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금융시장 안정화, 무엇부터 해야 하나
[이슈] 금융시장 안정화, 무엇부터 해야 하나
  • 김영훈  경제지식네트워크 사무총장
  • 승인 2022.12.16 2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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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해진 금융시장에서 시장참여자들의 비명이 시작되고 있다. 저금리에 익숙해진 시장은 주담대 금리가 8%를 넘는 고금리 상황을 맞아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시급한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그동안 미뤄왔던 정책과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 연준의 움직임에 발맞춰 한국은행은 4월부터 금융통화외원회 때마다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연말에는 3.5% 수준까지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급격한 금리인상은 금융시장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4대 금융지주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 사상 최대인 13조8544억을 기록했지만, 채권의 부도위험을 뜻하는 CDS 프리미엄 평균은 75bp(1bp=0.01% 포인트)로, 2017년말 이후 5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기도 했다. 

기재부는 금투세 과세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정부의 금투세 강행을 결정했다.사진은 2022 세법개정안 토론회 모습. / 연합
기재부는 금투세 과세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정부의 금투세 강행을 결정했다.사진은 2022 세법개정안 토론회 모습. / 연합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탓이다.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불안한 채권시장에 강원도가 채무보증을 선 레고랜드 자산유동화증권((ABCP)이 채무불이행 선언을 하고, 연이어 흥국생명이 5억 달러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콜옵션)을 포기하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불안이 확산됐다. 

정부가 지난 10월 23일 시장안정화 조치를 통해 50조원+@의 유동성 지원 조치를 발표하면서 급한 불은 끈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23일 4%를 돌파했던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1월 15일에는 3.861%까지 하락했다. 정부는 은행 예대율 규제 한시적 완화(100%->105%), 국고채 발행 축소 계획, 한은의 환매조건부채권(RP) 6조 원 매입, A2 등급 ABCP를 우선 매입하는 1조8000억 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지원책 등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시장 안정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물량 문제도 있다. 채권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막대한 물량을 쏟아내고 있는 한국전력채권(한전채)이다. 초우량등급(AAA)인 한전채는 6% 금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올해 발행된 한전채 규모만 23조 원이 넘는다. 지난해 연간 발행규모(10조3200억 원)의 두 배를 넘는다. 

사실상 정부가 보증하는 채권인 고금리 초우량물인 한전채가 짧은 만기로 발행되면서 기존 채권시장을 흔들고 있다. 한전채를 피해 소화되지 않는 회사채들이 기업어음(CP)시장으로 몰리면서 CP시장도 덩달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초 1.55%이던 신용등급 A1기준 CP 91일물 금리는 15일에는 5.21%까지 상승했다. 

한전채의 발행 물량 자체를 줄여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한전법에 명시되어 있는 한전채 발행한도는 현재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2배이다. 하지만 한전 적자가 계속되면서 올해 연말이면 회사채 발행 여력이 모두 소진될 전망이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현재 2배인 한전채 발행규모를 5~10배로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이다. 별다른 대안이 없는 만큼 올해 안에 법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한전은 채권 발행을 줄일 여유가 없다. 탈원전에 따른 원가 상승과 수입 에너지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한전은 가격을 제대로 인상하지 못하고 있다. 한전의 구매하는 전력도매가격은 60~80원에서 266.91원으로 폭등했지만, 전기요금은 그만큼 올리지 못하고 있다. 

금융시장안정화기구 효율화 방안 논의돼야

정부가 예산으로 지원하는 것도 지금 상황에서는 ‘언발에 오줌누기’에 그칠 수 있다. 지난 2008년 정부는 추경을 통해 한전에 6680억 원을 지원했지만, 당시 적자는 2조7980억 원에 불과(?)했다. 한전은 연말까지 30조 원 가까운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전채 발행을 통해 부채로 연명하고 있는 한전 경영정상화를 위해 수십조 원의 정부 지원을 투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앞으로도 한전의 상황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1월 2.71% 수준에서 발행하던 한전채는 현재 6% 수준으로 발행금리가 올라가면서 내년부터는 채권이자만 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채권시장 안정에 가장 중요한 점은 한전 경영정상화를 통한 한전채 발행축소다. 한전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전력요금 인상은 피할 수 없는 길이다. 공급망 교란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세계 각국의 전기요금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하지만 한전은 한전채 발행을 통해 이를 계속 미루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모두가 고통을 분담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전기료의 3.7%를 내고 있는 전력산업기반기금 한시적 폐지, 저소득층 에너지 바우처 확대 등을 포함한 전기요금 인상이 논의되어야 한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재원 마련과 신용위험 부담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 한국은 민간금융회사가 이를 모두 부담하지만, 미국의 경우 중앙은행이 재원 마련을 하고 정부(재무부)가 운영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신용위험을 부담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사태 당시의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채권시장안정펀드, P-CBO, 회사채신속인수제도 등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의 효율화 방안에 대한 논의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 

시장의 공포감이 전염되면 시장참여자들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어려워진다. 자산시장 폭락에 따른 경쟁적인 자산매각은 금융위기의 시작이다.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의 시간이 올 수 있다. 선제적이고 충분한 자금공급을 통해 금융시장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도 유예해야 한다. 주식, 채권, 펀드, 파생 등 금융투자상품으로 연간 5000만 원이 넘는 소득이 발생하는 투자자는 20%의 세금을 내야 한다. 허약해진 증시에 연말 금투세 절세를 위한 매물까지 쏟아질 경우 국내 증시는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증권 업계의 시스템 준비부족과 증시 상황을 고려한 유예조치가 조속히 발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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