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새만금 잼버리 파행’  책임, 집행 예산에 보인다
[심층분석] ‘새만금 잼버리 파행’  책임, 집행 예산에 보인다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4.01.0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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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잼버리’가 우여곡절 끝에 끝나고 감사원이 감사를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전라북도는 잼버리 파행의 책임이 전라북도와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여성가족부와 행정안전부 등 현재 정부에 있다며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새만금 잼버리 사태를 지켜본 언론계에서는 관련 예산 집행의 주체와 사용 내역을 보면 책임 소재를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7년 8월 전북 새만금 간척지가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개최지로 선정된 뒤 이 행사에 들어간 예산은 고무줄 같다. 언론과 국회의원들이 파악한 본 예산은 1171억 원이다. 여기에 특별교부세 등을 더하면 1400억 원 가량으로 추산했다. 

태풍 카눈이 지나간 8월 11일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열렸던 전북 부안군 야영지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겼다. / 연합
태풍 카눈이 지나간 8월 11일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열렸던 전북 부안군 야영지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겼다. / 연합

일단 잼버리 본 예산은 1171억 원이었다. 이 가운데 운영비는 740억 원이었다.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인건비 등 운영비로 84억 원을 집행했고 사업비로 656억 원을 집행했다. 이 가운데 참가자 급식 및 운영요원 식당 운영 121억 원, 과정활동 프로그램 운영 등에 63억 원이 들어갔다는 게 조직위의 해명이었다. 이밖에 화장실 청소에 4500만 원, 해충 방역비 5억 원을 포함해 총 15억 원을 청소비용으로 썼고, 그늘막 설치에 1억8000만 원을 썼다는 게 조직위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국민들이 본 잼버리 상황을 보면 과연 저 돈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는 평가만 나온다. 국민들은 잼버리 본 예산 집행도 문제지만 전라북도가 잼버리를 명분으로 앞세워 사회간접자본(SOC)을 짓는 데 얼마나 썼는지를 궁금해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지금까지 나오는 추정치는 2조6000억 원과 10조8000억 원이다. 

새만금 개발에 쓴 돈 2조6000억 아니면 10조8000억?

새만금 잼버리 파행이 알려진 뒤 전직 방송인이 SNS를 통해 “전라북도가 잼버리를 앞세워 해먹은 돈이 최소 2조6000억 원”이라는 주장을 폈다. 2018년 5월 소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MBC에서 해고당한 최대현 전 앵커는 “핵심은 돈이고 원흉은 전라북도와 정치인”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전라북도는 잼버리 개최를 이유로 다양한 대형토목공사를 진행했다. 잼버리 개최 직전 개통한 새만금 고속도로에는 4239억 원이 들었다. 전라북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새만금 고속도로와 잇는 다른 지역 도로를 1조1239억 원을 들여 건설할 준비 중이다. 

잼버리 야영지 매립공사에 2000억 원 이상이 들었고, 또 2028년까지 완공한다는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예산으로 8077억 원을 올해 타냈다. 여기에 잼버리 본 예산 1171억 원 등을 더하면 총액은 2조6000억 원에 이른다는 것이 최 전 앵커의 지적이었다. 

지난 8월 7일에는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회의 이후 기자들을 만난 강민국 수석대변인이 “새만금 잼버리 예산을 파악해보니 간접 사업비가 약 10조8015억 원이나 됐다”고 밝혔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새만금 잼버리 본 예산 1171억 원 외에 잼버리 부지 매립비는 2150억 원, 새만금 고속도로 4239억 원, 고속도로와 연결하는 지역도로 1조1293억 원 외에 문재인 정부가 2019년 1월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 집어넣어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한 새만금 국제공항(8077억 원)에다 새만금 신항만(3조2476억 원), 새만금-전주 고속도로(1조9241억 원), 새만금 항만 인입 철도(1조3282억 원) 예산까지 포함돼 있었다. 

국민의힘은 “잼버리 본 예산 1171억 원의 실제 집행을 결정한 것은 전라북도이고, 잼버리를 내세워 새만금 개발 사업에 골몰한 것도 전라북도이니 전라북도에 대한 특별감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주장하고 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를 포함해 전라북도 관계자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을 비난하지만 전라북도는 2018년 7월 새만금이 세계 잼버리 개최지로 결정된 뒤 잼버리 유치 이유가 새만금 개발 사업이라는 점을 대놓고 홍보했다. 

지난 8월 7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전라북도는 2018년 발간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유치활동 보고서’에서 “2010년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된 이후 전라북도는 새만금 개발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했으나 당초 2020년까지 계획된 사회간접자본 건설 등이 더디게 추진되고 있다”며 “이에 전북도는 국제공항 건설 및 사회간접자본 구축 등 새만금 내부 개발에 박차를 가할 명분이 필요했다”고 새만금 잼버리 유치 이유를 당당히 밝혔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지적한 ‘잼버리 앞세운 새만금 사업 예산’은 당초 전라북도가 시행하려던 사업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2018년 8월 전북의 한 지역매체 보도에 따르면, 새만금 잼버리 유치에 성공한 전라북도는 총 34개 사업에 20조7600억 원이 필요하다며 문재인 정부에 손을 내밀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8월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파행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은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연합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8월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파행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은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연합

2017년 8월 매일건설신문 등에 따르면, 전라북도는 행정부지사 주재로 간부 회의를 열고 ‘잼버리 관련 국가예산 확보 주요사업 리스트’를 공개했다. 전라북도가 ‘잼버리 관련 사업’이라고 주장한 것들은 대략 이랬다. 

새만금 관광레저용지 기반 조성,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새만금 신항만 건설, 새만금-대야 간 철도 건설, 전주역 리모델링,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건설, 새만금 내 동서남북 도로 건설, 새만금 전망타워 건설, 새만금 박물관 건립, 전주 전라도 새천년 공원 조성, 익산 미륵사지 관광지 조성, 진안 부귀산 별빛고원 조성, 전북 정읍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 조성, 김제 용지 축산단지 매입 등이었다. 

전라북도 관계자들은 이런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 뒤 “기획재정부가 2018년 국가예산에 반영한(새만금 개발) 관련 사업비는 5930억 원에 불과하다”며 관련 예산을 7113억 원으로 편성하고 중앙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국민의힘이 밝힌 10조8015억 원은 이 사업 가운데 지금까지 중앙 정부로부터 예산을 확보했거나 곧 확보할 사업들이다. 그대로 놔뒀다면 얼마나 많은 혈세가 전라북도와 새만금에 투입됐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혈세가 그나마 제대로 쓰였다면 모르겠지만 돈이 어디론가 샌 게 아닌지 의심하게 만드는 사업 결과다. 대표적인 것이 2150억 원을 썼다는 잼버리 야영지 매립공사다. 

문재인 정부와 전라북도, 새만금개발청 등은 2017년 12월부터 잼버리 부지 매립공사를 추진했다. 하지만 2년 정도를 그냥 흘려보낸 뒤 2019년 12월 잼버리 매립공사를 발주했다. 2022년 완공까지는 시일이 촉박했다. 전라북도는 매립공사가 끝나면 갯벌은 사라지고 관광레저단지용 부지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와 전라북도는 2021년 10월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김제·부안)은 “(잼버리 야영지) 부지 매립 공정이 88%에 달한다”며 자랑했다. 하지만 지역 매체와 현장 공무원들은 그 후로 “비만 오면 매립한 야영지에 물이 고여 빠지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특히 지역 매체는 지난해 7월, 10월, 올해 3월과 7월에 “매립지 상태가 대단히 나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전라북도나 여성가족부 등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준비가 잘 돼 간다”며 경고를 외면했다. 

2020년 12월 1일 송하진 당시 전북도지사는 새만금 잼버리 예산으로 864억 원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부지 내 상·하수도 시설, 전기·통신 시설, 그늘 조성 등 기반 시설 조성에 쓸 예산이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 잼버리 참가자들이 접한 것은 상·하수도가 갖춰지지 않은 야영지, 사실상 없는 전기·통신 시설, 그늘이었다. 심지어 약 500억 원을 들여 짓고 있는 ‘새만금 잼버리 메인 센터’는 내년에 준공할 예정이다. 

새만금 잼버리 본 예산도 이해가 가지 않는 곳에 쓰인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8월 7일 중앙일보는 “지난 8년간 새만금 잼버리를 명목으로 관계 기관 공무원들이 99번의 해외 출장을 다녀온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해외출장을 간 기관은 전라북도가 55회, 부안군 25회, 새만금개발청 12회로 지역 기관이 92회를, 여성가족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각각 5회와 2회를 다녀왔다. 
앞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지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예산 집행 내역만 봐도 잼버리 파행의 근본적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전라북도와 여가부는 책임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북, 2018년 “새만금 잼버리 성공 위해 20조7600억 원 필요”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잼버리 파행으로 참가자들이 극심한 고통을 받던 지난 8월 4일 기자들에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는 세계스카우트 연맹이 기본적으로 주체이며 전라북도는 지원하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새만금에서 하겠다는 것도 한국스카우트연맹이 정하고 유치활동을 했다”고 강조했다. 지역 매체에서 2018년 7월 이후에 나온 보도를 부인하고 모든 책임을 스카우트연맹에 돌린 셈이다. 

결국 정부 중앙부처와 다른 지자체, 종교계, 삼성, LG, 현대차 등 대기업까지 나서 잼버리 파행을 수습했다. 하지만 전라북도와 그 산하 기초지자체 관계자들은 자신들에게는 잼버리 파행의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잼버리가 끝난 뒤인 지난 8월 14일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개최지 도지사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마음의 상처를 입은 국민께도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하고서도 “지금껏 전북은 개최지로서 짊어져야 할 짐을 마다하지 않았다. 전북이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에 따른 책임도 지겠다”고 큰 소리를 쳤다. 

김 지사는 이어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에서 지원을 요청하면 적극적으로 도우려 했고, 잼버리 성공을 위해 네 일 내 일이 따로 없다고 생각하고 조직위에서 하지 않은 일들도 별도의 예산을 편성해 사업을 진행해 왔다”고 주장하면서 “잼버리를 통해 새만금의 사회간접자본을 구축하려 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잡아뗐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김관영 지사의 주장을 옹호하면서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현 정부에 뒤집어 씌우려 하고 있다. 지난 8월 16일 민주당 소속 전라북도 지역구인 김성주, 김수흥, 김윤덕, 신영대, 안호영, 윤준병, 이원택, 한병도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반성과 사과 없이 전 정권과 전북을 탓하며 (새만금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후안무치한 행태를 보인다”고 윤석열 정부를 비난했다. 

이들은 “이번 (잼버리) 대회 파행은 윤석열 정부의 무관심과 준비 부족, 컨트롤타워 부재로 인한 초기 대응 실패가 본질이다.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무개념, 무책임을 보여주는 결정판이었다”며 “어떻게 이것이 전북 책임이냐”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새만금과 전북, 180만 명의 전북도민은 윤석열 정부가 망친 세계 잼버리의 가장 큰 피해자”라며 “파행 원인을 철저히 밝히기 위해 국정조사를 포함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민주당은 새만금 잼버리 파행과 관련해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감사원 감사에 반대하고 있다. 국정조사의 경우 다수당인 민주당이 주도할 수 있고, 형사처벌을 반드시 받는 것은 아니다. 반면 감사원 감사는 문제가 적발될 경우 형사처벌과 징계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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