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우크라이나 재건에 한국모델 도입 추진
[전문가 진단] 우크라이나 재건에 한국모델 도입 추진
  • 이양구 전 우크라이나 대사
  • 승인 2022.05.1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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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4일 시작된 우크라이나 사태가 70일을 넘기고 있다. 당초 3, 4일이면 끝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우크라이나의 결사항전과 서방의 지원으로 장기화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 전쟁에서 미국과 서방의 적극적인 참여로 서방과 러시아간 대리전 양상으로 발전하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5월 9일 승전 기념일을 맞이하여 특수군사작전에서 전면전을 선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동시에 돈바스 등 동남부지역으로 점령지를 확대하여 2014년 크림반도와 같이 러시아 영토로 병합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맞서 미국과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대여법 통과, EU 가입 지원, 고위인사 방문 등 군사적, 경제적, 외교적, 모럴 서포트로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러시아군이 마리우풀 제철소를 미사일로 공격하여 파괴하는 모습.
러시아군이 마리우풀 제철소를 미사일로 공격하여 파괴하는 모습.

미국과 서방은 이 전쟁을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가치, 유엔 질서의 유지로 보고 전쟁 조기종식 노력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미국과 서방의 빅픽처는 뉴마셜플랜을 만들어 우크라이나를 자유민주주의의 가장 성공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00억 달러에서 5000억 달러 가까운 펀드를 조성하고 우크라이나의 EU 가입과 자유민주주의국가 간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구상도 있어 보인다. 마셜플랜을 통해 OECD가 태동했듯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를 통해 OECD와 같은 자유민주주의국가 중심의 새로운 기구가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비토권 행사에 따른 유엔의 한계를 보완하는 차원에서도 새로운 기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켄트 콜더가 말한 대로 유라시아 정세를 바꾼 6가지 사건(이란혁명, 산유국의 오일메이저로부터 오너십 확보, 구소련 붕괴, 푸틴 정권 탄생, 중국 경제 현대화, 인도 경제 현대화)에 이어 7대 사건으로 등극할 세계사적 사건임에 틀림없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안보와 자유민주 가치 깨달아

조지 프리드먼은 역사상 가장 중요한 10년이 2011년에서 20년이 될 것이라고 하였지만 결국 2021년에서 2030년이 될 것으로 본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중·러 패권경쟁, 코로나 바이러스 등 세계사적 사건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 사태 같은 지정학 위기의 상시화 시대가 되고 서방 대 러시아 중국 북한 중심으로 한 신냉전 구도가 도래하고 군비경쟁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역사적 시대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5월 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였다.

새로운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우크라이나 사태는 우리의 생존과 번영과도 직결된다. 이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과 결단을 세 가지 차원에서 봐야 한다.

영국이 지원한 대전차 미사일 NLAW를 운반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
영국이 지원한 대전차 미사일 NLAW를 운반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

첫째, 대각성이다. 그동안 한국에 자유민주주의 정체성에 대해 모호한 점이 있었다. 안보에 대한 모럴해저드도 심했다. 동맹을 당연시했다. 일본 같은 우방을 소홀히 하기도 했다. 국제정치의 민낯을 생생히 목격했다.

둘째, 대성찰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경쟁력을 보여줬다. 자유민주주의는 어떤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반드시 지켜야 될 가치가 있다는 것도 깨닫게 했다.(Freedom is priceless.)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국가 또한 G10 선진국에 걸맞는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결연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

셋째, 대전환이다.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사업과 전후질서 유지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더 나아가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주도하여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유라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구축하는 대범한 발상으로 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국격 외교, 가치 외교, G10과 선진국에 걸맞는 외교를 다하겠다고 하였다. 또한 박진 외교부 장관 내정자도 평화와 번영과 국제협력을 강조하였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세기적 안보위기이지만 우리가 위기의식을 가지고 잘 대응하면 큰 기회가 된다.

미국이 주도하는 뉴마셜플랜은 어찌 보면 한국을 모델로 상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여러모로 한국과 비교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6·25전쟁을 치르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했고 이에는 국제사회의 지원이 있었다.

그리고 가장 성공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모범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뉴마셜플랜도 이런 점에서 제2의 한국을 구상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의 주요 인사도 우크라이나는 ‘동유럽의 제2의 한국’을 지향한다며 한국을 롤모델로 여기고 있다. 국제사회와 우크라이나는 우리에 대한 기대가 크며 우리의 책임과 역할도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미국과 유럽 등 범자유민주주의진영 중심으로 구상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사업과 전후 질서 유지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이는 범자유민주주의진영과의 동맹 강화,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과 국제 긴장 완화, 국제 질서 유지에 기여하는 것이다.

러시아 같은 권위주의가 승리하여 유엔 중심의 국제질서가 붕괴하고 각자도생, 약육강식 등 혼란으로 3차 세계대전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아야 한다.

둘째, 한국이 한국전쟁의 상처를 딛고 G10 선진국으로서 모범적인 자유민주주의국가로 성장한위상에 맞는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

셋째, 우크라이나도 한국을 롤모델로 여기고 있다. 우리의 6·25전쟁 경험과 국가 발전 경험이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에 적극 활용되어 동유럽내 제2의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대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라시아 정세를 바꾼 큰 사건

넷째, 한국은 전후복구사업에 필요한 충분한 경쟁력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후복구 사업에는 미국, 유럽, 한국 ,일본 등 일류국가들이 참여하는 초대형 무대가 될 것이다. 여기서 한국이 진정성과 전문성을 가지고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에 기여한다면 국격 제고와 경제적 실리 확보 등 유·무형의 효과를 많이 얻을 것이다.

다섯째, 다만 이런 가운데서도 우리의 지정학적 특수성도 고려해야 된다. 특히 이번 전쟁에서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소수의 권력 엘리트와 러시아와는 분리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 전쟁은 러시아의 국익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러시아의 진정한 국익은 경제 현대화와 정치발전 등을 통한 성숙한 자유민주주의국가가 되는 것이다. 러시아가 지나치게 국제사회에서 고립으로 약화되면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커져 유라시아에 중국의 굴기라는 더 큰 도전을 초래한다. 건강한 러시아의 발전과 유라시아내 러시아의 세력 균형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우리는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중심의 대 유라시아 외교를 적극 구상해야 한다. SDGs의 5p(peace pros perity planet people partnership)는 가치이자 비전이고 목표이며 윤석열 정부의 철학과도 잘 부합된다.

이런 빅픽처 하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응은 6대 동심원 중심으로 전략적으로 연계해서 접근해야 한다.

그것은 새정부의 대 유라시아 전략 하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 우크라이나 전후복구 참여, 전후 질서 재편 참여, 대 러시아 협력 방안, 남북관계와 평화통일을 고려한 남·북·러·중 두만강 연해주 동북아시아 협력으로 연결되는 6대 과제 중심으로 입체적 접근이 요망되고 그 기준은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는 비정치적 과제요, 유엔과 글로벌 아젠다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가 가장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아젠다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지정학적인 접근을 완화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중진국 등 여타 국제사회 참여가 필요하다.

이미 이를 추진하기 위해 12개 중진국으로 구성된 P4G라는 플랫폼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우리의 대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 참여 방안이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제시한 특정 ‘도시’나 ‘ 주’를 우리가 주도하여 참여하는 방안이다. 이미 영국은 키이우주, 덴마크는 미콜라이우시, 노르웨이는 마리우플시를 전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우리도 우리에게 맞는 특정한 도시 또는 한 주를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참여하여 성공한 스마트시티 모델을 도입한다면 유라시아의 심장부인 우크라이나에 리틀 코리아를 만들 수 있다.

동시에 의료기관, 학교, 발전소 등 한국이 경쟁력이 있고 우크라이나 전국적으로 수요가 있는 분야별 참여 방안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내 병원 118개와 학교 300개 이상이 파괴되었다고 한다.

존슨 영국 총리는 4월 10일 우크라이나를 전격방문하여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군사 지원을 약속했다./AP연합
존슨 영국 총리는 4월 10일 우크라이나를 전격방문하여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군사 지원을 약속했다./AP연합

서방진영, 우크라이나를 6·25전쟁에서 재건한 한국을 모델로 복구 계획

또한 스마트팜 클러스터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당장 일자리 창출, 주거 확보, 소득 확보 등 단기 차원에서 스마트팜 모델은 장점이 있다. 우크라이나가 농업 대국인 점에 비춰 농업 중심의 단기가 아닌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협력을 염두에 둔다면 농업과 의료, 에너지, 철강 등 분야별로 협력을 구상해 볼 필요가 있다.

민간 차원에서는 소위 ‘제2의 태안반도의 기적’을 만들어 볼 수 있다. 당초 10년이 걸려야 환경 복구가 될 것이라는 전망과는 달리 120만 명이 참여하여 불과 1년 만에 원상 복구 시킨 탁월한 사례가 있다. 우리가 1만 명의 평화봉사단을 우크라이나에 보내 제2의 태안반도의 기적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물리적인 전후복구와 함께 심리적인 전후복구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항상 ‘할 수 있다’는 정신을 보여 줬다. 평화봉사단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한편, ‘할 수 있다’는 정신을 공유할 수 있어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우크라이나 전후복구를 주도하는 앵커가 될 수 있다 .

우리로서도 생생한 안보 현장을 통해 안보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국제사회내 대한민국의 위상 확인을 통해 국가에 대한 자부심과 세계관을 갖는다면 국가 통합에 기여하는 효과도 있다.

특히 평화봉사단에 젊은층이 대거 참여하면 바른 국가관 안보관 가치관 세계관 함양의 산교육장이 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SDGs 외교를 본격 추진하여 유라시아 SDGs 실크로드를 구축하는 대범한 발상을 적극 검토할 때다. 유라시아에 SDGs 허브로서 다섯 개의 리틀 코리아를 구축해 보는 방안이다. 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 몽골, 키르기즈스탄, 우크라이나(르비우), 몰도바를 대상으로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농업을 중심으로 에너지, 환경, 바이오, 물류 등으로 확대하는 SDGs 멀티플 실크로드를 구축하는 대범한 구상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시대적 세기적 과제를 구축하기 위해서 정부내 유라시아 경제협력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전담기구가 필요하다. 또한 정부, 공기업, 민간기업, NGO가 함께 참여하는 팀코리아(Team Korea) 같은 플랫폼을 구축하는 팀워크를 발휘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이런 플랫폼을 서방 파트너, 국제기구, NGO 등 글로벌플랫폼으로 확대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동시에 전 국민의 외교관화와 공공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 국민 여론 지지는 필수다.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공유도 해야 한다. 또한 안보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모럴해저드를 경계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의 영웅적인 항전도 강력한 애국심,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신 등 정신 전력에서 기인한다. 국력을 평가하는 데 정신전력 비중은 매우 크다.

대한민국만큼 글로벌 의존도가 높은 나라도 없다. 그동안 우리는 지나치게 국내 문제에 함몰되어 있었다. 가장 글로벌 의존도가 높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글로벌 역량 및 글로벌 지수는 매우 낮다.

우크라이나 대사 때 겸임국 몰도바에 자주 갔다. 몰도바 자유대학교 총장(역사학자)이 한국에 대한 비유를 한 것을 잊을 수 없다. 한국은 15세기 대항해시대를 연 포르투갈과 같다고 했다.

포르투갈은 인구도 많지 않고 땅도 크지 않지만 글로벌 전략을 추진하여 세계적인 강국이 되었다. 우리의 미래도 글로벌화에 달려 있다. 그리하면 우리도 충분히 포르투갈, 스페인, 영국, 프랑스 같은 글로벌 파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위기를 통해 우리가 자유민주주의연대, 미들파워 파트너와 함께 유라시아 전역에 SDGs 실크로드를 확산한다면 유라시아 역사를 새로 쓰는 세기적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하면 대한민국의 평화·번영과 한반도의 평화통일, 동북아시아, 유라시아의 평화 번영에 기여하게 된다. 대한민국이 유엔 SDGs 5p라는 value-maker, hope-maker, history-maker가 될 수 있다. 이미 1000년 전 칭기즈칸이 이런 대제국을 건설했고 우리도 북방민족의 DNA를 그대로 갖고 있다.

우리가 그동안 축적해 온 모든 역량을 동원한다면 지금의 지정학 위기가 역사 발전과 문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우리의 정체성과 사명을 확인해 준 대각성과 대성찰과 대전환의 계기가 되었다.

꿈꾸지 않는 자는 죽은 것과 같다(Dream or die)고 한다. 또 꿈을 향해 도전하지 않는 것도 죽은 것과 같다.(March or die)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시대적 사명을 잘 감당해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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