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인권정책이 살아 움직여야 한다
대북 인권정책이 살아 움직여야 한다
  • 제성호 13기 미래한국 편집위원·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1.12.2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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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제안 2022 / 자유기업원 공동기획

오늘날 북한인권은 ‘세계 최악 중의 최악’이다. 2005년 12월 이래 2020까지 매년 유엔 총회 본회의에서 북한인권 결의가 채택되어 온 것은 이런 사실을 잘 말해준다.

지금 북한 주민들은 북한이란 ‘거대한 감옥’ 안에서 마음대로 말하지 못하고, 가고 싶은 곳에 자유롭게 가지도 못한다. 적법절차가 무시당한 채 강제로 끌려가며 억울하게 매 맞고 피투성이가 돼 죽어가기도 한다.

주민들은 항시 이중삼중의 감시체제 하에 놓여 있다. 일반 주민의 경우 해외여행의 자유가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식량 부족과 경제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생존을 위한 탈출마저 ‘조국반역행위’ 내지 ‘비법월경죄’로 간주되어 의법(依法) 처리된다.

곧,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거나 중형에 처해진다. 죽음을 무릅쓰지 않으면 감히 ‘도망칠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정치범수용소는 열악한 북한인권 상황의 종합 세트장이라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자의적 구금, 공개처형, 탈북민 강제송환, 양심·표현·종교의 자유 침해 등은 금일의 열악한 북한인권 실상을 말해주는 대표적 징표들이다.

문재인 정부 임기 5년차가 되도록 북한인권법의 핵심기구인 '북한인권재단'의 설립은 여전히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재인 정부 임기 5년차가 되도록 북한인권법의 핵심기구인 '북한인권재단'의 설립은 여전히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재인 정부의 북한인권 외면

유엔 총회는 ‘비인간’ 및 ‘반문명’의 극치로서 반인도범죄(crime against humanity)의 수준에 이른 북한인권 상황에 대해 2005년 12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16년 동안 계속해서 매년 북한인권 결의를 채택해 오고 있다.

또 2021년 3월 46차 유엔 인권이사회는 북한인권법(2016년 3월 제정)의 조속한 이행을 한국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직접 당사자인 한국의 적극적인 의지와 해결 노력을 촉구한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북한인권에 대해 ‘무관심과 외면, 해결 의지 부족’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국제사회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문재인 정부 임기 5년차가 되도록 북한인권법의 핵심 기구인 ‘북한인권재단’의 설립은 여전히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2018년 2월 중 북한인권재단 설립 실무팀 직원을 철수시키고 이어 동년 6월 사무실을 전면 폐쇄했다.

2017년 9월 임기가 끝난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의 후임자를 임명하지 않아 지금까지 계속 공석 상태에 있다. 2018년 7월말 정부 과천청사에 있는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경기도 용인에 있는 법무연수원 분원으로 이전하고 인원도 축소했다.

북한인권 예산은 매년 감축되고 있고 민간 차원의 북한인권운동은 빈사 상태에 있다. 여기에 더해 2020년 말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제정한 대북전단금지법은 표현 및 의사전달의 자유, 북한 주민의 알권리 충족, 남북한 주민의 소통 등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고 있어 작금 국제사회의 비난과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북한인권은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가운데 ‘보편적 가치’와 ‘헌법적 가치’에 충실하게 대처해야 한다.

곧 인권 문제를 인권 그 자체로 접근하고 핵문제나 교류협력 등 다른 사안과 연계하거나 혹은 그에 종속시켜 대응하려 해선 안 된다. 그럴 경우 남북관계의 왜곡 및 불균형을 초래하게 된다. 그러므로 더 이상 북한인권 문제 제기를 회피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북한인권 거론이 한반도 평화와 대화 및 교류협력 분위기를 해친다는 사고가 팽배해 있었다. 이는 편향적 태도이자 지나친 대북 저자세에 지나지 않는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적절히 지적한 것처럼 ‘인권이 숨 쉬지 않는 평화’는 지속가능하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북한인권 기피 태도는 자유민주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북한의 태도 변화를 포기하는 것으로 현상 유지에 만족하는 소극적인 대북정책과 통한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국제규범과 헌법적 가치에 입각한 당당한 대북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북한인권법의 정상화, 북한인권 메커니즘의 원활한 작동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북한인권 개선에 있어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북한인권재단(통일부 산하 독립 재단법인)을 하루속히 출범시켜야 한다.

2017년 9월 이래 공석이 되어 있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도 임명해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및 유엔서울인권사무소(유엔북한인권사무소) 등 국제기구와 한·미·일·유럽연합(EU) 등 관심국가들과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통일부 산하의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도 이른 시일 내 재가동해야 한다.

북한인권 증진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수단·방법을 총동원해야 한다. 대화·교류·협력·지원을 통한 개선 노력을 전개하면서도 이에 그쳐서는 안 된다.

국제 세미나 또는 의회 청문회 개최 등 국제공론화 행사 개최, 길거리 홍보와 재외 북한 외교공관 앞에서의 시위 등 북한인권 캠페인, 유엔 총회 및 인권이사회 결의에 의한 거명 및 수치심 갖게 하기(naming and shaming), 북한 최고 통치자에 편지 보내기, 국제공조와 인권제재 등 압박수단 구사, 라디오 방송, USB 및 전단 발송 등에 의한 대북 정보 유입, 온라인상의 북한인권정보 공개 및 북한인권 개선 촉구에 관한 서명 등 다양한 형태의 조치를 총동원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제인권기구 및 북한인권단체들과의 연대 및 공조는 매우 긴요하다. 북한인권 증진이 어느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따라서 이를 위한 국제협력은 명분이나 실효성 제고 차원에서 유효하다.

이상의 여러 수단 중에서 어느 것은 되고 어느 것은 안 된다는 ‘선별적 자세(selectivity)’나 사회권의 증진을 앞세우며 자유권 증진을 위한 노력을 유보하는 ‘차별적 접근(discriminate approach)’은 곤란하다.

아울러 대내외적으로 북한인권 개선 역량 강화, 북한인권교육 및 전문가 양성, 관련 민간단체 지원 등에도 적극 나서는 것은 물론, 북한 주민의 인권 의식 고양을 위한 대북 ‘정보화·자유화 프로그램’을 일관되게 운영해 나가야 한다.

또한 유엔 총회 결의에 표시된 권고에 부응해 북한인권 핵심 가해자들의 책임규명(accountability) 활동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이를 위해 빠른 시일 내에 법무부 산하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기능을 정상화하고, 유엔서울인권사무소 등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북한인권법에 명시된 남북 간 북한인권대화 개최를 모색해야 한다.

더불어 유엔 총회 기간 중 다자간 장관급 북한인권회의를 병행 추진할 필요도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인권 문제가 의제화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북한인권은 세계 최악 중의 최악이다. 북한은 하나의 거대한 감옥이다.
북한인권은 세계 최악 중의 최악이다. 북한은 하나의 거대한 감옥이다.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정부의 역할과 정책 방향

더불어민주당이 2020년 12월 야당의 불참 아래 밀어붙인 대북전단금지법은 북한인권 증진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오히려 우리 국민의 인권(표현의 자유, 소통·통신의 자유 등)만 침해하는 반인권·반통일 악법이다. 표현의 자유 침해와 관련해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 보호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은 남북 접경지역에 북한의 자주포·방사포 집중 배치, 월경 해수부 공무원의 총격 사살, 인민군 수십만 명의 전진배치 전략에 의해 더 위협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법은 오히려 ‘자유를 알릴 자유를 탄압’하는 법률, 북한의 공갈·협박에 지레 겁을 먹고 자유민주주의의 특장(자유의 힘)을 포기한 굴욕적인 법률, 북한 독재자의 ‘안전’과 ‘편하게 잠 잘 권리’만 보장해 주는 법률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위헌무효의 법률로서 반드시 폐기되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2021년 2월 대북 라디오 방송을 금지하는 내용의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은 북한인권 활동가들을 더 경악케 만들고 있다. 대북 라디오 방송 금지 역시 전단 발송 금지와 마찬가지로 반인권·반민주·반통일의 나쁜 조치임은 두말할 것도 없고 북한 주민의 알권리 및 정보 접근권 보장 및 확대의 시대적 요청에도 역행한다.

그 대신 남북한 ‘상호 방송 개방’ 등 호혜평등에 기초한 보다 적극적인 교류를 제안, 실천함으로써 전 한반도인(人)들에게 ‘체제 비교의 기회’를 제공토록 하는 것이 동토(凍土)의 왕국 북한에 ‘자유의 확산’을 바라는 세계시민의 염원과 ‘당당한’ 대북정책의 요구에 부응하는 정책 대안이라고 할 것이다.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이라고 한다. 탈북민의 성공적인 정착은 통일 이전에 남북 사회통합의 시범연습이란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탈북민의 성공적인 정착 소식이 북한에 계속 들어갈 경우 북한인권 증진 및 통일기반 조성에 기여할 수 있다. 곧 ‘북한 주민의 친남한화(親南韓化)와 자유민주사회 동경, 나아가 북한 정권의 인권탄압 억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는 북한인권 개선 노력과 병행하여 탈북민 정착지원에 관한 보다 내실 있는 정책을 마련, 체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특히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법과 사회적 취약계층의 복지 관련 법제도 적용의 사각지대를 불식시키는 한편, 탈북민의 눈높이에 맞는 생활밀착형 정착지원 서비스를 마련하고 이를 점차 확대해 나가야 한다.

남북분단이 장기화하면서 그에 따른 인간적 고통도 가중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문제가 이산가족·국군포로·납북자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들 문제는 2000년대 들어와 생사확인 및 가족 상봉 등 약간의 진전이 있었기는 하지만 그 실적은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시간이 감에 따라 당사자들이 고령화로 인해 하나둘씩 세상을 등지고 있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사안이 되어버렸다. 이에 이 같은 사안들의 탈정치화 및 최우선적 해결의 요구가 증대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렇기에 앞으로 남북한 당국은 소위 ‘인도적 사안’에 대해 더 이상 정치와 이념의 논리로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책임 있는 정부와 정치지도자라면 마땅히 분단 고통의 완화 및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이산가·국군포로·납북자 문제 등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이들 사안은 인도주의 구현은 물론 인권(특히 거주이전의 자유, 통신의 자유, 면접교섭권 등) 증진 및 보호의 측면도 있으므로 더 이상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선 안 된다.

특히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는 역대 정부가 오랫동안 방치하고 수동적으로 대처해 온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앞으로는 자국민 보호와 더불어 국가의 본분과 도리를 다한다는 차원에서 이들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 보다 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유엔 무대 등지에서의 국제 공론화와 함께 정부간 및 비정부간 국제인권기구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이를 기반으로 남북인권대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다만 남북인권대화가 실현되기 전까지는 기존의 남북적십자 채널을 활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내적으로는 총리실 산하에 범정부적인 협의기구를 설치해 적실성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이 밖에도 6·25전쟁납북진상규명법과 전후납북피해자보상법의 통합 및 개선·보완을 통해 법제적 기반의 강화를 모색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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