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글로벌 K-청년이 뜬다
[심층분석] 글로벌 K-청년이 뜬다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3.09.1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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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4일 최근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의 성과물 가운데 하나로 등장한 ‘한미일 청년서밋’은 그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크다. 매년 세 나라 청년 리더들이 모여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기획으로서 그 첫 개최지가 부산으로 결정돼 관심을 끌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래를 책임질 젊은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한국의 청년들이 한미일 연대를 통해 비로소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질서를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한미일 청년서밋’이 한국 청년들에게 성공적이려면 우리가 먼저 명심하고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제3세계를 향한 K-청년들의 해외봉사와 현지 네트워크다. 

2008년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한 캐슬린 스티븐스가 부임 며칠을 앞둔 LA 한인의 한 모임에서 한국어로 자신을 ‘심은경’이라고 유창하게 소개했을 때 참석자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1975년 스물두 살의 캐슬린이 충남 예산을 찾았을 때 그녀는 미국 평화봉사단원이었다. 2년 동안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한국어와 문화를 배웠다.

그녀는 한국을 이해한 첫 여성 주한 미국대사였다. 국내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캐슬린은 “봉사단 경험이 내 인생을 이렇게 바꿔놓을 줄 상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미국대사 임기를 마친 후 워싱턴에서 지한파 외교 인사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지난 대선에서 승리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특별한 기대와 조언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미국의 평화봉사단(Peace corps·1961년 케네디 대통령이 만든 청년 해외봉사 파견·교육제도)이 전 세계에 미친 영향은 막대하다. 그 결과 미국의 영향력 있는 정치 지도자들 가운데 평화봉사단 출신들이 적지 않다.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은 모두 이 평화봉사단을 미국 자신의 상징으로 삼고 있다. 아울러 평화봉사단에 의해 선발되어 미국과 협력을 경험한 개도국들의 청년들은 후에 자국에서도 역시 유력한 인사들이 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제국으로서 미국의 힘은 이렇듯 경제만이 아니라 자국의 가치와 문화를 전 세계에 펼쳤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8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의 로렐 로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정상회의를 하고 있다. /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8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의 로렐 로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정상회의를 하고 있다. / 연합

글로벌 K-청년의 가능성

지난 8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사)태평양아시아협회(회장 김범수)와 배현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공동 개최한 ODA 청년정책 세미나는 대한민국이 바야흐로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세계에 그 리더십을 선포하는 현장임을 직감케 했다.

250여 명의 해외 봉사 청년들이 참석한 이 대회에서 배현진 국회의원은 “2022년 대한민국의 ODA 규모는 약 3조7000억 원으로 세계 16위에 머물러 있다”라며 “윤석열 정부는 올해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국제적 기여를 높이기 위해 ODA 예산을 2조 원 증액하여 역대 최대 규모의 공적개발원조를 의결, 세계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전략적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정부의 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류우익 서울대 명예교수는 제언을 통해 “인류의 역사는 자유를 확대해 온 과정인데 마침 윤석열 대통령이 자유연대를 강조하고 나섰다”라며 “청년 해외봉사활동이 실천적 대안이 될 수 있고 한국 청년들이 자유의 기치를 들고 태평양아시아 지역의 자유연대에 나선 것은 자유통일과 나아가 아시아 대륙의 자유화를 향한 역사 발전에 결정적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범수 태평양아시아협회 회장은 인사말에서 “청년들이 세계시민과 지역개발 전문가로서 새로운 미래와 비전을 발견하기를 바란다”라며 “또한 변화하는 세계 질서 흐름 속에서 자유와 연대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세계 속에 나아가 자유연대의 깃발을 높이 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이날 행사의 의의를 설명했다. 

사단법인 태평양아시아협회(The Pacific Asia Society)는 태평양 아시아 연안국과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선린 우호 증진과 차세대 글로벌리더 양성을 위해 1994년 창립된 민간단체로 KOICA 및 전국 대학교와 협력을 통해 1만1000여 명의 청년들을 해외 20여 개국에 파견해 봉사 및 교류 활동을 펼쳐왔다. 

8월 25일 국회에서 있었던 태평양아시아협회-배현진 국회의원 주최 청년 ODA 정책 세미나
8월 25일 국회에서 있었던 태평양아시아협회-배현진 국회의원 주최 청년 ODA 정책 세미나

우리나라는 1990년 44명의 한국 청년이 네팔·스리랑카·인도네시아·필리핀으로 해외봉사를 떠났다. 2011년부터는 규모가 2400여 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2009년에는 외교부·교육부·미래창조과학부·문화체육관광부·산업통상자원부 등 5개 부처의 7개 봉사단을 통합해 월드프렌즈코리아(World Friends Korea)를 출범시켰다. 

이 덕분에 한국은 봉사단원 파견 규모가 연간 5682명으로, 6818명(2014년 기준)을 파견하는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많은 봉사단을 파견하는 국가가 됐다. 지금까지 총 누적봉사자만 1만2000여 명에 이른다. 

 50~70년대 우리나라는 세계로부터 원조를 받는 나라였다. 6·25전쟁의 상흔으로 고통 받던 한국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게 된 것은 각국에서 몰려든 수많은 자원봉사자의 도움이 컸다. 그중 대표적인 미국 평화봉사단이 한국에서 철수한 것은 1981년이다. 한국의 경제가 나아졌고 더 어려운 다른 나라로 도움의 손길을 줘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리고 9년 후 한국이 해외로 봉사단원을 파견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정부 주도 기준, 61년)·일본(65년)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매우 늦은 출발이었지만 정부 차원의 해외봉사단원 규모로 한국은 지난해 세계 2위에 올랐다. 봉사 영역과 목적도 ▶빈곤 퇴치 ▶기초 교육 ▶양성 평등 ▶아동 보호 ▶질병 퇴치 ▶환경 개선 ▶기술 전수 등 다양해지고 있다. 

해외봉사와 관련해 공적개발원조(ODA)는 매우 중요한 연계 고리가 된다. 

공적개발원조(ODA)와 해외 자원봉사활동은 장기적 안목에서 국가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세계 속에서 존경받는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최적의 수단이고 미래지향적인 인적자원 투자라는 점에서다.

특히 해외 자원봉사활동은 우리나라의 근대화 과정에서 왜곡된 국가주의와 단일 민족주의의 폐쇄성을 극복하고 다민족, 다문화 상황 속에서 한국인과 한국 사회를 뒤돌아 보게 할 뿐 아니라, 우리나라가 경험한 귀중한 개발 경험을 개발도상국과 공유함으로써 개발도상국과의 광범위한 풀뿌리 국제 연대를 형성하는 데도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이와 관련 이태주 한성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자원봉사의 사회 경제적 영향력은 경제적 효과를 훨씬 뛰어 넘는 것’임을 강조한다. 이태주 교수는 자원봉사활동이 시민의 참여와 사회적 포용성을 높여줄 뿐 아니라 공동체에 대한 귀속감과 책임성을 창출하는 효과가 지대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국제 자원봉사활동은 세계가 안고 있는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수단이기도 하며, 사회변혁과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점을 자신의 연구 논문을 통해 입증하고 있다. 

ODA, 청년 해외 진출과 연계돼야
 
2018년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연구보고서 ‘ODA사업 및 해외인턴십 프로그램과 해외 취업 사업간 연계 방안 연구’에 의하면 ODA사업이 청년들의 해외취업에 직접적인 연결은 되지 못했지만 이에 참여한 이들은 해외파견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현지 언어습득, 사전 준비 및 유관 전공 선택, 도전정신 등을 해외취업의 주요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또한 현지에서의 비전과 직무적합성 등 개인측면의 마음과 도전적 의식, 의욕이 성공으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밖에 진출국에서 서로에 대한 소통과 유대관계 형성이 현지 적응과 만족할 결과를 이끌어 내는 데 유용하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ODA는 한국 청년들이 해외로 진출해서 취업과 현지 전문가로 성장하는 데 유용한 정책 수단임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보고서는 ODA 분야 인력양성을 위한 월드프렌즈 NGO 봉사단 사업과 연계하여 취업으로 연결되는 지원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봉사단 활동을 통해 축적한 현지 지역정보와 문화적·언어적 이해 능력은 국내 민간단체 및 국제기구뿐 아니라 현지 기업 취업에서 큰 메리트로 작용될 수 있다. 봉사단원이 계약 종료 후 정규직 채용으로 연결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이를 위해 정규직 채용을 하고자 하는 단체 및 현지 기업에 재정적 지원제도도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를 위해 ODA사업과 연계될 수 있는 민간 단체들과 기업들 간의 긴밀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지 보고에 의하면 네팔에서는 보건의료 관련 ODA사업과 한식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탄자니아의 경우, 1차 산업과 2차 산업 간의 경계에 놓여 있으며, 생활용품(가전 등), 농축산업, 수리전문서비스 등을 유망산업으로 언급하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만, 창업을 위해서는 정치와 투자법에 대한 지식이 요구되며,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며 베트남의 문화와 언어를 습득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다.

몽골의 경우,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운 환경이며, 의학 관련 자격증과 같이 개도국에서 널리 활용할 수 있는 자격증 이외에는 취업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응답했다. 스리랑카는 한국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많은 국가이나, 한인사회와의 관련 업무가 많지 않아 취업과는 잘 연계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윤 대통령 “내년초 부산서 한미일 청년서밋 개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21일 “한미일 3국의 청년 리더들이 함께 모여 글로벌 리더십 역량을 개발하고 연대를 강화하는 ‘한미일 청년 서밋(정상회담)’이 신설된다”며 “내년 초 부산에서 1차 회의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을지연습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한미일 3국의 경제협력과 인적 교류 증진은 대한민국의 미래성장동력 확보와 양질의 고소득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미래 글로벌 리더를 꿈꾸는 청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미일 정상은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청년 서밋 신설에 합의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한미일 외교당국은 내달 실무협의를 갖고 한미일 청년 서밋 개최와 관련해 회의 의제와 참석자 규모, 구체적인 시기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내년 부산에서 열리는 청년 서밋이 첫 번째 행사인 만큼 윤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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