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수도분할을 하려는가
정말 수도분할을 하려는가
  • 미래한국
  • 승인 2009.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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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_세종시의 미래
▲ 김영봉 교수
김영봉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행정복합도시(세종시)는 현재 여의도 25배의 땅에 인구 50만 명 유치를 목표로 건설 중이다. 2012년부터 행정부 9부2처, 1만90명 공무원이 이전할 예정이며 그리되면 우리는 국가정부의 머리와 몸통을 두 도시에 분리시켜 운영하는 세계에서 듣도 보도 못한 정치실험을 하게 된다.

지난 7월 2일 국회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이 소규모 도시를 ‘서울시’와 같은 명칭과 법적 지위를 가지는 ‘특별시’로 만드는 데 잠정합의했다. 또한 이명박 정권과 충청권 정치세력이 연대할 것이라는 설(說)이 익어가는데 사실이라면 노무현 정권의 대표적 대못박기 사업인 ‘수도분할’이 정말 현실이 될 수 있다. 그 국가적 해독(害毒) 때문에 좌파정권 아래서도 시민 언론 각계전문가들이 한사코 반대 투쟁한 수도분할이 기막히게 이명박 정부 아래서 햇빛을 보게 될 모습인 것이다.

행정부만 존재하는 도시

이 세종시 문제를 파헤치려면 제일 먼저 그 정치적 과정을 보아야 한다. 세종시 탄생에는 오직 여야 정치집단의 당파이익과 기회주의만 작용했으며 다른 이유는 전혀 무의미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선 “행정부만 존재하는 도시”는 노 전 대통령 자신이 처음부터 끝까지 부정(否定)했던 사업이다. 그는 해양부 장관 시절 부산의 유지들로부터 해양부 부산이전을 건의받자 “장관취임 후 30일 만에 39차례 출장을 갔는데 그중 3분의 2가 국회, 정당, 국무회의, 청와대 등과 관련됐다, 해양부가 부산으로 옮긴다면 서울에 따로 사무실을 둬야 하고 장관은 서울에 있어야 할 것”이라고 설교한 바 있다. 그러나 2004년 수도이전이 위헌판정을 받자 ‘행정도시건설특별법’을 급조하고 “수도이전 때보다 더 큰 행정도시”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2005년 여야가 합의한 정부이전규모는 국무총리 및 12부4처의 공무원 9,992명이었는데 당시 과천에는 5,500여 명 공무원이 12만 평 청사에 근무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 정도 행정부 이전은 충청도 소재 기존의 도시를 활용해 수용할 수 있었으나 노무현 정부는 신(新)수도 개발계획을 그대로 밀어붙이고 오히려 땅 면적은 80만평을 늘렸다. 당시 열린우리당 신행정수도 특위위원이었던 노영민 의원이 그 의도를 설명한다. 그는 의원총회에서 “일단 12층 규모의 건물을 짓지만 기초를 튼튼히 해 나중에 16층으로 올릴 수 있다”고 장래 포부를 설명했고 한나라당은 이를 그저 묵인하고 말았다. 그 후 노 전 대통령이 진심을 밝혔다. 취임 4주년을 맞는 기자회견에서 “행복도시는 걱정하지 말라. 이름이 꼭 행정도시가 아니라도 (입법, 사법 등) 중앙기관이 다 함께 가는 것이 순리”라고 말한 것이다.

여야의 공동작품

한나라당의 행태는 더욱 기가 막혔다. 당시 거대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수도이전과 행정수도건설을 모두 저지할 수 있었지만 스스로 이 모든 과정에 협조했다. 수도이전 때는 당초 당론이 절대 반대 입장이었지만 충청권 국회의원들이 법안통과를 반대하면 탈당하겠다고 위협하자 “수도건설예산을 요구할 때 통과시켜주지 말자”고 당 지도부가 뒤집어 국회통과를 시켜주었다.

신행정수도특별법이 국회에 제출됐을 때도 당 의원총회에서는 “새만금 열 배의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고 들끓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표가 “앞으로 공공기관 이전 등 문제가 있을 때 막을 수 있다”고 설득해 또 통과시켜 주었다. 한나라당의 머릿속에는 오직 당파이익, 표계산, 기회주의만 가득 차서 행정도시가 국가에 막중한 해독을 끼침을 잘 알면서도 국회통과를 자임(自任)하는 일을 저지른 것이다.

따라서 행정도시는 여야 정치권의 사심(邪心)이 만든 작품일 뿐이다. 국정을 책임지는 자들이 이런 계획을 짰다는 사실 자체가 황당하지만 그대로 성사될 때 죄 없는 국민이 그 희생을 모두 치를 수밖에 없다. 행정 비효율, 공무원 사기저하, 경제적 낭비, 국민의 불편불만 등 행정부 나누기가 야기할 국가적 사회적 비용을 상상해보자 :

- 노 전 대통령의 말과 같이 해양수산부 장관이 한 달간 39차례 청와대 국무총리 국회 등과 회동했다면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등은 어떠하겠는가? 국무위원들은 노상 국회와 청와대에 불려 다니는데 그들이 언제 세종시에 내려오겠는가? 특히 국가위기가 돌발했을 때 대통령, 국무총리와 장관들은 뿔뿔이 흩어져 어떻게 의사결정하고 타이밍을 놓치지 않겠는가? 결국 장차관은 서울에 상주하게 될 것이다.

엄청난 국가행정 낭비 초래

- 한 달에 대여섯 차례 열리는 국무회의 때마다 장관과 이를 보조할 공무원들이 줄줄이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 국회가 열리면 장관 차관 국장 과장 사무관까지 국회서 온종일을 보내야 한다. 장.차관은 서울에 주거시키고 중앙부처공무원들을 세종 시에 배치하고, 이렇게 머리와 몸통을 갈라놓으면 국정운영이 제대로 되겠는가? 지난번 촛불집회와 광우병대책 때나 오늘의 경제위기처럼 정부는 위아래 전 부처가 통합적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두 도시 행정시스템이 이런 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겠는가? 현재 대전에 있는 조달청 문화재청 중소기업청의 청장들도 업무협의와 관련부처, 국회 일로 근무일의 절반을 서울나들이에 쓰고 있다는데, 이런 국가행정낭비를 전 중앙행정부서로 확산시켜야 하겠는가?

- 서울과 수도권은 기업, 금융, 법률, 교육, 기타 한국의 핵심-첨단의 인프라와 인력이 몰려 있는 곳이다. 정부 중앙부서는 각종 기관, 기업의 임직원, 학자, 전문가, 외국인들과 노상 만나서 당면문제를 풀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들이 귀중한 시간, 높은 기회비용, 불쾌함을 치르고 행정도시에 내려가 관리를 대면하고 싶겠는가? 우리 나라가 세계수준의 도시를 일부러 피해 행정도시를 만드는 것은 지구촌경쟁, 세계화, 선진화 등 외향적 지향을 멈추고 향후 폐쇄적 대내지향전략으로 전환하겠다는 메시지를 국내외에 전달하는 것이다. 이 지구촌경쟁시대에 이런 국가경영전략이 가당한 것인가?

- 2006년 건설교통부 조사에 의하면 과천공무원의 81.5%가 ‘수도권 주택을 팔지 않겠다’고 응답했으며 41.7%가 ‘본인만 이사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 기러기 가장 공무원들이 겪을 외로운 삶, 피곤한 여행, 떨어지는 능률, 정부에 대한 불평과 좌절감이 어떠하겠는가? 민원인들의 고통은 어떠할 것인가? 공복(公僕)을 자처하는 정부는 가능한 한 국민에게 가까이 가야 마땅하다. 정부의 이용자에게 없어도 될 경제적 피해와 불편을 강요하는 것은 관존민비(官尊民卑)며 정부의 의무를 포탈하는 행태로 볼 수 있다.

이밖에 국정, 행정, 세금, 자원 낭비로 들어가는 국가적 비용은 무수하다. 이러고도 꼭 행정부를 이전시켜야 할 것인가? 필자는 “천리마를 도륙해 식육으로 먹는 행위”라는 비유를 한 바 있다. 이 일을 저지른 정치권과 행정수도이해관계자들도 최소한 지켜야 할 국가이익을 생각하고 다른 세종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노 정권 시절 그 많던 행정도시 비판자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그들이 지금 다시 모여 한나라당 정권에 과거 그들의 행적을 상기시키고 또다시 국가적 죄악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외쳐야 할 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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