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북한의 2030세대에게 보내는 응원
[논단] 북한의 2030세대에게 보내는 응원
  • 김금혁  미래한국 편집위원·국방TV 전문 패널
  • 승인 2021.07.23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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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회의 가장 큰 이슈는 뭐니 뭐니 해도 2030세대의 약진이다. 37세에 불과한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의 등장이 그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이번 4·7 보궐선거 이후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내고 세상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이 점점 2030쪽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앞으로 어느 시점에서의 적당한 반동은 필요해 보인다. 무엇이든 적절한 균형이 중요하다. 

사실 하고 싶은 얘기는 우리나라의 2030에 대한 것은 아니다. 최근 일어나는 변화들을 매우 흥미롭게 관망하던 중 문득 한국의 2030이 이렇게 세상을 바꾸고 있는 요즘 북한의 2030은 뭘 하고 있을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나는 10대를 북한에서 보냈고 20대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보냈다. 그러고 보니 나는 북한의 2030세대 그리고 한국의 2030의 성장 과정을 다 지켜본 특이한 경험을 갖게 된 셈이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북한의 2030에 대한 심층 연구가 많이 없는 것 같다. 내가 경험했던 북한의 2030에 대한 사견을 조금씩 풀어보고자 한다. 어디까지 필자의 주관이 개입된 글이므로 적당한 선에서 가볍게 읽어주면 고맙겠다. 

한국의 2030은 MZ세대라는 용어로 불리기도 한다. 북한의 2030도 그러한 닉네임이 있을까? 있다. 그리고 이 닉네임 하나로 그들의 정체성을 정의할 수 있다. 바로 ‘장마당세대’다. 북한학을 공부한 사람들이라면 장마당이라는 단어가 익숙할 것이다. 장마당세대를 논하기에 앞서 먼저 장마당이 어떤 곳인지 살펴보자. 

장마당은 북한의 시장을 통칭하는 말이다. 우리의 전통시장과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는 북한의 장마당은 최근의 북한 체제를 연구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장마당 즉 북한의 시장은 철저히 수요와 공급에 의해 움직이는 자본주의적 논리를 따라간다. 개인 간에 물건을 사고 팔 수 있으며 그로부터 발생하는 수입은 전적으로 개인이 가져간다. 

이 과정에서 장마당은 시장을 운영하는 관리자 측에 자릿세를 내게 되는데, 이것은 일종의 세금과 같다. 북한 당국이 엄격히 금지하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 도서 그리고 몇몇 종류의 중금속을 제외한다면 무엇이든 사고 팔 수 있는 곳이 장마당이다.

여기까지 들으면 장마당은 그저 흔한 한국의 시장과 크게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이 장마당의 형성과 발전 과정 속에서 북한 사회는 커다란 변화를 맞이했다. 북한은 여전히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고수하고 있는 극소수의 국가(?) 중 하나다. 모두가 알고 있듯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개인의 재산 축적은 철저히 금지된다.

모든 경제는 국가의 철저한 통제 하에 있으며 제품의 가격을 결정하고 생산과 공급을 결정하는 것도 국가의 몫이다. 개인은 그저 국가로부터 배급을 받고 국정 가격으로 운영되는 국영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해야 했다. 북한도 그러했다. 적어도 ‘고난의 행군’이 있기 전까지는. 

북한의 자생적 시장을 통칭하는 '장마당'은 새로운 변화를 만들고 있다.
북한의 자생적 시장을 통칭하는 '장마당'은 새로운 변화를 만들고 있다.

고난 속에서 성장한 북한 ‘장마당 세대’에 거는 희망

수십에서 수백만이 굶어 죽은 것으로 알려진 고난의 행군은 1995년부터 1998년까지 북한이 겪어야 했던 대기근과 자연재해, 그로 인한 국가적 위기의 시기를 뜻한다. 사실 북한은 1980년대 중반부터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다 1990년대 이르러 동구권 사회주의국가들이 빠르게 무너지고 의지했던 중국마저 개혁개방의 길을 걸으며 북한을 외면하자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여기에 지독한 자연재해마저 찾아왔다. 이 모든 것들은 북한 주민들의 삶에 실로 어마어마한 악영향을 미쳤다. 북한 당국이 제공하는 배급에 철저히 의존했던 대다수 주민들은 배급이 끊기자 식량과 생필품을 구할 곳이 없어졌다.

모든 배급소가 문을 닫았고 국영상점들도 운영을 중단했다. 급기야 병원들도 약이 없어 환자를 치료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나라 전체가 멈춘 것이다.

장마당세대는 이 시기에 태어난 세대를 칭하는 말이다. 보통 대기근에 가장 취약한 세대가 아동들이다.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면 면역도 약해지고 쉽게 목숨을 잃기 때문이다.

또한 의료시설 역시 상황이 매우 열악했기에 특히 5세 미만의 영유아들이 많이 사망했다. 이는 고난의 행군을 기록한 여러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북한의 2030은 가장 어려운 시기에 태어나 국가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오로지 부모의 능력에 의지해 대기근 속에서 힘겹게 살아남은 세대인 셈이다. 북한에 대한 이들의 기억은 가난과 굶주림, 길거리 곳곳에 널린 아사자와 가족을 살리기 위해 한 푼이라도 더 벌려 악을 쓰는 부모들의 짠한 모습이 전부였다. 

그때는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어른들은 다 장마당으로 나갔다. 국가의 배급시설은 모두 문을 닫았고 장마당에 나가 뭐라도 팔아야 자기 자식들을 먹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장마당도 처음부터 허락된 것은 아니었다.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기본을 흔드는 곳이 장마당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의 공급이 전무한 상황에서 스스로 살길을 찾겠다는 사람들의 요구를 막을 방도는 없었고 결국 모른 척 눈감아 줬다. 집안에서 내다 팔 수 있는 모든 것이 다 장마당으로 쏟아져 나왔고 북중 국경을 통해 밀수입한 식량과 맞바꿈 되었다. 장마당이 북한 전역으로 펴져 나갔고 이를 통해 조금씩 사회가 안정을 되찾았다. 

북한의 장마당 세대는 국가가 자신들을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상황을 목격했고 동시에 자신들을 먹이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 다니던 부모세대를 보며 국가보다 가족, 집단보다 개인을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북한에서는 어릴 때부터 충성교육을 강요받는다. 북한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세상에 부럼 없어라”라는 문구는 거의 모든 유치원에 대문짝만하게 걸려 있고 이에 관한 노래도 많다. 우리는 그것을 모두 외워야 했다. 초등학교에 올라가면 본격적으로 세뇌교육이 시작되며 이는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쭉 이어진다.

북한이 얼마나 살기 좋은 나라인지, 위대한 영도자들이 북한을 어떻게 잘 이끌고 있는지를 매일 반복하여 외우게 한다. 물론 해야 하는 일이기에 기계적으로 외우는 부분도 있었지만, 때로는 가슴이 웅장해졌고 나랏일을 돌보느라 쪽잠을 자고 주먹밥으로 끼니를 때운다는 김정일의 노고를 들을 때는 눈물 콧물이 다 나왔다. 세뇌 교육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지속력이 문제였다. 현실을 보면 교과서 내용과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사회주의 무상교육의 우월성에 대해 강조했지만 학교를 운영하기 위해 학생들에게서 갈취하는 돈은 매년 늘어만 갔다.

이는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었다. 또한 월급으로는 쌀 2kg 밖에 살 수 없는 선생님의 생존을 위해 매달 돈을 모아야 했다. 선생님에게 잘 보이기 위해 돈 많은 집 부모들은 경쟁적으로 뇌물을 갖다 바쳤다.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어느 순간 차라리 학비를 걷는 것이 훨씬 더 공평할 것 같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북한판 MZ세대는 '장마당세대'라고 불린다.
북한판 MZ세대는 '장마당세대'라고 불린다.

한반도 미래를 바꿀 한국과 북한의 2030세대

모든 북한 교실에 가면 김정일의 이런 문구가 걸려 있다. “학생의 임무는 첫째도 학습이며 둘째도 학습입니다.” 얼마나 좋은 말인가?

그러나 북한의 학생들은 교실보다 공사 현장이나 매스게임 연습에 더 많이 차출된다. 10만 명의 학생이 동원되는 매스게임 ‘아리랑’은 대표적인 아동 학대의 현장이다.

이를 위해 어떤 때는 학기의 반 이상을 교실을 떠나야 했다. 급기야 이런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학생의 임무는 학습인 거 확실해?” 주님의 말씀과도 같은 김정일의 교시는 점점 학생들에게 의문시 되었다. 

북한은 곧 있으면 강성대국이 온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들이 말하는 강성대국이란 강력한 국방력을 바탕으로 북한의 경제적 상황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사람들이 입쌀밥에 고깃국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세상을 뜻한다. 내가 기억하기로 강성대국이 온다는 말을 거의 20년 가까이 들은 것 같다. 

이제 북한의 2030 중에 이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를 증명했던 것이 2009년 실시되었던 화폐개혁이었다. 무지에 가까운 정책으로 인해 수많은 북한의 중산층이 무너졌고 2030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북한 정권에 대한 작은 미련조차 사라졌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도 그 화폐개혁정책을 듣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

이 정책을 놓고 진지하게 토론을 진행했던 많은 학우들 또한 같은 생각이었다. 몇 년이 지난 후 북한은 강성대국이란 표현을 슬그머니 삭제했고 다시 사용하지 않았다. 

북한은 정보의 자유가 없는 곳이다. 오직 북한 정부가 허락한 선전매체만을 이용해야 하며 조선중앙TV만을 시청해야 한다. 사회주의 색채가 강한 일부 중국 영화나 소련 시절 영화가 유일하게 허락된 외부 영상들이었다.

이를 제외한 다른 국가 특히 한국이나 미국의 영상물은 접근 자체가 불법이며 이를 어기고 시청할 경우 매우 큰 중범죄로 다스린다. 그러나 한류의 바람은 이 모든 차단막을 뚫고 북한을 쓸어버렸다. 그리고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북한의 한류를 주도한 사람들은 다름 아닌 2030이다. 세뇌가 잘 되어 있던 4050은 초창기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볼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북한 체제에 대한 회의감이 가득했던 2030은 빠른 속도에 한류에 익숙해졌다. 또한 북한에 한류를 들여보내기 위해 큰 역할을 했던 USB나 노트북 노트텔과 같은 전자기기를 잘 다룰 수 있었던 세대도 바로 장마당세대였다.

북한 체제에 내포된 다양한 모순들과 인지부조화에 불만을 갖고 있던 세대니만큼 이들은 이를 해소할 대안을 찾아다녔고 그것이 한류였다. 

오로지 충성만을 외치는 북한 영상매체는 피로감이 상당했다. 그러나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에는 그들이 싫어하는 것이 없었다. 대신에 북한에서는 철저히 통제받는 표현의 자유가 있었고 뜨겁고 간질간질한 연애가 있었으며 다양한 패션과 볼거리가 가득했다. 더 중요하게는, 한국의 매우 수준 높은 문화와 경제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류는 북한 2030에게는 해방구였다. 자신의 감정을 숨겨야 하고 오로지 북한 체제에 충성을 맹세해야 하는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는 피난처였고 동시에 자유롭게 상상하고 꿈꿀 수 있는 곳이었다. 북한 당국은 이러한 한류의 급격한 확산을 막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통제수단을 다 동원했다.

109상무라는 어마 무시한 감시기관을 신설해 시도 때도 없이 학생들을 검열하고 단속했다. 불시에 교실로 들어와 학생들의 가방과 주머니를 검문했고 만약 잡힌다면 현장 체포는 기본이었고 많은 학생들이 모인 장소에서 공개재판과 공개처형도 감행했다. 한류를 시청하는 자들의 말로를 보여줘 이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이러한 통제 때문에 한류가 줄어들었을까? 천만에. 오히려 2000년대 초반보다 훨씬 확대되고 다양해졌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그쳤던 한류가 이제는 예능과 가요프로그램까지 확대되고 있고 다양한 시사프로그램 역시 인기를 끌고 있다. 기술의 발전을 누구보다 빠르게 흡수했던 2030은 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루트를 확보했고 요구 수준 또한 높아졌다.

한국의 발전 역사에 대한 자료들을 요구하기도 했고 정치와 사회 문제에 관한 도서들도 북한으로 밀반입되기 시작했다. 
지금 북한은 전쟁 중이다. 한류를 막으려는 자와 더 많은 정보를 원하는 2030 사이의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 1월 8차 조선노동당 대회 이후 여러 차례 진행된 회의에서 북한 청년들에 대한 사상교육의 중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강조하며 이것이 잘못 될 경우 국가 존재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지금의 청년 세대는 나라가 시련을 겪던 고난의 시기에 나서 자라다 보니 우리 식 사회주의의 참다운 우월성에 대한 실 체험과 표상이 부족하며 지어 일부 못된 인식까지 가지고 있다” 

이것은 김정은이 직접 쓴 공개서한의 내용이다. 장마당 세대에 대한 김정은의 불안과 불신이 얼마나 가득한지 알 수 있다. 
북한은 작년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라는 무시무시한 법을 만들었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할 경우 최대 15년의 노동교화형에 처하며 이를 유포한 자에 대해서는 총살도 하겠다는 내용이다.

과거 공포 분위기를 위해 본보기로 몇몇을 공개 총살 하던 방식에서 이제는 유포하는 그 누구든 모두 총살하겠다는 뜻이다. 처벌 수위가 압도적으로 훨씬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북한의 선전매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청년세대에 대한 사상교양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작용이 클수록 반작용 역시 크다. 억압적인 통제와 협박, 공포만으로는 이들의 새로운 세상을 향한 열망을 꺾을 수 없다. 이들은 이미 자신들이 살아가는 세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대안을 봤다. 그리고 느리지만 천천히 그 대안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나는 이번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을 위한 토론 배틀 ‘나는 국대다’에 지원해 소중한 경험을 했다. 1차를 통과했지만 아쉽게 2차 압박면접에서 떨어졌다. 내 나름대로 잘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심사위원들의 기준과는 달랐던 모양이다. 하지만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 좋은 긴장감이었다.

탈락이라는 결과가 조금 아쉽지만 반면교사로 삼고 더 날카롭게 논리를 가다듬어 지식을 쌓을 생각이다. 언제 어디서든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요행이나 혜택을 바라지 않고 오로지 실력으로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싶다. 

현재 북한의 2030은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북한을 향한 세상의 모든 관심은 오직 김정은과 핵무기에만 집중되어 있다. 북한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들은 매번 굵직굵직한 이슈들에 묻혀 빛을 발하지 못한다. 나는 이 글을 통해 북한의 2030들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알리고 싶다. 그리고 한반도의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장마당 세대를 도울 방법 또한 찾고 싶다. 

또한 나의 경험과 도전들이 북한의 2030세대, 그들에게 당신들은 결코 혼자가 아니며 대한민국에도 당신들을 이해하고 응원하고 격려하는 우군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북한의 2030이 그 사실을 깨달을 때 훨씬 더 용기 있게 북한 정권에 맞설 것이라 확신한다. 현재 한반도에 살고 있는 2030세대는 참 특별한 것 같다. 누가 알겠는가? 혹시 이들이 한반도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세대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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