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총선에서 빠진 핵심 이슈 ‘공정한 법 집행’과 ‘특권층 타파’
[심층분석] 총선에서 빠진 핵심 이슈 ‘공정한 법 집행’과 ‘특권층 타파’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4.03.1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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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연일 날선 공방을 펼치고 있다. 언론은 정치권 추이를 살피며 공천부터 판세까지 총선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 국민들이 이번 총선에서 뭘 원하는지 하는 점이다. 현재 우리 국민이 가장 관심을 갖고 해결되기를 바라는 문제는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총선 승패를 통해 바뀌기를 바라는 주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공정한 법 집행, 둘째는 특권층 타도를 통한 자유로운 계층 이동이다. 

2023년 8월 약물을 복용한 채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 행인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신모 씨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 연합
2023년 8월 약물을 복용한 채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 행인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신모 씨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 연합

현행범 풀어주고 성범죄자 집행유예 등 ‘불공정한 법 집행’

공정한 법 집행은 세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전 국민이 바라는 사안이다. 하지만 그동안 86 운동권 세대가 주도하는 정계와 학계, 재계, 언론계가 여기에는 침묵해 왔다. 국민이 바라는 공정한 법 집행이란 ‘나쁜 짓을 한 자가 그에 합당하고 상응하는 벌을 받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상식’과 지나치게 동떨어져 있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법 집행 사례는 주로 경찰과 법원에 의한 것이다. 네이버나 구글 등에서 검색하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 2023년 8월 서울 압구정동 인근에서 20대 남성이 몰던 롤스로이스 SUV가 인도를 덮쳐 20대 여성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경찰은 이 남성을 체포한 뒤 마약간이검사를 실시했는데 양성 반응이 나왔다. 그럼에도 당일 풀어줬다. 

2023년 2월 수원의 한 편의점에서 외상을 요구하며 난동을 부리던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하지만 경찰은 이 남성을 풀어줬고, 그는 다시 편의점으로 돌아와 “네가 신고했지”라며 아르바이트생을 무차별 폭행했다. 

2022년 10월 인천 서구의 한 술집에서 패싸움이 벌어졌다. 술집 주인은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패싸움을 벌이던 사람들을 체포하지 않고 모두 귀가시켰다. 이후 패싸움을 하던 일행이 술집으로 다시 돌아와 행패를 부려 술집 집기가 파손됐다. 2021년 1월에는 충남 천안에서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여고생이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여고생의 신고 사실을 그 부모에게 알리고 다시 집으로 돌려보냈다. 

여기까지는 경찰이다. 법원은 어떨까? 지난 1월 30일 인천지법은 이웃과 함께 술을 마시다 말다툼이 벌어지자 “화가 난다”며 흉기를 들고 찌른 60대 남성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범행 직후 피해자를 구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점,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 점”이 흉기로 사람을 살해하려 한 피의자를 풀어준 이유였다. 

지난해 12월 서울동부지법은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 집을 찾아가 살해하려 한 20대 남성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했고,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범행이 미수에 그쳤고 피해자도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고 있는 점”이 집행유예 선고 이유였다. 

지난해 8월 강원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SNS로 초등학생 2명을 꾀어 성관계를 가진 성인 남성 5명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남성들은 20~40대였다. 공무원도 있었다. 피해 아동 부모들은 꾸준히 엄벌해달라고 탄원했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들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행위를 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피해자 중 한 명과 합의를 했고, 다른 피해자에 대해서는 공탁을 했다”는 이유로 이들을 풀어줬다. 피해 아동 부모들은 공탁금을 찾지 않은 상태였다. 

지난해 5월에는 12살 여아와 룸카페 등에서 성관계를 가진 남성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피고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 또한 피해자와 그 보호자가 피고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고 피고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며 그를 풀어줬다.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는 성범죄 가운데서도 중죄로 취급받는다. 

같은 달 부산에서는 지인을 폭행한 뒤 모텔에 방치해 숨지게 한 사람들이 2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피고들은 2020년 10월 부산 서면에서 술을 마시다 싸우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쓰러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정신을 잃었다. 피해자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구토를 하는 등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음에도 피고들은 30분 동안 지켜보다가 인근 모텔로 옮긴 뒤 그대로 떠났다. 2심 재판부는 이들 가운데 일부 사람의 형을 줄여줬다. “일부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수천만 원을 공탁했다”는 게 이유였다. 

국민들이 ‘공정한 법 집행’과 가장 동떨어졌다고 느끼는 분야는 단연 ‘교통사고’다. 대형버스와 대형화물차, 택시에 대한 ‘공제조합법’은 1970년대 운수사업 육성을 위해 만든 것이지만 아직도 그대로 적용되면서 ‘특혜’를 주고 있다. 자동차 산업 육성에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만든 종합보험 가입자에 대한 특혜도 아직 주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음주운전 등으로 사람을 죽이거나 장애인으로 만든 사람들 90%가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이들은 면허가 취소되더라도 5년 뒤에는 다시 운전을 할 수 있다. 반면 피해자 가족들은 평생 그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한다. 

이처럼 국민들이 공감하기 어려운 경찰과 법원의 행태는 좌파가 정권을 잡았을 때 경찰 인사지침과 법원 양형 기준을 개악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현행범을 체포하고도 구속하지 않고 수사하지 않는 경찰 행태는 인사고과 점수 기준 때문이다. 살인·강도 등 강력범 검거는 고과점수가 3~5점이다.

반면 언론이나 SNS를 통한 홍보에 성공할 경우 고과점수는 5점이다. 게다가 만약 범인 체포 과정에서 상처를 입혀 소송 대상이 되면 진급은 물 건너 가버린다. 즉 목숨 걸고 범인 잡는 것보다 SNS나 언론 홍보하면서 사무실에서 승진시험 준비를 하는 게 훨씬 낫다는 정서가 경찰에 팽배해 있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뿐만 아니라 경찰과 검찰, 법원 등에는 가해자의 인권을 지켜야 한다는 지침은 명확히 존재하지만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지침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묻지마 범죄’로 인한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피해자 구제 범위나 규모는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진 수준이다. 

이런 ‘공정한 법 집행’ 문제는 사실 좌파 기득권과 깊은 연관이 있다. 86세대 운동권이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진출한 2004년부터 노무현 정부는 경찰과 검찰에 ‘가해자 인권’을 지킬 ‘인권위원회’를 만들고 지침을 마련해 강요했고, 법 집행요원들이 범인을 검거할 때 ‘강력한 물리력’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이때부터 경찰은 강력범도 맨손으로 잡게 됐다. 이런 식의 공권력 무력화는 좌파가 기존 법질서를 ‘기득권 세력이 기층 민중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봤기 때문이다. 즉 좌파 입장에서 공권력을 무력화해야 하는 타도 대상이었던 것이다. 

경찰이 공권력 집행보다 홍보에 치중하게 된 시작도 노무현 정부였다. 노무현 정부는 2006년 4월 국정홍보처를 통해 ‘전 공무원의 댓글부대화’를 추진했다. 국정홍보처는 같은 해 2월 9일 ‘국정브리핑 국내언론보도종합 부처의견 관련 협조 요청’, 3월 30일 ‘국정브리핑 국내언론보도종합 부처의견 달기 관련 공지’라는 공문을 모든 부처에 보냈다. 

운동권 정치 청산과 정치개혁 시민행동 민심버스가 1월 12일 서울광장에서 출정식을 갖고 있다.
운동권 정치 청산과 정치개혁 시민행동 민심버스가 1월 12일 서울광장에서 출정식을 갖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가해자 인권 보호, 공권력도 무력화

언론사 홈페이지 해당 기사에 부처의견 실명 댓글 게재, 각 부처 출입기자 및 해당 언론사 간부에게 관련 기사와 부처 의견을 이메일로 보내라는 내용이었다. 이후 이명박 정부 때부터 공무원이 여론에 직접 개입하는 지침은 사라졌지만 각 정부 부처는 물론 경찰을 비롯한 법 집행기관까지도 본연의 임무보다 홍보에 매몰돼 버린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외치는 ‘86 운동권 세대 청산’은 이런 ‘좌파 문화의 잔재’를 청산하기 위한 움직임에 가깝다. 지난 2월 13일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86 운동권 세대 청산론’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운동권 특권세력 청산은 제가 인위적으로 만든 선거 구도가 아니라 국민께서 생각하시는 시대정신”이라며 “그 운동권이 임종석·김민석·송영길·서영교 등 소위 86운동권만이 아니라 지금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옹위하는 (세력)”이라고 답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의원들의 불법 행위에 대해 꾸준히 지적해 왔다. 

이어 한 비대위원장은 이재명 대표를 옹호하는 세력을 가리켜 “소위 경기동부연합을 위시한 한총련 세력 아닌가”라며 “과거 86운동권 세력보다 훨씬 더 친북적 성향이 강해진 세력이다. 이런 분들이 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며 발전을 막고 국민 삶이 나아지는 걸 방해하는 걸 막는 건 제가 제시한 총선 구도가 아니라 국민께서 생각한 시대정신”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1월 31일 ‘반칙과 특권의 청산 위한 운동권 정치 세력의 역사적 평가’ 토론회에서는 “586 운동권 정치인들은 ‘운동권 카르텔’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국회는 물론 정부와 청와대 요직을 장악하며 권력을 이어왔다.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하기는 커녕, 오는 4·10 총선에서도 살아남아 권력의 향유를 누리고자 혈안”이라고 비판했다. 

한 비대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월간조선이 3월호에도 70년대생들의 속마음을 모아 푼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86 운동권 세대’가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 사회의 기득권을 장악한 뒤 사회적 질서가 그들 중심으로 움직인 것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잘 드러나 있다. 

월간조선과 인터뷰를 한 70년대생들은 “이미 끝났어야 할 그들의 시대가 좌파 정권의 득세, 그들만의 카르텔로 간신히 연명해온 것뿐”이라며 “자신의 상처와 희생을 밑천 삼아 부귀영화를 누리던 시절은 끝났다. 586 세대는 그 과정에서 과도한 대접을 받았다. 그들이 물러난다고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스스로를 좌파라고 일컬은 한 대학 교수는 “꼴통 보수보다 586 세대가 더 싫다”고 말했다. 그는 “586 세대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공정, 정의, 평등, 분배는 좋은 단어이고, 대중을 자극한다. 그들이 추구하는 바가 옳다고 생각하고 이에 동조한다. 문제는 이들의 입과 행동은 전혀 달랐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86세대는 아직도 자신들이 청년인 줄 안다”면서 “그러면서도 아이러니하게 자신들이 환갑이 지났다며 X세대(70년대 초중반 출생들)에게 철이 안든 것들이라고 비하한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어른으로서의 미덕과 연륜을 갖추고 있으면서, 참신한 아이디어와 굳지 않는 머리를 지닌 세대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것이 그들의 한계이고, 우물 안 개구리라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70년대생뿐 아니라 MZ 세대, 중도층도 그들의 위선에 학을 뗀다. 극좌 세력을 제외하고는 586 청산론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체와 인터뷰를 한 70년대생들은 ‘86 운동권 세대’가 한 위원장을 ‘기득권’이니 ‘귀족’이니 비난하는 데 대해 국민들은 공감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70년대 이후 출생들이 보기에는 자신의 실력과 능력으로 돈을 벌어 좋은 집에서 풍족하게 사는 걸 비판하는 ‘86 운동권 세대’가 더 이상하다는 지적이었다. 

공정한 법 집행, 공권력 회복 등은 ‘좌파 문화 잔재 청산’

실제 그의 지적처럼 현재 50대 이하 세대에서는 돈 많은 사람이 질투와 시기, 타도의 대상이 아니라 부러움을 넘어 ‘롤모델’이 되고 있다. 특히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고소득 전문직이 되거나 기업을 일으킨 사람은 젊은 세대에게는 따라 하고 싶은 사람이 된다. 이는 92학번부터는 운동권과 거리가 멀어진 탓이라는 게 매체와 인터뷰한 70년대생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이들은 그러면서 “그동안 인구 분포상 너무 많은 숫자인 60년대생들에게 밀려 30~40대를 보낸 70년대생들이 전면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냉전 종식과 유럽 동구권 붕괴를 시작으로 탈이념 및 실용주의 사상으로 무장한 세대가 앞으로 ‘주류’가 되면 ‘86 운동권 세대’처럼 이념을 앞세워 혹세무민하며 기득권을 수십 년 동안 쥐고 흔드는 일은 사라질 것이라는 게 이들의 전망이었다. 

기자가 만난, 자신의 이념을 밝히지 않는 40대 이하 세대는 이번 총선을 통해 ‘공정한 법 집행’과 ‘운동권 세력의 기득권 타파’를 가장 바라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86 운동권 세대’는 1997년 11월 외환위기 이후 ‘산업화 세대’의 숙청을 통해 성장했고, 2004년 3월 노무현 탄핵을 통해 기득권을 장악했다. 이후 지금까지 2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투쟁 중’이라는 그들은 젊은 세대들이 보기에 이미 ‘기득권 특권층’이라는 점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책 ‘73년생 한동훈’을 펴낸 심규진 스페인 IE대 교수 또한 비슷한 주장을 폈다. 심 교수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86 운동권 세대’ 청산 열망이 2022년 3월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로 표현이 됐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문재인 정권의 좌파 기조’가 계속 유지되자 실망감으로 나타났다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되면서 다시 그 기대가 되살아난 것이라고 풀이했다. 좌파나 우파 진영에서는 공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지만 정치나 이념에 무관심한 대중들에게서는 실제로 나타나는 반응임을 확인했다. 

실제로 현재 20대 중반부터 40대 초반에게 물어보면 ‘86 운동권 세대’에 대한 피로감이 극심하다. 모든 것에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고 아직도 계급투쟁적 사상을 강요하면서, 동시에 다른 세대에 대해서는 오만함을 드러내는 ‘86 운동권 세대’를 그저 ‘꼰대’로 취급한다.

물론 입으로는 이런 ‘86 운동권 세대’에 맞서 싸운다면서 ‘86 운동권’인 자기 자녀는 비판하지 않고, 그 외의 젊은이는 무조건 ‘좌파 추종자’로 싸잡아 비난하는 ‘자칭 우파들’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다. ‘자칭 우파들’에 대한 반감은 현재 우파 진영 내부에서 고민하고 있는 문제점을 개혁해야 할 시기임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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