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를 생각한다’ 20대 논객 임명묵 작가 “K-문화 정체성이 청년세대 반중정서의 근원”
‘K를 생각한다’ 20대 논객 임명묵 작가 “K-문화 정체성이 청년세대 반중정서의 근원”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1.08.0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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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선거 승패의 키를 쥐었던 20대는 이제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정치권과 언론계 등 각 분야에선 20대를 분석하느라 여념이 없다.

최근 각종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1994년생 임명묵 씨(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의 부상도 그 같은 현상의 맥락과 닿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이 속한 세대를 관찰자적 입장에서 분석하며 20대 논객으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는 그를 <미래한국>이 인터뷰했다.

- 성격은 다르지만 진중권 씨와 같은 논객, 20대 신예 논객을 보는 느낌입니다. 반갑습니다. 우선 궁금한 것은 임 작가가 보는 MZ(밀레니얼+Z세대로 1981~2010년생) 세대예요. 이들은 누굽니까?
MZ세대라는 단어는 포괄적인 개념이라 저는 ‘90년대생’이라는 용어로 많이 씁니다. 90년대생 특징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사회적 양극화와 세습 경향으로 지위 경쟁 스트레스가 심해진 상황에서 청소년기부터 모바일화의 영향을 받아 SNS와 각종 커뮤니티 활동을 하며 무력감과 불만, 체념의 정서를 털어놓음과 동시에 역으로 온라인 활동을 통해 그러한 정서를 해소해나가는 세대, 라는 것이죠. 

- 특히 온라인에 가장 익숙한 세대이겠네요.
익숙한 것을 넘어 태어날 때부터 온라인에서 활동했던 세대죠. 

- 이들의 세계관, 특히 우리나라에 대한 관점이나 중국에 대한 관점이 궁금해요. 
큰 틀에서 90년대생의 특징이란 ‘탈가치’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들은 어떤 가치나 의미를 추구하기보다는 구체적으로 지위 상승이나 감각 등을 추구하는 면이 강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과거로부터 이어져 오는 한국의 민족주의나 국가의 요구에 굉장히 시큰둥해하는 세대예요. 20대들이 박근혜 정부를 굉장히 혐오했던 것도 국가나 민족의 이름으로 젊은 세대에 희생이나 참여를 강요했기 때문이었는데, 그 점에 있어 그동안 불만이 팽배해 있던 맥락이 있어요.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어떤 집단적이고 부족주의적인 정체성을 찾는 열망도 동시에 있습니다. 한국인이라는 이라는 사실에 굉장한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거든요. 그런 것들이 특히 반중정서로 크게 나타나고 있고요. 

국가적 정체성 대신 문화적 정체성이 뚜렷한 청년들의 반중 감수성

- 그렇다면 이들은 한국이란 국가 정체성 때문에 반중의식이 크다는 것인가요?
그것은 아니고요. 정확히 말하면 국가 정체성이 발현되는 데 있어 반중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죠. 그 환경이 뭐냐하면 일단 90년대생 이후 세대는 중국 문화와 친숙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저희 이전 세대는 홍콩문화와 삼국지와 같은 중국 소설에 굉장히 익숙하잖아요. 하지만 제 또래에게 “너, 왕가위(※ 홍콩의 영화 감독. 홍콩전영금상장 최우수감독상과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대표작으로 ‘아비정전’ ‘중경삼림’ ‘동사서독’ ‘화양연화’ 등이 있다.) 감독이 누군지 알아?” 하고 물으면 모를 거란 말이죠.

“주윤발 영화는 봤어?” 물으면 “그 사람이 누군데?” 하고 반문하는 경우가 뒷세대로 갈수록 많을 거란 말이에요. 삼국지 같은 경우는 제 또래들도 재미있게 봤지만 90년대생 후반으로 갈수록 어르신들이 쌓아놓고 읽었던 중국 고전 소설 등에 대한 감수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죠. 

- 김용의 무협지 같은 것도 안 읽겠네요?
전혀 모르죠. 제 친구한테 “의천도룡기, 신조협려 알아?” 하고 물으니까 아무 것도 모르더라고요.

그러니 등려군(※1965년부터 1995년까지 중화권과 일본을 중심으로 활약했던 가수이다. 대만, 홍콩, 일본, 중국까지 동아시아의 대다수 국가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으며 ’아시아의 가희(歌姬)‘라 불렸다.

진숙화와 함께 대만이 배출한 가장 뛰어난 여자 가수 중 한 명. 한국에서는 ‘예라이샹’, ‘위에량따이뱌오워디신’, ‘톈미미’ 등 노래가 드라마 OST 등으로 쓰여 가수보다는 노래가 더 유명하다) 이런 사람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우리나라 전통적인 사회 당시에는 삼국지와 같은 중국 문학이나 홍콩으로 상징되는 강력한 소프트 파워의 존재가 중국에 대한 친숙함을 줬다면, 저희 세대에 와서는 그런 문화적 토양이 끊긴 이후이기 때문에 다른 중국을 본 셈이죠.

중국을 처음 대하게 된 때가 인터넷에서 본 ‘대륙의 기상(※ 초창기에는 중국에 대한 조롱적 단어였다가 점차 의미가 확장되어 중국에서 일어나는 기상천외한 일, 기행을 가리키는 단어)’이라고 중국 고도성장기에 벌어졌던 엄청난 사회 혼란이나 기상천외한 일들이었는데, 그게 사실은 제 또래에게는 중국의 첫인상이었던 거죠.

멀쩡하던 복숭아 주스가 갑자기 터졌다든가, 농약을 먹고 자살하려고 했는데 농약이 가짜여서 죽지 않았다든가, 돼지고기를 사 왔는데 밤에 형광색으로 빛나더라 하는 식의 얘기들이 많잖아요? 요즘이야 중국이 발전해서 그런 이야기들이 줄기는 했지만 제 또래들이 2005~2007년 즈음 접했던 중국은 그런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지는 중국이었고 첫인상부터 안 좋았던 거죠. 

그랬던 중국이 10~15년 지난 뒤에는 사드 사태 등을 통해 한국을 겁박하는 나라가 됐다는 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예요. 과거에는 못 살고 이상한 나라인 줄만 알았던 나라가 어느새 발전하고 힘이 세져 중국이 큰소리치면 한국이 찍소리도 못하는 그런 상황이 돼 버렸다는 점에서 옛날 알던 중국과 현재의 모습 사이에서 괴리감이 커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 번째로는 문화 콘텐츠 측면에서 중국과 충돌한 면이 커졌습니다. 한국 젊은이들은 국가에 대한 충성심은 크게 퇴색했지만 대신 문화적인 정체성은 강화됐거든요. 특히 대중문화에서 강화돼 왔는데 게임, 드라마, K-팝 등 이런 전선을 통해 중국과 엄청나게 부딪힐 일이 많았던 겁니다.

중국에도 애국적인 청년들이 엄청 많잖아요? 중국의 애국주의적 청년들과 한국의 청년세대가 직접적인 문화적 충돌을 하면서 윗세대들은 알 수 없는 갈등을 경험한 것이죠.

K-팝을 예로 들면 엑소 경우처럼 K-팝 그룹의 한 멤버로 활동하던 중국인이 갑자기 그룹을 탈퇴하고 자국으로 돌아가 중국 시장에서 활동한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행동은 한국 아이돌 그룹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동이잖아요?

또 중국 네티즌들이 한국의 특정 아이돌 그룹을 공격해 피해를 준다든지 하는 일이 발생했죠. 최근에는 마마무가 피해를 받았어요. 마마무 소속사의 중국계 직원이 공식 SNS 계정(인스타그램)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는 글을 올렸다가 논란이 되면서 내렸어요.

그 사건으로 마마무는 한국 측으로부터 ‘너희들 뭐냐, 친중 회사냐’ 이렇게 욕을 먹고, 중국 측으로부터는 ‘글 왜 내리냐. 하나의 중국을 부정하는 거냐’ 항의를 받는 등 사정이 이렇게 돼 버려 마마무 중국 시장 판매량이 바닥을 치는 일이 있었습니다.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대만 국적)가 대만 문제(※ 2015년 한국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쯔위가 대만 국기를 흔든 것이 발단이 돼 중국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문제를 삼아 논란이 됐다.)로 공개 사과했던 일 등을 20대 내내 접해 왔다는 거죠.

드라마의 경우 청년세대가 싫어했던 것은 PPL(간접광고)입니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는 장면으로 분명 한국 편의점인데 중국어로 표기된 중국제품을 구매해 나온다든가, 먹는 장면이 나와요. 그런 장면에서 받는 위화감이 있다는 거죠. 그런 문화 콘텐츠들을 보면서 우리가 중국에 종속돼 가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있는 것이고요.  

그리고 대중문화 측면에서 여자들이 더 민감한 것 같습니다. 한복이나 김치처럼 중국의 문화공정에 대해 정체성 차원에서 느끼는 불안감과 분노의 감정이 크고요, 반면에 남자들은 포인트가 조금 달라요.

미세먼지나 서해불법조업 등과 같은 사례에서처럼 중국이 강대국으로서 세계의 질서, 규칙을 무시하고 한국을 약소국 취급하고 겁박하는 정치 권력 면에서 좀 더 불만이 큰 것 같습니다.

연예계에서는 방탄소년단(BTS)의 경우를 들 수 있는데요, BTS가 ‘밴플리트 상(※ 미국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주는 상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제임스 밴플리트 미 8군사령관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1995년부터 매년 한미관계 증진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등도 수상한 바 있다.)’을 받았는데,

이 상을 받으면서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우리는 양국(한미)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가 중국의 애국 청년들로부터 ‘그 발언은 한국전쟁 당시 중국 군인들의 고귀한 희생을 무시한 것(항미원조), 전쟁의 역사성을 모르는 것’이라고 비난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이런 영역에서의 한중 충돌은 기성세대에서는 할 이유가 없는 것들이죠. 하지만 90년대생들은 이런 식의 전선을 겪고 계속 마주해 왔어요.

게임에서도 배틀그라운드와 같이 유명한 온라인 게임에서 중국 유저들과 마주칠 일들이 많죠. 중국 유저들의 문화는 한국과는 많이 다른데, 해킹 등의 방식으로 게임의 규칙을 잘 지키지 않아 반감을 사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90년대생들의 반중정서란 굉장히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면에서 중국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인식이 형성돼 왔다는 것이죠.

그런 경험들이 중국에 대해 가졌던 부정적인 첫인상과 맞물리면서 또 그와 반대로 현재 중국이 가진 파워와 위상으로부터 오는 괴리감으로 말미암아 격렬한 반중정서로 표출되고 있다고 봅니다. 

청년들, 이준석 태도를 통쾌하게 생각

- 그렇군요. 20대의 반중정서 실체를 잘 몰랐는데 이해가 됩니다.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 홍콩과 인권 문제를 직접 거론하다 논란이 있었죠.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과 할 말을 한 것이라는 두 가지 의견이 있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보셨어요?
고무적인 일이라고 봤습니다. 중국과의 외교 관계가 중요하지만 한국은 미중 갈등 상황 속에 자유민주진영의 구성원으로 국제공조가 중요한 시기에 참여한다는 차원에서 그렇다고 봅니다. 우리나라가 할 말은 해야 하는 국면에 접어든 것 같기도 하고요.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홍콩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는 90년대생들과 온도 차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영국 식민지배를 받아 서구문화와 중국 문화가 뒤섞인 홍콩을 영화나 문학 등을 통해 문화적인 상징으로 받아들이던 윗세대와 달리 저희 세대에게 홍콩이란 그런 기억이 많지 않기 때문이죠. 윗세대에게 홍콩은 자신들이 과거 선망하고 즐겼던 자유의 홍콩을 되찾고 싶다는 것, 홍콩의 자유를 지켜야 된다는 의미가 큰 데 비해 저희 세대는 그런 부분은 좀 약할 것 같기는 합니다.

홍콩문화를 즐겼던 저만해도 그런 부분은 그렇게 크지는 않거든요. 어쨌든 기본적으로 중국에 한 방 먹이는 듯한 태도에 대해서는 다들 좋아하는 분위기이죠. 

- <K를 생각한다>는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셨는데 어떤 책인지 소개해 주시죠. 
이 책은 서로 연결되지 않는 것 같은 다섯 가지 주제에 대해 제 나름의 시각으로 이야기한 겁니다. 첫 번째 주제가 90년대생이고 두 번째는 K-방역, 세 번째는 다문화와 민족주의, 네 번째가 386세대, 마지막 주제가 교육과 입시제도인데요,

이 다섯 가지 주제에서 연결되는 문제 인식이라면 정보화와 세계화의 영향이에요. 80~90년대 시작돼 지금까지 세계를 형성하고 있는 거대한 힘이 세계를 급격하게 바꿔놨고 그 변화를 인식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변화상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곳이 한국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과거 우리가 선망했던 일본이나 서구 국가를 들여다봄으로써 알 수 없는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어서 한국을 직접 들여야 봐야만 하는 그런 상황에 오게 됐다는 것이죠.

한국에서 일어난 일들은 오히려 선진국에서 뒤늦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있었어요. 구체적인 양상의 하나가 ‘디지털네이티브’ 세대로서 한국의 90년대생이라는 거죠. 또 저는 정보화의 영향으로 발생한 현상이 국가의 팽창이라고 봅니다. 

국가권력이 시민들 삶에 깊숙이 들어오고 감시체계가 만들어지고 하는 현상에 대한 문제 인식인데 그 결과가 K-방역이라는 관점이에요. 다른 주제에 대해서도 이런 식의 문제 의식으로 썼습니다.

혹자들은 ‘90년대생론’에 관해 ‘과거 X세대론과 무슨 차이가 있냐, 20년 전에도 똑같이 썼다’는 말을 하는데, 그것과는 구분되는 이야기를 하고자 책을 쓴 것도 있습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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