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문제는 ‘정권 실세’ 아닌 교육전문가가 풀어야
교육문제는 ‘정권 실세’ 아닌 교육전문가가 풀어야
  • 미래한국
  • 승인 2009.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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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_한춘기 미래한국 편집위원·총신대 부총장
▲ 한춘기 부총장
사교육 문제는 어제오늘 시작된 논란거리가 아니다. 사교육 문제는 시대마다 있어왔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 정부에서도 다양한 정책으로 통제하려고 한다. 역대정권 가운데 사교육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은 정권이 없다.

지금의 상황은 사교육을 통제하려는 수준을 넘어 사교육과 전쟁의 수순에 들어갔고 정부와 여당은 어떻게 해서든 사교육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려고 벼르고 있다. 지난 4월 하순 미래기획위원장이 죽기를 각오한 마음으로 “사교육을 감축시키고, 더불어 외고에 대한 입시전형 방법도 수정하겠다”고 했을 때 교과부 장관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말로 부정적 의견을 표출했다.

7월에는 교과부의 사교육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정치권 실세 중의 한 명이 “교과부 장관은 물러나는 게 낫다”고 하며 교과부를 압박했다. 정치인으로서는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라도 국민 공통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책임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 국민의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사교육이 지나치게 비대해져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사교육을 통계수치로 살펴본다면, 교육비 중 사교육비의 비중은 2003년 57.4%에서 2008년 63.3%로 증가했고 2008년의 초중고생 사교육비 전체액수는 20조9,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국민총생산의 2.9%에 이르는 금액이고 OECD 평균인 0.8%보다 3.5배를 넘는 수치인데 이로 말미암아 사교육은 우리 가계와 국가의 경제적인 면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러면 왜 이렇게까지 학생들과 부모들은 경제적으로 부담이 큰 사교육을 선호하는가?

그 원인은 모든 학부모들에게는 자기 자녀들이 어떻게 해서든 다른 집 자녀들보다 앞서기를 원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과 같이 다수의 가정이 한 자녀만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열망은 더욱 강렬해진다. 국민들은 마음 속에 잠재한 이러한 열망을 사교육이 어느 정도 충족시켜줄 수 있다는 생각에 학교공부보다는 학원공부에 매달린다. 오래 전부터 회자되는 말이 있다.

학교선생님에게 매를 맞으면 학부모들이 항의를 하지만 학원선생님에게 매를 맞는 것은 수긍하고, 몸이 아프면 학교는 결석하더라도 학원에는 빠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부모들과 학생들의 생각으로 고착화되었다.

이는 그만큼 공교육이 부실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공교육 부실은 학생들의 문제나 교사들보다 정부의 교육정책에 더 큰 원인이 있다. 학습수준의 차이가 현격한 학생들을 한 교실에 모아놓고 수업을 진행시키려니 교사는 어느 학생을 기준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할지 당황할 수밖에 없다. 사교육은 학생을 대상으로 수준과 적성에 따라 개별화와 전문화를 시도함으로써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사교육을 선호하게 된다.

사교육 관계자들은 학생들의 취약점을 보완해주고 변화되는 입시환경에 맞춰 방향을 설계해줌으로써 수요자인 학부모와 학생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교육열이 유난히 뜨거운 한국의 엄마들은 자녀를 위해서라면 파출부를 해서라도 과외비를 벌려고 하는 것이다.

자연자원도, 자본도, 기술도 없는 상태에서 1960년대 이래 지난 50년간 교육에 투자를 함으로써 우리 나라가 경제적으로나 모든 각 분야에서 이제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우리 교육의 문제는 사교육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가 아니라 공교육의 부실과 사교육의 팽창을 어떻게 조화시켜서 교육을 정상화시킬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교육은 백년대계임을 명심해야 한다. 한 정권 아래 강압적으로 어떤 정책을 수립해 급하게 추진해가려 한다면 그 또한 우를 범하기가 쉽다. 누군가는 총대를 메고 비난을 받을 각오로 일을 추진해야 하지만 절차와 과정을 밟아가야 한다.

지금 발표된 정책의 내용을 본다면 합리적이고 긍정적인 요소들이 많고 방향도 잘 잡은 것 같다. 예를 들면, 공교육과 사교육을 조화시키려는 시도는 좋아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동의와 협력을 구해야 한다.

둘째, 교육문제는 교육논리로 풀어야 한다. 곧 교육의 문제는 교육전문가들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상황을 보자면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데 비전문가들이 앞장을 섬으로써 국가의 교육정책을 책임진 교과부와 비전문가들인 정치 실세들 간에 불협화음이 일어나고 있다. 정부조직들도 전문영역을 나누어 조직하는 원칙이 있는 것처럼 교육문제는 교육전문가들이 중심이 되어 계획하고 풀어나가야 한다. 지금도 이를 위해 청와대에는 교육문화수석비서실이 있고, 행정부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있고, 국회에는 해당 위원회가 있다.

자칫 정권의 실세들이 교육을 방향과 제도와 실천을 재단해 가려 한다면 교육을 비교육논리로 끌어갈 우를 범하기 쉽다. 동시에 교육전문가들의 저항에 부딪칠 수도 있다. 그들이 하려고 한다면 당장은 교육정책을 그들의 기호에 따라 끌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도 이러한 마찰로 교과부의 해당 국장이 경질되는 것을 볼 때 과연 그렇게 한다고 효과적으로 정책을 수행할 수 있을까 염려된다. 물론 겉으로는 교육 관료들이 반대의견을 내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정권이 성공을 하고, 국가가 발전하려면 정책을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복지부동한다는 관료들이라도 설득하여 공감대를 끌어냄으로써 선진국다운 교육정책을 수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극단적으로 사교육과 공교육을 구별하려는 사고는 지양해야 한다. 사교육은 어디까지나 공교육의 보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사교육이라고 해서 나쁜 것이 아니다. 사교육은 좀 더 잘하려는 학생들에게는 성취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고,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주어진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성공적으로 해당 교육과정을 마칠 수 있게 해준다.

사교육과의 전쟁을 목숨을 걸고 할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보조 수단으로 인정해야 한다. 시급한 것은 어떻게 공교육을 정상화시킬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과거 10년간의 잘못된 정치철학에서 나온 잘못된 교육정책을 다시 기본골격부터 재정립하는 것이 급선무라 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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