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사교육 시장 장악한 586 운동권의 이권 카르텔
[심층분석] 사교육 시장 장악한 586 운동권의 이권 카르텔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3.07.2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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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의 이권 카르텔이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7월 3일 교육부가 발표한 제2차 사교육 카르텔 대응 방안 발표 내용은 충격 그 자체였다. 학원 강사가 학생들에게 수능 출제 관계자와 만났다고 언급하는 등 사교육과 수능 출제 체제 간 유착 관계가 의심되는 내용이었다. 

현재 교육부에는 총 261건의 사교육 부조리 신고가 접수됐는데, 이 중 사교육 업체와 수능출제 체제 간 유착이 의심되는 사례는 총 46건에 이른다. 이밖에 끼워팔기식 교재 등 구매 강요 신고(28건), 교습비 등 초과 징수 신고(29건) 등이 신고센터에 접수됐다. 특히 전체 신고 건수 중 대형 입시학원 관련 신고는 50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월 22일 BBS 라디오에 출현해 주장한 내용은 우리 사회 사교육 카르텔의 뿌리를 보여준다. 김 의원은 이른바 ‘86그룹(60년대생·80년대 학번) 운동권’이 사교육을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운동권 세대 출신들이 많이 사교육을 주도하고 있고, 그분들과 더불어민주당 사이에 상당한 교류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본지 <미래한국>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사교육 업계 출신 민주당 의원으로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대표적으로 등장한다.

정 최고위원은 1989년 서울 주한 미대사관 점거 사건으로 2년간 복역 후 출소한 뒤 양태회 씨와 서울 마포에서 ‘길잡이 학원’을 차려 큰 성공을 거뒀다. 양 씨는 자주민주통일 (전대협 모태)을 이끌었다. ‘박정 어학원’의 창립자인 박정 민주당 의원과 ‘외대어학원’을 운영한 정봉주 전 의원 역시 사교육 업계 출신이다. 

김병욱 의원의 주장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운동권 사교육 학원들과 민주당이 카르텔을 형성해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정책에 영향을 주어온 의혹이다. 김 의원은 ‘조국 사태’로 입시에서 수시모집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위주로 하는 정시모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커졌다며 “사실 이게 맞는 방향은 아니다. 수능은 강남에 있는 학원을 많이 가는 사람이 무조건 유리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능 정시를 자꾸 늘리자는 민주당 주장의 배후에 사교육 시장을 이끄는 운동권 출신들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7월 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2차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 결과를 브리핑한 뒤 배석자들과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7월 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2차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 결과를 브리핑한 뒤 배석자들과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

주사파가 장악한 사교육 시장

대한민국 사교육 시장은 운동권 386세대, 그것도 주사파들이 만들었다는 것은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에 소련과 동구권의 사회주의가 붕괴하면서 방향성과 운동성을 상실했다. 이러한 가운데 주사파 그룹은 지도부의 결정과 지시에 따라 언론계, 교육계, 법조계 등으로 침투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당시 대학가 주사파의 1세대인 강길모 전 프리존 대표는 본인이 직접 교육했던 주사파 학생들의 진로를 결정했다고 증언했다. 그렇게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한 운동권들은 언론계에서는 언론노조를, 법조계에서는 민변을, 그리고 교육계에서는 전교조를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한편 사교육 쪽으로 진출한 그룹들도 있었다. 이들은 대학 시절 토론과 이념 학습으로 훈련된 기량을 가지고 국어, 사회, 논술 과목의 학원 강사로 진출했다. 그러한 가운데 사교육 시장이 수천억 대로 팽창하면서 이들은 황금알 노다지를 캐면서 사실상 운동권의 자금줄이 되었다는 것은 정설로 통한다. 

사교육 1세대로 명성을 떨친 대표적 386세대 주자로는 조동기(고려대 85학번) 대표가 있다. 고려대 총학생회 집행위원장 출신인 그는 1993년 강남대일학원의 스타 강사로 명성을 쌓은 뒤 ‘조동기국어논술학원’을 운영했다. 현재 웹툰, 웹소설 제작 유통회사인 ‘이야기뿌리와 나무’를 운영 중이다. 대일학원의 뒤를 이은 ‘학원 재벌’ 메가스터디를 설립한 손주은(서울대 81) 메가스터디 회장도 대표적이다. 서울 강동지역에서 유명한 청산학원은 1980년대 ‘자주민주통일’이란 운동권 조직에서 활동한 박영재(서울대 84) 전 경기방송 대표와 최원극(한국외대 84)씨가 설립했다. 대치동에서 유명했던 ‘유레카논술학원’을 운영했던 장민성(성균관대 84) 씨도 과거 사노맹 사건으로 투옥됐다. 서울대 사회대 학생회장 출신인 위종욱(서울대 86) 씨는 지금도 공단기(공무원단기시험) 스타 강사로 통한다. 

정치권에 입성하기 전에 사교육 시장에서 꽤 이름이 나 있던 정치인들도 있다. 정청래(건국대 85)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 마포 지역에서 ‘스파르타식 교육’으로 명성이 높았던 길잡이학원을 운영했고, 정봉주(한국외대 80) 전 민주당 의원도 외대어학원을 약 10년간 운영한 경험이 있다. 사교육 시장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운동권 출신의 학원은 메가스터디, 비상교육, 조동기 논술학원, 외대어학원, 박정어학원, 유레카논술학원, 청산학원, 대성마이맥, 청솔학원, 스카이에듀학원 등이 있다. 이러한 학원들은 과거 노무현 정부 말기에 코스닥에 우회상장을 하며 돈방석에 앉기도 했다. 

신문규 교육부 기조실장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과 함께 6월 30일 서울 대형 입시전문학원에서 현장 합동 점검을 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2일부터 개설한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에 접수된 사안들을 면밀히 들여다보기 위해 지난 26일부터 대형 입시 전문학원 14곳에 대해 교육청과 현장 합동점검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 연합
신문규 교육부 기조실장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과 함께 6월 30일 서울 대형 입시전문학원에서 현장 합동 점검을 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2일부터 개설한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에 접수된 사안들을 면밀히 들여다보기 위해 지난 26일부터 대형 입시 전문학원 14곳에 대해 교육청과 현장 합동점검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 연합

노무현 정부가 키운 사교육 시장

참여정부 5년간 사교육 관련 업체들이 급성장하는 내수산업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시가총액은  무려 14배로 커졌다. 특히 동네학원 수준이던 사교육업체들이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잇따라 유치했다. 노무현 참여정부 들어 2003년 디지털대성이 상장한 데 이어 2004년 대교, YBM시사닷컴, 메가스터디가 잇따라 기업을 공개했다. 교육주가 테마를 이루면서 주가가 급등해 이들의 총 시가총액은 2002년말 2540억 원에서 2008년 5년간 3조6479억 원으로 불어나 1336.18%나 커졌다. 무려 14배 이상으로 불어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운동권이 진출한 사교육 학원들도 대박이 터지는 상황이 왔다. 특히 SK그룹의 자회사였던 SK커뮤니케이션은 운동권 출신이 경영하는 청솔학원에 500억 규모의 BW 등을 투자해 증시 상장하는 데 기여를 했다. 이러한 가운데 운동권들의 학원은 교과서와 참고서 시장에도 진출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비상교육과 디딤돌넷이었다. 2022년 매출 1700억 원을 달성한 비상교육은 1997년에 ‘비유와 상징’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었으며, 2008년 6월에 증시에 상장했고 이를 계기로 2009년 4월에 명칭을 비상교육으로 변경했다. 비유와 상징을 줄인 것이다. 

창업자 양태회는 고려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운동권 출신으로 국어 과외 및 강사로 활동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1992년 친구 정청래와 함께 마포에서 스파르타식 학원인 길잡이학원을 창업해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1996년 정청래와 갈라서고 학원을 정리한 후 1997년 참고서 출판사 ‘비유와 상징’을 창업했다. ‘비유와 상징’이라는 사명답게, 2000년대 초부터 국어 참고서를 출판하는 신흥 출판사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오돌토돌하게 코팅된 표지와 접착제로 겉표지에 붙어 있다 분리되는 해설/문제집,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손글씨체 주석 등 문제집 디자인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사세가 커지면서 국어 이외의 교과목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고, 교과서 출판 및 에듀테크, 학원, 교육문화체험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이 분야의 최고 부자는 역시 메가스터디의 손주은 대표다. 2004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메가스터디는 시가총액이 2007년 기준 1조4580억 원에 달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러한 교육계 이권 카르텔에는 우리 사회의 학벌 카르텔이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음도 부정하기 어렵다. 이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고시촌의 풍경이다. 최근 고시와 회계사, 각종 자격증 시험 준비생 사이에 ‘학벌 카르텔’이 성행하고 있다. 이른바 스카이(SKY)라 불리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같은 특정 대학 출신들이 함께 공부하고 시험 관련 정보도 나누는 스터디를 꾸리면서 끼리끼리만 뭉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소외된 다른 대학 학생들은 “결국 용 난 데서 용 나는 것 아니겠냐”고 푸념한다. 이런 학벌 카르텔은 지방대 학생들로서는 절망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사교육, 학벌 카르텔 해소가 본질

2007년 7월 9일 세간을 들썩인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 사건’은 우리 사회의 학벌 카르텔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당시 동국대 조교수였던 신 씨가 학력 위조를 통해 교수가 되었다는 것도 충격적이었지만 공금까지 빼돌린 신 씨는 당시 정치권 고위 인사와의 연관성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신정아 게이트라는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비화되었고, 관련된 정치·경제·문화·종교·학계 인사들의 줄 이은 검찰 조사가 시작되었다. 이를 계기로 EBS 간판 강사, 유명 만화가, 연예인, 스님 등 사회적으로 유명한 공인들이 하나둘씩 자신의 거짓 학력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여러 대학과 회사, 기관에서는 검증이 쉽지 않은 해외 학위의 대량 검증 사태가 벌어졌다. 여러 영역의 공인들, 학자들, 전문가들의 학력에 얽힌 은밀한 치부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신 씨는 학벌 위조를 통해 큐레이터, 교수, 칼럼니스트, 예술 감독이라는 사회적 지위를 얻었다. 그리고 막대한 자금까지 축적했다. 신 씨는 학벌을 매개로 하여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철저히 획득하고자 했으며,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학벌 카르텔이 존재하는 한 사교육 이권 카르텔이 쉽게 사라질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요원한 일인지도 모른다.  

586 운동권 사교육 인사들

▲조동기(고려대 85학번, 고대 총학생회 집행위원장이자 전대협 2기, 강남대일학원, 조동기국어논술학원), ▲손주은(서울대 81학번, 노동운동, 손사탐=손선생 사회탐구, 메가스터디) ▲박정(서울대 81학번,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정어학원)이 꼽힌다. 

또 ▲정봉주(외대 80학번, 총학생회장, 전 민주당 국회의원, 외대어학원 원장, 쇠퇴했지만 학교측이 다시 살림) ▲정청래(건국대 85학번,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민통, 89년 美대사관저 방화사건, 길잡이학원, 양태회와 공동운영) ▲양태회(고려대 85학번, 자민통, 비상교육 대표) ▲박영재(서울대 84학번, 자민통, 청산학원) ▲장민성(성균관대 84학번, 사노맹, 청산학원, 유레카논술학원) ▲박홍순(성균관대 82학번, 사노맹, 유레카논술학원, 전 민주노동당 구로갑 후보)이 있다. 또 ▲채광석(성균관대 87학번, 민족문학작가회, 시인, 학림학원) ▲ 한석원(서울대 83학번, 운동권 실형, 대성마이맥) ▲김찬휘(서울대 84학번, 녹색당 공동대표, 대성마이맥) ▲안상종(연세대 83학번, 연대 민민투 위원장, 메가스터디) 등도 유명 인사다. 

또 ▲구논회(충남대 80학번, 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대전 대학학원) ▲이현(서울대, 운동권 출신, 전교조 해직교사, 스카이에듀) ▲황광우(서울대 77학번, 前 민주노동당 중앙연수원장, 플라톤청솔학원 논술강사) 등도 사교육 시장의 유명 인사다. 공무원시험과 공인중개사 대비 학원으로 유명한 '에듀윌'도 고려대 운동권 출신이 설립한 학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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