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우크라이나 휴전(?) 한국 손익계산서
[심층분석] 우크라이나 휴전(?) 한국 손익계산서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4.01.19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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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잊혀진 전쟁이라는 타이틀이 붙기 시작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해 주목성과 중요성이 분산된 데다, 우크라이나의 탈환 작전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가운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은밀히 휴전 협상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고 미국 뉴육타임스(NYT)가 지난해 12월 23일 보도했다. 

이 내용을 잠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NYT 보도에 의하면 NYT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9월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에 동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를 미국에 보냈으며 크렘린궁과 가까운 2명의 러시아 전직 고위 관리를 비롯해 푸틴 대통령의 특사로부터 관련 메시지를 받았다는 미국 및 국제 관료들로부터 정보를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내용이 흥미롭다. 

푸틴 대통령이 승리를 선언할 수만 있다면 휴전 협상을 체결할 수 있다는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현재 러시아는 자신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에 대해 인정받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는 의미였다. NYT는 최근 크렘린의 이러한 휴전 협상 타진이 재개되었다고 보도했다. 이 문제는 즉각 서방 외교관들 사이에 논쟁을 불러왔다.

푸틴의 진정한 의사가 아닌 크렘린의 계략이라는 주장과 실제로 푸틴의 의중이라는 두 개의 관점이 맞섰다. NYT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과 서방의 관심을 분산시켜 러시아 입장에서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으며 미국 관리들은 푸틴 대통령이 더 이상 젤렌스키 정부의 사임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면서 푸틴의 입장이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과연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17% 정도 러시아에 빼앗긴 상황에서 이러한 휴전에 동의하겠느냐는 회의론이었다. 또 다른 러시아 전직 고위 관리는 NYT에 크렘린이 암묵적으로 보내는 메시지를 알리며 “푸틴 대통령은 현 위치에서 중단하고 싶어 한다.

1m도 후퇴할 의향이 없다”라고 말한 점이 진실로 푸틴의 의중이라면 이 휴전 협정은 현실성이 없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 같은 취재 사실 확인 문의에 “개념적으로 잘못된 내용”이라고 답했다고 NYT는 전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은 실제로 대화할 준비가 돼 있고, 그렇게 말해왔다”라면서도 “우리의 목표 달성에 한해서만 그렇다”라고 선을 그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좌)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우)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좌)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우)

다시 가동되는 휴전 협상 채널

이처럼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반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입장에서는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관심이 감소하고 EU 국가들로부터 전쟁 피로감이 증가하고 있는 점에 깊은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BBC가 보도했다. 

이러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착 상태로 미국 내 지원 여론이 약화하면서 미국 정부의 초점이 ‘완전한 승리’에서 ‘종전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 확보’로 이동하고 있다고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지난해 12월 보도했다. 이를 위해 미국과 유럽연합(EU) 관계자들은 군(軍)을 반격 위치에서 동부 지역에 있는 러시아군에 대한 강력한 방어 위치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미국 정부 관계자와 워싱턴DC 주재 EU 외교관이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관계자는 이 매체에 “이 전쟁은 협상을 통해서만 끝낼 수 있다고 우리는 보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 상황이 왔을 때 우크라이나가 가장 강력한 위치에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지킬 수 있는 강력한 위치에 있기를 희망한다”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새 공격을 시작하는 것을 막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폴리티코는 또 바이든 대통령의 미묘한 입장도 놓치지 않고 보도했다. 

지난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진행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침공) 2년이 다 되어가는 오늘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강하고 자유롭다는 것은 이미 엄청난 승리”라면서 “푸틴은 실패했다”라고 말했다. 이 표현은 미묘한 것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 발언을 두고 부분적 승리 선언과 휴전 내지 정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우크라이나 지원 방침을 강조하면서 이전과 달리 ‘할 수 있는 한’(as long as we can)이란 표현을 사용했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전에는 ‘필요한 만큼(as long as it takes)’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우크라이나를 방어 태세로 전환하는 것과 함께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절차를 가속하는 움직임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협상 시 우크라이나를 최상의 위치에 놓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유럽 외교관은 이 매체에 밝혔다. 

폴리티코는 “이 협상은 우크라이나의 일부를 러시아에 내주는 것을 의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2억5000만 달러 규모의 무기 지원을 발표했다. 올해 마지막 발표인 이 지원에는 포탄 및 방공시스템용 탄약 등이 포함됐다. 바이든 정부는 의회에 우크라이나 지원 등이 포함된 예산안 처리를 요청했으나 여야 간 입장차로 진전이 없는 상태다.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이 올해 끝나리라는 보장은 없다. 다만 전체적인 형국이 이 전쟁을 계속 끌어가는 것에는 모두가 부담스럽다는 점 하나는 분명하다는 것이고, 이러한 부담감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에 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휴전을 위한 물밑 협상들은 더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며 이로부터 얻게 될 경제적 이익에 대한 계산으로 민간 기업 채널에서도 휴전을 위한 정부 설득과 로비들이 활기를 띠게 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휴전에 이른다면 전쟁 복구 수요가 엄청나게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폴란드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폴란드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한국, 우크라이나 재건 66조 원 규모

우크라이나 정부와 세계은행(World Bank)의 공동 평가에 따르면, 재건 비용은 2023년 2월 24일 기준 4110억 달러(한화 약 534조5055억 원)로 우크라이나 2022년 GDP의 2.6배 수준이다. 이 비용은 최대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키이우 경제대학(Kyiv School of Economics)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월 기준만으로 13만 채 이상의 개인 주택, 1만7500개의 아파트, 14만9300개 이상의 주거용 건물, 3000개 이상의 교육 기관이 파괴되었다.

또한, 러시아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집중하면서 에너지 인프라 피해 규모도 급증했다.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재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으며, 2023년 2월 15~16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는 ‘리빌드 우크라이나(Rebuild Ukraine)’ 전시회가 열려 폴란드, 체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슬로바키아를 비롯한 중동부유럽 국가뿐 아니라 서유럽 국가의 정부 기관과 기업 대표들이 참석하기도 했다. 

지난 해 7월 폴란드를 방문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재건과 관련해 “우리는 6·25전쟁 후 국제사회의 지원을 통해 국가를 재건한 경험이 있는 나라”라며 “우리 경험과 지원이 전후 복구와 재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우크라이나 재건 공사를 포함한 전체 사업 규모를 당초 거론하던 액수(약 1200조 원)를 훌쩍 뛰어넘는 ‘2000조 원 이상’이라고 추정했다. 

지난 해 9월 한-폴란드 차관급 협의체 구성을 통해 공동 사업을 본격적으로 발굴에 착수했으며 현재까지 파악된 한국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 규모는 5월 우크라이나 정부 요청에 따른 200억 달러(약 25조 원) 재건 프로젝트와 320억 달러(약 41조 원) 규모의 민간 주도 사업 등 520억 달러(약 66조 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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