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김정은, 같은 춤을 계속 추고 있다
[논단] 김정은, 같은 춤을 계속 추고 있다
  • 류우익 미래한국 편집고문·전 대통령실장
  • 승인 2023.01.19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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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쥐트도이체 차이퉁(Suddeutsche Zeitung)  기고

북한 정권은 최근 장거리 탄도미사일과 잠수함 발사 미사일을 쏘아 올리고 있다. 대담하게도 일본 상공을 통과시키거나 한국 영토 근해에도 발사했다. 미사일 종류와 수량, 발사 빈도와 공격성 모두를 아울러 이러한 군사적 도발은 이례적이다. 

이는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한국에 대한 핵무기 선제공격(Praventivs chlag)을 가능하게 하는 법 제정을 공표한 이후에 일어났다. 7차 핵실험 또한 임박해 있다고 한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그 목표가 미사일을 기술적으로 개량하는 데 있으며 따라서 이는 핵실험의 전제조건이 된다. 

북한은 미사일을 난사한 이유를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필수적 대응’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물론 핑계다. 한미 양국이 순전히 방어적 행동을 취하고 있는 반면 북한의 행동은 기본적으로 공격적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한반도에서 핵 위기를 조성하고 이를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연계시키기를 원한다. 종국에는 군축회의에 이르고자 한다. 

이것이 김정은의 숨겨진 본래의 전략적 목표다. 동시에 그의 미사일 난사는 북한 내에서 체제선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김정은은 주민들 앞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연출해 내보임으로써 주민들의 저항을 억누르거나 달랠 수 있을 것으로 믿는 듯하다. 북한 주민들은 수년 전부터 그의 내핍 정책 하에서 고통스럽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는 지난 5월 퇴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유화정책이 되돌아오기를 바라면서 한국의 새 정부를 흔들어 보려는 계획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 어쨌든 필자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발언이 시의적절했다고 본다. “미국이나 미국의 동맹국들에 대한 핵공격은 김정은 정권의 종말로 이어질 것이다.” 

김정은은 11월 18일 자신의 딸과 함께 북한의 신형 ICBM 화성 17형을 발사를 참관했다. 조/ 선중앙통신 연합
김정은은 11월 18일 자신의 딸과 함께 북한의 신형 ICBM 화성 17형을 발사를 참관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

김정은에게 문제는 북한의 안보가 아니다

북한의 핵무기 정책은 이제 저주가 되었고, 그 점이 북한의 지도자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핵무기 개발과 유지에는 많은 비용이 들지만 핵무기가 가져오는 이득은 없다. 지난 몇 주 동안의 광적인 미사일 난사에 들어간 돈은 북한의 연간 쌀 소비량에 맞먹는 것이었다고 한다.

북한 지도자들은 3대에 걸쳐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들은 수십 년 전부터 핵폭탄이 북한의 안보를, 보다 정확히는 그들의 권력을 보장하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그들이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얻은 것은 최대 압박과 빈곤, 굶주림 밖에 없었다. 

이제 젊은 독재자 김정은은 딜레마에 빠졌다. 그는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포기할 수도 없다. 상황은 계속 악화될 것이며 그에 따라 북한 주민들의 불만 또한 점점 더 커질 것이다. 핵이 초래하는 저주에 대한 두려움과 세계 정세에 대한 오판이 김정은을 광적인 미사일 난사와 벼랑 끝 전술로 이끈 것으로 보인다.

국제 매체들과 달리 한국 언론들은 이 모든 사안을 부차적인 것으로만 다루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정치권이 대체로 무관심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현안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서 선물 받은 개 2마리의 양육을 포기했다는 스캔들만큼도 집중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다. 대부분의 시민들 또한 조용하다. 이미 경험한 바 있는 일들이기에 반응이 무뎌졌고 안보 위기 속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정치인들이 시민들을 걱정하지 않고 시민들이 정치인들을 걱정한다”는 조소적인 풍자가 있다. 

위험하고 무모한 짓을 하는 것을 두고 흔히 ‘미친 칼춤을 춘다’고 한다. 이 경우에는 ‘칼춤’이 아닌 ‘핵춤’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미친 핵춤으로 일단 위기가 최고조에 이르고 나면, 북한은 다른 얼굴을 내보이며 우리를 평화회담으로 초대할 것이다. 공산주의든 공산주의에 뿌리를 두었든 현재 독재적으로 통치하는 세 나라가 동시에 기존 질서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군축회의라는 상황 하나만으로도 북한은 핵보유국임을 주장하고 나설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의 칼춤과 핵춤에 놀라서는 안 된다. 대신 한국과 미국, 그리고 세계는 북한 정권에 계속 최대 압박을 가해야 한다. 제재와 억지, 그리고 그 결과로 초래되는 핵의 저주만이 김정은으로 하여금 광적인 핵춤을 멈추고 변화하도록 만들 것이다.

“하느님은 바르게 쓰신다”

지금은 작고한 필자의 친구 프랭크 기브니는 오랫동안 동아시아 담당 기자로 활동했다. 그는 독일 통일 3년 후인 1993년 1차 북핵 위기가 왔을 때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하느님은 바르게 쓰신다. 가끔 줄이 비뚤어지기는 하지만.”

북한의 핵춤은 김정은에게 이득을 가져다 주기는 커녕 오히려 그를 추가 제재와 고립으로 이끌 것이다. 한국에서는 전술핵 재배치 논의가 다시 활기를 띠게 될 것이고, 한미동맹은 일본을 포함시키면서 확대, 강화될 것이다. 김정은의 계산은 들어맞지 않을 것이다. 한밤중의 어둠 속에서 빛이 타오르기 시작하듯이, 한겨울 추위 속에서 씨앗이 움트기 시작하듯이, 한반도 통일의 새로운 기회도 그렇게 생겨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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