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철수한 이후 권력을 장악한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에는 여러 차례의 군사적 충돌이 있었다. 무력 충돌이 발생할 때마다 양측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대부분 이스라엘 의도대로 분쟁을 종결지을 수 있었다. 그것은 이스라엘이 막강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가자지역 내에서 활동하는 하마스 조직원들에 대한 관리와 사전 대비가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무력 충돌은 분쟁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었으며 급기야 이스라엘은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하마스는 5000발 이상의 로켓포(다련장포, 방사포, 구 소련에서 개발한 B-11/21계열로 추정) 탄을 발사하고 이어 고속정과 동력행글라이더 등으로 특수전부대를 침투시켰다. 보도에 의하면 땅굴로 침투한 부대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라엘로 침투한 하마스 특수전부대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무차별 학살을 하고, 여성과 어린이 등을 납치했으며, 심지어 유아와 어린이까지 참수하고 불태웠다. 2006년 이후 분쟁에서 사망자 2,3천 명을 포함하여 사상자가 1만 명 내외였던 반면, 이번 전쟁은 사망자가 이미 수천 명을 넘은 것으로 전해진다. 부상자와 납치된 인원을 모두 합치면 이미 2012년과 2021년 분쟁 당시의 사상자 수를 훨씬 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모사드는 장전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방사포의 사격준비를 식별하지 못했고, 해상과 공중으로 특수전부대가 침투하는 것을 탐지하지 못했으며, 중장비를 이용해 가자지구 방벽을 허무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또한, 침투용 땅굴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가자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장벽에 설치했던 각종 감시 장비가 하마스의 드론 공격으로 사전에 파괴된 것이 직접적 원인이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무능, 나태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자지구 내에 이스라엘은 많은 모사드 요원을 파견하여 정보를 수집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모사드 요원이 정상적으로 활동을 했더라면 드론 개발 및 훈련, 특수전부대의 훈련, 감시장비 파괴, 하마스 지휘부의 활동과 의도 등에 관해 파악이 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볼 때 가자지구 내에 모사드 요원의 활동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우리나라도 도입을 검토했던 아이언 돔이 정상적으로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거나 순식간에 날아오는 로켓포탄을 모두 방어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아이언 돔은 구축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이스라엘도 충분한 전력을 구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은 적의 활동을 전혀 알지 못했으니 대응이 불가능한 것은 당연하다. 이스라엘의 치명적 과오는 정보의 실패이다. 이스라엘은 1973년 4차 중동전 이후 50년 만에 공식적으로 전쟁을 선포하고 처절한 응징·보복을 천명했으나 이미 많은 국민들이 사상되었으며, 많은 시설물이 파괴되고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었다.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첫째, 정보의 중요성이다. 이번 사태가 과거 분쟁보다 피해가 큰 것은 정보의 실패로 기습을 당했기 때문이다. 가자지구 주변은 CCTV 등 각종 감시장비가 무수히 설치되어 있었으나 사전에 제거되었고, 가자지구 내에 모사드 요원이 활동한 것으로 추정되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도 철책에 많은 CCTV가 설치되어 있고, 점차 과학화 경계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이스라엘의 모사드와 같은 역할을 하는 대북 HUMINT는 과거에 비해 많이 축소되었으며, 그 능력도 많이 저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 특수전부대의 위협이다. 이스라엘의 사상자와 납치자는 대부분 하마스 특수부대원들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현재 약 20만 명의 특수전부대와 공기부양정, AN-2기, 산악자전거 등 다양한 침투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침투용 땅굴도 다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이스라엘의 인명 피해와 인질 피랍은 대부분 하마스 특수전부대 소행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남침한다면 최소한 10만 명 이상의 특수전부대가 침투할 것이고 이들에 의해 상상을 초월한 만행이 자행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하마스보다 수십 배의 방사포 보유
셋째, 로켓포(다련장포, 방사포)의 위력이다. 하마스는 순식간에 5000여 발의 로켓포탄을 이스라엘로 발사했다. 방사포는 한 번 장전으로 문당 20~40발의 포탄을 1분 이내에 발사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이 포탄에 의해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2021년 분쟁 시에는 아이언 돔에 의해 90% 이상이 격추된 것으로 평가되나 이번 분쟁에서는 격추율이 훨씬 저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북한은 이보다 수십 배 많은 방사포를 보유하고 있다. 대대급 이상부터 다양한 구경과 사거리의 방사포를 보유하고 있으며, 북한이 보유한 수백 문의 중·장거리 방사포는 수도권 북부 인구밀집지역 수도권 전역 공격이 가능하여 최초 1분 이내에 수십 개의 원하는 지역을 초토화 시킬 수 있다.
넷째, 전쟁 억제에 대한 중요성이다. 이스라엘은 사상 유래 없는 응징·보복을 천명하고 있으나 이미 많은 시설물이 파괴되고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북한은 한 시간 내에 수도권을 포함한 접적지역에 수십만 발의 포탄을 투발할 것이다.
상상할 수 없는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보복이라는 신뢰를 아랍권 국가에 줌으로써 국가안보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2005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철수한 후 여러 차례의 분쟁이 있었지만 이스라엘은 과거와 같이 수십 배로 응징·보복한다는 신뢰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것이 하마스의 오판에 작용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전 이후 지금까지 북한에 응징·보복이라는 신뢰를 한번도 주지 못했다. 하마스보다 북한의 오판과 무력도발 가능성이 훨씬 높고 대한민국이 더 불안하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전황 공보의 중요성이다. 이스라엘은 피해 현황을 실시간대로 영상으로 발표했다. 하마스의 잔인성, 비인간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으며,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하마스를 비난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국제사회로부터 전쟁의 명분을 얻었고, 향후 처절한 보복을 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비난은 받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 5년을 거치면서 대한민국의 국방력은 많이 약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금은 원상을 회복하는 전환기에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반면교사하여 확고한 국가안보태세가 갖춰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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