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진 성남시장 “성남시에 더 이상 부정과 특혜는 없을 것”
신상진 성남시장 “성남시에 더 이상 부정과 특혜는 없을 것”
  • 인터뷰  정해훈  미래한국 사장
  • 승인 2023.06.23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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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해훈  미래한국 사장
정리  정재욱  미래한국 기자

최근 몇 년 동안 대장동 게이트로 몸살을 앓은 성남시가 올해로 시(市) 승격 50주년을 맞았다. 서울의 빈민촌에서 옮겨온 이주민들이 주도한 1971년의 성남민권운동(광주대단지 사건)을 계기로 성남출장소에서 시로 승격한 성남시는 1990년 이후 분당, 판교 등 신도시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변신을 시작했다. 하지만 ‘천당 위에 분당’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신도시들은 주거 만족도가 높았던 반면, 원도심은 상대적으로 소외돼 원도심과 신도시 간의 격차 해소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에는 1990년대 초반 건설된 1기 신도시인 분당도 노후화돼 재개발 재건축 수요가 늘고 있고, 대장동 개발 사업 의혹으로 떨어질 대로 떨어진 시의 이미지도 회복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지난해 7월 취임하며 막중한 책임을 짊어진 신상진 성남시장. 신 시장은 1984년 서울의대 재학 중 성남시의 한 공장에 위장 취업하면서 노동운동을 시작한 이후 성남시를 떠난 적이 없다. 의사 겸 시민운동가로, 그리고 보수정당 후보로서 성남시 중원구에서만 국회의원 4선을 한 신 시장에게 성남시는 지난 39년을 꼬박 바친 제2의 고향이다.

수십 년간 밑바닥부터 최고위직을 거치며 성남시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명확한 진단과 처방을 내릴 수 있는 신상진 시장을 최근 만났다. 신 시장은 과연 성남시의 ‘화타’가 될 수 있을까.

- 서울토박이인 시장님이 성남에서만 39년 동안 활동하고 계십니다.

저는 정치인이 되기 전에 주로 운동권에 있었습니다. 서울대 의대 1학년 때 사당동에서 야학교사를 했는데, 운동권 선배들이 있었어요. 그러던 중에 예과에 올라갈 때 열일곱 살 먹은 어린 노동자가 공사장에서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친했던 사이라서 그때 ‘안 되겠다. 세상을 바꿔야 되겠다’라고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의대를 휴학하고 공장에 다니고 감옥 가고 하는 운동권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성남시에는 1984년에 와서 공장에서 노동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의대를 15년 만에 졸업하고는 성남에서 병원을 하면서 시민운동을 시작했죠.

해님달님 놀이터 개소식
해님달님 놀이터 개소식

“제 장점이요? 39년 동안 성남시를 지켜온 진정성이죠.”

- 시장님은 성격상 때로는 윗사람에게 아부도 해야 하는 정치라는 직업과 어울려 보이지 않는데, 정치를 시작하신 계기가 있으신지요?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때 제가 의사협회 전국 투쟁위원장을 하면서 여러 정치인들을 만났는데 당시 보수정당인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진보정당에 비해 더 전문적이고 이해의 폭도 넓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이념에 대한 입장을 바꿨습니다. 

그러던 중에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우연히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오랜만에 만나 합석을 한 일이 있습니다. 김문수 도지사는 노동운동을 할 때 처음 만났지만, 그분이 정치를 시작하면서 만나지 않았어요. 제가 정치인들을 좋아하지는 않았거든요. 욕심부리고 자기 자리 찾기에만 열중한다고 생각했어요. 당시에 그분이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이었는데 심사위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였어요. 그 자리에서 성남 중원구에서 출마하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성남시는 대구 같은 지역과 달리 한나라당에 불리한 지역이니 쉽게 요청을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인연이 돼서 출마했던 2004년에는 준비 부족으로 당연히 낙선했고 이듬해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문했습니다. 정치를 하게 된 것도 시민운동을 한 이유와 비슷해요. 제도권에서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일반적인 정치인들과 좀 다르기는 해요. 대선 때도 어디에 줄을 서 본 경험이 없습니다. 장관 같은 자리에 한 번 욕심을 내본 적도 없고요. 부탁을 안 하니까 신세진 것도 없습니다. 

- 민선 8기 성남시장으로 취임하신 지 10개월이 지나셨는데, 시장으로서 역점 사업은 무엇이고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까? 

성남시가 전임 시장들로 인해서 오명을 뒤집어썼는데 성남시는 시민들이 이룩한 전국 최고의 도시입니다. 성남 하이테크밸리, 분당 벤처밸리 등 산업 인프라와 인적 역량이 충분히 갖춰진 만큼 명품 도시로서 손색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시정 방향은 판교를 중심으로 한 4차산업의 성공입니다. 4차산업은 대한민국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도 중요합니다. 특히 국가적으로 취약한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비롯하여 4차산업을 전국 최고로 발전시키는 ‘4차산업 특별도시’ ‘4차산업 메카’로 만들겠습니다.

둘째로는 1기 신도시인 분당과 원도심에 있는 노후주택의 재개발 재건축이 중요합니다.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어제 원희룡 장관을 성남에 모셔서 낮 2시부터 저녁 6시 반까지 현장을 돌았습니다.

세 번째로는 이제 성남시가 오래된 도시가 돼버렸다는 문제입니다. 정자교 붕괴 같은 교량이 부실화된 문제도 있지만, 탄천이나 공원들도 정말 노후화됐어요. 30년 전과 똑같아요. 그동안 시장들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완전히 싹 바꿀 겁니다. 현재의 트렌드와 시민의 요구를 반영해서 현대식의 힐링 문화도시로 만들 계획입니다. 탄천 르네상스나 율동 르네상스를 보게 될 겁니다. 

넷째, 분당에도 있지만 특히 성남시 원도심에는 사정이 아주 어려운 분들이 많이 거주하십니다. 이런 생활이 어려운 분들에 대해 퍼주기 복지가 아니라 맞춤형 복지를 추진해서 서로 하나가 돼 같은 도시에 사는 것이 뿌듯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할 계획입니다. 시 승격 50년을 맞이하여 한 사람의 낙오도 없이 가장 어려운 계층들을 좀 더 낫게 해주는 ‘두텁고 촘촘한 맞춤 복지’를 실현하겠습니다.

4차산업 추진단 발대식
4차산업 추진단 발대식

- 성남시 인구가 거의 100만 명에 육박하는 상황인데, 특례시로 지정받기 위해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우리 성남시는 인구가 4월 30일 현재 92만3000여 명입니다. 외국인 2만6000여 명까지 합쳐도 95만여 명으로 지방자치법에서 규정하는 특례시 기준인 100만 명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행정수요는 100만 명 도시보다도 훨씬 더 높아요. 특례시 지정에 있어서 인구수로만 자르지 말고 저희의 행정수요가 반영이 돼야 합니다. 특례시가 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협의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지역 특성을 고려한 ‘시군구 특례’가 시행됨에 따라 성남시의 인구, 첨단사업, 교통 등 실질적 행정수요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특례를 지정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 성남시는 ‘외국인투자지역의 지정·개발 특례’를 비롯해 첨단산업의 중심도시 성남 도약에 필요한 특례 6건을 발굴했습니다. 6월 말까지 경기도와 협의를 완료하고 올해 하반기에는 행안부에 특례를 신청할 계획입니다.

성남시의료원 운영 개선 방안 토론회
성남시의료원 운영 개선 방안 토론회

성남시, 대한민국 4차산업 메카로서 글로벌 경쟁 이끌 것

- 성남시가 이재명 전임 시장 재임 때 문제가 된 대장동이라든가 백현동 개발 사업의 문제로 인해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게 됐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있나요?

성남시는 부정부패가 없는 공정하고 청렴한 도시로 바로 서야 합니다. 예컨대 현재 정자동의 마이스 복합개발사업이 진행 중인데, 사업자 선정을 완전히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업자 선정 단계가 아니라, 공모지침서를 심사하는 단계에서도 검토위원 선발부터 분야별로 신청 받아 투명하고 공정하게 뽑고 있을 정도입니다. 탁구공으로 뽑았어요. 
대장동 개발 건은 사업 초기부터 석연치 않은 사업계획의 변경 및 사업자 선정 과정 등의 문제점들이 성남시의회에서 지적되었고, 다수의 언론에서 그러한 문제들이 수차례 보도되었으나, 당시 성남시 감사관실이 이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민선 8기 성남시는 우선 과제로서 정확한 조사를 통해 과거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뿐만 아니라, 다시는 성남시에서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감사관실을 강화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개방형 감사관을 채용했습니다. 지난해 감사관실에 정자동 호텔 개발 특혜 사건에 대해 자체 조사를 실시해 달라고 지시하였고, 올해 1월에는 특정감사계획을 수립하여 의혹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신상진 성남시장(우)과 정해훈 미래한국 사장(좌)이 대담하고 있다.
신상진 성남시장(우)과 정해훈 미래한국 사장(좌)이 대담하고 있다.

- 인수위위원회 시절부터 공정과 혁신을 내걸고 공약을 점검하셨는데 현재 공약 이행 상황은 어떻습니까.

우리 민선 8기 인수위원회인 ‘공정과혁신위원회’가 4개 분과위원회를 구성하여 정책토론회 등을 거쳐 172개의 민선 8기 공약사업과제를 제시하였는데, 이 가운데 중복된 사업을 제외하고 공약사업의 취지를 살리면서 효율적인 업무추진이 가능하도록 하여 최종 148개의 공약을 확정하였습니다. 

확정된 148개의 공약사업은 시 홈페이지에 공개해 추진 중에 있는데, 이중 주택 가격 9억 이하의 1가구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재산세 50% 감면 정책을 먼저 시행하고 있고, 두 번째로는 1종이 돼 있었던 분당의 빌라 단지들을 2종으로 종 환원했습니다. 그리고 60세 이상의 저소득층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치매 감별 검사를 30만 원 범위 내에서 무상으로 해드리고 있습니다. 30만 원이면 정밀 검사가 가능합니다. 또 70세 이상 어르신들은 연 23만 원 이내에서 버스를 무료로 승차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보훈에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첫째는 현충탑이 성남 초기의 태동기부터 원도심의 아주 구석에 있었는데 많은 시민들이 접할 수 있도록 시청 광장 쪽으로 이전하려고 합니다. 보훈회관도 옮기고요. 둘째는 국가유공자 배우자에 대한 수당입니다. 남편이 베트남에 가서 돌아가신 배우자들의 생활이 굉장히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배우자들에게 월 10만 원씩 보훈 명예 수당으로 지급하려고 합니다. 

청년 정책으로는 ‘청년 올패스 사업’이 있습니다. ‘모두 패스한다’는 건데, 19세에서 34세까지의 미취업 청년들에게 100만 원 범위 안에서 국가자격증 취득을 위한 강의 수강료와 응시료를 지원해주는 정책이 올해 6월부터 시행됩니다. 그리고 우리 민선 8기 성남시가 자랑할 게 많은데, 전국 최초로 올가을부터 연령에 상관없이 모든 시민들을 대상으로 독감 백신을 무료로 접종합니다. 현재 91억 원 정도의 예산 규모인데, 향후에는 필수 예방접종으로 점차 확대해 나가려고 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입니다. 

- 지금 일부 시민단체가 성남시의료원 위탁 운영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의사 출신 시장으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시 의료원은 우리 성남시에 아주 중요합니다. 3000억 원이 투입된 병원이에요. 공공의료기관이면 적자는 감수할 수 있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이용하는 시민이 의료 서비스에 만족해야 한다는 문제입니다. 종합병원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시가 직영을 하면 그것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1000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심층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61.9%의 시민들이 대학병원에 위탁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주셨어요. 그래서 현재 운영 방식의 타당성 조사를 위한 용역에 들어가 있습니다. 이 결과에 따라 복지부와 협의를 해서 위탁이든 무엇이든 경영방식을 결정할 계획입니다. 

- 보수정당이 불리하다는 성남 중원구에서 국회의원 4선을 하시고 지금은 성남시장까지 하고 있습니다. 정치인 신상진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장점을 제가 직접 말하면 자화자찬이 되는데요. 저는 먼저 진정성을 꼽겠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제가 야학에서 가르치던 학생 한 명이 공사장에서 사망했던 사고가 의대에 다녔던 제가 사회 운동, 정치 운동에 뛰어든 계기였는데, 그 이후 평생을 그런 식으로 감옥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한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합니다.  

9억 이하 1가구 1주택 보유 재산세 50% 감면 공약 이행

그런 삶 자체가 저의 초심입니다. ‘우리나라를 부자로 만들어 어려운 사람이 없는 나라로 만들자’라는 건데, 저는 그런 진정성을 그대로 최대한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정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100% 그렇다고 하기에는 부족하겠지만 그런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둘째, 업무에 있어서는 디테일에 강하지 않고 담론 같은 것에만 매달려서는 안 됩니다. 저는 그런 정치인은 필요 없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어요. 큰 정책과 방향을 갖고 있으면서도 디테일을 챙길 줄 알아야 합니다. 

셋째로는 자기의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합니다. 제가 이념을 바꾼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1970년대, 80년대, 90년대 운동권들을 보면 말은 그럴듯하고 좋은데 행동이 그렇지 않은 게 보였어요. 처음에는 순수했겠지만, 이게 변질되어 조직에서 서로 암투나 하고 본말이 전도되어 명예가 됐든 무엇이 됐든 늘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을 하더라고요. 

예컨대 2000년 의약분업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보면, 부정 청구 같은 일부 의사들의 잘못을 이용해서 의사 조직 전체를 매도하고 린치해서 파괴하는 것이죠. 그들은 뭐 하나 정책을 하려고 하면 명분을 잡아 어느 집단 하나를 멋대로 요리합니다. 아주 못된 짓입니다. 저는 그래서 합리적 정책을 추구합니다. 합리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깐깐하고 꼼꼼하게 따져보고 경우가 맞아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좀 깐깐하다는 소리도 듣습니다만, 물론 꼼꼼한 게 진짜 너무 잘게 가면 문제가 있죠. 전체적인 것과 연결되는 작은 것들이 있어요. 그 디테일을 바로잡아야 공직기강도 세울 수 있습니다. 일벌백계라는 말도 있고 그렇죠. 그래서 디테일은 단순히 작은 게 아니라 전체하고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소소한 것 속에서 전체를 풀어나갈 수 있는 소중한 게 있다고 보는 거죠. 

- 끝으로 성남시민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는지요?

올해는 성남시 승격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지난 50년 척박한 불모지에서 시작한 성남은 상전벽해를 이뤘습니다. 지난 12년간 시정이 흔들리기도 하였지만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시민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민선 8기 성남시는 지난 시정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 시민과 함께 첨단과 혁신의 희망도시로 새로운 성남 50년의 주춧돌을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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