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보는 세상] 지방대 위기, 학생이 없다
[데이터로 보는 세상] 지방대 위기, 학생이 없다
  •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1.06.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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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전국 대학 입학 정원은 약 49만2000명이다. 그러나 고3을 졸업하는 만18세 학령인구는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22년 47만3000명으로 입학 정원보다 1만9000명 적다.

여기에 군 입대, 취업, 재수 등을 제외하면 실제 대입을 치르는 인원은 41만2000명으로 추산된다. 대입을 치르는 인원이 대학 입학 정원보다 8만 명 부족한 셈이다.

수도권 대학보다 우선적으로 상당수 지방대학이 대규모 정원 미달 사태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지방대학 정원 미달 사태는 대입을 치르는 만 18세 학령인구가 2019년 59만4000명이었으나 그 후 급속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입시 경쟁률이 하락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최근 5년 간 전국 대학 정시경쟁률을 보면 2017년 5.1대 1에서 2020년 4.6대 1, 올해는 3.6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이와 같은 현상은 갈수록 더 심화될 것이다. 앞으로는 전국에 있는 전체 대학 340개 중에서 정원을 제대로 채우는 대학은 반도 안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게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원인은 <그림 2>를 보면 합계출산율(가임기간(15∼49세) 여자 1명당 낳는 아이 수)이 급감(2020년 0.84명)하고, 따라서 출생아 수도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생아 수는 1970년 101만 명이었으나 2020년 27만2000명에 그치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 신입생 미충원 규모가 2022년 8만 명, 2023년 9만6000명, 2024년 12만3000 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미 지방에 있는 사립대들이 심각한 미충원 사태를 맞고 있고, 이로 인한 학교 재정 상태가 악화하고 있다.

형편이 좀 나은 지방의 9개 국립대도 추가 모집을 실시했고 재정 상태도 별로 좋지 않다. ‘지방 명문’으로 불리는 경북대, 부산대, 충남대 등도 미달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학교를 다니며 재입시를 준비하는 반수나 편입을 통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학생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심각한 형편에 놓인 지방대학 총장들의 강력한 대책 마련 요구에 교육부는 드디어 ‘수도권 대학 정원 감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 5월 6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회 공청회에서 고등교육 혁신 방안을 언급하면서 “수도권 대학에서 적정 규모의 정원 감축이 필요하다는 방향 아래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대학 정원 감축 방안에 대해 수도권 대학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 악화가 지방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수도권 대학 정원 감축은 재정 악화를 심각하게 초래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2009년부터 시작된 등록금 동결로 이미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수도권 대학들도 많다고 한다. 정원을 감축하려면 정원 감축을 보상할 등록금 인상이나 정부 재정지원 확대 방안부터 마련하는 것이 순서라는 주장이다.

첨단 업종 일자리 수도권에 집중, 지방에서는 취업 어려워

그러면 왜 특별히 지방대가 우선적인 위기를 맞고 있는가? 가장 큰 원인은 학생들의 수도권 선호 현상이다. 교육의 질, 졸업 후 일자리 구하기 등이 모두 수도권이 월등하다는 것이다.

20∼30대가 선호하는 반도체, 인터넷, 플랫폼 기업, 정보기술(IT) 관련 첨단 기업의 일자리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조선, 철강, 화학 등 지역경제를 이끌어오던 전통 제조업이 2010년대 들어 상대적으로 불황의 늪에 빠지고 일자리가 감소한 것도 이 같은 쏠림 현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

요즘 ‘인(in) 서울 대학‘이라는 말이 유행하는데 이는 꼭 상위권 대학이 아니더라도 서울 안에 있는 대학만 가면 된다는 학생들의 선호도를 대변하고 있다. 

<그림 3>에서와 같이 통계청이 2018∼2020년 지방 광역시(부산, 대구, 울산, 대전, 광주)를 떠나는 청년 인력(19∼39세 기준)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총 10만 명이 넘어서고, 부산이 가장 심해 3만 명, 대구와 울산은 2만 명이 넘는다. 지방 광역시를 떠난 청년 인력은 서울로 4만여 명, 경기도로 22만여 명이 몰려드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도로 순유입이 많은 것은 판교신도시 등에 첨단 청년층의 일자리가 급증한 때문이다.      

지방대 중에서 명문 대학에 속하는 경북대를 살펴보면 충격적이다. 지난 5년간 3000명에 육박하는 재학생이 자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입학 정원의 12%인 600명 정도가 자퇴를  하고 있으며 이중 95%의 학생이 수도권 등으로 다른 학교 진학, 편입을 위해 떠났다. 부산대, 전남대, 충남대에서도 한 해 500명 가량이 자퇴한다고 하니 그 외 대학들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2020년 4년제 대학 205개교의 권역별 미충원 인원을 보면 <표 1>과 같다.     

서고연(SKY, 서울대, 고대, 연세대)은 2020년 미충원 인원이 0이다. 주요 10개대와 서울권과 수도권 대학들은 미충원 인원이 조금 발생했으나 지방권 대학은 8255명으로 전체 미충원 인원의 85%를 상회하고 있다.

전체 미충원 인원도 2019년 비해 2020년에는 급격히 증가해 31.3%의 증가를 보이고 있다. 좋지 않은 현상이다. 이런 증가의 대부분이 지방권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방대들은 학생들을 최대한 선점하기 위해 수시모집을 늘리는 고육책을 쓰고 있다. 비수도권 대학들의 2023년 수시모집 비율은 86.1%로, 2022년(82.3&)보다 3.8%포인트 확대된다.

SKY(서울대, 고려대, 연대) 등 서울 주요 대학은 반대로 정시 비율을 확대한다. 이로 인해 성적 우수 학생들의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대학이 입학 정원을 감축하면 지방대학으로 입학생들이 갈 것인가? 이런 정책은 학생들의 수도권 선호를 막지 못하고 지방대에도 별로 도움이 안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학알리미 공시에 따르면 2020학년도 인(in) 서울 지역 대학의 신입생 경쟁률은 13.6:1에 달했다. 지방대는 6.7:1이었다.

수도권 대학 정원 감축으로 서울 대학들의 입학문이 좁아지면 경쟁률은 더 치솟고, 지방대로 가지 않고 재수하는 학생들이 급증할 것이다. 즉, 수도권 선호도의 근본 문제를 치유하지 않고, 수요와 공급을 무시한 부동산 정책처럼, 심각한 입시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2021학년도) 일부 지방대는 미달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가 모집 지원자를 100% 받아주고 현금까지 지급했지만 끝내 대규모 미달을 피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합격률 100%‘를 보장하고 현금 50만 원 지급을 약속했던 우석대는 272명이 결국 미달됐다.

신라대도 1년 학비 면제에 전과(轉科) 100% 보장, 토익 수강비와 도서비 지원 등 250만 원어치의 장학 패키지 제공을 내세웠지만 미달 인원이 440명에 달했다. 올해 신입생 200명 이상 미달 대학 현황을 보면 <표 2>와 같다. 미달 인원이 500명이 넘는 대학도 다수 있다.

대구대(780명), 원광대(710명), 상지대(654명), 가톨릭관동대(539명) 등이다. 제주국제대와 한국국제대는 2021년 미달 인원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2020년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2021년 지방대에서 미달 인원이 2020년에 비해 급증하는 하나의 이유로는 코로나로 신입생 유치 활동이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학 신입생 모집 설명회 등이 개최되지 못했고, 실질적으로 대면으로 권유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주요 이유는 입학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 선호 현상 등일 것이다. 신입생의 대량 미달 사태는 대학 재정을 악화시킬 것이며 이는 교육의 질 저하를 초래하고 결국 도산 위기로 내몰릴 것이다.       

2020년 대학교육연구소가 지방대 교수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매우 위기’ 와 ‘위기’라고 답한 응답자가 합쳐서 98.5%로 대부분이었다. 위기감의 이유로는 ‘학생 모집 어려움’(34.9%)이 가장 많았고 ‘교직원 신규 채용 중단 및 삭감’(19.9%)과 ‘교육 및 연구  여건 하락’ (19.4%) 등이 꼽혔다. 결국 지방대는 대학으로서의 기본적인 기능이 악화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부실 대학 통폐합으로 대학교육 경쟁력 높여야

지방대의 위기의 근본 원인은 수십 년 지속되어 온 정부의 안일한 정책 탓이 크다. 학령인구 감소는 2010년부터 꾸준히 지적되어 왔고 이에 대비해 대학 수와 입학 정원을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 왔다.

그러나 실제로 4년제 대학 숫자는 2020년 현재 205개교에 달해 상당히 많다. 1996년 정부가 대학 설립 자율화를 내세운 후 무분별하게 설립 허가를 해왔기에 수요 대비 초과공급이 발생한 것이다.

1996년 이후 63개 대학이 설립되고, 18개 대학이 폐교되었다고 한다.

지방대 위기의 첫째 해법은 일부 부실 대학에 대해서는 학교들 간의 합병, 폐교 등을 통해 대학 수를 줄이고, 입학 정원을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것이다.

지금도 대학진단능력평가가 있어 한계대학 판정을 받은 후 정상화가 힘들다고 판단되면 폐교가 이뤄질 수 있지만 좀 더 적극적인 폐교 추진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합병을 당하는 학교나 폐교하는 학교를 위해 해당 설립자, 학생, 교직원 등이 큰 피해를 보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회에서는 적절한 가칭 ‘폐교 정리법’을 마련한 필요가 있다.

둘째, 수도권 대학 정원도 어느 정도 축소할 필요가 있다. 현재 수도권 정원외 모집을 오히려 늘려옴으로써 총 입학 정원을 확대했다. 지방에서 아무리 대학 개혁을 통해 입학 정원을 줄여도 수도권 대학이 이를 흡수해버리면 지방대학이 살아남기 어렵다. 수도권 대학들도 입학 정원을 10년 정도에 걸쳐 최소 10% 정도 줄일 필요가 있다.

셋째, 지방대 위기 해법으로는 지방에 있는 지방 거점 국립대와 일부 사립대에 대해 재정 지원 확대와 연구 환경 조성 등이 필요하다. 지방대에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해 획기적인 장학금 확충, 지방대 교수들에 연구비 지원 등을 통해 지방대가 수도권 대학보다 경쟁력이 생기도록 지원하는 방안이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가 지원하는 정부 부담률은 GDP 대비 0.6%(10조8000억 원) 수준인데 이것은 OECD 평균인 1%(19조2000억 원에 해당)에 많이 부족하다. 우리나라도 고등교육 지원비를 OECD 수준으로 높여 지방대를 우선 지원해 주는 방안을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 지방대 재정지원 방식도 현재는 사업비의 형식으로 하고 있지만 이를 대학 운영비로도 쓸 수 있도록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넷째, 과감한 발상이지만 오랫동안 묶여 있던 사립대 등록금을 올리게 해줘 지방에 있는 국립대로 학생들이 발걸음을 옮기게 하는 것이다. 현재 서울 상위 10개 대학 중에 사립대는 서울대와 서울시립대를 제외한 8개 대학이다. 사립대와 국공립대의 등록금 차가 커지고, 사립대의 재정 건전성이 좋아지면, 사립대 교육의 질도 좋아지고, 국립대에 정부의 재정지원을 강화한다면, 지방 국립대로 학생들을 보내려는 학부모들의 관심도 높아질 것이다.  

다섯째, 지방에 있는 기업들이 성장하도록 정부에서 지방에 있는 기업들을 정책적으로 지원해 주는 방안이다. 지방 기업들이 성장하고, 지방 도시 경쟁력이 생기면, 이는 결국 지방에 있는 대학 경쟁력으로 직결될 것이고, 신입생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지방에 있는 기업들이 경제적으로 성장하면, 지방대 졸업생들에게 취업 기회가 확대될 것이고, 지방대학의 선호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일본을 보면 도쿄 수도권에 명문대가 밀집되어 있지 않고 전국에 흩어져 있다. 도호쿠대, 교토대, 홋카이도대, 규슈대, 나고야대, 오사카대 등 남쪽부터 북쪽까지 전국 골고루 흩어져 있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지방대 생존전략을 배울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국내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므로, 지방대학에서 또 하나의 돌파구는 외국인 학생을 많이 유치하는 것이다. 중국, 아세안, 중앙아시아 국가 등에서는 한국에서 대학 교육을 받는 것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다. 외국인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건실하게 운영하고 이를 확대하는 정책은 지방대학들이 살아갈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정부에서도 외국인 대학생 유치 정책을 좀 더 과감히 시행할 필요가 있다. 아무쪼록 지방대 위기가 조만간 해소되고, 우리나라 대학들의 교육의 질이 높아져,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지방대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모든 대학이 같이 짊어지고 나가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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