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위기의 국방부, 한국군은 ‘당나라군’ 
[심층분석] 위기의 국방부, 한국군은 ‘당나라군’ 
  • 고성혁   미래한국 군사전문 기자
  • 승인 2021.07.23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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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발발 71주년이 되는 날 아침 국방부가 보내온 문자 내용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 내용을 그대로 전달해 본다. 최근 자살한 공군 부사관(여)에 대한 수사 내용 속보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그간 20전비 군사경찰 수사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초동수사 부실 여부를 입증하기 위해 수차례에 걸친 소환조사, 거짓말탐지검사, 디지털포렌식 등 다양한 수사기법을 통해 범죄혐의점들을 확인해 왔습니다. 
■그 결과, 20전비 군사경찰 수사관계자 중 1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형사입건하여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였고 수사를 이어나갈 예정이며, 또 다른 수사관계자 2명에 대해서는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것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이 결과를 오늘 계획된 4차 수사심의위원회에 보고하고, 형사 입건되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인원에 대해서는 빠른 시간 내에 국방부 검찰단으로 송치할 예정입니다.

예전 같으면 6·25 발발일에 즈음해 국방부가 전하는 소식은 결기에 충만했다. ‘한국전쟁 몇 주년을 맞아 철통같은 방어태세 완비’, 아니면 ‘적의 어떤 도발도 즉각 격퇴하는 임전태세 구축’ 같은 내용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군의 본연의 임무를 강조하는 것은 온데간데 없이 성추행사건 관련 속보가 문자로 전해졌다. 

성추행 사건 이전에 언론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또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격리된 장병에 대한 부실급식 논란이었다.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군내 부실급식 관련 사진이 게시됐다. 그 파장은 매우 컸다.

민간에서 개설한 ‘육대전(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은 군내 불합리한 점이나 문제점을 세상에 알리는 창구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6월 23일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은 육대전 운영진과 만남을 가졌다. 일반 사병들이 일과시간이 끝난 후 휴대전화를 사용하게 되면서 육대전을 통한 군내 문제점 폭로는 급증했다. 사진까지 첨부하면서 내용이 알려지는 상황이다 보니 군 지휘부에서는 일과 시작과 동시에 가장 먼저 살펴보는 것이 육대전 페이지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까지 전해지는 실정이다. 

육대전을 통해 알려진 군내 사건사고는 매우 다양하다. 군내부실급식, 군기위반, 규정위반, 가혹행위 등 군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건이 총망라되어 있다. 4월 20일부터 5월 21일까지 육대전에 제보 건수는 무려 31건에 달한다. 하루 한 건임 셈이다.

그 중에 언론에서 거론한 것만 추려본다면 ▶육군 군수사령부 종합보급창 예하 부대의 한 소대장이 여성 중대장이나 병사들에게 폭언을 했다는 내용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헬스장 이용 ▶면허 없이 부대 내에서 운전을 했다는 내용 ▶국방부의 계룡대 격리 장병 부실 배식 의혹에 대한 ‘확인 결과 모든 메뉴가 정상 제공됐다’는 해명은 ‘거짓’이라는 제보 ▶육대전 제보자 색출작업에 들어갔다는 내용까지 다양하다. 육대전에서 전하는 내용은 대부분 사실로 확인되었다. 육군 종합보급창은 관련 규정을 어긴 해당 간부를 조사한 결과 일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기에 보직해임 조치했음을 밝혔다.

훈련소에서조차 훈련병들이 조교의 말을 안 듣는다는 ‘기상천외한’ 제보도 나왔다. ‘훈련병 인권을 중시하라’는 군 지휘부 방침이 나오면서 인권을 최우선으로 하다 보니 훈련병들이 인권을 내세우면서 말을 안 듣는다는 것이다.

이에 조교들 조차 육대전을 통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조교들의 입장도 이해해달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육군은 상당 부분 사실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훈련병이 ‘이러면 신고하겠다’는 식으로 오히려 조교를 협박하고, 조교들은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극히 일부겠지만 도저히 군에서 발생하면 안 되는 최악의 상황이다. 
   

공군 부사관 성추행 피해 사망 사건 관련 2차 가해 혐의를 받는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 노 모 준위(왼쪽)와 노 모 상사는 6월 12일 구속됐다./연합
공군 부사관 성추행 피해 사망 사건 관련 2차 가해 혐의를 받는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 노 모 준위(왼쪽)와 노 모 상사는 6월 12일 구속됐다./연합

하극상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군대

군기 사고는 국방부 내에서도 있었다. 조선일보가 6월 9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국방부 장군과 여직원이 성경 공부하러 호텔에 갔다는 것이다.

기사 내용에 의하면 국방부 감사관실은 지난해 현역 장성인 고위 간부와 부하 여성 공무원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조사에 착수했으며 두 사람이 사적으로 지나치게 자주 만났다는 사실은 일단 확인했다는 것이다. 국방부 직할 부대인 군사안보지원사령부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가장 심각한 군기사고는 ‘하극상’이다. 2020년 3월 경기도의 한 육군 부대에서는 상병이 작업지시에 불만을 품고 중대장인 여성장교(대위)를 야전삽으로 내리쳤다. 군 검찰은 상병을 구속했다. 두 달 후 5월에는 육군 모 부대에서 부사관 2명이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위관급 남성 장교를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된 일도 있었다. 소위 군기 빠진 군대의 대명사 ‘당나라군’이라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말단 부대에서 국방부에 이르기까지 각종 군기 사고 중 압권은 지난 1월 초에 있었다. 주임원사들이 현직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을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한 사건이다.

주임원사들이 문제 삼았던 것의 전말은 2020년 12월 21일 남영신 육군총장이 주임원사들과의 화상회의에서 “나이로 생활하는 군대는 아무데도 없다”면서 “나이 어린 장교가 나이 많은 부사관에게 반말로 명령을 지시했을 때, 왜 반말로 하냐고 접근하는 것은 군대 문화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덧붙여 남 총장은 “장교가 부사관에게 존칭 쓰는 문화, 그것은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것이 화근이 됐다. 

이러한 이야기가 나온 데는 이유가 있다. 수십 년 동안 근무한 부사관들이 초급 장교들을 상관으로 대우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일선 부대에서는 나이 어린 초급 장교와 나이 많은 준위 계급 간에는 상례로 서로 존대를 한다.

이런 불문율을 어기고 만약 나이 많은 준위에게 상급 계급이라고 해서 하대조로 말한다면 오히려 초급 장교는 부대 내에서 지탄을 받는다. ‘나이’에 민감한 우리나라 특유의 문화가 반영된 것이다.

연속되는 군기강 문란 사건에 면목없는 사욱 국방장관, 6월 9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며 인사하고 있다./연합
연속되는 군기강 문란 사건에 면목없는 사욱 국방장관, 6월 9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며 인사하고 있다./연합

반대로 하급자인 준위가 나이가 어리지만 위관급 상급자의 지시에 불응하거나 반말로 응대한다면 그것은 명백한 군기 위반이다. 군의 지휘체계는 ‘나이’가 아니라 ‘계급’에 따른 명령체계이기 때문이다. 

일부 준위들의 집단 반발은 사회적 지탄을 받고 결국 인권위 진정은 철회됐다. 남영신 총장은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불문에 부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군내 초급 장교와 나이 많은 부사관의 갈등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일선 장교들은 ‘부사관을 상관으로 모셔야 할 판’이라고 하고, 반면 부사관들은 ‘초급 장교들이 계급을 앞세워 자신들의 경력과 전문성을 무시하고 권위적 태도를 취한다’면서 반발하기도 했다. 

장교들간에도 알력은 있다. 소위 임관시 출신에 따른 문제다. 이른바 ‘육사 vs 비육사’ 문제가 있고, 비육사 출신 장교들간에도 3사 출신이냐 아니면 ROTC 출신이냐면서 구분 짓는 경향이 비일비재하다.

장교들 중에도 가장 천시(?) 받는 것은 ‘학사장교’라는 말도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우리 군에는 이러한 문제점이 수면 밑에 도사리고 있다.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다. 

우리 군의 내부 기강 문제에 대해 북한조차 조롱하고 나섰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6월 5일 “남조선 군내에서 성폭력 행위가 연발하고 있는데도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면서 군을 ‘복장 통일한 날라리 모임’이라고까지 했다. 덧붙이는 말로는 ‘현재 남조선군 장교들은 사병들 기강을 세우는 것보다 어떻게 해서라도 죽지 않게 해 집으로 돌려보내는 게 기본임무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 같은 조롱에 마땅히 반박해야 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사실에 가깝기 때문이다. 일선 지휘관들에게 군기강 확립이나 전투력 유지보다는 사고 방지가 최우선이 된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한번이라도 사고가 나면 진급이 멀어지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로 훈련도 사실상 상당수 축소됐다. 수류탄 사고를 이유로 해서 수류탄 투척 훈련은 1년간 중단되기도 했다. 40km 행군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상당수가 훈련에 불참하는 열외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고가 나는 것보다는 낫다는 이유로 일선 지휘관들은 눈감는 실정이다. 이를 두고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군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통째로 썩었다”며 “주적인 북한과 싸워보기도 전에 군 기강이 무너지고 있다”고 통렬히 비판했다.

군 기강만이 아니라 한정된 예산을 놓고 육·해·공군 및 해병대가 벌이는 자군 우선주의적 경쟁도 치열하다. 일단 해병대는 미군처럼 해군에서 독립된 해병대로 나가기를 원하고 있다.

해군의 최대 관심사는 경항모 건조다. 이에 대한 찬반 양론도 매우 격렬하다. 공군의 경우 기존 전투기 업그레이드와 각종 노후 무기체계 개선도 시급한 마당에 KF-21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 개발에 발이 묶여 있다. 육군은 아파치 추가 도입을 원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해군이나 공군에 밀리는 형국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무너지는 국방안보의식은 여러 곳에서 현실화 됐다. 국방백서에서 ‘북한주적’이라는 문구는 삭제됐다. 북한이 발사하는 미사일을 보고도 미사일이라고 하지 않고 ‘불상의 발사체’라고 한다.

한미연합훈련은 거의 중단됐다. 일본과는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한·미·일 삼각동맹체제를 와해시키려는 중국의 압박은 집요하다. 방어 목적의 사드 배치를 걸고 넘어지더니 이제는 노골적으로 무력 도발에 나서고 있다. 수시로 한국의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한다.

서해를 중국의 바다로 만들려는 전략이 실제로 구체화 되었다. 한중 잠정수역에서까지 해상훈련을 하면서 한국해군은 동경 124도선을 넘지 말라고 압박한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중국에 대해서는 한마디 대꾸도 못한다. 

육대전(육군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제보된 부실 급식 제보.
육대전(육군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제보된 부실 급식 제보.

동북아시아의 군사 정세는 과거 미·소 냉전 시절보다 더 악화되었다. 중국의 팽창주의는 한반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과거 소련보다 더 거세다. 중국의 속셈은 한반도를 사실상 중국의 영향권 하에 두려는 전략이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중국의 영향권 하에 있었다고 노골적으로 말한 바 있다.

2021 영국에서 개최된 G7 정상회담의 주 의제는 중국의 팽창에 대한 자유세계의 대응책 마련이었다. 그 중심에 미국과 일본이 있고 영국, 프랑스, 독일이 협력하는 모양새다. 

이미 미국은 대만 방어를 천명했다. 일본 역시 대만에 대한 지원 입장을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일본도 GDP 대비 1%에 제한된 방위비 상한선도 풀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도 용인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휴전선 북쪽에는 핵무력을 완성한 북한이 있다.

그런데도 우리 군 내부에서는 성추행, 하극상, 군기 문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이런 ‘당나라군’은 없었다. 군통수권자와 군 수뇌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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