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국정원 원훈석 신영복체 논란 “김일성 글씨체가 육군사관학교 현판에 사용된 꼴”
[포커스] 국정원 원훈석 신영복체 논란 “김일성 글씨체가 육군사관학교 현판에 사용된 꼴”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1.07.2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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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71주년 하루 전인 24일 서울 양재동 국정원 정문 앞에서 ‘국가안보를 걱정하는 전직 국가정보원 직원 모임’ 회원들이 피켓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국정원 원훈석’ 교체에 대해 매우 격앙되어 있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전직 국정원 직원들은 “국정원 직원들의 정신적 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림으로써 형식적으로 존재만 할 뿐 국가안보를 위해 작동할 수 없는 종이호랑이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대한민국 안보를 지탱해온 국가보안법을 폐지함으로써 종국에는 대한민국에서 간첩을 비롯한 반 대한민국 세력이 활개 치며 활동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기 위한 지능적인 술수”라고 주장했다.  

새로 교체된 국정원 원훈석에는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 있길래, 이처럼 격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일까?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 새로 바뀐 국정원 원훈석 내용이다. 지난 6월 4일 새로 바뀐 원훈석 제막식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했다. 글자 내용은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글씨체가 문제가 됐다. 이른바 ‘신영복 글씨체(어깨동무체)’이기 때문이다. 

본지 <미래한국>은 이와 관련 국정원의 입장을 듣기 위해 다방면으로 접촉을 시도했다. 국정원 홈페이지에서 공보 관련 부서 전화번호를 찾으려 했지만 발견할 수 없었다. 오직 ‘북간첩 및 연계세력, 테러, 국가안보관련 신고는 국번없이 111’만 있었다. 
국회 정보위 간사를 맡고 있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실 측과도 통화했다.

국정원 원훈석이 신영복체로 바뀐 사정에 대해서는 하 의원실에서도 모른다는 답변이다. 설령 국정원 관계자와 통화하더라도 왜 바뀌었는지 답을 얻기 쉽지 않을 뿐더러 경험상, 시간도 아주 오래 걸리고, 답변을 준다고 해도 아주 공식적인 것 외에는 없을 것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국정원 전 직원들이 분개하는 신영복 글씨체의 주인공 신영복은 어떤 인물일까? 신영복은 건국 후 최대 간첩단 사건의 하나인 1968년 통일혁명당(통혁당) 사건의 핵심 인물로 처벌을 받았다. 

통혁당은 북한 로동당의 지시로 대한민국에 지하당을 조직해 무장봉기를 일으켜서 대한민국을 전복하려던 반국가단체다. 1964년 3월 15일 비밀리에 ‘통일혁명당 창당준비위원회’가 조직되었는데, 이때 주요 참가자들은 김종태, 김질락, 이문규, 신영복 등이었다. 이 가운데 북한 공작원을 따라 월북해 로동당에 입당한 김종태, 김질락, 이문규는 사형당했다. 

신영복 글씨체가 사용된 국정원 원훈석. 6월 4일 문재인 대통령과 박지원 국정원장이 제막식 수 기념촬영하는 모습.
신영복 글씨체가 사용된 국정원 원훈석. 6월 4일 문재인 대통령과 박지원 국정원장이 제막식 수 기념촬영하는 모습.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 꿈꾼 통혁당의 핵심 인물 신영복

통혁당의 주범 김종태는 4차례나 북한을 오가며 김일성을 면담하고 거액의 공작금을 받았으며 그 공작금으로 통혁당을 만드는 데 사용했다. 김종태는 경북 영천에서 태어났다. 그의 과거 전력은 해방 직후 좌익 폭동의 하나인 ‘대구폭동’에 가입한 전력이 있었다. 이러한 김종태를 포섭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북한 공작원에 포섭된 김종태의 친조카가 통혁당 사건의 또 다른 주범인 김질락(서울대 정치학과 졸)이다. 김질락의 후배 이진영이 신영복(서울대 경제학과 졸)을 김질락에게 소개시켰다. 그렇게 해서 신영복은 김종태와 연을 맺고 통혁당 창당에 관여하게 됐다.

통혁당 창당선언문에는 창당 목적이 분명하게 나온다. 최고 목적은 ‘사회주의-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다. 당면 목적은 ‘남한에서 인민민주주의 혁명을 수행해 부패한 식민지 반봉건적인 사회제도를 전복하고, 인민민주주의 제도를 건립하며 나아가 국토통일의 대업을 성취하는 것’임을 밝혔다.

통혁당의 주범 김종태에 대한 사형은 1969년 7월 10일 집행됐다. 사형집행이 북한에 알려지자 김일성은 곧바로 김종태에게 영웅 칭호를 내리고 북한 최고훈장인 금성 메달과 국기훈장 제1급을 추서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위원회는 1969년 7월 12일 김종태 추도 결의문을 채택했고, 같은 해 7월 13일부터 19일까지 1주일 동안 북한 전역에서 김종태 추도 기간이 설정됐다.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신영복(원안)당시 28세.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신영복(원안)당시 28세.

 사형당한 김종태, 김질락, 이문규를 제외하면 통혁당 사건과 관련해 가장 핵심적 인물은 신영복이다. 북한에 가지 않았던 신영복은 무기 징역형을 받았다. 더 놀라운 점은 신영복은 1966년 육군사관학교에서 경제학 교관(육군 중위)까지 했었다는 점이다. 
당시 중앙정보부에서는 신영복도 밀입북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신영복은 완강히 부인했다. 조사과정에서 육사 교수로 강의했던 강의 일자와 중앙정보부에서 증거로 내민 월북 날짜가 서로 맞지 않음이 밝혀졌다. 그래서 신영복은 사형을 면하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즉, 월북 관련 부분만 사실이 아니고 나머지 부분은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신영복은 1988년 사상 전향서를 쓰고 20년 만에 출소했다. 6공화국 첫 번째 정부인 노태우 정부는 국가통합 차원에서 국가보안법 위반자 상당수를 전향서만 받고 형 집행을 정지시키고 출소시켰다. 신영복도 그때 출소한 것. 그러나 훗날 신영복은 “난 사상을 바꾼다거나 동지를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북한도 신영복의 존재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재미 언론인 안치용 씨에 따르면 북한은 남한에서 수감 중인 신영복과 패망한 월남에 억류 중이던 한국 외교관 3명과 교환제의를 했다는 것이다. 

안치용 씨가 공개한 ‘베트남 억류 공관원 석방 교섭회담’ 문건에 따르면 신영복, 이재학 씨 등 통혁당 사건 연루 인물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6·25전쟁 직전 1950년 3월에 체포된 남로당의 거물 간첩 김삼룡과 이주하를 조만식 선생과 교환하자고 제의한 바 있다.

안치용 씨에 따르면 김삼룡, 이주하 이후 북한이 교환을 요구한 인물이 바로 신영복인 셈이다. 

그는 대학 강의를 하며 사상서를 출간했다. 1989년 3월부터는 성공회대에서 경제학과 교수직에 몸담았다. 

통혁당 사건 연루자 신영복(사진)의 글씨체를 사용한 문재인 대선 후보의 슬로건
통혁당 사건 연루자 신영복(사진)의 글씨체를 사용한 문재인 대선 후보의 슬로건

통혁당 그림자 어른거리는 문재인 정부

문제는 1968년 통혁당의 그림자가 2021년 현재까지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통혁당의 핵심 인물 신영복을 사상가로서 존경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환영사에서 “제가 존경하는 한국의 사상가 신영복 선생은, 겨울철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것을 정겹게 일컬어 ‘원시적 우정’이라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청와대 비서실에 신영복이 쓴 ‘춘풍추상(春風秋霜)’ 액자를 돌리기도 했다. 이른바 ‘문재인 시계’의 글씨도 신영복체이다. 문 대통령이 신영복을 얼마나 끔찍이 생각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인 것. 

신영복 외에 중요한 인물이 또 있다. 한명숙 전 총리의 남편 박성준이다. 그는 통혁당 사건으로 15년형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한명숙의 경우 좌파 여성계(페미니스트계)에서는 대모로 통한다. 

그리고 또 다른 인물이 기모란이다. 문 대통령은 기모란을 청와대 방역기획관으로 임명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기모란의 부친은 통혁당 사건으로 처벌 받은 기세춘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문 정권의 통혁당 인맥’이라고 부각시키기도 했다. 

더욱이 새로 교체되는 국정원 원훈석에 통혁당 사건으로 처벌 받은 신영복 글씨체가 사용되었다는 것은 충격 그 자체로 다가온다. 비유하면 김일성 글씨체가 육군사관학교 현판에 사용된다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글씨체가 무슨 상관이냐고 한다. 그렇다면 “만약 반대로 박정희 글씨체가 김일성대학에 걸린다면 김정은이 어떤 반응을 보이겠느냐?”는 질문에는 어떤 답을 할 수 있겠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안보를 걱정하는 전직 국가정보원 직원 모임’은 이러한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

들은 “신영복은 1968년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목적으로 북한의 지령에 따라 결성된 통일혁명당 결성 및 활동에 중추적 역할을 한 대표적인 김일성주의자인 것으로 이미 대법원 확정 판결에서 명백히 밝혀진 인물”이며 “국정원의 원훈석을 그의 서체로 바꿔 국정원 본관 앞에 세웠다는 것은 사실상 북한을 국정원 안마당으로 불러들인 이적행위”라고 사태의 본질을 규정하고 있다.

한마디로 국가 정보기관의 뿌리가 송두리째 뽑히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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