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북한의 대남 기습공격 대비해야
[심층분석] 북한의 대남 기습공격 대비해야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4.01.1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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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7일 새벽(이하 현지시각) 가자지구 무장세력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쪽 국경과 서쪽 해안을 통해 기습 공격을 자행했다. 지금도 이어지는 전쟁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하마스의 ‘비대칭 전력’ 사용 방법이다. 전문가들이 “북한이 하마스에 방법을 전수한 것 같다”고 한 것처럼 북한의 대남 기습 때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많다. 다만 하마스의 키부츠 습격이나 네게브 사막 음악축제 습격은 우리나라 현실에 맞춰서 생각해야 한다. 

하마스 무장세력에게 점령된 가자지구 인근 이스라엘 군기지에서 탈취한 이스라엘 군용 차량 위에 올라탄 팔레스타인 주민들. / 연합
하마스 무장세력에게 점령된 가자지구 인근 이스라엘 군기지에서 탈취한 이스라엘 군용 차량 위에 올라탄 팔레스타인 주민들. / 연합

레이더에 잘 걸리지 않는 저가 침투 수단 패러글라이더와 제트스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습격할 때 사용한 수단 가운데 세 가지가 눈길을 끈다. 동력 사용 패러글라이더와 제트스키, 불도저를 앞세운 픽업트럭, 오토바이다. 하마스는 동력 사용 패러글라이더를 2인승으로 개조한 뒤 저공 침투를 했다. 패러글라이더를 조종하는 하마스 대원 뒤에 탄 대원은 땅으로 내려오며 기관총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무차별 사살했다. 

하마스가 사용한 동력 패러글라이딩은 초경량 비행기보다 레이더 피탐 면적이 적어 저공으로 날면 대공 레이더에 잘 걸리지 않는다. 게다가 속도도 느려 레이더로 보면 새떼로 오인하기 쉽다. 게다가 헬기나 수송기와 비교하면 소음도 훨씬 적다. 이스라엘이 침투를 허용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한편 하마스 대원들은 서쪽 지중해를 통해서도 침투했다. 수단은 제트스키였다. 제트스키를 탄 하마스 대원들은 해안은 물론 작은 항구로도 침투해 민간인을 공격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해상 침투를 막기 위해 2018년 지중해와 접한 해안에 3중의 장벽을 세웠다. 해저에는 방파제 형태의 벽을 세우고, 그 위에 돌 벽을 세운 뒤 다시 그 위에 철조망을 설치하는 형식이었다. 하마스의 수중 침투와 고무보트 침투를 막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앞쪽에서 물을 흡입해 뿜어내는 제트스키는 수면 위에 별도의 장애물이 없으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이런 장점을 활용할 경우 제트스키는 은밀한 침투에 효과적임이 이미 증명됐다. 지난 8월 16일 중국인이 산둥성 웨이하이에서 제트스키를 타고 인천 송도 갯벌로 몰래 들어왔다가 붙잡혔다. 지난 10월 4일에는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HUR)이 텔레그램에 특수부대 대원들이 제트스키에 나눠 타고 크림반도에 침투해 러시아군을 기습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네게브 사막에서 열린 음악 축제 현장에는 하마스 공수부대가 침투했다. 이들은 군용 낙하산이 아닌 형형색색의 레저용 패러글라이딩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다. 이스라엘 영공에서 낙하한 게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밀집 거주지가 아닌 네게브 사막 상공에서 낙하를 하면 이스라엘군 레이더가 이를 제대로 포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렇게 사막에 낙하한 하마스 대원들은 음악 축제 참가자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생존자들을 납치했다. 

하마스 대원이 가자 지구와 접한 남쪽 키부츠와 정착촌을 습격할 때 사용한 불도저는 이스라엘군이 만든 장벽과 철조망을 무력화했다. 불도저에 달린 삽은 이스라엘군과 국경 경찰의 소총탄을 무력화할 수 있었다. 이렇게 장벽과 철조망을 무너뜨린 하마스 대원들은 픽업트럭의 짐칸에 타고 정착촌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살해했다. 피해자 가운데는 영유아도 있었다. 

하마스와 정착촌 주민들이 SNS에 올린 영상을 보면 하마스 대원들은 픽업트럭을 타고 다니며 지나가는 사람과 차량에 무차별 총격을 했다. 또한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을 발견하면 주차된 차에 불을 지른 뒤 공동현관을 막았다. 아파트로 불이 옮겨 붙으면서 발생하는 유독가스 때문에 탈출하려는 주민들이 보이면 총격을 가했다. 

픽업트럭이 정착촌 곳곳을 습격할 때 다른 하마스 대원들은 2인 1조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도로와 키부츠에서 민간인을 살해했다. 오토바이는 빠른 기동과 함께 RPG 같은 무기를 갖고 다닐 때의 신체적 부담을 크게 덜어줬다. 그 덕분에 하마스 대원들은 빠른 속도로 이스라엘 정착촌을 휘젓고 다니며 도로 곳곳에서 민간인 차량을 공격할 수 있었다. 

지난 15일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사살한 하마스 대원에게서 수거한 바디캠 속 영상을 보면 하마스 대원들이 어떻게 오토바이로 이스라엘 민간인을 ‘사냥’하고 다녔는지 알 수 있다. 이들은 오토바이로 신속하게 이동한 뒤 키부츠 등 정착촌의 민가로 쳐들어가 앞문과 후문으로 나뉘어 공격하는 양상을 보였다. 

조선중앙TV는 지난 2월 9일 전날 밤 열린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녹화중계했다. 사진은 북한 특수부대가 카메라 달린 헬멧을 착용한 모습. / 연합
조선중앙TV는 지난 2월 9일 전날 밤 열린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녹화중계했다. 사진은 북한 특수부대가 카메라 달린 헬멧을 착용한 모습. / 연합

하마스의 대량 로켓·미사일 공격은 김정일 공격교리와 유사

하마스 기습 공격의 시작은 5000발 이상의 로켓과 미사일이었다. 북한과 이란 등에서 수입한 고가의 미사일은 물론 한 발을 제작하는 데 200~300달러에 불과한 카삼 로켓 등을 섞어 무차별 발사했다. 

하마스 로켓을 요격해 왔던 이스라엘군의 아이언돔은 발사대 하나에 20발의 타미르 미사일을 장착한다. 미사일 1발 가격이 약 5만 달러(약 6700만 원)라는 비용적 문제도 있고, 포대를 너무 촘촘하게 배치하면 레이더파 간섭, 사격통제 문제 등이 생기기 때문에 이스라엘도 수천 발의 로켓을 동시에 막을 정도의 아이언돔을 장비하는 데는 물리적·재정적 한계가 있다. 여기에 최소 5000발, 최대 7000발의 로켓과 미사일을 쏘았으니 막을 수 없었다. 

하마스의 이런 로켓·미사일 공격 교리는 군사목표만을 정밀 타격하는 게 아닌 “누가 맞든 이스라엘인이 맞으면 된다”는 것이다. 냉전이 끝난 뒤에도 이런 공격 교리를 사용했던 것이 북한이다. 북한은 과거 김정일이 스커드 미사일과 노동 미사일을 개발할 때 개발진이 정확도 문제를 제기하자 “울산에 떨어지든 포항에 떨어지든 맞아 죽는 건 남조선 사람이다”라고 답하며 그대로 개발을 강행하라고 지시했다. 즉 이런 식의 로켓·미사일 공격은 대량살상이 목적이다. 

하마스에 전술 가르친 북한군…실제 대남 기습 공격 가능성 높아

기습 공격 과정에서 민간인 학살·납치는 물론 영·유아 살해와 납치, 여성과 어린이 참수 등의 전쟁범죄가 드러나자 하마스는 “민간인을 목표로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미사일 공격부터가 민간인 대량 살상을 위한 것이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서 드러난 행태를 두고 국내에서는 “북한도 유사한 전술을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하며 국방부에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2016년 12월 청와대 모형 건물을 만들어 놓고 기습 공격하는 훈련 영상을 공개했고, 2017년 9월에는 패러글라이더 등을 사용해 용산 한미연합사령부를 기습 공격하는 훈련을 반복적으로 실시한 사실이 한미 정보당국에 포착되기도 했다.

북한이 공개하거나 실시한 훈련만 보면 하마스와 비슷할 것 같지만 하마스에 땅굴을 물론 이번과 같은 ‘비대칭 전력’을 사용한 기습 공격을 전수한 북한의 공격 수단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다양하다. 게다가 북한은 대남 기습 때 하마스가 사용한 수단을 다른 형태로 사용할 가능성이 더 높다. 

예를 들어 패러글라이딩 습격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대도시 스포츠 경기장이나 공연장, 공원, 박물관 등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군이 패러글라이딩이나 헬기를 사용해 판교, 광교, 동탄, 송도, 운정, 교산, 왕숙, 대장, 창릉, 검단, 고덕 등 수도권 신도시에 침투해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이나 도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무차별 학살할 경우 우리 군이 대응하기도 전에 공권력이 마비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이미 3국을 통해 위장 침투해 있는 간첩까지 설치면 수도권 신도시 전체가 ‘가자 지구’처럼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제트스키는 동해안은 물론 서해안과 서울 도심 공격까지 가능하다. 북한은 비공식적으로 중국에서 고속정과 침투 모선을 정박할 항만을 빌려 쓰고 있다. 이곳을 기지로 해서 서해안 해안가에 놀러온 사람들을 무차별 학살할 수 있다. 또한 강원도 동해안에서는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을 무차별 공격할 수 있다. 

가장 위험한 건 서울이다. 이스라엘 네게브 사막 음악 축제 당시 하늘에서 떨어지는 알록달록한 낙하산이 하마스 대원일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마찬가지로 한강 하구로 침투하는 제트스키가 북한군 공격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렇게 침투하면 한강 고수부지에 놀러온 시민들을 무차별 살해하고 납치할 수 있다. 휴전선 일대에 건설해 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땅굴은 오토바이 침투 경로로 사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산악용 오토바이는 서부 전선에서 우리 군의 방어망을 뚫고 88도로나 강변북로로 침투하는 데 상당히 유용할 수 있다. 

북한군이 대남 기습공격을 할 때 픽업트럭은 가져올 필요가 없다. 경기도와 강원도 북부까지 흔하게 구할 수 있는 게 차량이다. 픽업트럭은 물론 덤프트럭이나 컨테이너 트레일러까지 침투한 뒤에 빼앗아 사용하면 된다. 특히 불도저나 포크레인 같은 중장비는 후방의 지역사단이나 동원사단 병력이 가진 소화기만으로는 제압이 어렵다. 

북한이 사용할 수 있는 대남공격 무기 중 드론도 있다. 북한은 냉전 시절 소련에서 입수한 고속 무인표적기를 자살공격기로 개조한 것을 시작으로 드론 개발과 배치에 심혈을 기울였다. 현재는 1000대 이상의 드론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26일 일어난 북한 드론 침입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 북한이 드론으로 무차별 자폭공격을 하는 일은 충분히 상상 가능한 일이다. 

한국 전쟁수행능력 무너뜨리려 ‘무차별 테러’ 자행 가능성 커

게다가 북한은 우리나라에 침투한 뒤 도로를 따라 설치돼 있는 전력망과 도시가스 공급망, 주유소 등을 무차별 파괴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유사시 피란을 가려는 민간인들을 패닉 상태에 빠뜨리게 될 것이고 “집에 머물라”는 정부 지시를 따르지 않도록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보다 극단적인 상상도 가능하다. 북한의 대남 기습공격에 맞춰 어떤 북한의 우방국이 ‘여객기 위장 납치 사건’을 동시다발적으로 일으켜,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등 국내 여러 공항으로 향한다면, 서류상으로만 승객이 타고 있는 ‘위장 9·11테러’도 일으킬 수 있다. 

연료를 가득 채운 민간 여객기가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김해공항, 청주공항 등과 함께 평택, 용산 등을 노리고 달려들 때 과연 한미연합군은 전 세계적인 비난을 감수하고 공중에서 격추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면, ‘비대칭 전력’을 사용한 북한의 대남 기습 공격 수단은 무궁무진하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다. 

북한이 우리나라를 공격할 때 사용할 로켓·미사일 또한 하마스와는 비교가 안 된다. 수백 발의 초대형 조종방사포와 KN시리즈 단거리 탄도미사일, 1시간 동안 수천 발을 쏘아 댈 340여 문의 방사포와 170mm 자행포(자주포) 외에도 북한은 800발 이상의 구형 스커드 미사일과 노동 미사일을 배치해 놓고 있다. 

하마스와는 달리 초대형 조종방사포와 KN시리즈 단거리 탄도미사일, 스커드 미사일과 노동미사일은 제주도를 포함한 한반도 전역은 물론 일본 규슈 지역까지 타격이 가능하다. 한미연합군과 주일미군, 일본 해상자위대까지 끌어들인다고 해도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스커드 미사일, 노동미사일까지만 대응이 겨우 가능하다. 구형 방사포와 자행포, 초대형 조종방사포까지 대응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이밖에 우려되는 점은 북한이 과거 도입한 것으로 알려진 ‘클럽-K’ 순항미사일이다. 이는 러시아제 3M-54 칼리브르 순항미사일을 상업용 컨테이너로 위장해 상선에 싣고 다닐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최대 사거리는 북한이 공개한 전략순항미사일과 같은 2500km라고 알려져 있어 우리 영해가 아닌 한반도 남쪽 공해상에서 우리나라를 공격할 수 있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피하기 위해 다른 나라 선적으로 위장한 상선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클럽-K’를 싣고 다니면 사전에 포착하기도 힘들다. 게다가 현재 우리나라의 미사일 방어망은 모두 북쪽을 향하고 있어 남쪽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미리 포착·요격하는 일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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