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암호화폐, 화폐를 꿈꾼다면 여전히 위험하다
[분석]암호화폐, 화폐를 꿈꾼다면 여전히 위험하다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1.06.2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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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가 지급수단으로 일정한 위상을 갖게 된다면 신용카드업, 전자금융업 등 지급서비스 업계와 지급결제제도의 안정성에 긍정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비트코인의 지급결제 메커니즘은 중앙의 운영기관을 배제하고 다수 참가자들이 시스템 운영 업무를 수행하는 특성으로 인해 일부 참가자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전체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된다는 장점도 있다.

이에 반해 중앙운영기관이 존재하는 기존 지급결제시스템은 일부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을 경우 전체 시스템의 운영 또는 서비스 제공이 중단되는 단일실패점(single point of failure)이 존재한다. 

가상화폐의 가능성은 무한할 수 있지만 그만큼 넘어야 할 산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거래정보의 위 변조 방지와 관련해 보안성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교환소가 운영하는 로컬플랫폼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지 않아 해킹 등으로 운영 장애 및 고객 피해가 발생하기도 하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와 함께 법적 리스크가 존재한다. 

비트코인은 법적 기반이 미비한 가운데 국경을 넘어 익명으로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탈세,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 이용 등 불법행위와 연관될 경우 해당 거래를 추적하기 쉽지 않다. 특히 가상화폐에 대한 국가별 규제가 상이할 경우 불법행위와 관련된 거래의 추적 및 규제 적용 등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점을 한국은행은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자산을 운영하는 주체의 지배구조 문제가 제기된다.

가상화폐 지급결제 메커니즘은 중앙운영기관을 배제하는 가운데 다수가 시스템 운영에 참가하기 때문에 참가자 간 이해 상충시 이를 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즉 안전성 및 효율성 제고 등을 위해 시스템을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 참가자의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등 신속한 대응이 제약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거래 증가에 대응해 가상화폐의 기록(블록) 용량 확대 등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시스템 참가자(채굴자, 개발자 등)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시스템 분할(hard fork)과 함께 새로운 암호자산이 출시되기도 하는 상황들이 벌어지는 일은 드물지 않다. 

폭락하는 가상화폐. 5월 27일 오전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 그래프./연합
폭락하는 가상화폐. 5월 27일 오전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 그래프./연합

제도로 보장되지 않는 시스템이 문제

또한 암호자산의 소유와 시스템 운영이 소수의 개발자 및 채굴자 집단에 집중되어 있는 가운데 채굴자가 높은 이체수수료가 제시된 거래를 우선적으로 처리할 경우 여타 거래들의 처리가 지연될 수 있는 등 시스템의 신뢰성과 효율성이 저해될 소지가 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의 경우 3.2%의 주소(address)에 96%의 비트코인이 보유되고 있으며 10개의 채굴자 집단이 전체 채굴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가상화폐를 이용한 P2P 거래는 별도의 청산 결제 과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이점이 있지만 거래 내역을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확정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가상화폐 이체거래가 취소 불가능 상태에 이르기 위해 일정 시간이 경과해야 하는데 비트코인의 경우 최소 6개의 블록이 형성(평균 1시간 정도)되어야 기술적으로 취소가 불가능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을 한국은행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가상화폐 지급결제 메커니즘의 기술적 한계로 인해 거래량 증가시 처리 소요시간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화폐가 ‘교환의 매개수단’이 될 수 있는 이유는 휴대의 편의성과 광범위한 수용성을 갖췄기 때문이지만 암호자산은 가치의 변동이 매우 크고 통용에 대한 법적 강제력이 없어 단기간 내에 광범위한 수용성을 갖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한 현 시점에서 현금, 신용카드 등 기존 지급수단에 비해 거래비용(수수료 및 처리시간), 가치의 안정성 등의 측면에서 경쟁력이 낮은 문제가 있다.

다만 암호자산은 중개은행을 배제하고 이체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간 송금과 같은 제한적인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지급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언급된다.

무엇보다 화폐는 경제적 가치를 측정하고 모든 재화 및 서비스의 가격을 표시하는 계산단위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는 높은 가격 변동성 등으로 인해 가치를 나타내는 척도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다. 중앙은행이 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는 화폐와 달리 가상화폐는 알고리즘에 의해 사전에 공급량이 정해지므로 가격 불안정성을 해소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화폐가 가치의 저장수단인 이유를 높은 유동성과 가치의 안정성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때 유동성이란 특정 자산이 적은 거래비용으로 교환의 매개수단으로 전환될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하는데 화폐는 그 자체가 교환의 매개수단이므로 유동성이 가장 높은 자산이라는 것. 하지만 가상화폐는 높은 가격 변동성으로 인해 가치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가치 저장기능을 수행하는 데 제약이 큰 점이 문제가 된다.

보고서는 이상 세 가지 측면을 종합해 보면 현 시점에서 가상화폐가 화폐를 대체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한국의 암호화폐 투자 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글로벌 코인 정보를 집계하는 코인마켓캡의 최근 발표에 의하면 한국은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의 약 10%를 차지한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 정도라는 점에 비춰 볼 때 과도하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거래가 비트코인보다 변동성이 크고 도박과 비슷한 폭탄 돌리기성 투기가 많이 이뤄지는 알트코인에 90% 이상 투자가 쏠려 있어 투자 손실 위험도 높다는 점이다. 

알트코인이란 흔히 ‘잡(雜)코인’이라 불리는데 비트코인을 제외한 다른 모든 암호화폐를 말한다. 대체(alternative)와 코인(coin)의 합성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주요 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코인을 통칭하기도 한다. 한국의 암호화폐 투자예탁금은 약 4조6200억 원(2월 말 기준), 이 금액의 90% 이상이 암호화폐 중에서도 거래 투명성이나 안정성이 취약한 알트코인에 몰려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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