투비행술경기대회-2019'를 참관하는 모습. (연합)
김정은이 강원도 원산갈마비행장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비행지휘성원들의 전투비행술경기대회-2019'를 참관하는 모습. (연합)

북한 공항 현대화는 여객이나 화물 운송이 가능하도록 국제적 수준으로 정비하는 것인데 대략 활주로 확장 및 보강, 첨단 관제시스템 구축, 여객 대기시설 및 화물운송시설 구비, 그리고 이러한 시설 운용에 필요한 전력, 공항과 목적지를 연결하는 육상교통망 등의 신설 및 보수 등으로 추정할 수 있다. 북한 공군의 전투비행장인 공항에 이러한 공사가 완료되면 전략, 전술적으로 북한 공군 운용에 많은 이점을 제공할 것이며 대한민국 안보 위협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첫째, 공군 전투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전투기 출격 횟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 활주로 확장 및 보강, 충분한 유도로 확보, 자동화된 첨단 관제시스템 구축은 전투기 이착륙의 안전성을 향상시키고 전투기의 출격 횟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

둘째, 항공 군수지원체계를 구비함으로써 군사전략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 현대전 양상은 단기 속전 속결전으로 대량파괴로 인해 인적, 물적 피해를 증대시키고, 이에 따라 대량소모가 수반되며, 신속한 대량 보급이 가능해야 작전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신속한 대량 보급에 가장 유용한 수단이 항공 수송이며 현대전에서 그 중요성은 증대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항공 수송 능력은 특수전부대의 공중침투 지원 정도이며, 항공 군수지원체계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항공 군수지원을 위한 비행장(공항) 기반시설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의 공항이 국제적 수준으로 현대화되면 대량의 항공화물 운송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와 함께 관광객을 목적지까지 이동시키는 도로망도 갖추게 됨으로써 육로를 이용해 여객과 화물을 목적지까지 운송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군사적 관점에서 보면 군수물자의 생산지→공항→목적지로의 신속한 수송이 가능해지며 항공군수지원을 포함한 새로운 군사전략의 도입과 구현이 가능해질 것이다.

2019년 11월 16일 원산 갈마 공항에서 북한공군 미그21 전투기가 이륙하는 모습. 북한 공항의 현대화는 북한전투기 출격 횟수만 늘려주게 된다.(연합)
2019년 11월 16일 원산 갈마 공항에서 북한공군 미그21 전투기가 이륙하는 모습. 북한 공항의 현대화는 북한전투기 출격 횟수만 늘려주게 된다.(연합)

마지막으로 북한 일부 공항의 현대화는 북한의 나머지 공군 비행장 현대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만일 공항 현대화 공사가 진행된다면 대한민국의 기술진에 의해 대한민국의 자재를 가지고 북한의 인력과 장비가 동원될 가능성이 높다. 즉 공사 시행 주체는 대한민국 기술진이고, 보조인력이 북한 기술자 및 노동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체계로 공사가 진행될 경우 북한 기술진은 대한민국 기술진의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으며 이 기술이 다른 공항, 즉 50여 개의 북한 공군 비행장 현대화를 촉진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북한 공항 현대화 지원에는 많은 요소가 고려되어야 한다. 물론 장기적으로 남북 경협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최소한 주요 공항 몇 개는 대한민국의 수준으로 현대화 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우리가 서두른다고 남북 경협이 활성화 되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경제적 지원을 한다고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는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이 북한의 핵무기 폐기에 달려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해야만 유엔 대북제재가 해제될 수 있고 유엔 제재가 해제되어야 대한민국이 북한을 지원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 북한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제한적 해제를 국제사회에 요구하기보다는 북한의 핵무기를 빨리 폐기하도록 북한 지도부에 촉구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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