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을 당혹케 하는 한나라당의 ‘서민 살리기 5대 법안’
민주당을 당혹케 하는 한나라당의 ‘서민 살리기 5대 법안’
  • 미래한국
  • 승인 2009.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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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리뷰_서민살리기 5대 법안
영세 상가 살리기, 통신비 인하 등 실제적인 내용 많아
야, “이미지용 정치다. 진정성 필요하다” 지적도


최근 여당이 서민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민생법안’들을 6월 임시국회에서 중점처리 법안으로 제시했다. 이번 법안에는 신용카드 수수료율·통신료 인하 등 실제적인 내용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야당으로부터 ‘이미지용 정치’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민생법안 제시로 한나라당이 ‘서민 이슈’를 선점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직장인 이모 양(27)은 최근 한 동네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른 후 한창 실랑이를 벌였다. 만원이 채 안 되는 머리 커트 가격을 지불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제시하자, 가게 주인이 “신용카드로 계산하면 수수료도 안 나온다”면서 카드 결제를 거부한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신용카드 거래가 가능한 동네 슈퍼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만 원 이하의 금액에 해당하는 상품을 구입할 경우, 신용카드나 직불카드(체크카드) 결제를 거부하고 있는 영세 규모의 상가들이 많다. ‘신용카드를 받으면 수수료도 안 나온다’는 것이 이들 상인들의 항변이다.

하지만 최근 여당이 신용카드 수수료율과 통신요금 인하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민생법안’들을 6월 임시국회에서 중점 처리 법안으로 제시하면서 이 법안들이 통과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의 민생법안 제시는 최근 청와대의 서민행보와 맞물리면서 야당 으로부터 ‘이미지용 정치다’, ‘정부·여당의 진정성이 필요하다’는 비판 또한 받고 있다.

한나라당이 제시한 이 법안들은 ‘서민 살리기 5대 법안’으로 불린다. 한나라당이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 ‘긴급 민생법안’으로 선정한 30개 법안 중에서 5개 법안을 선정한 것이다. ▲재래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여신전문금융법 ▲전기통신사업법 ▲할부거래에 대한 법률 개정안 ▲대부업 등록 및 금융 이용자 보호법이 그것이다.


한나라, ‘민생법안’ 제시로 ‘서민 이슈’ 선점

먼저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재래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은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상권 활성화 구역’을 지정하고 이 구역을 관리하는 전담조직을 설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은 지역상권의 활성화를 위해 2개 이상의 시장 또는 시장과 상점가가 인접하여 하나의 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곳을 시장활성화구역으로 지정하고, 정부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현 제도는 시장이나 상점가에 포함되지 않은 다수의 점포가 밀집한 지역의 상권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재래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은 대규모 점포가 지역 시장에 입점할 경우 사전 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관할 자치단체장에게 제출해야 하는 경제적 영향 조사 보고서는 대규모 점포 입점 시 허가의 기준이 된다. 특히 사전영향평가에는 상인회, 상인연합회 등 상인 조직의 의견이 수렴되도록 해 대규모 점포의 지역 입점으로 인한 지역 상권 붕괴를 사전에 예방하도록 했다.

김정훈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163개였던 대규모 점포수가 2008년에는 385개로 약 2배 이상 증가하고, 2000년 10조5,000억 원이었던 매출액이 2008년 30조7,000억 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에 지역 재래시장 및 상점가들의 상권은 약화돼 전국의 재래시장 매출액이 2005년 32조7,000억 원에서 2008년 25조9,000억 원으로 약 1.2배 이상 감소했다. 시장 당 하루 평균 고객 수도 2005년 2,755명에서 2008년 2,486명으로 269명이 감소했다.

한편 대규모 점포의 입점이 지역상권을 위축시킨다는 논의와 달리 지난 7월 3일에는 롯데마트가 지역상권 위축을 이유로 롯데마트 신축 허가를 불허해온 창원시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대규모 점포의 지역 입점 문제’는 여전히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에서 제출한 ‘전기통신사업법’도 통신비 인하를 유도하는 민생 법안으로 꼽히고 있다. 이 법안은 지난 4월 17일 국회 문광위에 상정됐으나 아직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는 않았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전기통신사업자가 SK텔레콤이나 KT의 이동통신망을 빌려 ‘디지털 콘텐츠’와 같은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기존에는 설비투자에 대한 부담과 주파수 제한 등으로 신규 전기통신사업자가 통신 시장에 진출하기 어려워 경쟁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신규 사업자가 통신 시장에 진출해 기존 사업자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사업자간 경쟁이 촉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불어 이용약관 인가제의 개선으로 서비스별 자율적이고 신속한 할인 요금 출시도 가능해진다.

김용태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여신전문금융업법안’은 중소 상공인에 한해 수수료 상한을 설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률이 대형 가맹점 수준인 2% 이하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불어 신용카드가맹점이 현금 영수증을 발급하는 경우에 한해 1만원 미만의 거래에 대해서는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되어 있다. 이 법안은 지난 6월 30일 국회 정무위에 상정됐다.

김용구 자유선진당 의원이 발의한 ‘여신전문금융업밥안’은 소상공인들이 협의체를 구성해서 신용카드사와 수수료 협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중점적으로 담고 있으며 역시 같은 날 국회 정무위에 상정됐다.

이밖에 상조업체의 선불식 할부거래를 규제하는 내용의 ‘할부거래에 대한 법률 개정안’, 미등록 대부업자들이 대출을 해줄 때 이자율을 현행 30%에서 10%대로 낮춰 서민들의 부담을 경감하고, 미등록 대부업자들의 등록을 유도하는 ‘대부업 등록 및 금융 이용자 보호법’도 6월 30일 국회 정무위에 상정된 상태다.


기획재정부도 ‘하반기 서민대책’ 발표

서민에 직접적인 포커스를 둔 ‘민생살리기 5대 법안’과 마찬가지로 지난 6월 30일 기획재정부도 ‘하반기 달라지는 서민생활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들 중에는 지역 내 영세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가 대기업 유통업체의 진입 또는 확장을 한시적으로 유예하거나 축소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내용도 있다. 시·도별로 대기업과 중소 유통기업과의 ‘사전 조정협의회’를 설치해 대형 유통기업이 지역상권에 악영향을 끼칠 경우 대기업의 진입을 막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와 더불어 마이크로 크레디트(무담보 무보증 소액대출)를 취급하는 기관을 300곳으로 확대하고, 4인 가구 기준 월소득 258만 원 이하 가구의 0~4세 영유아에 보육료와 교육비를 전액 지원하는 내용 등도 기획재정부의 ‘하반기 달라지는 서민생활 대책’에 포함돼 있다. 만성신부전증 등 138개 희귀 난치성질환에 대해 본인부담률을 10%로 인하하는 의료·복지 정책 등도 제시됐다.

“친 서민정책, 립 서비스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와 같은 정부와 여당의 민생 살리기 행보에 대해 ‘서민 정당’을 줄곧 표방해 온 민주당 측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민생 법안은 우리 당(민주당)에 더 좋은 내용이 많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실 관계자도 “한나라당의 이러한 법안(민생살리기 5대 법안)에는 반대할 필요가 없지만 이러한 법안들이 립 서비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형태로 정책화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효석 의원은 지난 6월 30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주류세와 담배세 등 간접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주류와 담배는 서민들이 더 많이 이용하는데 결국은 서민 증세를 통해 부자 감세를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여당의 잇따른 서민 행보가 실제 정책과는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특히 여당에서 제시한 ‘민생 살리기 5대 법안’은 미디어법과 비정규직법 등 쟁점 법안 처리와 맞물리면서 통과가 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비정규직법, 미디어법에 우리측(민주당)의 의견이 반영된다면 한나라당의 민생 법안에 찬성할 용의가 있다”고 전했다. #

서은옥 기자 seo0709@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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