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정국 뒤흔들 쟁점 법안 되나
사학법, 정국 뒤흔들 쟁점 법안 되나
  • 미래한국
  • 승인 2009.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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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리뷰
▲ 2005년 12월 위헌소지가 있는 사학법 개정안 국회통과 이후 이에 반대하는 장외 투쟁을 벌이고 있는 당시 한나라당 지도부 /출처 : 시사포커스
노무현 정권 때 ‘4개 개혁 입법’의 하나였던 ‘사학법’에 대한 폐지 및 재개정 작업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고 있다.

지난 7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사학법폐지 및 사학진흥법진흥본부’와 국회 교육과학위원회 소속 6명의 의원 주최로 ‘사학법폐지 및 사학진흥법제정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폭우가 계속됐던 날임에도 이날 토론회에서는 교육 관계자들이 참석해 현행 사학법을 폐지하고 사학육성법을 제정하자는 목소리를 높였다.

사학법 재개정은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의 선거 공약이었다. 하지만 지난 1년여의 기간 동안 사학법 개정 문제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에따라 지난 4월 22일에는 3300여개 사학법인과 250여개 교육·종교·시민단체들이 ‘사학법 폐지 및 사학진흥법 제정 국민운동본부’라는 거대 조직을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국외에서 사학법의 선처를 요구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교황 베네딕토 2세는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이사 선임 문제에 있어서 카톨릭 학교의 정체성 훼손을 언급하며 정부 차원에서 사학법 문제에 협조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개방형 이사제, 사학 경영권 침해

2007년 개정된 현행 사학법은 ▲개방형 이사제 도입 ▲임시이사 권한 확대 ▲학교 운영위(대학평의회) 설립 ▲이사장의 겸직 금지 ▲이사장 친인척의 학교의 장 취임 금지 ▲사학 설립인가 이후의 개정 법률을 기존의 사립학교에 강제 적용하는 것 등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특히 ‘개방형 이사제’ 도입에 관한 사항은 ‘사학의 경영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부분이다. 현행 법률은 학교의 운영 주체가 아닌 교사와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대학평의회)에서 추천하는 이사를 사학 재단 이사진에 일정 비율 포함시키게 해 놓았다. 사학 비리를 근절한다는 목적에서 사립학교의 이사진 7명 가운데 개방형 이사를 4분의 1 이상, 학교법인에 두는 감사 1인을 학교운영위원회(대학평의회)에서 추천한 인사로 임명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하지만 개방형 이사제는 학교법인의 기본권인 이사 선임권을 박탈하고, 학교법인 설립자의 재산권, 일반 행동 자유권, 직업의 자유 같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07년 개정 사학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에서는 “선진국의 예를 보더라도 어떠한 학교법인도 학교의 설립 주체가 아닌 구성원이 이사 내지 감사 등의 임원을 선임하도록 국가가 법률로써 강요한 예는 없으며, 공익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병원이나 복지기관 등 사법인의 경우에도 이사선임권을 구성원들에게 이양한 예도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헌법소원에서는 ‘개방형 이사제’가 종교의 자유도 침해한다는 점도 문제시됐다. 종교계 학교법인의 경우에는 특정 이념을 가진 세력이 개방형 이사로 선임될 수 있게 되면서 설립취지에 따른 종교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개연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방형 이사제’의 위헌 조항 때문에 상당수의 사학이 결원 이사의 충원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학 경영자가 사소한 물의를 일으킨 경우에 이에 대한 처벌도 지나치게 엄중하다는 지적도 있다. 자유교원조합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기존 사학법은 임원이 명령을 위반하거나 방조할 경우, 징계 요구에 불응할 경우 등에도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하거나 직무를 정지시키는 독소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자유교원조합 측은 “사소한 물의에도 임원의 임무가 정지되고 관할청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임시이사의 파송이 가능하게 되어 설립자 혹은 경영자의 지위가 극도로 취약해졌다”고 설명했다. 자유교원조합 측은 또한 “임시이사 임기를 폐지하고, 임시이사법인이 교비회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들은 임시이사의 체제 장기화를 보장하고 사학경영자의 퇴출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교원 면직 사유에 전교조 같은 ‘교원노동자’ 삭제

설립자의 권한을 제한하는 것은 이사장의 겸직 금지 조항, 이사장 친인척의 학교의 장 취임 금지 조항 등에서도 발견된다. 2007년 개정된 사학법에서는 ▲이사장의 학교의 장 혹은 다른 학교법인 겸직 금지 ▲학교의 장 임기를 4년간 1차에 한해 연임할 수 있도록 제한(최대 8년) ▲관할청이 학교의 장의 해임을 요구할 시 수용토록 강제 ▲이사장의 친인척은 학교의 장 취임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지난 2007년 사학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에서는 “국공립 대학의 총학장의 경우 임기 제한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립대학 총학장의 경우에만 이와 같은 제한을 가하는 것은 합리적 근거가 없는 차별”이라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이와 더불어 “능력 있는 인사가 친인척이라는 사유만으로 학교장 선임 대상에서 배제되는 것은 헌법상 신분차별 금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 처분을 받지 아니하도록 한 조항과 직업선택의 자유 보장조항을 위배한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됐다.

이밖에 ▲학교의 설립자 혹은 운영자가 아닌 교사,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대학평의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이 기구가 중요사항을 심의할 수 있게 한 것 ▲교원의 면직 사유에 전교조와 같은 ‘노동 운동자’를 삭제한 것 ▲학교법인 설립 인가 이후에 나온 개정 법률을 기존의 사립학교에 강제 적용한 것 등도 자유교원노조와 헌법소원심판청구에서 위법 사항으로 지적됐다.

사학법 폐지, 언제 입법 이루어지나

이에 따라 위헌 및 독소 조항이 있는 사학법을 폐지하자는 움직임이 국회 내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 7월 9일 ‘사학법폐지 및 사학진흥법제정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국회 교과위 소속 의원들과 공동 주최한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학법 폐지 법안을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교과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물론 당 지도부에서도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이군현 한나라당 의원도 지난 7월 9일 토론회에서 “현행 사학법은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며 기본적으로 사학법은 사학의 육성, 진흥을 위한 법이 돼야 한다”면서 “사학경영자, 학생, 학부모, 교육과학기술부 등의 의견을 수렴해 국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 사학법 폐지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난 7월 13일 당내 사학법 폐지 논란에 대해서 “당론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고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사학법은 사학의 투명경영을 위한 최소한의 제어장치다”

야당의 반대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7월 10일 오전 현안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미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언론악법과 비정규직보호법 개악을 위한 공격만으로도 지칠대로 지쳤다. 사학법은 사학의 투명경영을 위한 최소한의 제어장치로 만들어진 법”이라고 주장했다.

김유정 대변인은 같은 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억지와 궤변으로 언론악법과 비정규직법을 처리하려 하더니 이제는 아예 시간을 되돌려 어렵게 개정한 사학법까지 폐지하겠다는 과거로 향하는 발상은 그만둬야 한다. 정부 여당에서 교육정책과 관련해 삐그덕거리다 고작 나온 것이 사학법 폐지로 귀결되는 것인지 황당할 뿐”이라고 말했다. #

서은옥 기자 seo0709@futurekorea.co.kr


----  사학법 개정 일지 ----

2004. 10. 20.열린우리당, 사학법 개정안 당론으로 제출.
2004. 12. 28.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 김원기 국회의장에 사학법 개정안 본회의 직권상정 요청. 김원기 의장, 직권상정 입장표명 유보.
2005. 12. 9. 한나라당 실력 저지 속 사학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 한나라, 장외 투쟁 시작.
2005. 12. 28. 이석연 변호사(현 법제처장), 개정 사학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
2005. 12. 29.정부, 개정 사학법 공포.
2006. 1. 30.여야 국회정상화 및 사학법 재개정 논의 합의.
2006. 2. 24.한나라당, 개방형 이사 비율 등을 사학재단의 자율로 결정하게 하는 내용의 사학법 재개정안 국회 제출.
2006. 4. 24.여야, 사학법 재개정 협상 결렬.
2006. 12. 1.열린우리당, 사학법 재개정안 제출
2006. 12. 29.한나라당, 대통령에 사학법 시행유보 요청.
2007. 2. 27.한나라당·열린우리당, 사학법 재개정 합의.
2007. 3. 6.사학법 재개정안 국회논의 무산
2007. 7. 3.개방형 이사제 등 위헌소지 그대로 있는 사학법 개정안 통과(현행 사학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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