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보는 세상] 사교육 폭증은 기회균등의 박탈
[데이터로 보는 세상] 사교육 폭증은 기회균등의 박탈
  •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서울대 명예교수 
  • 승인 2023.07.2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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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회복과 교육계 자율권 부여로 창의적 인재 양성해야 

현재 우리나라의 초·중·고등학교 교육정책이 심각하게 잘못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공교육이 전반적으로 하향 평준화되어 있어 제구실을 못하고, 사교육이 극성을 부리면서 사교육비가 급증하고 있어 학부모들에게 막중한 재정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을 살펴보면 아마도 1973년 발표된 혁명적인 ‘교육평준화’ 정책에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정책을 발표할 당시 내세운 이유는 학생들의 공교육 내실화, 사교육비 감축, 학력 격차 해소였다. 그러나 그 이후 50년 동안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온 이 정책은 우리 사회의 공교육 부실, 사교육비 급증, 학력 격차 심화 등을 초래함으로써 대한민국 초·중·고 교육이 전반적으로 나라를 병들게 하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공교육 하향평준화와 기초학력 미달자 급증

중고등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알아 볼 수 있는 자료로 교육부·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22년 6월 14일 발표한 ‘2021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조사 결과가 있다. 이 조사는 중3과 고2에 대하여 매년 실시하는 광범위한 조사로서, 수학 과목의 결과를 살펴보면, 고2 수학 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이 14.2%로 나타나고, 중3 수학에는 기초학력 미달자가 11.6%로 나타나 심각한 수준이다. 고2 학생의 7명 중 1명이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라는 것이다. 이 조사의 상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평가 대상: 전체 학생(중3·고2 학생 총 78만203명)의 약 3%, 2만2297명(448개교)
② 조사 시행일: 2021년 9월 14일
③ 조사 영역: 교과: 국·수·영, 설문: 학교생활 행복도, 정의적 특성, 원격 수업 등
④ 성취 수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네 개의 수준으로 나누며, 4수준(우수학력, 교육과정 목표 도달도 80% 이상), 3수준(보통학력, 도달도 50% 이상∼80% 미만), 2수준(기초학력, 도달도 20% 이상∼50% 미만), 1수준(기초학력 미달, 도달도 20% 미만)으로 평가한다. 즉, 1수준인 기초학력 미달은 교육과정 목표 도달도가 20% 미만으로 수업을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을 말한다. 

지난 10년간(2012∼2021년) 중3과 고2 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비교하면 <표 1>과 같다. 2012년과 2016년 사이에는 중3과 고2 학생을 전수조사했으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표본조사로 바뀌었다. 전반적으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상승하고 있음을 볼 수 있고, 최근인 2020년 이후에는 학업성취도 평가가 시작된 1986년 이후 ‘역대 최대’의 기초학력 미달 수치를 기록했다. 중3 수학은 2018년부터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10%를 초과하고 2020년에는 13.4%까지 도달했고, 고2 수학은 2020년에 13.5%, 2021년에는 14.2%의 최고치를 보여주고 있다. 

교육부와 통계청에서 공동으로 실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2023년 3월 7일 교육부에서 발표했다. 조사는 표본추출 방식으로 약 3000개 학교의 약 7만4000명이었다. 사교육비란 초·중·고 학생들이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 이외에 사적인 필요에 의해 학교 밖에서 받는 보충 교육을 위해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으로 학원, 개인과외, 그룹과외, 방문학습지, 인터넷 및 통신강좌 등의 수강료 지출 비용을 의미한다. 단, 방과후학교, EBS 교재비, 어학연수비 등은 사교육비 범위에 포함되지 않으며 별도 항목으로 조사했다. 

초중고 사교육비 폭증

기간은 2022년 3∼5월 및 7∼9월간 월별 사교육비를 조사한 것으로, 초·중·고 교육비 조사 홈페이지(모바일 웹)에 접속하여 직접 학부모가 입력하는 인터넷(모바일) 조사(필요시 종이 조사 병행)를 한 것이다.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22년 초·중·고 전체 사교육비는 약 26조 원, 사교육 참여율은 78.3%, 주당 참여 시간은 7.2시간으로, 2021년의 사교육비 약 23.4조 원, 참여율 75.5%, 참여 시간 6.7시간보다 각각 10.8%, 2.8% 포인트, 0.5시간 폭증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2022년 전체학생 평균은 41.0만원으로 2021년(36.7만원)에 비해 11.8% 증가했고, 참여학생으로 한정할 경우에는 2022년 참여학생 평균은 52.4만원으로 2021년(48.5만원)보다 7.9% 증가한 것이다. 참여학생을 두 명 기르는 학부모의 경우 매월 평균 100만원 이상의 사교육비가 들어가니 가계의 재정적 부담이 엄청난 것이다. 

사교육의 가파른 증가는 공교육의 부실이 주요 원인이며, 이로 인해 재정적으로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계층에게는 상대적으로 사회와 국가에 대한 반발심과 박탈감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며, 저출산의 하나의 큰 이유가 되고 있다. 

<그림 1>에서는 2021년과 2022년만 비교했는데, 2018년부터 사교육비 증가 추세를 보면 <그림 2>를 얻을 수 있다. 2018년 19조4852억 원이었으나 2022년 25조9538억 원이 되었으니 4년 사이에 33.2%의 폭증인 셈이다. 2020년 잠시 증가가 주춤한 것은 코로나 사태로 학원이 정상 가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에서 소득계층별로 사교육비와 참여율을 비교해 보자. <그림 3>을 보면 2022년 가구 소득수준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에서 고소득층(월소득 800만원 이상)과 저소득층(월소득 300만원 미만)의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지출이 약 3.6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층의 사교육비는 1인당 64.8만 원인 반면, 저소득층은 17.8만 원이다. 참여율에서도 고소득층은 88.1%이고, 저소득층은 57.2%에 지나지 않는다. 공교육이 제구실을 못하는 현실에서는 소위 ‘개천에서 용나기’가 점점 어려워져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는 중·고등학교에서의 공교육이 내실화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저소득층 자녀들이 사교육을 제대로 못 받기 때문에 기초학력 미달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킬러문항’과 ‘이권 카르텔’의 병폐

교육 전문가들은 “학교 내신 성적과 수능을 준비하고자 학원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는 현재의 교육 상황을 끊어야 한다”고 말한다. 2022년 통계청 ‘사교육비 조사’에서 사교육 받는 고교생의 46.9%가 학교 수업을 보충하려고 사교육을 받는다고 답했다. 대입 수시 학생부 전형에서는 ‘석차 9등급’인 상대평가 내신 성적이 중요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학교 시험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즉, 학생들은 학교 시험을 잘 치기 위해 ‘내신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학교는 내신 변별력을 이유로 지나치게 어려운 ‘킬러 문제(초고난도 문제)’를 출제하고는 한다. 이런 문제는 학원에서 선행 학습을 한 학생들이 풀기에 유리할 때가 많기 때문에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수능도 9등급 상대평가 제도로 내신처럼 킬러 문항이나 꼬는 문제가 출제되고는 한다. 

이런 학교 시험이나 수능에서 킬러문항이 등장하는 이유로 대통령실은 “사교육업계와 교육 당국 간 ‘이권 카르텔’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학생들이 학교 공부만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를 교육 기관이 출제하고, 그 때문에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아야만 한다면, 교육 당국과 사교육 학원이 카르텔을 형성하여 공모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주호 교육부총리는 “수능출제위원과 수능전문 대형입시학원이 결탁해 이익을 취하는 이권 카르텔에 엄중 대응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대통령실도 ”사교육산업과 교육당국 간 카르텔은 교육 질서의 왜곡이자 학생들의 기회균등을 깨는 것”, “사교육 시장 이권 카르텔과 관련해 사법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면 그 부분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카르텔 현상이 사실이라면 이는 반드시 제거해야 할 병폐가 아닐 수 없다. 

사교육의 심각성을 인식한 교육부는 6월 26일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했다. 교육부의 사교육비 종합 대책 발표는 9년 만이라고 한다. 이 대책의 골자는 우선 수능, 대입 수시 논설, 고교 내신 시험에서 사교육 없이 풀기 어려운 킬러 문제 출제를 배제한다고 밝히고, 최근 3년간 수능에서 출제된 ‘킬러 예시’ 26개(수학 9개, 국어 7개, 영어 6개, 과학탐구 4개)를 골라 공개했다. 

초·중·고 교육을 혁신하자 

수능 출제 단계에서는 현장 교사들이 참여하는 ‘공정수능출제점검위원회’도 두기로 했다. 다음으로 중·고교에서 방과 후 교과 보충 수업을 활용하고 수준별 EBS 강의 콘텐츠를 확대하고,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에 다양한 체육·예술 학습 활동을 장려한다는 것이다. 또한 유치원에서 유아 영어 학원의 유치원 모방 편법 운영을 금지하고, 영어·한글 등을 가르치는 ‘이음 학기’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사교육 경감 대책’은 옳은 방향으로 설정되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한 초·중·고 교육의 현실을 직시하면 다음과 같이 장기적인 교육의 혁신 방향을 설정하고 인내를 가지고 일관되게 집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정부가 사교육과의 전면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① 공교육 회복으로 사교육 억제·기초학력 미달자 축소

2007년 정부가 사교육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연도별로 사교육을 안 받는 학생을 포함하여,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와 사교육 참여율을 조사하여 보면 <표 2>와 같다.
2020년은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는 첫해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감소하고 사교육 참여율도 감소하였다. 그러나 2021년과 2022년에는 사교육비와 사교육 참여율이 급증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표 2>에서 살펴보면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2016년 사이에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와 사교육 참여율의 증가가 거의 없었다. 이는 이 기간 동안에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운영되었고, 학교 스포츠클럽 활성화 노력도 있었고, 또한 원어민 교사를 뽑아 교실에서 생활영어를 가르치게 한 정책도 효과를 보면서 공교육에서 사교육 기능을 상당 부분 흡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러한 공교육 프로그램들이 상당수가 없어지고, 학교 스포츠클럽 활성화 시도도 지속되지 못하였고, 지속적인 공교육 강화정책이 흔들리면서 다시 사교육비가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사교육비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공교육 기능을 회복하여 사교육 기능을 상당 부분 흡수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충실하게 교과과목을 가르치고,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학교 스포츠클럽도 활성화하고, 원어민 교사를 뽑아 영어 교육도 하는 등 학생들의 다양한 교육 수요를 학교에서 공교육으로 흡수하는 것이 사교육비를 억제하는 좋은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의 질을 높이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특히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저소득층 자녀가 학교에서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어, 기초학력 미달 사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교육비를 줄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② 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 회복

다양성과 창의성을 추구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다양한 기능을 가진 인재를 배출하는 자사고·외고·국제고를 폐지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은 교육제도의 다양성을 축소하는 것으로 잘못된 방향이다. 다행스럽게도 윤석열 정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속을 결정하였으므로 옭은 방향으로 변경된 것이다. 이들 학교는 기초학력 미달자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들이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주장도 근거 없는 것이다. 이들 학교의 학생들은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학원에 거의 다니지 않고 학교에서 대부분의 교육을 받는다. 즉, 이 학교들은 사교육 시장 축소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21년 8월 31일 국회를 통과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보면 사립학교들의 교사 채용권, 교과서 선택권, 사립학교 운영권 등의 자율권을 상당 부분 해당 교육청에 이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런 개정은 결국 사립학교의 특색과 자율성을 빼앗아 가는 것으로, 교육의 질을 높이고 사교육을 줄이는 데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기초학력 미달자를 줄이고 다양한 교육제도를 운영하여 전반적으로 선의의 경쟁을 통하여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매우 바람직하다. 사립학교들이 자율적으로 학교의 특성을 살려가며 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은 중요하다. ‘사립학교법’이 재개정되어야 한다. 

③ 수능은 기초학력 테스트로 하고, 대학에 자율권 줘야

챗GPT에서 봤듯이 AI의 발전은 놀랍고, 우리 사회는 데이터와 AI가 주축이 되는 사회로 변모하고 있다. 이 추세로 발전하면 우리 학생들이 성인이 되어 활동할 20년 후에는 인간의 많은 일을 빅데이터와 AI가 대신하는 사회가 올 것이다. 이 시대에는 인간의 역할은 창의적 활동에 집중될 것이다. 창의 인재를 키우려면 학교가 자유로워야 한다. 중·고등학교와 대학이 자율성을 가지고 스스로 정한 교육철학에 따라 운영해야 한다. 정부는 큰 틀에서 교육 방향을 설정할 수는 있지만, 각 학교의 교육철학과 교육 자율권을 존중해야 한다. 정부는 공표한 교육철학에 따라 각 학교가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지 사후 평가만 하고, 이에 따라 적절히 지원해 주면 된다. 

대학에도 입시 자율권을 줘야 한다. 수능 시험은 창의성 판별에 적합하지 않다. 수능 시험으로 대학 입시의 변별력을 가늠하는 것은 무리이다. 수능 시험은 미국의 SAT 시험처럼 기초학력 테스트에 충실해야 한다. 따라서 수능 시험은 당연히 교과서 범위 내에서 내야 한다. 킬러 문항이 나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못 맞히게 하려고 문제를 비비 꼬아서는 안 된다. 만점자가 많아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작년 수능 응시자 44만7000명 중에 단 3명이 전 과목 만점을 받았다. 그러나 우리 수능에 해당하는 미국의 SAT는 작년에 170만 명이 응시하여 천 명 이상이 만점을 받았다. 응시자의 비율로 따지면 만점자의 비율은 미국이 우리의 100배 이상이다. 미국 SAT가 이렇게 쉬워도 별 문제가 없는 것은 SAT의 역할이 기초학력 테스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수능이 창의력 테스트는 하기 어렵다. 창의력 판별은 정부가 대학을 믿고 대학에 자율권을 주면 된다. 각 대학이 자율성을 가지고 특성에 맞는 학생을 뽑기 시작하면, 수능이 쉬워도 문제 없고, 공교육 왜곡도 줄어들고, 킬러 문제도 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 각 대학이 자기 특성에 맞는 인재를 선발하여 창의력 있는 인재 양성에 몰두한다면 이것이 미래 데이터·AI 경제 시대에 맞는 인재 양성의 길이 될 것이다. 각 대학 입시에서 수능의 비중을 얼마로 할지도 각 대학이 정하거나 대학들이 협의하여 정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경우에 따라 일부 대학이 입시 행정의 신뢰성이 문제될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사후 평가를 통해 고쳐나가는 것이 옳은 길이다. 

④ 학업성취도 평가방식 변경과 평가제도 인정

수년째 기초학력 저하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현재 전체 학생의 3%에 해당하는 표본조사만 하고 있으므로, 누가 기초학력 미달자인지, 어느 학교에 특히 기초학력 미달자가 많은지 모르고 있다. 따라서 기초학력 미달자를 식별하여 이들을 집중적으로 도와주고 싶어도 정보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2017년부터 시작된 표본조사를 폐기하고 다시 전수조사로 돌아가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모든 중3, 고2 학생에게 실시해야 한다. 그러면 어떤 학생이, 어떤 담임선생 반이, 어떤 학교가 기초학력에서 특히 떨어지는가를 정확하게 알 수 있고, 그 개선책도 마련될 것이다. 

교육에서 시험, 경쟁, 서열화는 불가피한 것으로 이를 죄악시하거나 피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2017년부터 과도한 경쟁을 막는다며 학업성취도 평가 축소, 시험 없는 자유 학기제 확대, 초등 1·2학년 받아쓰기 금지 등을 시행했다. 서열화를 막기 위해서라지만, 학교로서는 교육에 적극적으로 임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무(無)시험, 무평가, 무진단, 무대응’은 결국 교육 하향평준화, 공교육 부실, 기초학력 미달자 양산,  사교육비 폭증 등의 결과를 초래하게 했다. 

우리 교육의 고질적인 문제점 중의 하나는 ‘학생 평가 부재’만이 아니다. 학력 저하가 악화되는 마당에 일부 교원 단체들은 교원평가제와 차등성과급을 아예 철폐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교사들의 긴장도가 풀어져 나태해질 수도 있고, 이에 따라 학생들의 학력 저하는 더 심화될 수도 있다. 교원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학생을 가르치고, 학생들은 최소한의 평가를 받아가며 열심히 공부할 때, 그 결과로 우수 인재가 배출될 것이다. 

⑤ 시장적 관점에서 공교육의 경쟁력 키워야 

교육의 수요자는 학생이다. 현재 학교와 교사들은 자동으로 배정되는 학생들을 수요자(즉, 고객)로 여기지 않고 있다. 보다 질 높은 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학생들의 욕구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학원이 더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므로 발생되는 사교육 문제는 공교육이 사교육의 질과 대등하게 경쟁할 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사교육 시장은 더 많은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소위 ‘1타 강사’와 같은 우수한 선생을 영입하고 끊임없이 소위 ‘킬러 문제’와 같은 새로운 문제와 교재를 개발하는 노력을 경주한다. 

따라서 사교육 시장이 제공하고 있는 교육 내용과 그들의 방식을 공교육에서도 접목할 필요가 있다. 즉, 공교육이 사교육과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다. 정부의 일괄적인 ‘입시·교육 독점’ 체제에 대해서도 유연성 있는 변환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근간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이므로, 사교육 문제도 시장경제의 입장에서 풀어나갈 때 실마리가 잡힐 것으로 생각한다. 

국가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과도한 사교육비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이다. 사교육비 경감 대책은 정부가 학원과 하는 전쟁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 전쟁에서 정부가 패배한다면 사교육 문제 해결은 더 어려워질 것이며, 저출산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이번 ‘사교육 경감 대책’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도록 세부 내용을 보다 구체화하고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야 할 것이다. 국민도 비판만을 위한 비판만 하지 말고, 교육의 백년지대계를 위해 정부의 대책이 성공하도록 정부를 밀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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