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세계는 우주개발 경쟁 한국은 ‘무관심’
[심층분석] 세계는 우주개발 경쟁 한국은 ‘무관심’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1.09.0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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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은 지난 8월 19일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국방과학연구소 등과 함께 우주방위산업발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10년 동안 1조6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5년 동안 국방부와 방사청의 행태로 보건대, 지난 3월 25일 전남 고흥 소재 나로우주센터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세계 7대 우주강국으로 확실히 도약하겠다”고 밝힌 뒤 각 정부부처들이 ‘우주개발 계획’을 세워 내놓자 방사청과 국방부 또한 이런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 우주방위산업발전 태스크포스를 꾸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산업이 된 우주개발 분야에서 한국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려면 국가연구기관의 ‘격차 연한’보다는 해외 우주개발 수준을 먼저 보는 게 빠르다. 

미국은 2024년까지 달에 사람을 다시 보내고 이후 영구 유인기지 건설, 달 개발, 달 궤도 우주정거장 건설, 화성 탐사까지 이어지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계획의 가장 큰 특징은 한 국가가 모든 것을 주도하는 게 아니라 미항공우주국(NASA)이 중심에 서되 세계 각국 우주탐사기구와 민간 우주개발기업이 동참하는 국제사업으로 진행한다는 점이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거대한 국제사업으로 만든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그는 2017년 12월 “2011년 이후 중단됐던 달 유인 탐사 계획을 재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2028년까지 달에 여성 우주인을 보낼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달 탐사 계획에 195억 달러(약 21조 원)를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1972년 미국 우주인이 마지막으로 달에 발을 디딘 이후 오랫동안 유인 탐사를 하지 못한 우주개발계획에서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이번에 추진하는 달 유인 탐사 계획은 그저 달에 발자국을 남기고 깃발을 꽂는 것을 넘어 인류 우주개발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시작된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미국에게도 45년 만의 달 탐사 계획이다. 처음에는 로봇을 실은 무인탐사선을 달에 보낸다. 2023년부터는 유인 우주선을 달 궤도까지 보냈다 돌아오는 계획을 시행한다.

그리고 2024년부터 사람이 달에 발을 내딛게 된다. 이는 2019년 3월  펜스 당시 부통령이 “달에 사람이 착륙하는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하면서 당초 계획했던 일정을 몇 년 앞당긴 것이다.

결국 NASA는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해외 우주탐사기구는 물론 민간 기업의 참여까지 받기로 했다. 

민간 주도 우주개발의 새로운 지평 연 미국

2020년 7월 20일 일본 다네가시마에서 UAE의 화성 탐사선 'AL AMAL'이 일본 로켓 H-2A에 실려 우주로 발사되고 있다./UAE우주항공청
2020년 7월 20일 일본 다네가시마에서 UAE의 화성 탐사선 'AL AMAL'이 일본 로켓 H-2A에 실려 우주로 발사되고 있다./UAE우주항공청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가 갖는 가장 중요한 의의는 우주개발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축을 옮겨가는 과정이라는 점이다. NASA가 2019년 5월 공개한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세부 사항에 따르면 스페이스X, 블루 오리진, 로켓 랩, ULA, 시에라네바다, 세레스 로봇, 노키아 등 민간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영국, 일본, 이탈리아, 호주, 캐나다, 룩셈부르크,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우크라이나의 우주탐사기구 또는 항공우주 관련 기구도 참여한다. 

이들은 모두 ‘아르테미스 약정’에 서명했다.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달, 화성, 소행성 탐사 및 이용을 함에 있어 평화적 목적의 탐사, 투명한 임무 운영, 비상시 지원 등 참여국과 기업들이 지킬 점을 담은 약정이다. 즉 특정 국가의 정부나 체제 선전을 위한 우주개발이 아니라 ‘인류의 우주 진출을 위한 범지구적 공동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스페이스X, 블루 오리진, 로켓 랩, ULA, 시에라네바다, 세레스 로봇, 노키아 등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첫 번째 단계인 ‘달 탐사’ 과정에 필수적인 무인 달 탐사위성, 달 착륙선, 달 영구기지용 모듈, 이를 지구궤도와 달로 수송하기 위한 발사체 및 수송용 우주선, 달 궤도에 띄울 우주정거장용 모듈, 그리고 모든 장비에 들어갈 통신장비 및 ICT 장비 등의 개발을 맡게 된다. 

특히 스페이스X는 달에 사람을 보내는 우주선 개발을 맡았다. 새로운 유인 달 탐사선에는 5명의 우주인이 탑승할 계획이다.

50년 전의 달 탐사선인 아폴로 우주선은 3명의 우주인이 탑승, 달 궤도에 도착한 뒤에는 1명이 사령선에 머물며 공전하고 2명이 달 표면에 착륙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유인 달 탐사선은 5명을 한꺼번에 보낸다는 것이다. 

이처럼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기업들은 우선 2024년까지 인간을 달에 실어 나를 신형 대형로켓을 만들 예정이다. 2030년까지 달 영구 유인기지 건설을 마칠 계획이다. 이어 달 궤도에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면 그 다음은 화성에 사람을 보낼 계획이다. 

인류가 1972년 12월 아폴로 17호를 마지막으로 50년 동안 달에 사람을 보내지 않았던 것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깨버렸다. 그런데 그의 목표는 달에 사람을 보내는 게 아니었다.

트럼프는 2017년 3월 달 유인 탐사 예산안에 서명하면서 “달 유인 탐사는 중간 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한 우주개발 부흥의 1차 목표는 화성 유인 탐사였다.

그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같은 해 6월에는 펜스 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우주위원회를 재창설하라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고 한다.

트럼프의 우주개발 부흥에 가장 환호한 것은 우주인과 과학자들이었다. 이들은 1990년대 이후 세계의 우주개발이 퇴보하기 시작하고 관련 기술이 개발되지 않은 이유가 기술적·경제적 문제가 아닌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 꾸준히 비판해 왔다.

이들은 트럼프가 그 틀을 깨버린 것에 환호하며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필두로 한 우주개발 부흥을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다. 

인류를 화성에 보낼 스페이스X의 스타십 런처 시스템 구성도./사진 스페이스X
인류를 화성에 보낼 스페이스X의 스타십 런처 시스템 구성도./사진 스페이스X

우주개발, 강대국 전유물 아님을 보여준 UAE

우주개발이 더 이상 강대국의 국력 과시나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달 탐사 위성 ‘알 아말’호다. 

지난해 7월 20일(현지시간) UAE 우주청은 “화성 탐사선 ‘알 아말(희망)’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탐사선은 일본 우주발사체 H-2A에 실려 지구를 떠났다.

그리고 알 아말호는 평균 33km/s로 4억9300만km를 비행해 올해 2월 9일 화성 궤도에 안착했다. UAE 건국 50주년에 맞춰 화성에 도착한다는 계획을 달성했다.

알 아말호는 이후 UAE 우주청 모하마브 빈 라쉬드 우주센터의 관제를 받으며 화성 대기권을 연구 중이다. 특히 화성의 테라포밍(Terraforming·외계행성을 지구와 유사한 환경으로 개조하는 것)에 무엇이 필요한지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UAE의 화성 탐사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이 계획은 2014년 7월 시작됐다.

그러나 한동안 계획은 지지부진했다. 내부의 회의적 의견 때문이었다. 하지만 30대 여성 과학자 ‘사라 빈트 유시프 알 아미리’ 첨단과학기술부 장관이 이 프로젝트 책임자가 되면서 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018년 31살의 나이로 입각한 알 아미리 장관은 석유산업 이후 UAE를 먹여살릴 수 있는 산업으로 우주산업을 꼽았다. 그리고 보란 듯이 화성 탐사를 성공시켰다.

이는 UAE 지도부에 큰 울림을 줬다. 셰이크 모함메드 빈 라쉬드 알 막툼 경제·인적자원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화성 탐사 계획은 세상에 3개의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며 자랑했다.

첫째는 아랍 문명이 다시 한 번 인류의 지식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이며, 둘째는 중동 국가들에게 “우리도 노력한다면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것을 보여줄 것, 셋째는 세상 누구나 꿈은 크게 가질 수 있으며, 설령 그게 우주라고 해도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다다른다는 점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UAE의 화성탐사위성 성공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협력회의 회원국들에게 큰 희망을 안겨줬다. 

물론 UAE의 화성탐사선은 모든 것을 독자 개발한 것은 아니다. 콜로라도 보울더 대학, 애리조나 주립대, UC 버클리대 등 미국의 주요 대학, 일본항공우주국(JAXA), 한국의 위성 관련 기업 등 여러 나라와의 협력을 통해 만들었지만 이런 국제적 협력으로 화성탐사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그 전까지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 궤도 안착까지 성공한 나라는 미국, 구소련, 유럽연합(EU), 인도뿐이었다. 2011년 화성탐사선 발사에 실패했던 중국은 올해 5월에서야 탐사선 ‘텐원 1호’의 화성 착륙에 성공했다. 1998년 화성궤도 진입에 실패했던 일본은 2024년 화성탐사선 ‘MMX호’를 화성에 보낼 계획이다. 

주개발에서 독보적인 미국의 경우 민간기업이 화성탐사 준비에 가장 앞서고 있다. 그 유명한 ‘스페이스X’가 주인공이다. 지난 2월 스페이스X의 여객용 우주선 ‘SN9 스타십’이 시험 발사에 실패했다.

석 달 뒤인 5월 ‘SN15 스타십’이 마침내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이 우주선은 100명의 탑승객과 화물을 화성에 보내겠다는 스페이스X의 계획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길이 50미터, 직경 9미터로 130톤의 화물 또는 사람을 실을 수 있는 대형 우주선인 SN15는 추력 200톤이 넘는 랩터 로켓 엔진 3개를 장착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스페이스X의 ‘스타십’이 되는 기체는 ‘슈퍼헤비 부스터’라는 1단 로켓 위에 탑재돼 우주로 향하게 된다.

길이 70미터, 직경 8미터에 랩터 엔진 28개를 장착한 슈퍼헤비 부스터와 스타십이 결합하면 인류 최대라는 ‘새턴Ⅴ(아폴로 우주선을 달에 보낸 3단 추진 로켓)’보다 더 크고 강력한 로켓이 된다. 

스페이스X 창업자 일런 머스크는 스타십 개발이 끝나면, 먼저 지구 궤도 상에서의 각종 작업을 수주해 수익을 창출하고, 2024년부터 화성 탐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1인당 5500만 달러(약 651억 원)의 비용이 드는 우주여행 상품도 곧 출시한다. 100명 씩 지구궤도 상에 올릴 수 있을 정도면 상업적 우주여행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이런 작업으로 기술을 축적하고, 지구 어느 곳에서든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스타링크’를 통해 수익을 얻은 뒤 여세를 몰아 화성탐사를 시작하고, 2050년까지는 화성에 도시를 짓는다는 게 머스크의 구상이다. 머스크는 이처럼 거창한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스타십과 슈퍼헤비 부스터 외에도 지구 궤도상에서 스타십에 연료를 공급할 ‘스타십 탱커’ 같은 비행체들도 개발 중이다.

“번번이 시험 발사에 실패하는데 과연 민간 우주여행이 가능하겠냐”며 냉소적으로 보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머스크는 화성 탐사와 같은 우주개발이 ‘테슬라 모터스’만큼이나 ‘돈’이 되는 사업이라고 믿고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업체 블루오리진도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달 유인기지나 화성 유인탐사까지는 아니고, 우주여행을 대중화하는데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다른 우주개발업체들은 본격적인 우주탐사에 필요한 각종 장비와 서비스를 공급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데 여념이 없다. 특히 주기적으로 다량의 위성을 발사하는 미 공군이나 정보기관으로부터 발주를 받는 민간 기업들이 늘고 있다.

중국은 2025년 유인 달 기지를 건설하고, 반영구적인 유인 우주정거장도 만들 계획이다. 그리고 러시아와 손을 잡고 2050년까지 우주에서의 패권을 쥐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미국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유럽우주국(ESA), 일본항공우주국(JAXA), 캐나다우주국(CSA), 호주우주국(ASA)까지 포함시켜 화성 유인탐사를 추진 중이다. 

한국은 지난 5월 운 좋게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한켠을 차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5월 27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아르테미스 계획을 추진하기 위한 국제협력 원칙 ‘아르테미스 약정’에 참여하기 위해 서명했다”고 밝혔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우주탐사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투명하고 책임 있는 우주개발이 중요하다”면서 “이번 아르테미스 약정 참여를 통해 우주탐사 협력이 더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과기부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먼저 내년 8월 발사 예정인 한국 달 궤도선(KPLO)에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와 NASA가 개발한 ‘섀도우 캠(Shadow Cam)’을 탑재한다. 영구적 음영지역인 달의 극지방을 탐사하는 장치다. 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이 개발한 달착륙선에 각국이 개발한 탐사장비를 실어 달로 보내는 CLPS(Commercial Lunar Payload Services) 계획에도 참여한다.

이처럼 기회가 주어진 상황이지만 한국의 우주개발 의지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9월 동아사이언스 보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2021년 연구개발 예산을 전년 대비 11.2% 증액했다.

소위 한국형 뉴딜과 코로나 대응 예산이 증가한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주개발 분야는 대폭 삭감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우주 핵심기술 개발 및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예산은 3389억 원에서 3334억 원으로 줄었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은 2100억 원에서 1718억 원으로 줄었다. 인공위성 개발 5개 사업은 933억 원에서 801억 원으로 줄었다. 

한국 정부는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주개발에 별 관심이 없다. 이 때문인지 다른 나라의 우주개발 관련 예산과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지원을 않고 있으며 관련 산업인력도 매우 적다.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의 우주개발 기관인력은 964명이다. NASA 1만737명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우주 관련 예산 또한 일본의 5분의 1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지원을 하지 않으면서도 문재인 정부는 지난 3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찾은 자리에서 “2030년까지 7대 우주강국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호언했다. 여기에 필요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전략, 로드맵은 그 후로 지금까지 제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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