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문재인 케어 부메랑, 의료체계 파탄이 오고 있다
[전문가 진단] 문재인 케어 부메랑, 의료체계 파탄이 오고 있다
  •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 승인 2022.08.0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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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위기 극복을 위한 한국의 의료정책

우리나라는 오는 2025년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 인구의 20% 넘게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초고령사회의 도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한민국 의료체계와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2018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가 시행된 이후 상급종합병원 문턱이 크게 낮아지면서 지방병원은 고사 위기에 몰리고 있다.
2018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가 시행된 이후 상급종합병원 문턱이 크게 낮아지면서 지방병원은 고사 위기에 몰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1600달러에 불과한 1977년 당시 북한과의 체제경쟁으로 건강보험제도를 서둘러 도입했다. 도입 당시 재원 부족으로 인해 ‘저수가·저부담·저급여’의 기조로 제도가 추진되면서 저수가를 양(量)으로 메꾸는 ‘3분 진료’가 고착되었다.

이후 국민소득이 점차 늘어나면서 국민의 보건의료 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수요가 일어났지만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로 인해 의료 서비스의 다양성 대신 규모의 경제로 귀착되면서 기관당 병상 수가 천 개가 넘는 메가급 대학병원(Mega-hospital)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저수가 정책으로 인해 과잉진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정부는 지난 1989년 전 국민 의료보험 시행과 함께 행정구역에 따른 진료권을 설정하고 1차·2차·3차 의료기관 간 의료전달체계(의료이용체계) 확립을 시도했지만 이러한 시도는 1998년 지역 간 공급 불균형에 따른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규제 개혁 차원에서 진료권 개념이 폐지되면서 우리나라는 사실상 ‘자유방임형 의료이용체계’가 되었다.

적정 이용을 위해 꼭 필요한 의료이용체계가 없는 가운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우리나라는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의료비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건의료비는 2010년 이전까지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으나 그 이후 노인인구 비율이 급증하면서 의료비 지출도 급증하고 있는데 특히 지난 2017년 8월부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문재인케어)을 시행한 이후 대형병원 환자 쏠림이 심해지면서 의료비 증가 추세가 더 가팔라지고 있다.

이에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르면서 정부는 지난 2019년 9월 의료전달체계 단기대책을 내놓기도 했으나 코로나19라는 특별한 상황 속에 의료비 지출 증가가 둔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19년과 2020년에도 연속해서 건보재정 당기적자를 보이는 등 건보재정의 위기는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건의료비는 1970년 2.6%(OECD 평균 4.6%)에서 2000년 3.9%(OECD 7.1%)까지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으나 노인인구 비율이 2010년 10.8%에서 2019년 15.7%로 증가하면서 GDP 대비 경상의료비는 2010년 5.9%에서 8.2%(2019년)로 9년 만에 39% 증가했다.

반면 우리보다 먼저 급속한 인구 고령화를 겪은 일본은 우리나라의 의료비 급증 추이와 다르게 1987년 노인인구 비율 10.9%에서 1997년 15.7%로 급증하는 동안 의료비가 6.4%로 동일했다.

이는 단지 고령화의 영향만으로 의료비가 급증하는 것은 아니며 보건의료 정책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초고령사회를 앞둔 대한민국의 보건의료 뿐만 아니라 돌봄체계의 획기적 제도혁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2025년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 인구의 20% 넘게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2025년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 인구의 20% 넘게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제도혁신은 자원의 효율성을 기반으로 추진되어야 된다.

먼저 의료분야는 1차 의료기관과 지역 중소병원의 기능을 재정립하고 강화하여 건강증진·질병예방·만성질환관리 등 국민의 건강을 개선하는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고, 상급종합병원에서부터 요양병원에 이르기까지 지역별·기능별 병상 자원의 수요를 정확하게 산출하여 불필요한 자원의 중복과 낭비적 요소를 제거하는 등 의료 이용체계의 확립을 서둘러야만 된다.

의료제도의 개혁과 더불어 초고령을 대비한 또 하나의 축인 돌봄 시스템도 개선해야 한다.

정부는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2018년 11월 ‘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계획’을 발표한 이후 통합돌봄 제공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추진 로드맵과 4대 중점과제(주거, 건강·의료, 요양·돌봄, 서비스 통합 제공)을 제시하고, 2019년 6월부터 2년간 16개 시군구에서 지역 자율형 통합 돌봄 모형을 만들기 위한 선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커뮤니티케어 모델은 과거 영국과 일본에서 실패한 관주도의 모델인데다 단지 비용 절감을 위한 ‘탈(脫)의료, 탈(脫)시설’만을 지향하고 있어 제도 성공과 정착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중장기 정책의 부재

우리나라 보건의료정책 하면 머리에 떠오르는 단어가 ‘미봉책(彌縫策)’이다. 중장기정책이나 계획은 없고 공무원의 인사 주기에 맞춘 2년짜리 정책만 난무한다. 단기 정책으로 성과를 평가받고 승진하면 끝이다. 이후에는 그 정책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는 관심이 없다.

사건이 터지면 요란스럽지만 그 사건이 기억에서 채 사라지기도 전에 또 다른 사건이 덮어버린다. 대표적인 사례가 의료전달체계 개선에 대한 논의다.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과 개선 요구가 수도 없이 제기되었으나 사회적 이슈로 크게 부각되지 못하다가 지난 2018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가 시행된 이후 상급종합병원 문턱이 크게 낮아지면서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이 심해지게 되면서 건강보험의 재정 부담이 급격하게 증가되자 부작용 완화의 대안으로 2019년 9월 정부가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내놓으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당시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경증환자 진료 억제 △병·의원 회송률 예비지표도입 △상급종합병원 외래 경증진료시 종별 가산율 30%에서 0%로 조정 △경증 환자 환자본인부담율 60%에서 100%로 조정 △상급종합병원 입원 의료질평가지원금 인상, 다학제통합진료료 상향조정, 중환자실입원료인상

△환자 회송료 정규수가 전환, 진료협력센터 인력 강화 및 보상 등의 단기대책을 시행했으나 3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그 결과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어느 누구도 관심이 없고 코로나19 팬데믹 이야기만 넘쳐난다. 우리나라 의료정책이 미봉책인 원인은 우리나라 보건의료정책의 기본 청사진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 7월 13일 ‘보건의료기본법(이하 기본법)’이 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법에 근거한 정책의 수립과 이행 및 점검이 그동안 전혀 없었다.

기본법은 ‘보건의료에 관한 국민의 권리·의무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정하고 보건의료의 수요와 공급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보건의료의 발전과 국민의 보건 및 복지의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기본법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보건의료 발전의 기본목표 및 그 추진 방향, 보건의료자원의 조달 및 관리 방안, 지역별 병상 총량의 관리에 관한 시책 등을 포함한 보건의료발전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그동안 기본법이 제정된 지 20년이 다 되도록 어떠한 계획을 내놓지 못하다가 지난 2019년 5월에야 ‘제1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을 처음 수립·발표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내용이 기존 정책 자료들을 모아놓은 수준으로 앞으로 국가보건의료 체계를 어떻게 확립·운영해 나가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이 잘 보이지 않는다.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이하 ‘보정심’) 구성도 법이 제정된 지 18년이 지나 커뮤니티케어 추진을 앞둔 2018년 6월 19일에야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한 7개 부처 차관급 공무원, 수요자와 공급자를 대표할 수 있는 위원과 보건의료정책 전문가 등 총 20인으로 구성을 하고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

그 이후 2021년 6월 2일에는 보정심위원을 총 25인으로 확대한 ‘2021년도 제1차 보정심 회의’를 개최하여 지역공공병원 확충, 필수의료 센터 70개 운영, (가칭)공공보건의료개발원 설립, 국립중앙의료원 이전·신축, 중앙 및 시·도 공공보건의료 협력 거버넌스 운영 등을 포함한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2021∼2025)’을 발표한 바 있다.

과거 우리나라 보건의료정책의 기본 방향은 변화된 개념의 공공성(김용득. 2022)에 기반하여 우리나라의 의료 인프라에 적합한 종합적인 정책을 제시하기보다는 단지 소유 개념의 공공의료를 확충하는 것만 주력하고 있었는데 2021년 제1차 보정심 회의도 그러한 기조를 그대로 이어서 소유 개념의 공공의료 확중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공공의료 정책은 이전 정부와 확연히 다른 기조로 추진되고 있다.

보건의료 자원 효율화 시스템 구축해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발표된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 따르면 정부는 모든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필수의료 인력 및 인프라 강화하기 위해 국민생명과 직결되는 감염병·응급·중증외상·분만 등 필수·공공의료 인력·인프라 강화를 통해 지역완결적 의료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 필수의료 분야 의료인력 확충 대책을 마련하고, 필수과목 지원 확대 및 전공의 등 의료인력 역량을 강화하며 지역별로 역량 있는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을 육성하고, 예산·공공정책 수가·새로운 지불제도 도입 등 과거 정부와 확연히 다른 정책으로 필수의료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정책 기조의 변화는 소유가 아닌 가치나 성과를 강조하는 새로운 의료 공공성 개념에 맞는 방향으로 우리나라 보건의료 현장 상황과 합치되는 방향성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도입 당시 재원 부족으로 인해 ‘저수가·저부담·저급여’의 ‘3저 체제’ 기조로 출발한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제도 시행 초기의 ‘3저 체제’는 국민의 보건의료 수요를 일부 비급여로 돌리며 나름 재정적 균형을 유지해 왔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보건의료비는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6.1%였던 1996년 3.6%에서 노인인구 비율이 10.8%인 2010년 5.9%로 연평균 0.16%씩 증가했다.

그러나 그 이후 노인인구 비율이 15.7%에 달한 2020년(GDP 대비 보건의료비 8.4%)까지 10년간은 연평균 0.25%의 증가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의료비 급증 추이는 우리보다 먼저 급속한 인구 고령화를 겪은 일본이 1987년 노인인구 비율 10.9%에서 1997년 15.7%로 급증하는 동안 의료비가 6.4%로 동일 했던 것을 보면 단지 고령화의 영향만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일본의 의료비 추이를 통해 향후 초고령화에 따른 우리나라 GDP 대비 의료비를 추산해보면 노인인구비율이 20.6%에 이르는 2025년에는 의료비가 10.0%, 25.7%에 이르는 2030년은 13.8%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향후 이와 같은 추세가 향후 지속된다면 2030년 요양기관 전체의 요양급여비 총액은 최소 173조 원에서 최대 23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대형병원 약진의 직격탄을 맞은 곳이 지역 중소병원이다. 지역 중소병원은 초고령사회에서 지역의 노인 환자가 필요에 따라 입원 치료를 받고 지역사회로 복귀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중요한 기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021년 한 해 동안 86곳이 개업하고 204곳 폐업해 폐업률이 12.7%가 넘는 등 급격하게 인프라가 붕괴되고 있다. 문케어의 부메랑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일각에서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에 대해 ‘오바마도 부러워했다’며 마치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가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뛰어난 제도로 오인하게 홍보하고 있으나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의료비가 17% 가까이 되는 미국의 입장에서 ‘오바마케어(The Affordable Care Act)’를 추진하기 위한 동력으로 저비용으로 전국민의료보험을 시행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제도를 언급한 것일 뿐이지 결코 한국식 사회보험 제도를 추진한 것이 아니다.

서구사회는 전통적으로 국가나 교회 등을 중심으로 사회복지나 종교적 시혜의 형태로 의료 서비스가 공급되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과거 의료에 대한 국가의 투자가 어려웠을 때 민간의 자발적인 투자로 의료 서비스가 발전했다.

그런데 최근 일부 학자들이 그동안 민간의료기관이 국민 건강에 기여한 것에 대해 폄훼하고 민간의료기관을 마치 이익만을 추구하는 부도덕한 존재로 호도하면서 공공의료기관의 지속적 확대를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대단히 잘못된 접근 방식이다.

대한민국 의료가 앞으로도 국민의 건강을 잘 지키도록 하려면 의료이용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국가는 보건의료체계 전반의 관리와 운영의 주체로서 공정한 심판관의 역할을 잘 담당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이용체계는 국가의 한정된 보건의료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할지에 대한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이용체계의 확립은 정부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며, 단기간에 이뤄 낼 수 있는 성과물도 아니다. 그러므로 정부의 일방적 정책 시행보다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의료계와 협의하고 국민과 함께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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