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자율방범대는 주민이 생산하는 ‘치안 공공재’
[포커스] 자율방범대는 주민이 생산하는 ‘치안 공공재’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4.01.1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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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70년만에 자율방범대가 법정단체의 지위를 얻었다. 자율방범대는 지역주민들이 자율적으로 모여 범죄예방을 위한 순찰과 범죄신고 등의 활동을 목적으로 봉사하는 단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에서 4194개 조직이 운영되고 있으며 인원은 9만9394명으로 경찰 인력과 비슷한 규모다. 

자율방범 활동은 1953년 지역 주민들이 범죄피해를 스스로 막아보겠다는 의지와 부족한 경찰력의 공백을 메워 내가 사는 지역을 내 힘으로 지키겠다는 자율적인 주민 야경제(夜警制)에서 시작됐다. 의용소방대와 함께 대표적인 주민자치 조직으로 1963년 방범원 제도가 도입됐고, 1989년 이들을 전원 지방직 공무원으로 채용하면서 주민에 의한 방범원 제도는 잠시 중단됐다. 이후 1990년 10월 ‘범죄와의 전쟁’ 선포로 현재와 같은 자율방범대로 재편됐다. 

자율방범대는 주민과 경찰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한다. 사진은 순찰을 나서고 있는 자율방범대원들.
자율방범대는 주민과 경찰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한다. 사진은 순찰을 나서고 있는 자율방범대원들.

변화하는 치안 개념

그동안 자율방범대는 지방자치단체 조례 외에는 특별한 규정이 없다 보니 방범대 활동에 대한 지원이나 활동 근거가 부족한 실정이었다. 지난 4월 관련 법안이 시행되면서 법률에 근거한 단체로 새롭게 정비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국가와 지자체가 지원하도록 법으로 규정했을 뿐 아니라 근무를 태만히 할 경우 방범대원 지위를 해촉하거나 결격 사유 등도 법안에 포함됐다. 특히 지난 7월과 8월 흉기난동 사건 등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한정된 경찰 인력을 보완하고 지역 내 치안 강화를 위해 자율방범대 활성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지난 8월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관련 대국민 담화'와 9월 조직개편안 발표를 하면서 일상 치안 강화를 위해 자율방범대 등과도 협력을 강화하고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경찰 내부에서도 자율방범대 조직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전히 지자체마다 관련 예산이 다르고 지원 내용에도 차이가 있어 자율방범대에 대한 보다 면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역사회 경찰활동의 등장과 더불어 치안서비스에 대한 공동생산은 매우 중요하게 강조되고 있다. 예를 들면 이웃공동감시(Neighborhood Watch)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지역 주민이 경찰에 범죄 문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공동생산에 참여하는 형태는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중앙집권적인 국가경찰제를 유지하고 있어 지역사회의 경찰조직은 뚜렷한 특수성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치안서비스에 있어 적극적인 시민참여가 강조되고 있지만, 경찰서비스의 보조적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 각 지역마다 방범자문위원회, 청소년선도위원회, 선진질서위원회 등 협력단체의 운영을 통한 자율방범활동 등을 실시하면서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해 왔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이 치안서비스 생산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보다는 대체로 치안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파출소업무의 협조 및 보조적인 활동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묻지마 범죄 예방 기대

도심 흉기 난동 등 치안 수요가 늘어난 만큼 자율방범대 역할에 거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자율방범대 초소들이 불법 건축물인 상태로 남아 있는 것도 문제다. 지자체별로 방범 초소와 사무실 등의 설치·운영비를 지원할 조례도 마련돼 있지만, 여전히 재정적 지원은 간식비 등을 명목으로 한 몇십만 원이 전부인 경우도 많다. 

초소 설치나 사무실 임대는 엄두도 내기 어려운 형편이다. 박종승 전주대 경찰학과 교수는 “말 그대로 자율방범대라는 취지였기 때문에 재정적인 지원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초소의 설치, 시설의 운영 이런 것들이 관리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라고 말한다. 

일본 경찰청은 2004년 6월 ‘범죄에 강한 지역사회 플랜’을 완성하여 지역 주민들에게 지역안전정보의 제공, 방범강습, 방범훈련과 경찰과의 합동순찰의 실시 등의 지원책을 실시하고 있다. 2006년에는 ‘지역안전안심 스테이션’ 모델사업을 소방, 학교, 시구정촌  (市區町村)과 제휴하여 전국 100개 지구에서 실시하고 있다.

‘지역안전안심 스테이션’은 방범순찰의 출근거점, 지역안전정보의 집약·발신거점, 자주적 활동에의 참가 확대의 거점이 되는 것이다. 이 사업에 의해 지역 주민에 의한 방범순찰 등의 자주방범활동에 대해서 지역 안전정보의 제공, 방범강습·방범훈련이나 경찰과의 합동순찰의 실시, 방범순찰용품(회중전등, 방범부저, 완장 등)의 무상대여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 

지역사회 경찰활동은 새로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전통적인 경찰활동과 비교되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지역사회의 모든 경찰활동, 즉 경찰운영을 고객인 지역주민의 만족을 최대의 가치로 인식하고 운영해 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찰 역할의 변화는 앞으로 지방자치 시대를 강화하는데 중요한 정책적 이슈가 된다.

경찰 역할은 주로 상급기관이나 상부의 결정에 일방적으로 따르거나 법을 피동적으로 집행하는 집행자의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주민을 위한 조언자(advisor), 조정자(coordinator), 촉진자(facilitator) 그리고 문제해결사(trouble shooter)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역 주민과의 파트너십도 중요하게 거론된다. 지역의 치안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지역 주민과 경찰이 공동 주체가 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 문제의 해결이 주민 자치로 이뤄질 수 잇다. 이는 경찰의 실적 평가에서도 단지 범인 검거수나 검거율 등의 이른바 건수 위주 혹은 양적 기준이 아니라, 오히려 해결된 문제의 내용이라고 하는 질적 기준이 중시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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