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1] 한국 반도체산업이 흔들린다
[심층분석1] 한국 반도체산업이 흔들린다
  • 고성혁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2.04.28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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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가가 3월 31일 시점 7만 원 아래인 6만9990원으로 떨어졌다. 한때 10만 원 이상 호가하던 삼성전자였다. 8만 원까지 떨어졌을 때도 충격이라 했는데 이제는 그조차 ‘아! 옛날이여’라고 해야 할 판이다.

한국 증시를 떠받치고 있다는 소리까지 듣던 삼성전자 주가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더구나 해외 전문가들조차 삼성의 미래를 그리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이미 부분적으로는 대만의 TSMC에 역전되어 그 폭이 벌어지고 있다.

3월 16일 삼성전자 주주총회 때도 일반 주주들조차 경영진에게 문제점을 따졌다.

질의응답이 있을 때마다 “주가가 지난해보다 30% 넘게 하락했는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을 해 달라”, “노태문 MX사업부장은 GOS 논란에 대해 합리적인 납득(설명)을 주지 못했다”, “삼성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과도하다”는 여러 지적이 나왔다.

삼성주가가 맥을 못 추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 불거진 악재를 꼽는다. 첫째, 신제품 갤럭시 S22 GOS 파동을 언급한다. GOS는 장시간 게임 실행 시 과도한 발열 방지를 위해 중앙처리장치(CPU) 성능 등을 최적화하는 앱이다.

이전 스마트폰들에서는 GOS 기능을 비활성화하는 것이 가능했으나 갤럭시 S22 시리즈에는 GOS 탑재가 의무화 돼 있어 비활성화가 불가능한 것이다. 이에 사용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결과적으로 실질적인 기기 성능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고 이것은 소비자를 기만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된 긱벤치(Geek bench) 결과에 따르면 갤럭시 S22의 GOS 앱이 작동되면 해상도와 속도가 최대 50% 가까이 저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스마트폰 벤치마킹 툴인 긱벤치 마크는 삼성 갤럭시22 시리즈를 퇴출한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삼성전자는 사과문을 내고 GOS 기능을 끌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겠다고 공시했다.

이재용 일가는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상속세 처리가 현재도 진행 중이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지난 3월 24일 이 회사 보통주 1994만1860주를 시간외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고 삼성전자가 28일 공시했다.

처분 단가는 주당 6만8800원으로, 홍 전 관장이 매도한 주식은 총 1조3720억 원어치다. 이재용 일가는 상속세로 총 12조 원을 납부해야 한다. 이처럼 대량의 주식이 상속세 납부 목적으로 주식시장에 나오는 상황에서 삼성 주가가 올라가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월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부정, 부당합병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월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부정, 부당합병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

지난 5년의 공백으로 발 묶인 삼성, 날아가는 TSMC

지난 5년 문재인 정권하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소위 ‘국정농단’이라는 미명하에 이재용 부회장은 옥고를 치렀다. 현재도 법정공판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3월 31일 이재용 부회장은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정에 출두했다.

‘삼성 부당합병 의혹’ 38차 공판 때문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검찰은 최근 삼성전자와 삼성웰스토리에 대해 2차 압수수색을 했다. 검찰은 웰스토리 부당 지원 의혹이 삼성전자 고위 임원의 배임뿐 아니라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문제까지 연결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삼성전자와 이재용 부회장의 발이 묶여 있는 사이 해외의 경쟁사들은 발빠른 투자와 사업 확대 그리고 합종연횡을 통해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는 메모리 시장에서만 주도권을 쥐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계 반도체 시장은 급속히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 시장으로 주도권이 옮겨가고 있다. 여기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는 업체는 대만의 TSMC다. TSMC는 기술면에서도 삼성전자를 추월하여 앞서가고 있다.

그 배경에는 미국-대만-일본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기술동맹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원천기술은 미국, 생산장비는 일본, 생산은 대만이라는 국제분업과 협업이 반도체 동맹으로 승격된 것이다.

삼성이 문재인 정부 때 발이 묶여 있는 상황에서 삼성은 이들 반도체 동맹에서 사실상 외톨이 신세가 되었다. 미국과의 기술동맹이 중요한 이유는 특정 첨단 기술의 경우 미 의회 승인이 있어야 사용 가능하다.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래서 미 의회는 생산시설조차 미국 내에 한정한다. TSMC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TSMC는 2021년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반도체 팹리스 공장 6개를 증설하기로 했다. 생산은 2024년부터 본격화한다.

총예산은 1000억 달러, 한화로 120조 원 규모다. 일본 역시 반도체 동맹에 적극적이다. 일본 내 반도체 공장 신축·증설에 약 6000억 엔(6조2000억 원)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TSMC의 차량용 반도체 기지, 세계 3위 D램 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생산기지를 유치했다.

최대 그래픽카드 제조사 NVIDIA는 차세대 아키텍처인 H100 GPU(그래픽처리장치) 물량을 삼성이 아닌 대만 TSMC에 발주했다./NVIDIA
최대 그래픽카드 제조사 NVIDIA는 차세대 아키텍처인 H100 GPU(그래픽처리장치) 물량을 삼성이 아닌 대만 TSMC에 발주했다./NVIDIA

특히 TSMC는 반도체 위탁생산인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삼성을 크게 앞서고 있다. 반도체 생산효율을 가늠하는 수율면에서도 대만 TSMC에 크게 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4나노급 수율이 35%에 머물고 있는 반면 TSMC는 70% 이상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TSMC는 이미 대만 신주 시에 2나노급 공장 추가 건설을 공표했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는 공급 부족 현상을 빚고 있다. 미국, 대만의 주요 반도체 주가는 급등추세다. 비트코인 채굴, 전기자동차 등 반도체시장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그래픽카드 제조사인 미국의 NVIDIA는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인텔과 함께 전 세계 시스템반도체를 양분하고 있는 AMD도 3월 한 달 기간에 17.6%나 올랐다.

TSMC 주가는 2020년 5월 43달러 수준이었는데 2022년 3월 시점에선 105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불과 2년 사이에 2배 이상 올랐다.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과 극명하게 비교되는 부분이다.

메모리반도체가 주력인 삼성에 비메모리분야는 갈길이 아직 멀다. 격차를 좁히기는 커녕 더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2019년 세계 시장의 14%를 차지하던 모바일 AP부문 점유율이 2021년 말에는 4%로 떨어졌다. 이미지 센서(CIS) 점유율도 마찬가지다. 소니가 45% 차지하는데 삼성은 26%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최근 그래픽카드 최강자 NVIDIA 물량도 대만 TSMC에 빼앗겼다. NVIDIA가 발주한 데이터센터용 핵심 칩(H100 GPU) 수주에 실패한 데 이어 소비자용 그래픽카드(GPU) 칩도 TSMC에 고배를 마셨다는 보도가 나온다.

이전 모델의 GPU는 삼성전자가 위탁생산했기 때문에 충격이 더 크다. 전문가들은 지난 5년간의 공백이 뼈아프다고 말한다.

특히 라이프사이클이 짧은 반도체업계에 5년은 너무도 긴 시간이다. 반도체 시장은 수평적 국제 협업으로 팹리스-파운드리-IT, 자동차업계라는 새로운 생태계에 삼성이 적응을 못했다고 지적한다.

세계 반도체 시장 최강자는 미국이다. 미국은 원천기술, 시스템반도체 설계부문의 팹리스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약 60%의 시장을 점유한다. 팹리스 분야 대표적 미국 기업은 퀄컴, NVIDIA, AMD 등이 있다.

개인용 컴퓨터 PC CPU 메이커로 유명한 인텔사의 경우 이제 메모리 분야까지 뛰어들었다. 마이크론은 D-RAM 분야의 신흥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대만은 위탁생산인 파운드리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DML 60%를 점유하고 있다.

TSMC가 대표적이다. 유럽에는 반도체 설계의 선두기업인 ARM(영국)과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유일한 노광장비 생산 업체인 ASML(네덜란드)이 있다. 이들 업체가 합종연횡으로 때로는 협력을, 때로는 경쟁을 통해 네트워킹되어 있다. 철저히 중국을 봉쇄하는 데 미국이 주도적으로 관여하면서 말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SK하이닉스 조감도. 3년째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SK하이닉스 조감도. 3년째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3년째 제자리 걸음인 용인 SK반도체 클러스터

2019년 2월 SK하이닉스는 용인시 원삼면 일대에 약 120조 원을 투자하여 반도체 공장 4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정부도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공시하면서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공장 건설을 위한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각종 규제와 원주민들의 땅값 보상 갈등 문제가 겹쳐지면서다.

‘수도권 공장 총량제’에서 용인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은 예외 사례로 인정하는 정부 심의를 통과하는 데만 무려 2년이 걸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용인 인근 타 지자체도 환경영향 평가를 문제삼게 되면서 또 다시 6개월을 허송세월했다.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는 원삼면 일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결정되면서 주민들 일부의 극심한 반발도 일어났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수도권 땅값 폭등을 불러왔는데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이면서 재산상 불이익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토지보상도 시세보다 밑돌면서 현재 토지보상에 응한 비율은 30%에 불과하다. 공사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토지보상 면적의 50%에 해당하는 지역이 타결되어야 한다. 그러나 원주민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의 해당 지자체인 용인특례시의 조정 능력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에서는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반도체 공장 건설이 한국에서는 전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3년 안에 끝나는 반도체 공장 건설이 한국 평택의 삼성반도체 공장은 6년, 용인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은 7년이 걸려도 될까말까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한국 반도체가 국제경쟁력을 갖추기는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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