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우크라이나 전쟁이 만드는 세계 경제의 블랙홀
[이슈] 우크라이나 전쟁이 만드는 세계 경제의 블랙홀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2.07.14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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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경제를 시계 제로로 만들고 있다. 불안안 유가 상승과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그리고 환율 불안과 물동량 축소는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골치 아픈 경제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최근 대외경제연구원과 KDI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세계 경제와 우리 경제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출간했다. 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면 전쟁의 양상에 따라 세계와 우리 경제는 대단히 복잡한 경로들을 따라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격에 초토화된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다./로이터 연합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격에 초토화된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다./로이터 연합

대외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대러 제재의 경제적 영향’에 의하면 우크라이나 사태는 한국경제의 공급곡선을 좌상향으로 이동시키는 충격을 초래해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를 증폭시키고, 물가 상승과 경기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곡물,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과 더불어 글로벌 공급망 교란은 국내 물가 상승세를 장기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 대체를 위해 전략비축유 방출, 이란 및 베네수엘라 제재 완화에 대한 협상을 진행시키고 있으나, 기후변화 대응 관련 글로벌 그린 전환 정책기조와 마찰이 예상되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딜레마가 존재한다. 특히 전쟁이 지속되는 경우 곡창 지대인 우크라이나의 밀 생산이 타격을 받아 곡물 가격 상승 압력이 우려되고 있다.

보고서는 한편,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네온, 크세논, 크립톤 등 희귀가스 생산 차질이 발생해 글로벌 공급망이 교란될 것으로도 전망했다. 이 경우 확전은 세계경제 관점에서 하방 공급충격과 상방 수요충격으로 작용하게 된다.

다시 말해 공급은 줄고 수요는 늘어나는 상황으로 인해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고착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우리뿐만 아니라 개도국들에서는 높은 인플레이션 기대와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긴축정책이 실시되어 외국인 자금 이탈 및 국내 금리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금리 상승은 높은 가계 및 국가부채의 부담으로 작용하여 실물 경제를 위축시키는 악의 순환고리를 만들 가능성이 존재한다.

전쟁 장기화되면 불황 피할 수 없어…중국 위안화 결제 시스템 확대 유의해야

우리 경제는 러시아와 교역 축소가 예상되지만 이로 인한 직접적인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대러 교역은 2014년 258억 달러까지 증가했으나 크림반도 사태 이후 대러 제재가 강화된 2014년 7월 하락세로 전환되었고 이후 다시 회복세를 보이며 2021년 기준 한국 전체 교역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2.2% 수준에 불과하다.

아울러 우리나라 대세계 수출에서 러시아의 비중은 1.5%(100억 달러), 수입은 2.8%(174억 달러) 수준이다. 한국은 원자재 주요 수입국인 러시아와의 교역에서 대부분의 시기에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2014년 이후 수출이 급감하면서 적자폭이 확대되었다가 최근 다소 줄어드는 양상이다.

따라서 양국 교역 구조를 고려할 때 이번 대러 경제제재가 우리나라 교역에 단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대외경제연구원의 결론이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의 제재와 러시아의 대응이 세계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3분야로 정리된다. △원자재·곡물가격 급등 △글로벌 공급망 차질 △국제금융시장을 통한 전이 등이다.

이때 원자재·곡물 가격의 급등의 경우 러시아 원유 공급 차질 우려에 따른 원유 가격의 급등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원자재(팔라듐, 니켈, 알루미늄 등) 및 곡물(밀, 옥수수 등) 가격의 급등이 문제가 된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의 경우 영공·영해 제재 등에 따른 운송비용 증대, 핵심기술 및 첨단부품의 대러 수출 차단, 러시아 은행에 대한 SWIFT 퇴출 등에 따른 세계무역의 위축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 이후 이미 높은 수준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하는 데다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경기부양과 물가 억제 중 무엇을 정책 목표로 삼을지에 대한 정책 불확실성을 야기시키게 된다.

미국의 경우 통화정책의 매파적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이번 사태의 영향을 좀 더 크게 받는 ECB는 통화정책 정상화의 속도와 강도를 신중하게 조정할 것이며 신흥국 중앙은행의 경우에도 경기회복 속도가 더딜 경우 물가 억제보다는 경기부양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금융시장이다. 전 세계 은행권의 대러 익스포저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크게 축소되어 현재까지 금융 위기의 전이 가능성은 낮은 상태인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에너지 부문에서 추가적인 대러 제재 조치가 취해지고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가 실현되거나 글로벌 공급망에서 생산·물류 차질이 심화되면서 세계무역이 위축될 경우 세계 경제의 경기회복 속도는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세계 경제 성장에 대한 영향은 여전히 제한적이며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세계 경제 회복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는 관점도 존재한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고강도의 대러 제재 조치가 2년 이상 장기화될 경우 세계 무역환경과 국제금융질서에 구조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는 가운데 중국 위안화 결제가 증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는 가운데 중국 위안화 결제가 증가하고 있다.

이를테면 EU의 러시아 의존도 완화, 화석원료 산업의 생산성 및 경쟁력 악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반도체 경기의 변화, 에너지 수급 불균형에 따른 미 셰일가스 생산 확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소기업의 역할 축소, 친환경 산업으로의 전환 가속화,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 등이 그것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이뤄지면서 무역 위축에 따른 경기둔화의 가능성이 문제가 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한다.

주목을 끄는 것은 중국이다. 중국은 이번 미국과 서방의 대러시아 금융제재를 계기로 위안화 국제화 측면 뿐만 아니라 미·중 경쟁시대 금융안보 측면에서도 독자적인 국제결제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1년 CIPS(위안화 결제시스템)의 거래 규모는 전년 대비 75% 증가한 79.6조 위안, 거래수는 전년 대비 50% 증가한 330만 건으로 최근 외연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 외에 미국의 제재를 받는 국가들을 비롯, 일대일로 대상 국가 등과 위안화 국제결제 협력을 강화하여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중국이 위안화 블록화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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