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北의 ‘불량품 포탄’, 러의 ‘썩은 밀가루’에도 “양국관계 긴밀 협력” 외치는 이유
[심층분석] 北의 ‘불량품 포탄’, 러의 ‘썩은 밀가루’에도 “양국관계 긴밀 협력” 외치는 이유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4.01.1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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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포탄과 탄약 등에 불량품이 다수라는 지적이 우크라이나에서 계속 나온다. 자유북한방송은 러시아가 유통기한이 1년도 더 지난 밀가루를 보내왔다는 북한 내부 소식을 공개했다. 

서로 뒤통수 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러시아와 북한은 “누가 뭐래도 양국 관계가 더 긴밀해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서방 진영 기준에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현실적으로 러시아와 북한에는 ‘없는 것보다 나은 협력’이기 때문에 앞으로 관계가 더 긴밀해질 수도 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룡과 상봉했다고 조선중앙TV가 14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푸틴과 함께 우주기지를 참관하고 있다. / 연합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상봉했다고 조선중앙TV가 14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푸틴과 함께 우주기지를 참관하고 있다. / 연합

우크라이나 군사매체 “北 제공 포탄 대부분 불량품”

지난 12월 12일(이하 현지시각) 우크라이나 군사매체 ‘디펜스 익스프레스’와 ‘밀리타르니’ 등은 텔레그램에 공개된 러시아군의 북한산 포탄 사진을 소개했다. 사진 속 포탄은 북한산 152 mm 구경 NDT-3이었다. 이 포탄 5발을 해체해 분석한 내용을 보면 포신 내부의 구리 분말을 제거하는 전선 부품이 빠져 있었다. 포탄에 장착한 화약은 색깔이 눈에 띌 정도로 차이가 있었다. 일부 포탄은 밀봉돼 있어야 할 부분이 훼손돼 있었다. 

포탄마다 장약(추진용 화약)의 양도 제 각각 달랐다. 즉 북한산 포탄을 불과 5발만 살펴봤을 뿐인데 연소 강도가 일정치 않을 가능성이 많았고, 습기가 차서 불발탄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포탄에 이런 문제가 있으면 사거리가 짧아질 수 있고 발사 횟수가 늘어날수록 정확도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산 포탄을 쓰다가 전차가 폭발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은 내부 폭발로 포신과 포탑이 파괴된 러시아군 전차를 발견했는데 북한산 포탄을 사용하다 자폭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했다. 소셜미디어 X에 올라온 사진 가운데는 러시아군 122mm 다련장 로켓 BM-21의 포신과 포탑이 완전 파괴된 사진도 올라왔다. 군사전문블로거는 “내부 폭발이 분명해 보인다”면서 “결함이 있는 포탄이 원인인 것 같다. 북한산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방 정보당국 추정으로 북한은 100만 발 이상의 포탄을 러시아에 수출했다. 대부분이 122mm나 152mm로 알려져 있다. 포격전에서 가장 많이 필요한 구경이다. 그런데 이런 포탄의 상당수가 실전에서 불발하거나 오폭을 일으키고 있다는 말이다. 

한편 북한에서 포탄을 수입하는 대신 러시아가 제공한 밀가루 등 식량에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12월 15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한 국제 세미나에서 자유북한방송은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북한 내부에서 러시아산 밀가루가 유통되고 있는데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것”이라고 폭로했다. 

방송에 따르면, 이 러시아산 밀가루는 북한 청진항에 하역한 것으로 곡물거래소에서 판매 중이다. 그런데 북한 소식통이 제공한 사진을 보면 유통기한이 ‘2022년 5월 5일’이다. 방송은 “심지어 이조차 북한 주민들에게 배급되지 않고 있다는 증언이 나온다”고 전했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지난해 러시아로부터 30만 톤 이상 규모의 식량 지원을 받아 식량 배급이 정상화된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배급제는 재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정도 문제라면 북한과 러시아가 서로 뒤통수를 쳤다는 말이 나오고 협력 관계에 문제가 생길 법도 하지만 두 나라의 반응은 예상과 전혀 다르다. 오히려 협력 관계를 더 강화하겠다는 소리가 나온다. 

北 외무성 대변인 “우리와 로씨야 사이 관계 더욱 돈독해질 것” 강조

지난 11월 1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발언을 비난하는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전했다. 북한 외무성은 “미국은 조-러 관계의 새로운 현실에 익숙해져야 한다”면서 “누가 뭐래도 북한과 러시아의 우호협력 관계는 더 돈독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은) 조-러 관계에 근거 없는 우려를 표시하며 두 나라를 반대하는 추가 행동과 중국 역할론에 대해 운운했다”면서 “블링컨의 무책임하고 도발적인 언론은 조선반도와 지역의 위험천만한 정치·군사적 긴장을 격화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러 관계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는 조-러 두 나라에 대한 적대시 정책과 냉전식 사고방식을 포기하고, 우리와 로씨야에 대한 정치적 도발과 군사적 위협, 전략적 압박을 철회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앞으로 북한과 러시아가 관계가 더 긴밀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 연방, 중화인민공화국을 비롯한 자주적인 주권 국가들 사이의 평등하고 호혜적인 협력 관계는 조선반도와 지역은 물론 나아가서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데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의로운 국제사회의 연대성과 단결력에 대한 미국의 과소평가는 그들이 현재 당하고 있는 참담한 대외정책 실패의 주요 원인”이라며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려는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의 임의의 시도도 자주적인 주권 국가들의 강력하고 조정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과 러시아가 이처럼 ‘불량포탄’과 ‘썩은 밀가루’를 서로 주고받았음에도 상호협력을 강조한 이유는 전쟁이 조만간 끝나지 않고, 러시아의 대북 지원이 계속될 경우에는 서로 보다 나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북한제 포탄 불량의 원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가 통과된 이후 시작된 전력 공급 문제와 연결돼 있다는 것이 탈북민들의 설명이다. 북한 전력망은 매우 낡았고 발전소는 거의 수력 또는 화력으로 알려져 있다. 유엔 안보리 제재에 따라 북한에 대한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이 점점 줄어들면서 결국 군수공장에 대한 전력공급도 대폭 줄었다고 한다. 

이때 북한은 군수공장들에 탄약 생산량을 무조건 맞출 것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포탄 생산 품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일부 탈북민은 북한이 러시아에 보낸 최소 100만 발의 포탄 가운데 20~30%만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숫자는 서방 진영에서 보기에는 부족한 물량이지만 미국·유럽연합(EU)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 입장에서는 대단히 소중한 지원이다. 현재 중국이나 이란도 러시아가 원하는 포탄이나 탄약을 거의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란제 드론이나 소형 무기는 북한제 무기보다 성능이 많이 뒤떨어진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불량품 교환’ 시간 흐를수록 北 무기·탄약 품질 좋아질 가능성

러시아가 북한제 무기의 수준에 맞춰 식량과 기술을 지원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제 포탄 대부분이 불량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러시아가 유통기한이 지난 밀가루와 저품질 식용유, 오래된 정찰위성 기술 등을 제공했을 가능성이다. 

특히 북한이 지난해 11월 21일 발사에 성공했다는 정찰위성 1호가 촬영한 사진 또는 영상을 아직까지 공개하지 못하는 것도 전자광학장비(EO)가 아닌 필름카메라를 사용하는 아주 오래된 기술을 제공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냉전 시절 소련은 필름카메라를 정찰위성에 사용했다. 위성이 필름을 공해상에 떨어뜨리면 해군이 출동해 회수해서 분석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방식이라 자랑하기 좋아하는 북한이 아직까지 정찰위성 사진을 공개하지 못했을 수 있다. 

현대전에서 필름카메라를 사용하는 정찰위성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구글어스보다 못하다. 그럼에도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에 집착하는 것은 양측이 한 약속 때문일 수 있다. 즉 “앞으로 우리가 발전용 연료와 원자재를 공급할 테니 그에 걸맞은 품질 좋은 탄약과 무기를 생산해서 보내 달라. 품질 좋은 탄약과 무기를 보내준다면 우리도 그에 상응하는 최첨단 기술을 주겠다”고 약속 했을 가능성이다. 

일부 서방 국가는 러-북 간의 밀착 관계를 과소평가하지만 양측 간 무역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7일 미국 스팀슨센터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위성사진을 근거로 이날 오전 북한에서 화물열차가 러시아로 건너갔고, 같은 날 오후에는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화물열차가 건너왔다고 밝혔다. 이후 양측 간의 열차 교역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같은 달 21일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는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열차를 이용해 러시아로부터 밀, 식용유, 치즈 등 식료품과 휘발유, 경유, LPG(액화석유가스) 등 에너지 제품을 들여왔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에너지 제품의 경우 지난 9월 선박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상당량이 수입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달 수입된 에너지 제품 중 가장 많이 반입된 품목은 경유였고, 휘발유나 LPG도 적지 않은 양이 수입됐다”고 전했다. 

매체의 보도처럼 북한을 드나드는 화물선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북한산 석탄을 어디론가 실어 나르는 모습도 포착됐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북한 남포항에 출현한 길이 175m의 화물선에 석탄이 가득 적재한 모습이 위성사진에 찍혔다고 전했다. 2021년 7월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러시아가 북한을 거쳐 중국으로 석탄을 수출했다”고 보도했다. 남포항에서 포착된 석탄 가운데 러시아산 석탄이 섞여 있다면 중국은 미국의 대러제재를 회피하는 격이 된다. 미국과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는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라서다. 

이런 식의 무역이 점점 증가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 이어지면, 북한이 러시아에 수출하는 무기 품질은 갈수록 높아지고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받는 기술도 점점 더 첨단으로 바뀔 것이다. 이런 ‘거래 변화의 분기점’은 북한 군수공장에 대한 전력 공급 정상화가 될 전망이다. 

러시아가 만약 석유와 원자재 등을 제공해 북한이 군수공장에 대한 전력 공급을 정상화한다면 북한제 포탄의 성능은 갈수록 좋아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전력난이 사라진 북한 군수공장에서는 122mm와 240mm 방사포는 물론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과 초대형 방사포 같은 것을 ‘찍어 내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이것이 러시아로 수출된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의 양상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동시에 러시아는 석유와 각종 금속자원, 탄도미사일과 위성 기술 같은 것을 북한에 제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北의 첨단기술 확보 막는 유일한 길은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러시아가 21세기 초반 수준의 정찰위성 기술과 RT-2PM 토폴 같은 20세기 말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북한에 전수해 준다면 이는 인도·태평양 전체 안보 질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21세기 초반 수준 정찰위성이라고 해도 해상도가 1m(사진 속 1픽셀의 실물 크기가 가로 세로 1m를 의미) 수준이다. RT-2PM 토폴은 3단계 고체연료 ICBM으로 지구 전체를 표적으로 할 수 있다. 원형공산오차(CEP)도 200m 수준으로 정확한 편이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서방 진영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끝내거나 러-북 또는 중-북 무역을 끊는 것이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이행과 북한의 ICBM 발사 이후 추가 대북제재 결의 채택 무산에서 보듯 북한과 러시아·중국 간의 무역을 저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난해 11월 24일 영국 텔레그래프와 더타임스는 “미국과 독일이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와의 휴전 협상 테이블로 밀어내려는 비밀스러운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에 현재 전선에서 버티는 데는 충분하지만 러시아가 빼앗은 영토를 수복하기에는 부족한 양의 무기를 제공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휴전 협상에 나서도록 한다”는 게 미국과 독일 등이 세운 계획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독일 정부 소식통은 “우크라이나의 반격에도 동부 전선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며 “우크라이나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23일에는 뉴욕타임스가 전직 러시아 고위 관료들을 인용해 “러시아가 공개적으로는 호전적 어조로 허세를 부리고 있지만 막후 외교채널에서는 승리 선언만 할 수 있다면 휴전 협상을 하는 데 관심이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상황을 보면, 이런 보도는 우크라이나나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휴전에 나선다기보다는 서방 진영이 잘 짜놓은 시나리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러-북 간 협력이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훨씬 큰 위협을 초래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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