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보는 세상] MZ세대 90%,  ‘젠더 갈등 심각하다’ 
[데이터로 보는 세상] MZ세대 90%,  ‘젠더 갈등 심각하다’ 
  •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1.07.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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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란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엄 세대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합성어이다. 따라서 이들은 20대와 30대의 2030세대인 것이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트렌드에 민감하며 남들과 다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집단생활보다는 개인 행복을 추구하고, 소유하는 것보다 중고시장을 이용한다거나 렌털 등 공유하는 것을 선호하고, 가격보다는 취향을 중요시하는 구매 패턴이 있고 명품을 좋아한다고 한다.

또한 이들은 노력에 비례하는 공정성을 중시하고, 지식·운동·취미 등에서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글보다는 유튜브 같은 영상에 익숙한 세대라는 것이다. 이들은 나이 든 기성세대에서 볼 때 가치관과 생활관이 다른 소위 ‘젊은 사람들’인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두드러진 갈등으로 진보·보수의 갈등, 영호남 갈등 등이 대표적이나 최근에 청년들(MZ세대)의 남녀 간에 젠더 갈등이 심각한 사안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이러한 젠더 갈등이 사실이라면 이는 우리 사회의 발전에도 해악이 되며 결국 국가 경쟁력 제고와 국민의 행복도에서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그럼 이러한 젠더 갈등이 통계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는 현상인가? 최근(6월 9∼12일) 국민일보가 여론조사업체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만 18∼39세 남녀 1000명(남성 522명, 여성 478명)을 온라인 설문조사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8.6%가 한국사회 남성과 여성 간 젠더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다(매우 심각 28.5%, 심각 60.1%). 거의 90%에 육박하는 MZ세대가 젠더 갈등이 ‘심각하다’고 본 것이다.
          

남성들은 능력 아닌 성별 우선의 여성할당제에 불만

이 조사에서 흥미 있는 결과는 성별 혐오 현상을 묻는 질문에서 남성과 여성 간에 큰 인식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그 결과를 그림으로 그려보면 <그림 1>과 <그림 2>이다. ‘한국사회 남성 혐오 현상이 어느 정도 심각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남녀 간 차이가 분명하게 나타났다.

남성은 85.7%가 ‘심각하다’고 응답한 반면 여성은 64.6%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반대로 ‘여성 혐오 현상’의 심각성을 묻는 질문에 여성은 85.5%가 ‘심각하다’고 응답한 반면 남성은 64.5%가 같은 대답을 했다. 결국 남녀 모두 성별 혐오 현상이 심각하게 존재함을 인정하고, 남녀가 각각 스스로를 혐오의 피해자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부터 오랫동안 남성 위주의 사회로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민주화, 정보화 사회를 거치면서 남녀평등 사상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남녀 간 차별이 심하다고 주장하는 주요 사안들이 있다. 이 사안들에 대해 데이터로 살펴보자. 우선 남성만의 군복무의 징병제는 ‘남성 역차별론’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올해 기준 군인 월급은 병장이 60만8500원으로, 최저 임금을 받는 근로자에 비해 1년 6개월의 복무 기간에 총 2500만 원의 손해를 본다는 계산이 나온다. 군 가산점제는 1999년 위헌 판결을 받아 사라졌다. 노르웨이, 이스라엘 같은 나라는 여성징병제가 있으며 젠더 갈등이 별로 심하지 않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둘째, 여성계에서 여성 불평등의 대표적 사례로 드는 것은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 문제이다. 2019년 기준 여성 임금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1만6358원으로 남성의 69.4%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격차가 가장 크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든 간에 이런 격차는 점진적으로 완화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민·관 고위직의 여성 비율 문제이다. 여성이 고위직에 발탁될 때마다 남성의 일각에서는 “능력이 아니라 성별 때문에 뽑혔다”라는 불만이 있다.

그러나 여성들은 “고위직에 여성 비율이 높여져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작년 기준 중앙정부 1∼3급 기준 고위공무원 1568명 중 여성은 121명(7.7%)으로 적은 비율이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지난해 9월 말 국내 상위 200대 상장기업의 등기임원을 조사한 결과 여성 등기임원은 전체의 4.5%에 불과했다. 

넷째, ‘여성할당제(사회 각 분야에서 자리의 일정 비율을 여성에게 할당하는 제도)’ 문제이다. 남성들은 ‘능력이 아니라 성별을 우선시하는 여성 할당제’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여성할당제는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 배정, 국공립대 교수 임용 등 일부 분야에서 시행되고 있고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인 상장기업은 내년 8월부터 여성 임원을 최소 한 명 이상 둬야 한다. 

국민일보가 지난 6월 9∼12일에 실시한 MZ 세대 여론조사에서 ‘여성할당제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남성의 71.5%는 ‘반대한다’로 답했고, 여성의 68.0%는 ‘찬성한다’라고 답해 극명한 차이를 보여줬다. 여성할당제를 주장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대남’(20대 남성)의 높은 지지를 얻는 배경에는 이런 여론 흐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취업난으로 젠더 갈등 심화

앞에서 MZ세대에서 젠더 갈등이 존재함을 데이터로 봤는데 그러면 왜 이런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가? 그 원인은 무엇인가? 원인을 정확히 알면 그 해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젠더 갈등의 한 원인으로 ‘20대 남초(男超) 현상’을 꼽고 있다. 여성과 비교한 남성 인구 비율이 20대에서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KOSIS)에 의하면 2020년 기준 20대의 남녀 인구는 <표 1>과 같다. 

우리나라 성별 인구의 비율은 여성기준 남성의 비율이 99.5%로 여성이 조금 많다. 그러나 20대에서는 여성기준 남성의 비율이 110.8%로 전체 비율보다 월등히 높다.

이와 같은 ’20대 남초 현상‘이 20대에서 젠더 갈등을 일으키는 한 요인이라고 본다. 30대에서도 남성이 비율이 여성보다 높으나 20대 만큼 심하지는 않다. 수적 우위를 점한 남성들이 정치적 발언권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얻기 힘든 일자리를 차지하려고 하는 경쟁 과정에서, 그리고 1:1 매치가 어려운 결혼 시장에서 남녀 간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과정에서 일부 나타났었다. 여성할당제 폐지 등 일부 정치적 공약을 둘러싸고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남녀 간 치열한 논쟁이 펼쳐진 게 그런 사례이다.      

젠더 갈등의 주범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드는 원인은 취업난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20년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는 276만3000명으로 2019년보다 18만3000명 감소했다. 이런 감소는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 이후 22년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또한 작년의 20대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쉬었음‘이라고 답한 인구는 41만5000명으로 2019년보다 25.2%(8만4000명) 불어났다. 이런 큰 증가폭은 모든 연령대 중 가장 크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할 일자리를 찾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20대가 많다.

MZ세대는 기업의 새로운 마케팅 대상이 되었다.
MZ세대는 기업의 새로운 마케팅 대상이 되었다.

현재 20대의 취업난이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어려운 취업난은 결국 MZ세대가 다른 세대에게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불평하게 되고, 모든 일에서 불만이 많아지고, 심지어 같은 나이 또래의 다른 성(性)에게 까지 화살을 돌리는 젠더 갈등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국가적 정책이 젠더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여성할당제 폐지나 군 가산점 부활 등과 같은 이슈에 이대남(20대 남성)들은 적극적인 환영 의사를 밝히고 있으나 이대녀(20대 여성)들은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대남들은 문재인 정부가 ’친여성 성향‘이라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대남들은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그들의 의사를 확실히 보여줬다. 예를 들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대(18, 19세 포함)에서 남성은 오세훈 후보 지지율이 압도적(오세훈 72.5%, 박영선 22.2%)인 반면 여성은 근소하게 박영선 후보가 앞섰다(박영선 44.0%, 오세훈 40.9%). 놀라운 차이가 아닐 수 없다. 

MZ세대(특히 20대)는 우리의 미래이다. 이들 남녀 간에 젠더 갈등이 있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해소되어야 한다. 모든 세대 간에, 그리고 같은 세대의 남녀 간에 상호 협력해 선을 이뤄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심도 깊은 사회적 논의 과정을 통해서 젠더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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