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극복에 대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언
저출산 극복에 대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언
  •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24.02.2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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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 한국경제연구원

2023년 노벨경제학상은 클로디아 골딘(Claudia Goldin) 하버드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골딘 교수는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성과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수행하고 남성과 여성의 임금격차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여성의 경제활동과 성별격차를 이해하는 경제학적 사고를 만들어낸 창시자 가운데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다.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이 사고의 전환을 가져온 연구를 구축한 셈이다. 


골딘 교수의 연구에서의 통찰력은 그녀의 다양한 연구 이력에서 나온다. 골딘 교수는 어려서부터는 고고학에 빠져들었다가 미생물학을 전공하기 위해 코넬대에 입학했다. 대학 2학년 때 경제학에 흥미를 느껴 경제학을 공부했으며 경제학으로 학사학위를 받았다.

경제학에서도 처음에는 산업조직에 관심을 가지고 시카고대 경제학 박사 과정에 입학했지만 게리 베커 교수가 부임한 이후 노동경제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포겔 교수를 지도교수로 모시면서 경제사 분야로 눈을 돌리게 되었는데 특히 경제사에 대한 식견은 이후 그녀의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골딘 교수는 경제사학자이자 노동경제학자이며 특히 젠더 전문가로서 명성이 높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경제학자 10인 가운데 한 명으로 자주 거론된다. 그리고 마침내 2023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여성의 출산 기회비용 줄여야

경제사회적 식견과 통찰력을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은 골딘 교수도 한국의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 익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골딘 교수는 하버드대에서의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출산율이 0.86이라고 언급했다. 0.86은 2022년 1분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다. 이러한 수치를 기억할 정도면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골딘 교수는 해결책을 묻는 질문에도 주저 없이 노동시장이 경제 변화에 뒤처지는 현실을 개선해야 하고 기성세대와 남성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했다. 한마디로 일과 가정의 양립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경제환경의 변화로 여성들의 학력이 높아지고, 경제활동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여성의 출산과 육아에 대한 기회비용이 높아지고 출산율이 떨어지게 된다. 근로시간의 유연화 등을 확대하여 기혼 여성들이 쉽게 일하고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지 않으면 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실제로 작년에 한국경제인협회(前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수행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유연근무제 활용 근로자 73.3%가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74.3%가 유연근무제 시행이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개선시키는 데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요컨대 향후에는 근로시간 유연제를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하고 이를 위한 관련 법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골딘 교수가 언급한 것처럼 기성세대와 남성들의 인식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실제적 실행 방안도 심각히 고민해 봐야 한다. 이에 더해 신세대에서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가치관 제고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가사나 육아가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인식,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가치관 정립 등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사회적 콘센서스를 이룰 수 있도록 홍보 및 교육 활동을 대폭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기본을 챙기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 202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골딘 교수의 지적을 다시 한번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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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망초심(勿忘初心), 노동개혁의 추진력 잃지 말아야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노동개혁을 핵심 정책과제로 언급했다. 노동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를 출범시키고 노동시장의 개혁 이행을 위한 권고안을 도출했다.

2022년 말 발표된 권고안에는 주52시간 근무제 개편과 임금체계 개편 등을 골자로 하는 노동개혁안을 담고 서막을 열었다. 하지만 노동개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겨를도 없이 주52시간 근무제 개편방안은 호도되어 주69시간제로 낙인찍히고 노조의 반대에 부딪히고 말았다. 그 이후에는 노동개혁이 흐지부지되었고 언제 다시 모양새를 갖추고 재개될지는 안갯속이다. 

정부는 최근에는 근로시간 관련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했는데 주52시간제에 대해 국민의 48.2%가 ‘장시간 근로 해소에 도움이 됐다’고 답한 반면 54.9%는 ‘업종·직종별 다양한 수요 반영이 곤란하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향후 어려움을 겪는 업종과 직종을 선별해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쪽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일정은 명시하지 않았다. 

근로시간 개편 방안부터 흔들리고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개혁도 더뎌지면서 윤석열 정부에서 야심차게 추진하고자 했던 노동개혁의 동력 자체가 혹시나 꺼지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노동개혁에 대한 필요성은 이미 여러 곳에서도 언급되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주52시간제를 연구 현장에도 일괄 적용한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대부분의 출연연구기관에서 특허등록, 기술이전, 논문 게재 등의 실적이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주52시간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52시간제가 원래 의도했던 고용증가 효과는 없고, 기업의 총자산이익률, 자기자본이익률 등 기업의 경영성과에만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요컨대 주52시간 근무제에 대한 제도 개편 등을 통해 효율성을 모색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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